5화(5,198자)

입양 희망자 셋

군견이 나보다 계급이 높다 · 진해솔

10월 10일 토요일 아침, 다솜은 면회실 탁자 위에 번개의 사진 석 장을 나란히 놓았다. 하나는 생일잔치 때 꼬깔모자를 비뚜름하게 쓴 사진이고, 하나는 훈련장에서 테니스공을 문 사진이고, 하나는 진료대 위에서 다솜의 손목에 코를 댄 사진이었다. 셋 다 공보 하사에게 부탁해서 뽑았다. 대가로 공보 하사의 군화를 일주일 닦아 주기로 했다.

면회실은 행정동 1층 구석의 방이었다. 창가에 조화 화분이 있었고, 탁자에는 커피 얼룩이 동그랗게 남아 있었다. 원래는 병사들이 가족을 만나는 방이었다. 오늘은 번개의 가족 후보를 만나는 방이었다.

입양 희망자 셋을 찾는 데 열흘이 걸렸다. 다솜은 휴가가 막힌 대신 일과 뒤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날마다 메일을 썼다. 옛 동물병원 원장님께, 대형견 보호 단체 세 곳에, 동물병원 동기들에게. 원장님이 지역 반려인 모임에 글을 올려 주었고, 거기서 두 사람이 연락해 왔다. 나머지 한 사람은 다솜이 직접 찾았다. 번개의 직전 담당병이었다.

번개는 다솜의 발밑에 엎드려 있었다. 오늘 아침에 빗질을 백 번 했다.

문이 열리기 전에 피동팔이 먼저 들어왔다. 그는 탁자 맨 끝 의자를 빼서 앉고, 계산기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군 재산 반출 상담은 군수과 입회가 원칙이에요.” 그가 웃었다. “신경 쓰지 말고 해요.”

다솜은 신경이 쓰였다.

*

첫 번째 희망자는 충북 괴산에서 양계장을 하는 예순셋의 마흥수 씨였다. 목이 굵고 손바닥이 갈퀴 같았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번개를 내려다보며 감탄했다.

“야, 이놈 눈빛 봐라. 이게 폭탄 찾던 개라고?”

“예. 두 번 찾았습니다.”

“그럼 삵은 일도 아니겠네.” 마흥수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우리 양계장에 밤마다 삵이 들어와. 지난달에만 닭을 마흔 마리 물어 갔어. 진돗개를 두 마리 놨는데 이놈들이 삵 보면 꼬리를 말아. 군견이면 다르겠지.”

“어디서 지내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닭장 앞에 개집 있지. 쇠줄로 묶어서.”

“겨울에도요?”

“개가 개집에 살지 어디 살아?”

다솜이 숨을 고르는 사이 피동팔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사장님, 이 개 고관절 이형성이에요. 엉덩이 관절이 빠지는 병인데 갈수록 나빠집니다. 진통제랑 처방식이랑 정기 검진이면 1년에 삼백만 원쯤 들어요. 수술하면 천만 원이고요.”

마흥수의 얼굴이 굳었다. “개 한 마리에 천만 원?”

“사람 무릎 수술이랑 비슷해요.”

“아니 나는 공짜로 주는 줄 알고.” 마흥수가 다솜을 보았다. “삵 쫓다가 엉덩이 빠지면 어떡해?”

다솜은 대답을 고르다가 그만두었다. 번개가 마흥수의 군화 냄새를 맡더니, 거기 묻은 닭똥 냄새를 오래 맡고는 재채기를 두 번 했다.

마흥수는 십 분 만에 일어섰다. 나가면서 그는 문간에서 돌아보고 말했다. “그래도 잘생겼네.”

*

두 번째 희망자는 스물여덟의 유튜버였다. 채널 이름은 「멍멍대장 진」, 구독자가 사만 이천 명이라고 했다. 그는 면회실에 들어오면서 이미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고, 휴대전화에는 손바닥만 한 원형 조명이 집게로 물려 있었다.

“와, 실물 미쳤다. 이거 찍어도 돼요?”

“부대 안이라 촬영은 안 됩니다.” 다솜이 말했다.

“아 그렇구나. 그럼 입양하고 나서 찍을게요.” 진은 의자에 앉지도 않고 번개 앞에 쭈그려 앉았다. “제가 구상한 게 있거든요. 첫 영상 제목이 「은퇴한 군견 상사님과 첫날밤」이에요. 군복 맞춰 입히고, 거실에 폭발물 숨겨 놓고 찾기 챌린지. 폭발물은 진짜는 아니고 폭죽으로요.”

“폭죽이요?”

“소리 나면 반응하잖아요. 그게 썸네일이에요.”

다솜이 입을 열기 전에 번개가 먼저 움직였다. 번개는 진의 휴대전화에 물린 원형 조명을 한 번 쳐다보고, 몸을 돌려 그 조명 쪽으로 엉덩이를 두고 앉았다. 꼬리가 조명을 가렸다.

“어, 어, 상사님?”

진이 휴대전화를 들고 번개 앞으로 돌아갔다. 번개도 돌았다. 진이 다시 돌았다. 번개도 다시 돌았다. 진과 번개가 면회실 바닥에서 한 바퀴 반을 돌았다. 탁자 끝에서 피동팔이 처음으로 계산기에서 손을 뗐다. 웃음을 참느라 입꼬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 개는 큰 소리 나면 몸이 굳습니다.” 다솜이 말했다. “일곱 해 동안 폭발물 찾던 개입니다. 폭죽 소리는 이 개한테 놀이가 아닙니다.”

“아, 트라우마? 그것도 콘텐츠인데.”

다솜은 일어섰다. 진은 사진 석 장 중 꼬깔모자 사진을 휴대전화로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고, 다솜은 안 된다고 했다.

*

세 번째 희망자가 버스를 놓쳐 이십 분 늦는다는 연락이 왔다. 면회실에 다솜과 피동팔과 번개만 남았다.

창밖으로 공두호가 지나갔다. 강아지 견사 산책 당번이었다. 손목에 봄비의 목줄을 세 바퀴 감았는데, 몸무게 9킬로그램짜리 봄비가 앞에서 잔디밭 쪽으로 끌었고 190센티미터 공두호가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공두호의 입이 「봄비야, 봄비 상병님, 천천히」 하고 움직였다. 봄비는 계급이 없었다. 공두호가 혼자 붙여 준 계급이었다.

피동팔이 그 창을 보다가 자판기에서 뽑아 온 종이컵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문 이병, 동물병원은 왜 그만뒀어요?”

다솜은 그 질문을 예상하지 못했다. “……입대하려고요.”

“스물한 살 간호사가 입대를 왜 해.”

다솜은 대답하지 않았다. 왼팔 소매 속 흉터가 당겼다. 피동팔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나도 개 키웠어. 열한 살 때. 누렁이 잡종. 학교 갔다 오면 동네 어귀까지 마중 나왔지.” 피동팔이 종이컵을 내려다보았다. “열세 살 되던 해 겨울에 아버지가 그 개를 개장수한테 팔았어. 그 돈으로 내 운동화를 샀고. 나는 그 운동화 신고 중학교 갔어.”

다솜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때 알았어요. 집에 돈이 없으면 개도 돈이 된다는 거. 훈련소도 똑같아. 예산이 없으면 개가 예산이 돼.” 피동팔이 커피를 다 마시고 종이컵을 구겼다. “문 이병이 틀렸다는 게 아니야. 문 이병은 운동화를 안 사 봐서 모르는 거야.”

“그 운동화, 신을 때 좋으셨습니까?”

피동팔이 다솜을 보았다. 오래 보았다. 구긴 종이컵이 그의 손안에서 한 번 더 구겨졌다. 복도 끝에서 뛰어오는 운동화 소리가 들렸다.

*

세 번째 희망자가 들어왔을 때 번개가 먼저 일어났다.

강태민은 스물넷이었다. 지난 7월에 전역했고, 전역하는 날까지 번개의 담당병이었다. 머리가 조금 길었고 후드티 소매가 손등을 덮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번개는 다솜의 발밑에서 몸을 일으켰다. 앞다리를 먼저 펴고, 엉덩이를 한참 뒤에 들고. 그러고는 걸었다. 왼쪽 다리를 끌며, 꼬리를 크게 흔들며.

강태민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번개가 강태민의 가슴팍에 머리를 박았다. 강태민은 번개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의 등이 떨렸다.

“상사님. 다리가 왜 이래요? 석 달 만에 왜 이렇게 됐어요?”

번개가 강태민의 귀를 핥았다. 면회실 안이 한참 조용했다. 피동팔도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았다. 다솜은 탁자 밑에서 손을 꽉 쥐었다.

강태민은 한참 만에 의자에 앉았다. 번개가 그의 발등에 턱을 얹고 엎드렸다.

“다솜 씨 메일 받고 바로 왔어요. 저 데려가고 싶어요. 진짜로요.” 강태민이 말했다. “근데 제 방이 서울 신림동 원룸이에요. 4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건물주가 반려동물 금지고요. 지금 편의점 야간 알바 하면서 복학 준비하는데, 밤에 상사님 혼자 둬야 해요.”

“4층이면 계단이 몇 칸입니까?” 다솜이 물었다.

“일흔두 칸이요. 세 봤어요. 메일 받고.”

피동팔이 계산기를 들었다. 다솜은 그 손을 보았다.

“소령님. 이분한테는 안 읽어 주셔도 됩니다.”

“읽어야지. 군 재산 반출인데.” 피동팔이 강태민을 보았다. “진료비가 1년에 삼백만 원이에요. 수술하면 천만 원.”

“알아요.” 강태민이 말했다. “상사님 엑스레이 사진 지난봄에 제가 봤어요.”

“그럼 그 돈은?”

강태민은 대답하지 못했다. 피동팔이 다솜을 보았다.

“문 이병. 세 사람 중에 이 개를 제대로 데리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었어요? 하나는 쇠줄에 묶고, 하나는 폭죽 터뜨리고, 하나는 계단 일흔두 칸이야.” 피동팔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내가 일부러 고른 게 아니에요. 이게 은퇴견 입양의 현실이야. 열 살 넘은 대형견, 그것도 병든 개는 아무도 안 데려가요.”

“그래서 세진입니까?”

“세진은 적어도 치료는 해. 실험이든 뭐든 하루 세 번 밥 주고 수의사가 봐.”

“치료하는 게 아니라 시험하는 겁니다. 사료든 약이든 거기서 먼저 먹어 보는 게 이 개 일이 됩니다.” 다솜이 탁자를 짚고 일어섰다. 커피 얼룩 위로 손바닥이 미끄러졌다. “소령님은 세 사람이 안 된다는 걸 보여 주려고 여기 앉아 계신 겁니다. 처음부터 진료비 읽어 주시려고요.”

“그럼 문 이병은 왜 여기 앉아 있어?” 피동팔도 일어섰다. “안 될 사람 셋 불러 놓고 개한테 희망 고문 하려고?”

번개가 강태민의 발등에서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 사이의 공기를 맡는 듯 코를 벌름거리다가, 낮게 한 번 짖었다. 피동팔을 향해서가 아니었다. 다솜을 향해서였다. 그만하라는 소리 같았다. 다솜은 입을 다물었다.

*

면회가 끝나고 강태민은 정문까지 다솜과 같이 걸었다. 번개는 정문 철책 앞에서 멈춰 섰다. 더 나가면 안 된다는 걸 아는 개였다. 강태민은 후드티 주머니에서 흰 봉투 하나를 꺼냈다.

“이거요. 편의점 알바비 모은 거예요. 팔십칠만 원.”

“이걸 왜 저한테 주십니까?”

“상사님 데려갈 사람 찾으면 첫 달 진료비로 주세요. 제가 못 데려가니까 이거라도요.” 강태민이 번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솜 씨. 저 대신 찾아 주세요. 상사님 계단 없는 집으로요.”

다솜은 봉투를 받지 않으려 했다. 강태민은 봉투를 번개의 목줄에 끼워 넣었다. 번개는 그걸 빼려고 하지 않았다.

강태민이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동안, 번개는 정문 철책 앞에 앉아 그 뒷모습을 보았다. 버스가 와서 떠날 때까지. 버스가 모퉁이를 돌고 나서도 한참.

*

견사동으로 돌아오는 길에 피동팔이 행정동 계단에서 다솜을 불러 세웠다.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

“문 이병. 공격성 평가, 내일로 당겨졌어요.”

“평가관 일정이 안 잡혀서 다음 달로 밀렸다고 하셨습니다.”

“외부 평가관이 내일 하루 시간이 난대. 놓치면 또 한 달이야. 일요일이지만 군수과 주관 행사니까.” 피동팔이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아침 열 시, 훈련장. 담당병은 참관만.”

“외부 평가관이 누굽니까?”

피동팔은 대답하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 다솜은 번개의 목줄에 끼워진 흰 봉투를 내려다보았다. 봉투 귀퉁이가 번개의 침에 젖어 쭈글쭈글해져 있었다. 그 밑에 볼펜으로 쓴 글씨가 번져 있었다. 「상사님 첫 달」.

5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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