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5,245자)

케이크는 닭가슴살

군견이 나보다 계급이 높다 · 진해솔

취사장 조리병 셋이 새벽 다섯 시부터 케이크를 만들었다. 삶은 닭가슴살을 곱게 다져 둥근 틀에 눌러 담고, 그 위에 찐 고구마를 으깨 생크림처럼 펴 바른 다음, 당근을 얇게 저며 숫자 「10」을 박았다. 지름이 30센티미터였다. 조리병 하나가 케이크를 들고 행정동 강당으로 걸어가는 동안 견사동 마흔 칸이 냄새를 맡고 한꺼번에 짖었다.

2026년 9월 25일, 번개 상사 열 살 생일이었다.

다솜의 아침은 목욕으로 시작했다. 번개의 목욕이었다. 수의실 옆 미용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고, 저자극 샴푸를 손바닥에 덜어 번개의 등부터 거품을 냈다. 노견 피부용 샴푸라 병에 사슴뿔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번개는 욕조 안에서 눈을 반쯤 감았다. 다솜이 엉덩이 쪽을 조심조심 문지르자 번개의 꼬리가 물속에서 느리게 흔들렸다.

헹구고 나서는 드라이어였다. 대형견용 송풍기가 털을 뒤집으며 웅웅 울었고, 번개의 털에서 김이 피어올랐다. 귓속 물기는 솜으로 닦았다. 발가락 사이도 닦았다. 마지막으로 빗질을 백 번 했다. 도민철이 백 번이라고 했다.

그 시각 생활관 샤워실은 보일러가 사흘째 고장이었다. 다솜은 번개를 견사에 들여보내고 나서야 샤워실에 들어가 찬물을 머리에 부었다. 9월 말 새벽 찬물이 두피를 찔렀다. 다솜은 이를 딱딱 부딪치며 생각했다. 상사님은 드라이어 바람을 십오 분 쐬셨다.

강당 무대 위에 현수막이 걸렸다. 「祝 번개 상사 탄생 10주년」. 누가 한자를 넣자고 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접이식 의자 일흔 개가 깔렸고, 훈련소 간부와 병사들이 그 의자를 다 채웠다. 맨 앞줄 가운데에 훈련소장 백무영 중령이 앉아 있었다. 공보 담당 하사가 무대 옆에서 카메라를 세웠다. 훈련소 소식지 다음 호 표지가 이 생일잔치였다.

다솜은 무대 뒤에서 번개에게 꼬깔모자를 씌우고 있었다. 빨간 바탕에 금색 별이 박힌 종이 모자였다. 고무줄을 턱 밑에 걸자 번개가 고개를 흔들어 모자를 비뚜름하게 만들었다.

“상사님, 오늘 하루만 참으세요. 사진 몇 장만요.”

번개는 비뚤어진 모자를 쓴 채 다솜을 보았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묻는 눈이었다. 다솜은 모자를 다시 바로 씌우며 속으로 날짜를 셌다. 내일은 9월 26일이었다. 다솜의 스물두 번째 생일이었다. 아침에 엄마가 보낸 문자 하나가 휴대전화 보관함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우리 딸 내일 생일인데 미역국은 나오니?」 그 문자를 답하려면 일과가 끝나야 했다.

“문다솜. 상사님 입장.”

도민철이 무대 커튼을 걷었다. 다솜은 번개의 목줄을 쥐고 무대로 나갔다. 일흔 명이 박수를 쳤다. 번개는 박수 소리에 귀를 한 번 접었다 폈다가, 무대 한가운데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가 앉았다. 짓, 이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왼쪽 다리를 바깥으로 빼고.

공보 하사가 셔터를 눌렀다. 번개의 모자가 또 비뚤어져 있었다.

*

훈련소장 백무영의 축사는 칠 분이었다. 번개가 처음 이 훈련소에 온 날, 폭발물을 처음 찾은 날, 상사로 오른 날. 백무영은 원고를 보지 않고 말했고, 말하는 동안 두 번 무대 쪽을 돌아보며 번개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번개는 그때마다 하품을 했다. 강당에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백무영이 마이크를 고쳐 쥐었다. “번개 상사가 여기 있는 여러분 대부분보다 선임이라는 거, 잊지 맙시다. 도 상사보다도 석 달 선임이에요.”

맨 뒷줄에서 도민철이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저었다. 일흔 명이 그쪽을 돌아보고 또 웃었다.

조리병이 케이크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초는 개가 먹을 수 없어서 당근 막대 열 개를 꽂았다. 일흔 명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번개는 노래가 시작되자 두 귀를 뒤로 눕혔고, 노래가 끝나자 케이크 쪽으로 코를 뻗었다. 다솜이 케이크 접시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번개는 당근 막대를 하나씩 뽑아 바닥에 뱉고, 고구마 크림을 핥고, 닭가슴살 층을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다솜은 번개 옆에 쪼그려 앉아 접시를 붙잡았다. 다솜의 점심은 오늘도 콩나물국이었다. 동그랑땡은 없었다. 미역국도 없었다.

“상사님은 좋겠어요.”

번개가 고구마 묻은 주둥이로 다솜의 손등을 한 번 문질렀다.

*

박수가 잦아들 무렵, 강당 뒷문이 열리고 피동팔이 들어왔다. 그 옆에 회색 정장을 입은 여자가 하나 있었다. 서른 후반쯤이었고, 손에 리본 묶은 간식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소장님.” 피동팔이 백무영 옆으로 가서 허리를 굽혔다. “우리 훈련소 협력 업체에서 축하하러 오셨습니다. 세진라이프랩 오보미 이사님.”

“번개 상사님 생신이라고 들어서요.” 오보미가 웃었다. 목소리가 다정했다. “저희가 반려동물 영양 연구도 하거든요. 노령견용 간식이에요.”

다솜의 손이 접시 위에서 굳었다. 세진라이프랩. 주차장 가로등 아래서 들은 이름이었다.

오보미는 무대 계단을 올라와 바구니에서 육포 하나를 꺼냈다. 그녀가 번개 앞에 쪼그려 앉아 육포를 내밀었다. 손톱이 연한 분홍색이었다.

번개는 육포 냄새를 맡지 않았다. 오보미의 손목 쪽으로 코를 한 번 뻗었다가 멈추고, 그대로 몸을 돌렸다. 비뚤어진 꼬깔모자를 쓴 채 오보미에게 엉덩이를 두고 앉았다. 꼬리가 바닥을 한 번 쓸었다.

강당 앞줄에서 누가 킥 웃었다. 오보미는 웃는 얼굴 그대로 육포를 바구니에 도로 넣었다.

다솜은 냄새를 맡았다. 오보미가 일어설 때 소매 끝에서 바람이 일었고, 그 바람에 맵고 시큼한 냄새가 실려 왔다. 수의실에서 피동팔의 손등에 배어 있던 바로 그 냄새였다.

“낯을 가리네요.” 오보미가 피동팔을 돌아보았다.

“나한테도 그래요. 원래 사람을 좀 가려.” 피동팔이 무대 앞으로 나섰다. “소장님, 이 자리에서 잠깐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은퇴견 관련해서요.”

백무영이 손짓했다. 피동팔이 마이크를 받았다.

“올해 은퇴하는 군견이 번개 상사 포함해 다섯 마리입니다. 그동안은 분양 행사를 따로 열었는데, 행사 한 번에 사백만 원이 듭니다. 올해부터는 은퇴견을 기관 기증으로 일원화하겠습니다. 협력 기관에서 노령견 연구에 쓰고, 그 대신 저희 훈련소에 연구 협력금을 줍니다. 그 돈으로 견사 지붕을 고칩니다.”

박수가 조금 나왔다. 견사 지붕이 새는 건 다들 알았다.

다솜은 일어나 있었다. 언제 일어났는지 몰랐다.

“소장님.”

일흔 개의 고개가 무대로 돌아갔다. 공보 하사의 카메라도 돌아갔다. 도민철이 맨 뒷줄에서 팔짱을 풀었다.

“이병 문다솜입니다. 기관 기증 받는 그 업체, 동물 실험 업체입니다.”

강당이 조용해졌다. 번개가 고구마 묻은 접시를 핥는 소리만 났다.

“세진라이프랩은 다른 회사 의뢰를 받아서 약이나 사료를 동물한테 먼저 시험해 주는 회사입니다. 제가 동물병원 있을 때 거기서 시험 끝나고 나온 비글들을 받았습니다. 귓속에 번호 문신이 있었고, 잔디를 처음 밟아 봐서 걷지를 못했습니다.” 목소리가 떨렸다. 다솜은 떨리는 대로 말했다. “노령견 연구라는 게 뭔지 여쭤봐 주십시오.”

백무영이 피동팔을 보았다. 오보미는 바구니를 쥔 채 웃고 있었다.

피동팔은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문 이병 말 맞아요. 세진은 위탁 시험 기관입니다. 그럼 숫자를 하나 말씀드리죠. 견사동 반대쪽 끝 열두 칸, 지금 어린 군견 서른 마리가 삽니다. 비 오면 그 칸에 양동이를 놓습니다. 지난여름 장마 때 두 마리가 피부병에 걸렸습니다. 지붕 고치는 데 이천이백만 원이 들고, 올해 예산에서 깎였습니다.” 그는 다솜을 보았다. “은퇴견 한 마리를 1년 데리고 있으면 사료, 약, 진료, 견사까지 칠백만 원이 듭니다. 다섯 마리면 삼천오백. 문 이병, 그 돈 낼 수 있어요?”

“……낼 수 없습니다.”

“그럼 지붕 새는 데서 사는 서른 마리한테는 뭐라고 할까요?”

다솜은 대답하지 못했다. 손톱이 손바닥에 박혔다. 피동팔의 숫자는 틀리지 않았다. 틀린 데가 어디인지 다솜은 알았는데, 그걸 숫자로 말할 수가 없었다.

“번개 상사님은 폭발물을 두 번 찾았습니다.” 다솜이 말했다. “숫자로 따지면 그게 얼마입니까?”

강당 어디선가 누가 숨을 들이켰다. 백무영이 손을 들었다.

“됐어요. 둘 다.” 백무영이 일어나 피동팔에게서 마이크를 받았다. “은퇴견 처리는 군수과장 소관이에요. 나중에 따로 보고받겠습니다. 그리고 문 이병.” 그가 다솜을 보았다. 화난 얼굴은 아니었다. 곤란한 얼굴이었다. “생일잔치에서 이게 뭡니까?”

다솜은 고개를 숙였다. 번개가 다솜의 군화에 등을 기댔다.

*

잔치가 끝나고 다솜이 강당 의자 일흔 개를 접고 있을 때, 피동팔이 다가왔다. 오보미는 먼저 떠난 뒤였다.

“문다슴.”

“다솜입니다.”

“문다솜.” 피동팔이 처음으로 이름을 바로 불렀다. “오늘부로 번개 담당에서 빠져요. 공격성 평가를 앞둔 개한테 담당병이 감정이 너무 많아. 평가가 공정하지 않게 돼.” 그는 계산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강아지 견사로 가요. 거기 손 모자라.”

“공격성 평가에 제가 있어야 번개가 안 놀랍니다.”

“그러니까 빠지라는 거야. 안 놀라는 게 평가가 아니라.”

다솜은 접던 의자를 내려놓았다. 손이 떨려서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었다.

“소령님. 번개 새 담당은 누굽니까?”

“공두호 이병.”

다솜은 그 이름을 듣고 웃을 뻔했다. 철창에서 2미터 떨어져 호스를 뿌리던 공두호였다.

*

밤 열 시, 점호가 끝난 생활관 복도 끝 세탁실에서 다솜은 견사에서 입던 작업복을 손으로 비벼 빨았다. 고구마 크림이 소매에 말라붙어 있었다. 휴대전화는 아까 일과 뒤에 잠깐 받아서 엄마 문자에 답했다. 「응, 미역국 나와.」 거짓말이었다.

세탁실 문이 열렸다. 도민철이었다. 손에 초코파이 하나를 들고 있었다. 포장을 벗긴 초코파이 위에 성냥개비 하나가 꽂혀 있었다.

“교관님?”

“인사 기록에 내일이더라.” 도민철이 성냥갑을 꺼내 다른 성냥을 그었다. 작은 불이 일었고, 그 불을 초코파이 위 성냥개비에 옮겼다. 유황 냄새가 세탁실 세제 냄새 사이로 번졌다. “열두 시 되려면 두 시간 남았는데, 그때까지 내가 안 자고 있을 자신이 없다.”

다솜은 젖은 손으로 초코파이를 받았다. 성냥개비가 금세 타들어 갔다.

“불어. 손 데기 전에.”

다솜이 불었다. 연기가 한 줄 올라갔다.

“아까 강당에서.” 도민철이 세탁기에 등을 기댔다. “네가 한 말, 나도 하고 싶었다. 근데 나는 상사라서 못 했어. 너는 이병이라서 했고.”

“그래서 담당에서 잘렸습니다.”

“알아.” 도민철이 말했다. “번개는 내일 아침에 밥 안 먹을 거다.”

“어떻게 아십니까?”

“나 떠날 때도 사흘 안 먹었거든.”

다솜은 초코파이를 반으로 쪼갰다. 반을 도민철에게 내밀었다. 도민철은 받았다. 세탁기 안에서 작업복이 한 바퀴 돌았다. 고구마 크림이 물에 풀려 유리창에 주황색 줄이 졌다.

3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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