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392자)
두꺼비의 혀
무림세가 부부의 이혼 비무는 내가 판정한다 · 강묵현
“이 마당 안이라는 게 무슨 말이오?”
형당 집행관이 대문 밖 의자에서 일어섰다. 관람석의 웅성거림이 이 말을 따라 커졌다. 나는 대답 대신 회화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노득칠이 거기 서 있었다. 판돈 주머니를 쥔 채, 입을 반쯤 벌리고.
“두꺼비, 너 아침에 뭐 먹었어?”
“…당두, 혀가 이상해요.”
당주가 당두로 나왔다. 당주의 혀끝이 이 사이에 걸려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관람석 앞줄에서 누가 웃었다가 노득칠의 얼굴을 보고 웃음을 삼켰다. 노득칠은 침을 삼키려다 사레가 들렸다.
“부인 상에서 내려온 약과요. 반 남은 거 하나, 안 먹은 거 하나. 아까우니까 둘 다 먹었어요. 먹은 지 한 시진쯤 됐어요. 혀가 나무토막 같아요.”
“그 약과 어디서 났어?”
노득칠이 눈을 꿈벅였다. 이 눈이 천천히 부엌 쪽으로 갔다.
“…선반이요. 찬합 아래 칸에 약과가 들어 있었어요. 위 칸은 보약이라 쓰니까 놔두고, 아래 칸 약과는 안 쓰니까…. 부인이 오라비 거 안 먹는다고 해서, 우리 집 접시에 옮겨 담았어요. 굶고 판에 나가시면 안 되잖아요.”
노득칠이 이 말을 하면서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쉰 살 사내의 얼굴이 아이처럼 무너졌다.
“당주, 제가 부인한테 그 약과를….”
“알아. 너는 그 약과를 다 먹었어. 그래서 지금 증인이야.”
*
나는 부엌에서 찬합을 들고 나와 대 한가운데 흙 단지 옆에 내려놓았다. 옻칠한 이층 찬합, 뚜껑에 금으로 박은 공손가의 학 문양. 위 칸에는 검은 환약이 반쯤 남아 있었고, 아래 칸은 비어 있었다. 아래 칸 바닥에 약과를 괴었던 솔잎 몇 가닥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노득칠을 원 안으로 불렀다. 판정인이 세운 증인은 원 안에 들어온다. 밖의 손은 대 위에서 사람과 몸과 물건으로 보여야 하고, 사람과 몸은 걸어서 대 위에 오른다.
“혀 내밀어 봐.”
노득칠이 혀를 내밀었다. 혀끝이 허옇게 굳어 있었고, 가장자리가 살짝 부어 있었다. 관람석이 목을 뺐다. 내가 동쪽 행랑 쪽을 돌아보았다.
“단목 가주, 겨울에 반 모금 마시고 굳었다는 혀가 이랬소?”
관람석이 숨을 죽였다. 현이 노득칠의 혀를 보았다. 그리고 아내를 보았다. 설은 무릎을 짚은 채 남편을 보고 있었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랬소.”
설의 숨이 한 번 끊겼다.
나는 관람석 서쪽을 보았다. 공손 오라비가 거기 앉아 있었다. 뒤에 사흘 전 찬합을 들고 왔던 하인이 서 있었다.
“공손가 하인, 내려오시오. 공손 가주도.”
오라비가 일어서지 않았다. 하인이 먼저 일어섰다가 주인을 보고 다시 앉으려 했다. 관람석 사람들이 이 하인을 앞으로 밀었다. 낙양 사람들은 구경을 끝까지 보고 싶어 했다. 오라비가 하인 뒤를 따라 내려왔다.
하인은 대 위에서 찬합을 보자 무릎을 꿇었다.
“가주께서 들려 보내신 거요. 소인은 들고만 왔소.”
“가주는 그 찬합을 어디서 받았소?”
오라비가 하인의 어깨를 잡았다. 하인이 입을 다물었다. 오라비가 대신 말했다.
“…철기보에서 보낸 것이오. 보주가 누이 기침에 좋은 귀한 약이라며. 공손가 찬합에 담아 공손가 이름으로 보내야 누이가 먹을 거라고.”
오라비의 숨이 들쭉날쭉했다. 오라비는 진짜를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진짜가 오라비를 구해 주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설이 무릎에서 손을 떼고 일어섰다. 쌍도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남은 하나를 오라비에게 겨누었다. 칼끝이 떨렸다. 약 때문인지 다른 것 때문인지 나는 가리지 못했다.
“오라비가 내 혼수를 팔더니, 이젠 그 사람한테서 약까지 받아서 나한테 먹여?”
“보약이라고 했다. 정말이다, 설아. 나는….”
“보약이면 오라비가 먼저 먹어 보지 그랬어!”
동쪽 끝 자리에서 황보진악이 몸을 일으켰다.
“철기보는 공손가에 약을 보낸 일이 없소. 그 찬합은 공손가 찬합이고, 그 하인은 공손가 하인이오. 공손 가주가 누이에게 보낸 것을 왜 철기보 이름에 얹소?”
오라비가 황보진악을 올려다보았다. 철기보 은자를 받아 품에 넣던 날의 얼굴이 아니었다.
“보주가 내 손에 쥐여 주었소. 우리 집 대청에서.”
“그 대청에 누가 있었소? 공손가 사람들뿐이었지.”
황보진악은 다시 앉았다. 이 말로 공손 오라비는 철기보와 끝났다. 혼수를 팔고, 누이에게 약을 먹이고, 이것을 남의 이름으로 미루는 사람이 되었다. 철기보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나는 오라비 쪽을 오래 보지 않았다. 판정할 것은 오라비가 아니었다.
“밖의 손이 누구 것인지는 이 판에서 묻지 않소. 밖에서 온 약과가 부부 한쪽의 숨을 막았소. 증인의 혀가 그것을 보였소. 둘째 판은 무효요.”
징을 쳤다.
*
판을 언제 다시 하느냐가 남았다. 법은 무효가 된 판을 다시 한다고만 했다.
“부인은 지금 칼을 못 드오.”
공손 오라비가 말했다.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칼을 못 드는 몸이면 피붙이 하나를 세울 수 있지 않소. 내가 서겠소. 누이 대신.”
“꺼져.”
설이 말했다. 바닥에 떨어진 칼을 주워 들었다. 손가락이 칼자루를 두 번 놓쳤다가 세 번째에 쥐었다.
“오라비가 내 대신 서서 부두를 이기면 그 부두가 누구 거야? 공손가 거지. 그다음엔 철기보 거고. 내가 들 거야. 내 손으로.”
판정인은 부부가 제 손으로 싸우겠다는 것을 막지 않는다. 다만 칼을 쥐지 못하는 손으로 대 위에 세우는 것은 판이 아니었다. 나는 현을 보았다.
“가주, 겨울에 굳은 혀는 언제 풀렸소?”
“한 시진쯤 지나서.”
“그럼 두 시진 뒤에 다시 하오. 부인의 손이 칼을 쥘 수 있을 때. 해가 회화나무 끝에 걸리면.”
*
두 시진 동안 설은 서쪽 행랑에서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 토했고, 다시 마셨다. 노득칠은 부엌 앞에 앉아 혀를 내밀고 바람을 쐬었다. 할머니가 이 혀에 꿀을 한 숟갈 떠 넣어 주었다.
“판돈은 어떻게 됐냐?”
“무효 판에 건 돈은 돌려줘야죠.”
“누구한테 걸었는데?”
“…가주요. 또.”
“그럼 돌려받아서 다행이네.”
그사이 대문간에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공손 오라비가 나가려는 길을 철기보 무사 둘이 막고 있었고, 뒤에 황보진악이 서 있었다.
“공손 가주, 혼수 점포 셋 받을 권리는 이미 철기보 것이오. 판이 끝나면 받으러 가겠소. 그 약조는 대청에서 했으니 대청 사람들이 다 들었지.”
“약을 먹인 손으로 점포까지 가져가겠다는 거요?”
“약 얘기는 공손가 대청에서 하시오. 나는 점포 얘기만 하오.”
오라비가 은자 꾸러미를 품에서 꺼냈다. 이날 대청에서 받은 꾸러미였다. 이것을 황보진악의 가슴팍에 던지려다가, 손을 멈추고 돌아서서 내게로 왔다. 그리고 꾸러미를 내 손에 쥐여 주었다. 묵직했다. 말머리 낙인이 손바닥에 눌렸다.
“판정인, 이건 내가 받은 거요. 나는 이것으로 누이를 팔았소. 대 위에 다시 세워야 할 일이 있으면 나를 부르시오. 이번에는 내 입으로 말하겠소.”
오라비는 서쪽 행랑 문 앞에 가서 한참 서 있었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오라비가 문에 대고 무어라 말했는데, 이 말은 나도 듣지 않았다. 판정인도 듣지 않는 말이 있다.
황보진악은 대문간에서 이 모습을 보다가 무사들에게 길을 터 주라고 손짓했다. 내 손에 들린 꾸러미를 보고 말했다.
“판정인 손에 철기보 은자가 또 들어갔구려. 판정비 백 냥에 이것까지.”
“이건 판정비가 아니라 증거요.”
“낙양 사람들은 은자를 보지, 그 은자에 붙은 말을 듣지 않소.”
해가 회화나무 끝에 걸렸다. 설이 대 위로 올라왔다. 얼굴은 하얗고 걸음은 반듯했다. 쌍도 두 자루를 쥔 손이 이번에는 칼자루를 놓치지 않았다. 현이 맞은편에 섰다. 아내의 손을 보았고, 아내의 숨을 들었다. 나만큼은 아니어도 열여덟 해 이 숨을 들었다.
징이 울렸다.
현의 발이 또 늦었다. 반 박자의 반. 이번에는 설이 이것을 들었다.
“너 지금 일부러 지지!”
설의 쌍도가 현의 장검을 때렸다. 이기려는 칼이 아니라 따지려는 칼이었다.
“겨울에 그 약! 당신 알았지! 알고 있었지!”
“알았소!”
현이 소리쳤다. 현이 소리치는 것을 나는 처음 들었다. 관람석이 한 번에 조용해졌다.
“알았으니까 갈라서자 한 거요! 당신 밥상에 숙부 손이 닿는 집에 당신을 둘 수가 없었소! 내가 나가자 하면 당신은 남아서 싸울 거잖소!”
“당연히 싸우지! 그게 내 집인데!”
“그 집이 당신을 죽이고 있었소!”
쌍도가 멈췄다. 장검도 멈췄다. 둘이 칼을 맞댄 채 서 있었다. 칼날과 칼날 사이로 둘의 숨이 오갔다. 설의 숨에는 이제 쇳소리가 없었다. 대신 다른 것이 있었다. 울음을 참는 숨은 쇳소리보다 더 잘게 끊긴다.
“다른 여자는.”
“없소. 팥 월병 사 줄 사람이 당신 말고 누가 있소.”
현이 장검을 놓았다. 칼이 현의 손을 떠나 돌바닥에 떨어졌다. 이번에는 일부러 늦은 발도 아니었고, 짧게 휘두른 칼도 아니었다. 그냥 놓았다. 칼이 떨어지면 판이 끝난다.
나는 징을 쳐야 했다. 쳤다.
“둘째 판, 단목 부두는 공손설에게 가오.”
설이 쌍도를 떨어뜨렸다. 두 자루가 남편의 장검 위에 겹쳐 떨어졌다. 나를 돌아보았다.
“판정인, 무를래. 이혼 무를래.”
관람석 어딘가에서 누가 훌쩍였다. 노득칠이었다. 할머니가 이층 난간에서 대추를 씹다가 멈췄다.
나는 법을 말해야 했다. 석교문 판에서 아우를 세울 때 고치지 않은 법을, 오늘 이 부부 앞에서 고칠 수는 없었다.
“첫 징이 울리면 혼인은 끝나오. 판은 나누는 일만 하오. 무를 수 있는 징은 없소.”
설이 나를 보았다. 그리고 현을 보았다. 현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남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아주 세게.
“이 미련한 인간아.”
*
이 밤 월하당은 일찍 불이 꺼졌다. 서쪽 행랑에서도 동쪽 행랑에서도 기침 소리가 나지 않았다. 대신 둘 다 오래 뒤척였다. 문지방 너머로 이불 스치는 소리가 마당을 가로질러 서로에게 닿을 것 같았다.
자시가 지나 지붕에서 소리가 났다.
기와 위를 사람이 걷는 소리였다. 발 하나는 가볍게, 다른 하나는 아주 조금 무겁게 떨어졌다. 무거운 쪽 발이 기와에 닿을 때마다 쇠비늘끼리 부딪는 가는 소리가 따라왔다. 설이 숙부 별채를 나올 때 들었다던 소리, 고양이인 줄 알았다던 이 소리였다.
소리는 북쪽 담에서 시작해 동쪽 행랑 지붕 쪽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징채를 쥐고 부엌 뒤 장독대를 밟아 처마에 올랐다. 다친 왼팔로 처마 끝을 잡는 순간 상처가 벌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기와 위에 몸을 올렸다. 달이 구름 뒤에 있었다.
동쪽 행랑 지붕 용마루 위에 사람 하나가 웅크리고 있었다. 검은 옷에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감았고, 오른손에 곧고 넓은 칼을 쥐었다. 복면은 기와 두 장을 이미 들어낸 자리 위에서, 이 아래 현이 누운 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 발이 기와 하나를 밟았다. 기와가 울었다.
복면이 고개를 들었다. 눈 둘이 나를 보았다. 현이 칼을 기와 구멍에서 거두어 내 쪽으로 돌렸다. 이 왼팔 소매 끝에서 쇠장갑 비늘이 구름 사이로 잠깐 새어 나온 달빛을 받았다. 손등 비늘 한 줄 가운데 한 칸이 비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