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668자)
한 줄은 내 것
무림세가 부부의 이혼 비무는 내가 판정한다 · 강묵현
“첫 판 날, 그 영감이 대 위로 올라왔잖아. 검보에 손 뻗으면서.”
설은 등잔 불을 보며 말했다. 쌍도는 설 무릎 앞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 손가락에서 냄새가 났어. 쓴 뿌리 달인 냄새. 겨우내 내가 먹은 약이 그 냄새였어. 남편이 꼬박꼬박 챙겨 보낸 약. 약사발을 들 때마다 코가 맵고 손끝이 저렸어. 그런데 그게 약이 아니면 뭔데?”
“그래서 숙부를 찾아갔소?”
“신 벗고 뒷담 넘어서. 서쪽 별채에 불이 켜져 있더라. 영감이 그 뿌리를 절구에 빻고 있었어. 내가 들어가니까 놀라지도 않았어.”
설이 오른쪽 칼을 들었다. 칼날 홈에 남은 검은 줄이 불빛에 보였다.
“뭐라고 했는지 알아? 가주가 너를 내보내려는 걸 알았다고. 내보내면 공손가 계집이 단목 부두 반쪽을 들고 나가니까, 내보내기 전에 보내 버리려 했다고. 그걸 웃으면서 말했어.”
“그래서 그었소.”
“한 번. 오른쪽 어깨에서 비스듬히. 살갗만 갈랐어. 죽이려면 그때 죽였지. 겁만 주려고 그은 거야. 그런데도 그 영감은 웃었어. 그 웃음이 무서워서 나왔어.”
설이 칼을 내려놓았다.
“나올 때 지붕에서 쇳소리가 났어. 기와 위를 쇠붙이가 긁는 소리. 고양이인 줄 알았어.”
설의 숨은 들쭉날쭉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
아침에 나는 할머니와 함께 들것 앞에 앉았다. 단목 원로들은 시신을 오늘 묻겠다고 했고, 할머니는 한낮까지만 기다리라고 했다. 형당 집행관이 대문 밖 의자에서 이것을 허락했다. 판의 증거는 판정인이 볼 때까지 판정인의 것이었다.
나는 설의 오른쪽 칼을 얕은 줄 위에 갖다 댔다. 칼날의 휘어진 정도가 상처의 휘어진 정도와 맞았다. 칼끝을 오른쪽 어깨 끝에 대고 그어 내리는 시늉을 하면, 칼날이 상처를 따라 그대로 미끄러졌다.
이 칼을 깊은 줄에 갖다 댔다. 맞지 않았다. 깊은 줄은 곧았고, 쌍도의 칼날은 휘었다. 칼날을 상처 안에 눕히면 양쪽 끝이 들떴다. 그리고 깊은 줄은 넓었다. 쌍도 날 두 개를 겹쳐 넣어야 이 폭이 났다.
“한 줄은 쌍도요. 한 줄은 곧고 넓은 칼이오. 같은 자리를 두 번 그은.”
“알아.”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는 시신의 오른 주먹을 감싸 쥐고 있었다. 해가 비무대 그림자를 거의 다 거둬들였을 때, 할머니가 이 손가락을 하나씩 폈다. 엄지, 검지. 굳었던 손가락이 늙은 손에 밀려 천천히 풀렸다.
손바닥에 쇠비늘 하나가 박혀 있었다. 손톱만 한 쇠조각이었고, 가장자리에 고리 구멍이 둘 뚫려 있었다. 비늘을 엮어 만든 무언가에서 뜯겨 나온 것이었다. 숙부의 손바닥이 이 모서리에 찢겨 있었다. 마지막 힘으로 쥐었다.
나는 이 쇠비늘을 보았다. 백결의 손등에 찍혀 있던 비늘 자국을 보았을 때처럼.
“담 위에 있는 놈들 손에 다 있는 거다.”
할머니가 쇠비늘을 내 손바닥에 올려 주었다.
“사백 개 가운데 하나에 구멍이 났겠지. 찾는 건 네 일이다.”
나는 쇠비늘을 기름종이에 싸서 품 안쪽 깊이 넣었다. 담 위에서 쇠장갑 하나가 기와를 짚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들지 않았다.
*
오후에 현의 말을 다시 따로 들었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말하지 않았다. 현이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동쪽 행랑의 그늘이 문지방을 넘어올 때까지.
“겨울에 아내 약사발을 내가 한 번 마셔 봤소.”
현이 말했다.
“약이 너무 쓰다고 아내가 투정을 해서. 반 모금 마셨는데 한 시진 동안 혀가 굳었소. 셋째 숙부가 달인 약이었소. 숙부는 단목에서 약을 맡은 지 서른 해요. 원로들이 다 숙부 편이고.”
“그걸 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소?”
“증거가 내 혀밖에 없었소. 혀는 한 시진 뒤에 풀렸고. 숙부를 내쫓으면 원로 둘이 같이 나가고, 원로들이 나가면 제자들이 갈라지오. 그 뒤에 서 있는 게 누군지도 알았소. 숙부가 철기보에서 오는 약재를 받기 시작한 게 작년 가을부터였소.”
현이 반쪽 검보를 손에 쥐었다.
“그 약은 숙부가 내 이름으로 달여 보낸 것이었소. 마셔 본 날부터 약사발은 끊게 했소. 그런데 약사발을 끊으니 아내 기침이 밥상에서 다시 시작됐소. 아내가 단목 집에 있는 한, 아내 밥상에 숙부 손이 닿소. 아내가 단목 집에서 나가야 했소. 내가 나가자고 하면 아내는 같이 싸우자고 하오. 그 사람은 원래 그렇소. 그러니까 아내가 나를 미워해서 나가야 했소.”
“그래서 다른 여자가 있다고 했소.”
“팥 월병보다 그게 빨랐소.”
현의 숨은 들쭉날쭉했다. 귀는 붉지 않았다. 처음 보는 현의 진짜 얼굴이었다.
“부두 판은 내가 지겠소. 아내가 부두를 가지면 공손가 오라비에게 기대지 않고 살 수 있소. 부두에서 나오는 뱃삯이면 남시 점포 셋보다 많소.”
“판정인 앞에서 지겠다고 말하는 거요?”
“판정인은 들은 말을 남에게 옮기지 않는다 하지 않았소? 그리고 지려는 것은 밖의 손이 아니오. 내 손이오.”
현은 법을 알고 있었다. 지려는 사람의 발은 늦다. 그러나 이 발이 누구의 돈도 받지 않았다면, 이것은 판정할 일이 아니었다. 대 위에서 지는 것도 부부가 제 손으로 하는 일이다.
나는 이 방을 나와 서쪽 행랑과 동쪽 행랑 사이, 마당 한가운데 서 있었다. 한쪽 방에는 남편을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하면서 남편의 약사발 때문에 숙부를 그은 아내가 있었다. 다른 쪽 방에는 아내를 살리려고 아내에게 미움받기를 고른 남편이 있었다. 둘 다 내게 말했고, 둘 다 서로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둘의 말을 다 들었고, 어느 편에도 옮길 수 없었다.
이층 난간에서 할머니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대추를 씹지 않았다.
“그게 판정인 자리다. 무겁냐?”
“무거워요.”
“그럼 제대로 서 있는 거다.”
*
숙부의 들것이 대문을 나간 것은 이 직후였다. 원로 둘이 앞장섰고, 철기보 무사 넷이 들것을 멨다. 단목 무사들이 아니라 철기보 무사들이었다. 대문을 나서기 전에 원로 하나가 돌아서서 동쪽 행랑을 향해 소리쳤다.
“가주는 들으시오. 숙부를 벤 계집을 감싸는 사람을 단목 원로들은 가주로 모시지 않겠소. 마지막 징이 울리면 단목 집 대문 열쇠가 누구 손에 있든, 그 문 안에서 가주의 자리는 비어 있을 거요.”
동쪽 행랑의 문이 열렸다. 현이 문지방에 섰다. 원로를 보지 않고 들것 위의 거적을 보았다.
“숙부님 무덤에는 내가 술을 올리겠소. 그 전에 숙부님이 별채에서 무엇을 달였는지 원로들도 한번 맡아 보시오. 서쪽 별채 절구에 아직 남아 있을 거요.”
원로의 얼굴이 굳었다. 이 옆에서 들것을 멘 철기보 무사 하나가 원로에게 짧게 무어라 말했다. 원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밤 단목세가 서쪽 별채에 불이 났다는 소식은 노득칠이 장에서 들어 왔다. 절구도 약재도 별채와 함께 탔다고 했다.
*
황보진악이 해 질 녘에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담 위 무사들이 황보진악에게 고개를 숙였다. 비무대 앞 들것이 치워진 자리에 서서 나를 기다렸다.
“살인 혐의를 쓴 사람이 내일 대 위에 오르오?”
“오르오. 마지막 징 전까지 부부는 이 집 사람이오. 이 집 사람은 대 위에 오르오.”
“그럼 낙양은 월하당이 살인자 편이라고 말하겠지. 철기보 돈을 받은 판정인이 공손가 계집을 감싼다고.”
“철기보 돈을 받은 판정인이 철기보에 불리한 판정을 하면 낙양은 뭐라고 말하겠소?”
황보진악이 처음으로 입가를 조금 움직였다. 웃음이라고 부르기에는 짧았다.
“그건 판정이 끝나 봐야 알지.”
황보진악이 돌아서다가 말했다.
“내일 부두 판, 공손가 계집이 이길 거요. 가주가 질 거니까. 판정인도 알지 않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말은 현이 내게만 한 말이었다. 숨이 내 가슴 안에서 한 번 멎었다가 다시 돌았다. 어떻게 아는지 나는 몰랐다. 담 위의 쇠장갑들이 동쪽 행랑 창 아래에도 서 있었다는 것만 알았다.
밤에 나는 등잔을 들고 담을 따라 한 바퀴 돌았다. 판정인 집 담을 판정인이 도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철기보 무사들은 열 걸음마다 하나씩 서 있었고, 내가 지나가면 쇠장갑 낀 손을 허리에 붙였다. 나는 이 손등을 하나씩 보았다. 비늘이 고르게 엮인 손등, 비늘 하나가 녹슨 손등, 비늘 끝이 휜 손등.
어제 노득칠의 참외 앞에서 웃지 않던 셋 가운데 하나가 북쪽 담 모퉁이에 서 있었다. 현은 오른손만 허리에 붙이고 왼손은 소매 안에 넣고 있었다. 내가 등잔을 그쪽으로 들자 현이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
“판정인, 무사 손을 왜 그렇게 보시오?”
“우리 집 담을 짚은 손이라 고마워서 보오.”
무사는 돌아서지 않았다. 나도 더 가지 않았다. 담 모퉁이 너머에서 대문 밖 형당 집행관의 의자가 삐걱거렸다. 여기서 이 소매를 걷으라고 하면, 나는 대 위가 아니라 담 밑에서 판정을 하는 셈이었다. 밖의 손은 대 위에서 보여야 무효가 된다. 담 밑에서 본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등잔을 내리고 지나갔다. 등 뒤에서 쇠장갑 비늘이 서로 부딪는 소리가 아주 작게 났다. 소매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
이튿날 아침 두 번째 판이 열렸다. 대 위에는 부두의 흙 단지와 대문 열쇠 둘만 남아 있었다.
판 전에 노득칠이 서쪽 행랑에 아침상을 날랐다. 쌀죽과 장아찌, 그리고 접시 하나에 약과 셋. 설은 죽은 반만 먹고 약과 하나를 집어 먹었다. 두 번째 약과를 반쯤 베어 물다가 내려놓았다. 판 앞에 배가 부르면 칼이 무겁다고 했다. 노득칠이 남은 상을 들고 나갔다.
징을 치기 전에 나는 두 사람에게 한 번 더 물었다. 판마다 그렇게 한다.
“둘째 판, 단목 부두. 시작하겠소?”
“빨리 해.”
“하시오.”
징이 울렸다.
현의 발이 첫 합부터 늦었다. 아주 조금. 반 박자의 반. 현은 장검을 크게 휘둘렀고, 휘두른 칼끝이 아내에게 닿기 전에 늘 한 치씩 짧았다. 석교문 백결이 그랬던 것처럼. 다만 현의 발에는 은자 소리가 붙어 있지 않았다. 현의 발에 붙은 것은 동쪽 행랑에서 내게 한 말뿐이었다.
관람석은 이것을 모르고 고함을 질렀다. 노득칠이 회화나무 밑에서 판돈 주머니를 쥐고 발을 굴렀다. 또 가주에게 건 모양이었다.
“당신 왜 이렇게 느려! 반쪽 검법이라 그래?”
“앞의 여섯 식만 남았소. 뒤의 여섯 식은 당신이 가져갔소.”
“그럼 빨리 지기라도 해! 밥 먹고 싶어!”
설의 쌍도가 들어왔다. 첫 합은 빨랐다. 두 번째 합도 빨랐다. 세 번째 합에서 소리가 달라졌다.
설의 숨에 쇳소리가 섞였다. 쟁반을 사이에 두고 들었던 마른 갈대 소리가 아니었다. 그보다 가늘고 높았고, 숨을 들이켤 때마다 목구멍 안쪽에서 무언가 좁아지는 소리였다. 오른 칼이 반 박자 늦게 나왔다. 왼 칼은 그보다 더 늦었다. 설의 손가락이 칼자루 위에서 펴졌다 오므라들었다. 쥐는 것이 아니라 쥐려고 애쓰는 손이었다.
현의 발이 멈췄다. 현은 지려고 칼을 짧게 휘두르고 있었는데, 이 칼 앞에서 아내가 먼저 무너지고 있었다. 현이 칼을 내렸다. 내리면 지는 것이 아니라 판이 엉키는 것이었다. 칼이 떨어져야 판이 끝나고, 현은 칼을 쥔 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설의 왼 칼이 손에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칼이 떨어지면 판이 끝나고, 부두는 현에게 간다. 현이 그토록 아내에게 주려던 부두가.
나는 징 앞으로 갔다. 칼이 설 손을 다 떠나기 전에.
징을 쳤다. 판을 세우는 짧은 소리였다.
관람석이 술렁였다. 황보진악이 동쪽 끝에서 고개를 들었다. 설이 무릎을 짚고 섰다. 현이 설에게 한 걸음 가다가 멈췄다. 판이 세워진 대 위에서 부부는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나는 원의 홈 바로 안쪽에 서서 관람석을, 담 위를, 대문 밖 의자에 앉은 형당 집행관을 차례로 보았다.
“이 판에 밖의 손이 들었소. 그 손은 지금 이 마당 안에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