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5,554자) · 강윤재와 리 첸 · 8월 28일(토)

보낸다

심도 (3차대전 3부작 제2부) · 네오

8월 28일 0900, 신채호함 어뢰실에서 어뢰 담당 중사가 마지막 한 발이 누운 거치대 옆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4번 관은 비어 있었다. 쏘려면 거치대의 어뢰를 레일에 올려 관 안으로 밀어 넣어야 했다. 장전기는 쇠와 쇠가 맞물리는 기계였고, 맞물릴 때마다 선체 전체가 한 번씩 울었다. 1,400미터 밖에서 서서 듣는 배가 그 소리를 못 들을 리 없었다. 중사는 레일 손잡이에 손을 얹고, 돌리지 않은 채로 발령소의 부름을 기다렸다.

발령소의 제원 화면에는 한 줄이 떠 있었다. 방위 000, 거리 1,400, 속력 0. 해도대 쪽지 맨 위의 숫자는 지워지고 다시 적혀 있었다. 어뢰 1. 전지 이틀 반.

“저쪽도 우리를 듣고 있습니다.”

지완이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예인 소나가 내려가 있습니다. 서 있어서 제일 잘 듣는 자세입니다. 우리가 장전하면 들립니다. 장전하는 동안 저쪽이 먼저 쏩니다.”

“저쪽이 지금 안 쏘는 까닭은?”

“모르겠습니다. 덮개를 열었다 닫는 소리는 안 들립니다.”

발령소의 공기는 새벽의 폭발 뒤로 한 번도 갈리지 않았다. 이산화탄소 수치는 경고선에 닿아 있었고, 사람들 이마마다 땀이 번들거렸다. 천장 배관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해도 위에 둥근 얼룩을 몇 개 남겼는데, 그 얼룩 하나가 방위 000의 연필 선 위에 앉아 선을 흐리게 했다. 조타장의 손목에 힘줄이 한 번 섰다가 가라앉았다. 윤재는 쪽지를 내려다봤다. 지금 쏘면 맞았다. 서 있는 배였다. 그리고 쏘려면 먼저 소리를 내야 했다.

“기다린다. 장전은 소리다.”

*

0904, 푸캉 3호 기관실. 천다하이는 배관에 손바닥을 댄 채 네 번째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부터 그는 세 번을 들었다. 0504에 선체가 바닥부터 한 번 울었고, 0510에 한 번, 0529에 한 번 더 울었다. 울 때마다 기관실 형광등이 떨었고, 배관 속의 물이 놀라 뛰었다. 그는 그 소리가 무엇인지 알았다. 6월에 내린 배가 그 소리로 손실표에 올랐다. 세 번째 뒤로 그는 손목시계를 보지 않고 배관만 짚었다. 네 번째가 오면 손이 먼저 알 것이었다.

선교에서 전화가 왔다. 선장이었다. 가운데 수송선 사람들이 물에 떠 있다고 했다. 군함 하나는 북쪽 끝에서 건지고 있지만 가운데 수송선이 가라앉은 물에는 아무도 없다고 했다. 돌아간다고 했다.

“기관 전속. 할 수 있는 만큼.”

천다하이는 조속기 손잡이를 끝까지 밀었다. 낡은 기관이 기침하듯 한 번 털렸다가 올라갔다. 량 기관장이 계기를 보며 혀를 찼다. 이 기관은 10노트를 오래 못 버티는 기관이었다.

그는 비상 무전기 앞으로 갔다. 선반 위에 대추 봉지가 테이프 옆에 기대 서 있었다. 그는 테이프에 적힌 숫자를 맞추고 송화기를 들었다. 처음 누르는 숫자였다.

“푸캉 3호 기관실입니다. 구조하러 돌아갑니다. 물에 사람이 많습니다. 군함이 와 주십시오.”

대답은 바로 오지 않았다. 잡음 속에서 그는 송화기를 쥔 채 다른 손으로 배관을 짚었다. 네 번째는 오지 않았다.

*

0908, 052D 선두함 함교. 리 첸의 손가락은 발사 제원 화면 옆 덮개 위에 그대로 있었다.

“방위 180, 1,400. 아까 어뢰가 나간 자리에서 한 걸음도 안 움직였습니다.”

음탐장이 소나실에서 올라와 불렀다. 저우 소령은 해도대 옆에서 대잠 로켓 준비 완료를 받아 적었다. 리 첸이 덮개만 들어 올리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 배는 서 있었고, 서 있는 배는 맞았다.

통신장이 종이 한 장을 들고 뛰어 올라왔다.

“비상 주파수입니다. 7월에 함장님이 민간선 기관실에 보내신 그 숫자로 부릅니다. 푸캉 3호입니다. 구조하러 돌아온답니다.”

리 첸은 해도를 봤다. 푸캉 3호의 점이 남동쪽에서 10노트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침로를 연필로 늘이자 선은 방위 180, 1,400의 점 바로 위를 지났다. 대잠 로켓은 물에 떨어지고 나서 정해진 깊이를 찾아 내려갔다. 위에 무엇이 떠 있는지는 묻지 않았다.

“로켓 대기.”

“함장님, 지금이 아니면.”

“대기.”

0914에 푸캉 3호가 그 점 위를 지났다. 함교 창으로 낡은 화물선의 굴뚝이 보였다. 검은 연기를 길게 끌고 있었다. 기관을 무리하게 올린 배의 연기였다. 리 첸은 그 연기가 바람에 흩어질 때까지 덮개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았다. 그러고는 손을 거두었다.

“예인 소나 회수. 구조정 전부 내려. 헬기 둘은 인양으로 돌려. 우리는 푸캉 곁으로 간다.”

*

0915, 신채호함 발령소. 지완이 손바닥 전체를 들었다가 천천히 내렸다.

“푸캉이 지나갔습니다. 머리 바로 위였습니다. 그리고 저쪽이.”

그녀는 헤드폰을 두 손으로 눌렀다.

“예인 소나를 감습니다. 윈치 소리입니다. 기관을 겁니다. 작은 기관 여럿이 물에 떨어집니다. 구조정입니다. 북쪽으로, 아니, 푸캉 쪽으로 갑니다.”

어뢰 담당 중사가 함내 전화로 올라왔다. 목소리가 빨랐다.

“부장님, 052D가 돕니다. 지금이면 옆구리입니다. 제원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장전 소리는 저쪽 기관 소리에 묻힙니다.”

윤재는 제원 화면을 봤다. 두 줄이 있었다. 푸캉 3호와 052D였다. 푸캉의 방위가 052D의 방위 위로 막 겹쳐 지나가는 중이었다. 두 소리가 한 방위에 섞여 있었다.

“푸캉, 제원에서 지워.”

“지웠습니다.”

“052D도 지워.”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중사의 숨소리만 들렸다.

“쏠 수 있습니다, 부장님.”

“알고 있다. 저 배는 지금 사람을 건지러 간다. 우리가 끊으러 온 건 짐이었다.”

한참 뒤에 중사가 말했다. 지웠습니다. 화면의 두 번째 줄이 사라졌다. 제원 화면에는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중사는 그 뒤로 한동안 어뢰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윤재가 지나가며 보니, 4번 관 문 위에 흰 테이프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어젯밤 관 문마다 이름을 붙이고 남은 그 한 장이었고, 아무 글자도 적혀 있지 않았다.

*

0940, 052D 선두함 함교. 저우 소령이 보고 서식을 해도대 위에 올려놓았다.

“전대가 0930 보고를 기다립니다. 수송선 셋 피격은 이미 올라갔습니다. 잠수함 위치를 묻습니다.”

리 첸은 펜을 받아 들었다. 칸은 넷이었다. 피해, 구조, 잔여 선단, 잠수함 접촉. 그는 앞의 셋을 채웠다. 수송선 3척 침몰. 구조 진행 중, 민간선 푸캉 3호 합류. 신양 7호 서쪽 이탈, 기관 이상 없음. 그리고 마지막 칸에 적었다.

접촉 없음.

저우가 그 네 글자를 오래 봤다. 7월 6일 새벽 이 함교에서 틀린 사람이 다음 판단을 한다고 말한 사람이 지금 그 펜을 쥐고 있었다.

“함장님, 사실만 적으라고 하셨습니다.”

“저 아래에 사람이 떠 있다. 그것도 사실이야.”

“그 배를 놓아주시는 겁니까?”

리 첸은 대답하지 않고 서명했다. 저우는 서식을 들고 한동안 서 있었다. 그러다 통신장에게 가져가 직접 건넸다. 건네면서 자기 이름을 확인자 칸에 적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칸이었다.

리 첸은 화이트보드 앞으로 갔다. 구석에 궈원, 기관원이라는 이름이 있었고, 그 아래에 보고 3이 있었다. 그는 보고 3을 지우지 않았다. 그 아래에 작게 한 줄을 적었다. 접촉 없음. 마커 뚜껑을 닫는 소리는 이번에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

1030, 푸캉 3호 우현 갑판. 천다하이는 기관실을 량 기관장에게 맡기고 올라와 밧줄을 당기고 있었다.

물은 기름으로 무지개색이었고, 그 위에 주황색 구명조끼가 점점이 떠 있었다. 밧줄 끝에 매달린 사람은 가운데 수송선의 조리원이라고 했다. 갑판에 끌려 올라오자마자 그는 바닷물과 기름을 함께 토했다. 천다하이는 그의 등을 두드리다가, 자기 손바닥이 그 사람 작업복의 기름으로 까맣게 젖은 것을 봤다. 기관실의 기름과 냄새가 달랐다. 짐을 태운 냄새였다.

그는 건져 올린 사람을 셌다. 열하나째에서 052D의 구조정이 푸캉 옆에 붙었다. 군함 쪽 수병이 담요를 던져 올렸고, 담요 귀퉁이에 그 배의 번호가 찍혀 있었다. 천다하이는 담요를 받아 조리원의 어깨에 덮었다. 갑판 위로 네 번째 울림은 끝내 올라오지 않았다.

*

1130부터 신채호함은 3노트로 남쪽을 걸었다.

머리 위는 시끄러웠다. 헬기 둘이 한자리에 오래 떠서 무언가를 끌어 올렸고, 구조정 기관이 물을 가르며 오갔다. 지완은 그 소리들을 하나씩 불러 해도에 옮기게 했다. 로터가 한자리에 오래 머뭅니다. 담그지 않습니다. 사람을 끌어 올리는 소리입니다. 1400에 푸캉 3호의 기관 소리가 멎었다가 다시 걸렸다. 사람을 다 건진 배가 내는 소리라고, 지완은 그렇게만 말했다.

그 사이 1250에 한 번, 머리 위의 소리가 바뀌었다. 북쪽에서 돌아온 후미 호위의 헬기 하나가 인양을 멈추고 줄을 길게 내렸다. 청음기였다. 담그고 듣고, 끌어 올려 옮기고 다시 담갔다. 칸을 채우는 순서가 이 배가 걸어온 길을 따라오고 있었다.

“하나가 사냥으로 돌았습니다. 다음 칸은 여기서 600입니다.”

윤재는 추진을 끊었다. 배가 서서 천천히 가라앉았다. 1256에 핑이 처음 닿았다. 층 아래까지 내려온 날카로운 소리였다. 조타장이 수평타에서 손을 뗐고, 발령소의 몇이 입을 벌려 숨을 쉬었다. 1259에 두 번째 핑이 왔다. 지완의 손가락 하나가 남은 칸을 가리켰다.

1301에 청음기가 물 밖으로 끌려 올라갔다. 다음 칸으로 옮겨 가지 않았다. 로터 소리가 북쪽으로 기울더니 다시 한자리에 오래 머물렀다. 인양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지완은 한참 듣다가 고개를 저었다. 누가 그 헬기를 불러들였는지 소리는 말해 주지 않았다.

같은 시각 052D 선두함 함교에서는 리 첸이 전대 공용 주파수의 송화기를 내려놓고 있었다. 그가 후미함에 보낸 말은 두 줄이었다. 이 해역 수색은 선두함이 마쳤다. 접촉 없음, 헬기는 인양을 계속하라.

1930에 남쪽에서 새 소리가 왔다. 작은 기관 수십이 줄을 맞춰 북쪽으로 올라오는 소리였다. 지난 9일에 머리 위를 빗자루처럼 쓸고 간 무인 수상정 떼였다. 저마다 아래로 짧게 핑을 쏘았다.

“줄이 깁니다. 우리 위로 옵니다. 12분입니다.”

“심도 300으로 내린다.”

배가 앞으로 기울었다. 280에서 선체가 울었고, 300에서 섰다. 무인정의 핑이 층에 부딪혀 비 오는 양철 지붕 소리를 냈다. 1938에 첫 줄이 거의 머리 위에 왔다.

1941에 그 소리가 한꺼번에 끊겼다.

수십 개가 같은 초에 멎었다. 핑도 기관도 없었다. 잠시 뒤 해면 쪽에서 무언가 타닥타닥 튀는 소리가 났고, 그다음은 파도 소리뿐이었다. 발령소의 전등이 한 번 아주 짧게 흐려졌다가 돌아왔다. 300미터의 물이 나머지를 막았다.

“위에서 뭔가가 탔습니다. 전부 한꺼번에요.”

“누가 했나?”

“모릅니다. 사람이 탄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윤재는 해도에 시각만 적었다. 1941 상방 무인정 다수 동시 정지. 누가 그 하늘을 태웠는지는 적을 칸도, 알 길도 없었다.

*

2300에 백 소령이 발령소로 올라와 잔량을 불렀다.

“전지 이틀. 산소는 사흘. 흡수제는 이틀 반. 제일 짧은 게 전지야.”

“올라가야 합니까?”

“올라가야 해. 내일 안에.”

윤재는 쪽지의 숫자를 고쳐 적었다. 어뢰 1, 전지 이틀. 조타장이 손잡이를 쥔 채 물었다.

“위에 누가 있을지 아십니까?”

“모른다. 그래서 올라간다.”

쪽지 맨 아래, 신양 7호와 푸캉 3호라는 두 이름 밑에는 끝내 줄이 그어지지 않았다.

38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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