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5,189자) · 강윤재와 리 첸 · 8월 28일(토)

0300

심도 (3차대전 3부작 제2부) · 네오

8월 28일 0300, 베이징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실의 직통 전화가 벽시계의 초침보다 먼저 울렸다.

연합참모부 쪽 배석자가 수화기를 들었다.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듣기만 했고, 듣는 동안 왼손으로 탁자 위 계획서 사본의 모서리를 접었다 폈다. 에어컨이 8월 새벽의 열기를 겨우 눌러 놓은 방이었다. 해군 쪽 배석자의 찻잔에서 가늘게 오르던 김이 수화기 놓이는 소리에 끊겼다.

“한국 중부 내륙에서 발사 징후입니다. 다수입니다. 지금 궤적을 풀고 있습니다.”

해군 쪽 배석자가 먼저 일어섰다.

“그러면 호위를 빼자는 말이 나옵니다. 지금 말씀드립니다. 안 됩니다. 제3제대는 지금 해협 한복판에 있고, 그 배는 지난 석 달 동안 호위 붙은 선단도 끊었습니다.”

“그 배는 한 척입니다.”

연합참모부 쪽이 수화기를 놓고 말했다.

“서해에는 활주로가 있고 비행단이 있고 사람이 수천입니다. 저울에 올려 보십시오.”

“제3제대가 끊기면 상륙이 끝납니다. 9월 1일의 붉은 줄이 그날로 지워집니다.”

“서해가 닫히면 9월 1일은 오지도 않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사본을 내려다봤다. 사본의 호위 명단 첫 칸에는 선두 052D의 함장 이름이 있었고, 해군 쪽 배석자의 연필 끝이 그 이름 위에서 반 뼘 떠 있었다. 탁자 끝의 등은 돌아보지 않았다. 의자 높은 등받이 위로 흰 머리 뒤통수가 보였고, 그 뒤통수가 한 번 아래로 움직였다.

배석자 하나가 그 곁으로 가서 허리를 굽혔다. 돌아와 읽은 것은 세 문장이었다.

“한국이 쏘았다. 서해와 해협을 동시에 감당할 수 없다. 호위의 절반을 북으로 돌린다.”

해군 쪽 배석자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러고는 연필을 내려놓고 물었다.

“누가 남습니까?”

“사령부가 정합니다.”

그 말은 5분 안에 종이가 되어 닝보의 전대 사령부로 내려갔다. 종이는 복사기에서 나올 때 아직 더웠고, 가져가는 사람이 복도를 걷는 동안 구두 소리가 문마다 한 번씩 울렸다. 방에서는 아무도 다시 입을 열지 않았다. 해군 쪽 배석자의 찻잔만 식은 채 뚜껑이 열려 있었다.

*

같은 시각, 도쿄 총리 관저 지하의 위기관리센터는 형광등 하나가 깜박이는 채로 켜져 있었다.

고칠 사람이 없었다. 벽 가득한 화면에는 서해와 해협이 나란히 떠 있었고, 사세보 항 영상 속의 크레인은 이번에도 팔을 반쯤 든 채였다. 탁자 위의 보리차 잔마다 얼음이 반쯤 녹아 가라앉아 있었다. 방위상이 그 잔에 손도 대지 않고 화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중국이 해협 호위를 북으로 뺀다는 첩보가 방금 들어왔습니다. 서울이 쏘았고, 그 값을 해협에서 치르는 겁니다. 지금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해협 동쪽에 붙이면 비용은 작고 지분은 큽니다.”

외무상이 고개를 저었다.

“지분은 이기는 쪽이 정해졌을 때 값이 나옵니다. 서울이 쏘았다는 건 서울이 이긴다는 말이 아니고, 베이징이 흔들린다는 말도 아닙니다. 한 시간 뒤에 저쪽이 도로 모을 수도 있어요.”

“해협에 한국 잠수함이 있지 않습니까?”

관방장관이 물었다. 방위상이 대답하기 전에 외무상이 먼저 말했다.

“서류에 없는 배입니다.”

“그 배가 지금 선단 밑에 들어가 있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서류에 없는 배를 우군으로 올리려면 서류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그 서류에 도장을 찍는 순간 우리는 당사자입니다.”

“서울은 쏘았습니다. 서울은 당사자가 됐습니다.”

“서울은 서울이고 우리는 우리입니다. 먼저 쏜 나라가 먼저 청구서를 받습니다. 청구서가 어느 쪽으로 오는지 보고 나서 서명해도 늦지 않습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얼음 하나가 잔 속에서 가라앉는 소리가 났다. 총리는 방 맨 안쪽에서 화면을 향해 서 있었고, 뒤통수만 보였다. 비서관 하나가 그 곁으로 가서 허리를 굽혔다가 돌아왔다. 손에 쪽지 한 장을 들고 있었다.

“결정입니다.”

비서관이 쪽지를 읽었다.

“문을 열 것인가. 누가 이기는지 보인 뒤에 연다.”

방위상이 입술을 깨물었고, 외무상은 보리차 잔을 처음으로 들었다. 쪽지는 접혀 서류철에 꽂혔다. 지하의 형광등이 한 번 더 깜박였다.

*

0400, 신채호함 발령소에서는 지완이 올렸던 손가락 하나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

무전이 쏟아지는 40초 동안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지완이 두 손으로 헤드폰을 눌렀다.

“끝났습니다. 한꺼번에 시작해서 한꺼번에 멎었습니다.”

0402에 바다 위에서 새 소리가 났다. 기관이 한꺼번에 올라가는 소리였다. 스크루 날개 끝에서 거품이 터지는 소리가 멀리서도 지글거렸다.

“둘이 갑니다. 좌익과 우익입니다. 28노트입니다.”

“어디로?”

“북입니다. 선단을 두고 갑니다.”

조타장이 윤재를 돌아봤다.

“도망입니까?”

“소리는 이유를 말해 주지 않아.”

윤재가 말했다. 이유는 몰랐다. 아는 것은 하나였다. 28노트로 달리는 052D 두 척이 만드는 소리는 이 바다를 덮는다. 그 소리가 멀어져 다시 들리는 거리까지 가려면 6분쯤 걸린다. 그 6분 동안은 이쪽이 내는 소리가 저쪽에 닿지 않는다.

“관에 물을 채운다. 1번, 2번, 3번.”

“셋만입니까?”

어뢰 담당 중사가 되물었다. 윤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사는 밸브 손잡이에 감은 반창고를 한 번 눌러 붙이고 손잡이를 돌렸다. 물 차는 소리는 그 6분 안에 들어갔다. 채우는 데 하나에 1분 40초, 셋에 5분이었다. 중사는 네 번째 관 앞을 지나다가 손잡이에 손가락을 올려 보았고, 돌리지 않고 내려놓았다.

“속력 5노트, 침로 그대로. 선단 밑으로 들어간다.”

윤재는 항해일지의 칸 있는 자리에 적었다. 0402 호위 2 이탈, 북상. 칸이 있는 자리에 적히는 말은 짧았다.

0406에 3번 관에 물이 절반쯤 찼을 때 지완이 손바닥 전체를 들었다. 멈추라는 뜻이었다. 중사가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물이 차던 소리가 끊겼고, 그 자리에 핑이 왔다. 후미 호위가 한 번 쏜 것이었다. 둥글고 날카로운 소리가 선체를 쓸었다. 발령소의 어깨가 한꺼번에 올라갔다. 핑은 한 번으로 끝났다. 2초를 더 기다린 뒤 지완이 손가락을 하나 폈다. 중사가 손잡이를 도로 쥐었다. 2초를 기다린 것이 이 6분 가운데 가장 긴 2초였다.

0408에 지완이 고개를 갸웃했다.

“남은 둘 가운데 후미는 제자리입니다. 선두가.”

그녀가 말을 멈췄다. 한참 듣고 나서 입을 열었다.

“선두가 안 갔습니다. 기관 소리가 안 납니다. 서 있습니다. 서서 듣고 있습니다.”

“그 배냐?”

“발전기가 한 번 떱니다. 그 배입니다.”

조타장이 숨을 들이쉬었다. 열린 줄 알았던 길이 한 곳에서 닫혀 있었다. 윤재는 해도에 선두함의 자리를 찍었다. 선단 3킬로미터 앞이었다. 이 배가 들어가는 길은 그 정면에서 3킬로미터를 비껴 있었다. 서서 듣는 귀는 정면을 가장 잘 들었고, 옆은 한 겹 흐렸다.

“선단 안은 소리가 많다. 저 배도 자기 선단 소리 속에서는 우리를 못 가린다.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한가운데는 호위가 제일 가까운 자리 아닙니까?”

“제일 가까워서 제일 시끄럽다.”

0418에 첫 스크루가 머리 위를 지나갔다. 앞 수송선이었다. 날개가 물을 한 번 때릴 때마다 헤드폰 없이도 선체가 같은 박자로 떨었다. 둔하고 깊은 소리였다. 지완이 입을 벌려 숨을 쉬었다. 코로 쉬면 숨소리가 났다.

머리 위의 바다가 스크루 소리로 한 겹씩 덮이는 동안 천장 배관의 물방울이 평소보다 자주 떨어졌고, 한 방울이 조타장의 손등에 앉았다가 손잡이 가죽 위로 흘러내려 어두운 얼룩 하나를 보탰다. 조타장은 닦지 않았다. 어뢰실에서는 제하가 빈 걸이 옆에 서서 이름표 두 장을 번갈아 읽고 있었다. 읽어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0422에 신양 7호가 지나갔다. 날개 박자가 높고 가벼웠다. 푸캉 쪽에서 두드리던 쇠 소리는 아직 오지 않았다. 0425에 가운데 수송선이 머리 위로 들어왔다. 선단은 9노트로 이 배를 지나쳐 가는 중이었고, 꼬리가 머리 위를 벗어나는 데는 5분이 남아 있었다. 벗어나면 이 배는 후미 호위의 귀 앞에 맨몸으로 남는다.

“부장님, 곧 앞서 갑니다. 올려서 따라붙으면 소리가 납니다.”

“알고 있다.”

“그럼 어떻게.”

조타장이 말을 끝내기 전에 지완이 손을 들었다.

“선단이 느려집니다. 전부요. 스크루 박자가 하나씩 내려갑니다. 8, 7, 6.”

발령소 사람들이 숨을 한꺼번에 내쉬었다. 윤재만 쉬지 않았다.

“왜 느려지지?”

“모르겠습니다. 선두가 서면 뒤가 따라서 섭니다. 서 있는 건.”

“그 배다.”

윤재가 말했다. 선단은 선두를 따라 선다. 그 배가 멈추면 선단 전체가 멈춰서 같이 듣는다. 이쪽이 바라던 길이 열렸고, 그 길을 열어 준 것은 이쪽을 찾는 귀였다. 조타장이 손잡이를 반 칸 밀어 속력을 4노트로 맞췄다. 한 번에 반 칸이었고, 밀고 나서 손바닥으로 손잡이 끝을 덮었다.

*

0420, 052D 선두함 함교.

전대 사령부의 전문이 텔레타이프에서 한 줄씩 밀려 나왔다. 저우 소령이 종이를 찢어 건넸다. 리 첸은 끝까지 읽었다. 우익함과 좌익함은 이미 북으로 떠났다. 마지막 줄은 그의 이름이었다. 선두함은 선단 지휘를 후미함에 인계하고 즉시 북상할 것.

“인계가 5분이면 끝납니다.”

저우가 말했다. 리 첸은 종이를 해도대 위에 눕혔다. 해도에는 0305에 헬기가 소형 접촉을 쫓다 놓친 자리가 연필로 둥글게 감겨 있었다. 어선 크기로 찍혔다가 어선처럼 움직이지 않은 것이었다. 눈이 먼저 왔다. 몸이 뒤에 온다.

“저우 소령, 잠수함이 눈을 먼저 보내는 경우가 있나? 눈은 대개 몸이 가기 전에 간다.”

“있습니다. 무인정이 그렇습니다.”

“무인정이 선단 앞에서 사라졌다. 그 배는 지금 선단 안에 있다.”

“전대에는 어떻게 보고합니까?”

리 첸은 대답하지 않고 통신장을 불렀다.

“예인 소나 전개한다. 선단 속력을 낮추라고 후미함에 전해. 4노트다. 선두함은 소나 전개 중이라 기동할 수 없다고 회신하라.”

저우가 펜을 멈췄다.

“사실입니다. 전개하는 동안은 못 움직입니다. 그런데 사령부가 읽으면.”

“사실이다.”

리 첸이 말했다. 목소리는 평소처럼 낮았다.

“사실만 적어서 보내라. 전부는 적지 마라.”

저우가 한동안 그를 봤다. 그는 7월 6일 밤에 이 함교에서 졸고 있던 사람이었고, 지금은 졸지 않았다. 종이를 접어 가슴 주머니에 넣었다. 접으면서 손이 조금 떨렸다. 통신장이 전문을 치는 키보드 소리가 평소보다 작았다. 후갑판에서 윈치가 돌기 시작했다. 예인 소나는 3분 동안 한 번에 한 바퀴씩 케이블을 물속으로 풀었다. 그동안 배는 속력을 낼 수 없었고, 속력계의 바늘은 눈금 하나씩 내려가 영에서 멈췄다.

36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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