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5,160자) · 강윤재와 리 첸 · 7월 27일(화)

같은 소리

심도 (3차대전 3부작 제2부) · 네오

7월 27일 1000, 신채호함은 24시간째 같은 자리에 떠 있었다.

어제 이 시각 바닥에서 딸깍 소리가 난 뒤로 윤재는 배를 세웠다. 추진을 끊고, 환풍을 최저로 내리고, 발전기만 겨우 돌게 두었다. 배는 서 있으면 아주 천천히 가라앉았다. 조타장이 수평타를 손끝으로 조금씩 만져 심도 150을 지켰다. 한 번 만질 때마다 유압이 한숨 같은 소리를 냈고, 그때마다 발령소의 몇이 눈을 감았다. 배 안에서 초침 소리가 나는 시계는 어제 전부 서랍 속 수건에 싸여 들어갔고, 발령소 벽시계 하나만 소리 없이 돌았다.

미끼 수송선은 어제 오후 동쪽으로 사라졌다가 해 질 무렵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가지 않고 돌았다. 8노트로 반지름 5킬로미터쯤 되는 원을 그리며 밤새 신채호함 머리 위를 지나갔다가 멀어졌다가 다시 왔다. 짐을 나르는 배는 원을 그리지 않았다. 그 원 하나로 덫이라는 것은 끝났다. 남은 것은 덫에서 나오는 일이었다.

공기는 벌써 무거웠다. 이산화탄소 수치가 경고선 아래 두 칸까지 올라와 있었고, 발령소 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숨을 쉬었다. 코로 쉬면 숨이 모자랐다. 벽의 온도계는 26도였다. 환풍을 줄이면 열이 빠지지 않았고, 열이 쌓이면 사람들이 땀을 흘렸다. 누군가의 땀이 해도 위로 떨어져 연필 선 하나를 번지게 했다.

1012에 조타장이 딸꾹질을 했다.

소리는 작았다. 그런데 모두가 들었다. 조타장이 입을 틀어막았다. 두 번째가 손바닥 안에서 났다. 지완이 헤드폰을 쓴 채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조타장을 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 얼굴이 수송선 소리보다 크다고 말하고 있었다.

오 하사가 조리실에서 숟가락 하나를 들고 발령소로 왔다. 숟가락에 설탕이 수북했다. 조타장은 그것을 받아 입에 털어 넣고 눈을 감은 채 삼켰다. 세 번째는 오지 않았다. 오 하사는 빈 숟가락을 받아 들고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돌아갔다. 조타장은 끝까지 오 하사를 쳐다보지 않았다.

*

1000, 동쪽 15킬로미터. 052D 함교의 해도대 위에 해저 노드 스물넷의 자리가 점으로 찍혀 있었다. 그 가운데 셋에 붉은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7번, 9번, 11번이었다. 어제 1000 무렵 셋이 차례로 한 번씩 깨어났다. 깨어나 무엇을 들었는지는 노드가 말하지 않았다. 셋 다 짧은 딸깍 하나였다. 쇠가 쇠를 한 번 건드린 소리였다.

리 첸은 세 점을 이어 삼각형을 그렸다. 삼각형 안쪽이 5킬로미터였다. 그 안에 있었다. 어제부터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였다면 다른 노드가 깨어났을 것이었다.

“24시간을 안 움직입니다. 전지가 버틸까요?”

“버티니까 안 움직이지.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틸 거야.”

저우 소령이 삼각형 안에 부표를 까자고 했다. 리 첸은 고개를 저었다. 부표를 깔면 헬기가 와야 했고, 헬기가 오면 이 바다가 시끄러워졌다. 시끄러우면 그 배는 그 소리 뒤로 움직였다. 여섯 주 동안 그 배가 한 일이 그것이었다.

“소리로 조인다. 1번함, 기관 걸어. 2노트로 30분, 삼각형 북쪽 변을 따라 서쪽으로. 30분 뒤에 끄고, 2번함이 남쪽 변을 따라 동쪽으로.”

“한 척씩입니까?”

“한 척씩. 움직이는 배는 벽이야. 벽이 다가오면 숨은 쪽은 둘 중 하나를 해. 더 가만히 있거나, 벽 반대쪽으로 조금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으면 벽이 지나가고, 움직이면 노드가 깨. 우리 배는 서서 듣는다.”

1030에 1번함이 기관을 걸었다. 리 첸의 052D는 서 있었다. 예인 소나를 깊게 내려 두고, 발전기 떨림만 남긴 채였다. 음탐장이 헤드폰을 쓰고 1번함의 소리 뒤를 들었다. 1번함이 지나간 자리의 물이 가라앉을 때, 그 속에서 무언가가 한 번이라도 자세를 고치는 소리를 기다렸다.

1번함이 지나가는 30분 동안 함교의 누구도 앉지 않았다. 당직 장교는 초시계를 쥐고 있었고, 조타수는 키를 놓은 채 두 손을 등 뒤로 모았다. 리 첸은 창가에 서서 바다를 봤다. 볼 것은 없었다. 1번함의 항해등도 꺼져 있었다. 그는 보이지 않는 1번함이 지금 삼각형의 어느 변 위에 있을지를 초시계의 숫자로 셌다. 1100에 1번함이 기관을 껐고, 음탐장이 헤드폰을 벗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자세를 고치지 않았다.

1110에 전대 사령부에서 전문이 왔다. 진척 보고를 요구하는 두 줄이었다. 리 첸은 그 종이를 해도대 서랍에 넣고 서랍을 닫았다. 저우 소령이 그 서랍을 봤다.

“오늘 안에 답을 드려야 합니다.”

“오늘 안에 줄 답이 생기면 줘.”

*

1400, 신채호함 발령소. 지완이 방위를 불렀다.

“북쪽 벽이 끝났습니다. 남쪽에서 다른 게 옵니다. 052D입니다. 2노트, 동쪽으로. 소리가 전에 것하고 다릅니다. 두 번째 배입니다.”

윤재는 해도에 두 선을 그었다. 북쪽 선과 남쪽 선이 신채호함을 가운데 두고 평행하게 누웠다. 1630에 세 번째 배가 서쪽 변을 따라 올라왔다. 윤재는 세 번째 선을 그었다. 선 셋이 만든 삼각형 한가운데에 이 배가 있었다. 세 선이 한 번씩 올 때마다 삼각형이 조금씩 작아졌다.

“이쪽을 봤습니까?”

함장이 물었다. 윤재는 고개를 저었다.

“못 봤습니다. 봤으면 벌써 쐈을 겁니다. 소리로 우리를 한 칸씩 가두고 있습니다. 넷째 배가 안 움직입니다. 그 배가 듣고 있습니다.”

“그 배로군.”

“예. 벽은 셋이 세우고, 듣는 건 하나입니다.”

함장은 해도 위의 삼각형을 오래 봤다. 그의 이마에 땀이 한 줄 흘러 눈썹에서 멈췄다. 함장은 닦지 않았다.

“빠져나갈 길은?”

“미끼입니다.”

윤재가 연필로 미끼 수송선의 원을 짚었다. 수송선은 여전히 8노트로 원을 그리고 있었다. 저쪽이 세운 벽 가운데 저쪽이 끄지 못하는 벽이 하나 있었다. 미끼가 끄면 미끼인 것을 들키니까 미끼는 계속 돌았다. 그 스크루 소리는 052D 세 척이 번갈아 세우는 벽보다 크고 넓었다.

“미끼가 가장 가까이 올 때 그 밑으로 들어갑니다. 스크루 바로 뒤, 물이 뒤집히는 자리입니다. 거기서는 누구도 우리 소리를 못 가립니다. 미끼 소리에 섞여서 원을 따라 반 바퀴 돌고, 미끼가 삼각형 밖으로 나가는 자리에서 떨어집니다.”

“미끼 선원은 우리가 밑에 있는 걸 모르겠지.”

“모릅니다. 알면 멈출 겁니다.”

1712에 미끼가 가장 가까이 왔다. 거리 600. 윤재가 4노트를 걸었다. 스물아홉 시간 만에 처음으로 추진축이 돌았다. 배가 앞으로 기울듯 움직였고, 발령소의 누군가가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머리 위로 수송선의 스크루가 지나갔다. 둔하고 거대한 소리가 선체를 두드렸다. 벽이 우는 것 같았다. 지완은 헤드폰 볼륨을 끝까지 내리고도 얼굴을 찡그렸다.

미끼 밑에서의 반 바퀴는 25분이 걸렸다. 수송선은 원을 그렸으므로 신채호함도 원을 그려야 했다. 조타장이 타를 조금씩 돌려 스크루 소리의 한가운데를 따라갔다. 너무 가까우면 뒤집힌 물살이 선체를 흔들었고, 너무 멀면 소리의 가장자리로 이 배의 소리가 비어져 나왔다. 조타장은 눈을 감고 있었다. 눈 대신 선체가 떠는 것으로 거리를 쟀다. 떨림이 커지면 타를 조금 풀고, 작아지면 조금 감았다. 윤재는 그의 손등에 힘줄이 섰다 누웠다 하는 것을 봤다. 딸꾹질을 하던 사람의 손이 아니었다.

*

1740, 052D 소나실. 음탐장이 한 손을 들었다.

“미끼 소리가 이상합니다.”

리 첸이 그의 뒤에 섰다. 화면의 폭포수에서 미끼의 선들은 굵고 곧았다. 음탐장이 한 선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스크루 날개가 물을 때리는 주기였다. 그 선 옆에 아주 가는 선 하나가 따라붙어 있었다. 주기가 조금 달랐다. 스크루가 뒤집은 물이 가라앉는 소리에 무언가가 한 겹 겹쳐 있었다.

“그림자가 붙었습니다. 미끼 뒤에 뭔가가 같이 돕니다.”

리 첸은 그 가는 선을 한참 봤다. 그러고 나서 통신장에게 말했다.

“미끼, 기관 정지.”

저우 소령이 돌아봤다.

“미끼를 세우면 미끼인 걸 그 배가 압니다.”

“이미 알아. 알고 저 밑에 들어간 거야. 벽을 치우면 그 배는 맨몸이 돼.”

1741에 미끼의 선장이 기관을 껐다. 무전 너머로 그가 짧게 물었다. 무슨 일이냐고. 리 첸은 대답하지 않았다.

*

1741, 신채호함. 머리 위의 스크루가 멎었다.

거대한 소리가 한순간에 빠져나가자 바다가 텅 비었다. 신채호함의 추진축이 도는 소리가 발령소 사람들 귀에까지 들렸다. 조타장이 손잡이를 끝까지 당겼다. 추진이 끊겼다. 배가 미끼의 선체 아래 150미터에서 천천히 앞으로 밀려가다가 섰다.

“멈춰. 전부 멈춰.”

윤재는 입술로만 말했다. 지완이 두 손으로 헤드폰을 눌렀다. 한동안 아무 소리도 없었다. 파도가 미끼 수송선의 옆구리를 치는 소리만 위에서 둥둥 내려왔다. 그러다 지완이 고개를 들었다.

“서쪽입니다. 발전기가 한 번 떨었습니다. 그 배입니다.”

“거리.”

“2,100입니다. 아까는 4,200이었습니다. 저쪽이 우리 쪽으로 왔습니다. 기관을 끈 채로 흘러왔습니다.”

윤재는 해도 위에 2,100을 적었다. 숫자를 적는 연필심이 부러졌다. 함장이 자기 가슴 주머니에서 연필 하나를 꺼내 윤재 손에 쥐여 주었다. 끝이 뭉툭한 연필이었다.

2100까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미끼는 선 채로 파도에 밀려 조금씩 북쪽으로 흘렀고, 신채호함은 그 배의 그림자에서 한 뼘씩 벗어나고 있었다. 윤재는 어뢰실에 전화 대신 사람을 보냈다. 수병 하나가 양말만 신은 발로 통로를 걸어가 어뢰 담당 중사의 귀에 한 줄을 전했다. 1번 관, 물 채울 준비만. 중사는 반창고 감긴 밸브 손잡이에 손을 얹고, 돌리지 않은 채 그대로 기다렸다. 채우는 소리는 저쪽이 먼저 소리를 낸 다음이어야 했다.

*

2200, 052D 함교. 리 첸은 해도대 위의 삼각형을 지우개로 지웠다. 삼각형이 있던 자리에 이제 점 하나만 있었다. 미끼 아래, 2,100미터였다.

그는 잔량표를 끌어당겨 한 줄씩 손가락으로 짚었다. 대잠 로켓 여든, 폭뢰 마흔. 넉 척을 다 합친 숫자였다. 그리고 전대 사령부로 보낼 전문 양식을 폈다가 다시 덮었다. 보고는 나중이었다. 세 번째로 틀리면 다음은 없었다.

“폭뢰 준비. 대잠 로켓 전부.”

저우 소령이 받아 적다가 펜을 멈췄다.

“전부입니까?”

“전부. 한 번에 끝내.”

통신장이 네 척에 명령을 돌리는 동안, 리 첸은 창밖을 봤다. 달이 막 떠올라 있었다. 달빛 아래 기관을 끈 미끼 수송선이 옆으로 누운 채 파도에 흔들렸고, 그 갑판 위에서 누군가 손전등을 켰다가 황급히 껐다.

해도대 모서리에 저우 소령이 적다 만 명령서가 놓여 있었고, 펜 뚜껑이 그 위에서 천천히 굴러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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