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5,119자) · 리 첸 · 7월 7일(수)

명단

심도 (3차대전 3부작 제2부) · 네오

7월 7일 0600, 전대 통신실에서 다음 선단의 호위 명단이 올라왔다. 리 첸은 함교 해도대 위에 그 종이를 펴고 문진 대신 커피잔 두 개로 모서리를 눌렀다.

선단은 닷새 뒤 저장성 앞바다에서 모여 해협을 건넌다. 군 수송선 둘과, 징발된 민간 화물선 둘이었다. 민간선 두 척은 이름과 선적항과 총톤수가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 선원 명단이 붙어 있었다. 한 척에 열아홉, 다른 한 척에 스물하나였다. 리 첸은 두 번째 배의 명단을 손가락으로 따라 내려갔다. 선장, 1등 항해사, 기관장, 그리고 1등 기관사 천다하이, 마흔여섯 살, 닝보 거주. 이름 옆 비고란에 전 승선 선박이 적혀 있었다. 리 첸은 그 배 이름을 알았다. 지난달 전대 손실표에 올라 있던 이름이었다. 천다하이는 그 배가 나가기 직전에 내렸고, 그 덕에 이 명단에 다시 이름이 올라 있었다.

그는 이 선단에 자기 전대를 붙이겠다고 어제 밤 전대 사령부에 올렸다. 그 배는 짐배만 쏜다. 짐배 곁에 있으면 그 배가 온다. 명령서의 추적 전담이라는 말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그는 적었고, 사령부는 새벽에 승인을 내려보냈다. 호위로 붙되 호위가 아니었다. 미끼 곁에서 기다리는 것이었다.

저우 소령이 옆에서 명단을 넘겨다봤다.

“민간선을 넣는 건 군수 쪽 결정입니다. 수송선이 모자랍니다. 지난달에만 넉 척을 잃었으니까요.”

“알아. 그 넉 척 가운데 셋에 민간 선원이 타고 있었지.”

저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

0900에 민간선 선주 쪽 대리인이 무선으로 들어왔다. 상하이의 해운 회사 운항 담당이었고,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조금 쉬어 있었다.

“함장님, 저희 배 두 척은 호위가 더 붙지 않으면 못 내보냅니다. 회사가 정한 게 아니라 선원들이 안 탑니다. 지난달에 간 배 가운데 돌아온 게 없다는 걸 다들 압니다. 가족들이 부두까지 와서 막고 있습니다.”

“징발된 배입니다. 출항 여부는 회사가 정하지 않습니다.”

“압니다. 군수 우선이라는 것도 압니다. 그러면 적어도 052D 한 척을 우리 배 곁에 붙여 주십시오. 앞에 서는 게 아니라 곁에 서는 걸로요.”

리 첸은 무전기를 쥔 채 해도를 봤다. 곁에 052D가 서면 민간선은 그만큼 안전해 보였다. 그리고 그만큼 그 배가 노릴 표적이 되었다. 호위가 붙은 배가 중요한 배라는 것을 그 배의 함장도 알았다.

“곁에 붙이지 않겠습니다. 대신 선단 속력을 민간선에 맞추겠습니다.”

“그게 무슨 도움이 됩니까?”

“뒤처지는 배가 없으면 혼자 떨어지는 배도 없습니다. 혼자 떨어진 배부터 맞습니다.”

“선원들 가족이 저한테 묻습니다. 군함이 왜 우리 배 곁에 안 서느냐고요. 저는 뭐라고 해야 합니까?”

“곁에 서면 그 배가 먼저 곁을 봅니다. 그렇게 말하십시오.”

대리인은 한참 말이 없다가, 선원들에게 그대로 전하겠다고 했다. 전한다고 탈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

1300, 닝보 항 여객터미널 2층의 선원 가족 대기실은 창이 크고 에어컨이 약했다. 유리창 너머로 크레인 네 대가 멈춰 서 있었고, 부두의 짐차들이 같은 자리에 줄지어 햇볕을 받고 있었다.

쑤잉은 사십 대 초반이었고,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했다. 방학이라 대기실에 나올 수 있었다. 그날 오후 그녀는 벽의 게시판 앞에 서 있었다. 해운 회사가 붙여 둔 게시판이었는데, 한 달 전까지는 입항 예정표가 붙어 있던 자리에 지금은 A4 종이가 여러 장 겹쳐 붙어 있었다. 종이마다 배 이름과 날짜와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연락 두절, 수색 중. 그 아래에 사람 이름은 없었다. 이름은 가족에게만 따로 전화로 알린다고 했다. 게시판 한쪽 귀퉁이에는 애국 방송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누군가 그 위에 테이프로 아이 사진 한 장을 붙였다가 떼어 낸 자국이 남아 있었다.

대기실 텔레비전에서는 해협의 승전 소식이 흘렀다. 교두보가 넓어졌다고 했다. 보급선 이야기는 없었다. 대기실의 여자들은 텔레비전을 보지 않았다. 다들 휴대전화를 무릎에 올려놓고 있었다.

쑤잉의 전화가 울렸다. 천다하이였다. 배에서 잠깐 신호가 잡혔다고 했다.

“닷새 뒤에 나간대. 이번엔 군함이 같이 간대.”

“지난번에도 같이 간다고 했잖아.”

“이번엔 선장이 무전으로 직접 들었대. 속력을 우리한테 맞춰 준대. 군함이 짐배한테 맞춰 준다는 건 처음 들어 봐.”

쑤잉은 게시판의 종이들을 봤다. 연락 두절, 수색 중. 그 가운데 한 장은 남편이 전에 탔던 배였다. 다하이도 그것을 알았다.

“밥은 먹었어?”

“먹었어. 기관실이 더워서 식당보다 거기가 나아.”

전화가 끊겼다. 쑤잉은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었다. 옆자리의 젊은 여자가 아기를 안은 채 쑤잉을 보다가, 통화가 됐느냐고 물었다. 쑤잉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부럽다고 하지 않았다. 대신 아기 포대기를 한 번 여미고 자기 휴대전화 화면을 다시 켰다. 화면에는 아무 알림도 없었다. 쑤잉은 게시판 앞을 떠났다. 대기실 문을 나서기 전에 한 번 돌아봤다. 텔레비전 속 아나운서가 웃고 있었다.

*

1510에 가동 중인 대잠 헬기 한 대가 접촉을 올렸다. 함에서 동쪽으로 14킬로미터, 디핑 소나에 느린 표적 하나가 걸렸다고 했다. 헬기 조종사의 목소리가 무전으로 들어오는 동안 함교 뒤쪽이 술렁였다. 여섯 주 동안 이 전대가 먼저 잡은 것은 없었다.

“함장님, 투하 허가 요청합니다. 3노트로 서쪽으로 움직입니다. 그 배의 속력입니다.”

저우 소령이 먼저 대답하려는 것을 리 첸이 손을 들어 막았다.

“소리 들려줘.”

헬기가 보낸 음향이 함교 스피커로 흘렀다. 낮게 울리다가 멎고, 한참 뒤에 다시 길게 울었다. 끝이 위로 휘어 올라갔다. 음탐장이 소나실에서 올라와 스피커 옆에 귀를 댔다.

“판단이 어렵습니다. 기계음은 아닙니다만, 그 배가 기계음을 안 낸다는 걸 생각하면.”

“기계를 멈춘 배는 울지 않아.”

그러나 헬기는 이미 투하 위치에 있었고, 조종사는 다시 허가를 요청했다. 전대 명령서의 추적 및 제거라는 글자가 저우 소령의 손에 들려 있었다. 리 첸은 3초를 세고 나서 허가했다. 한 발이었다.

1523에 대잠 어뢰가 물에 들어갔다. 1531에 폭발음이 왔다. 헬기가 그 자리로 내려가 수면을 비췄다. 기름은 없었다. 대신 넓게 번지는 붉은 물이 있었고, 한참 뒤에 거대한 등 하나가 뒤집힌 채 떠올랐다.

무전이 한동안 조용했다. 조종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고래였다고 했다. 리 첸은 셈을 적은 종이에서 대잠 어뢰 잔량 여섯에 줄을 긋고 다섯이라고 고쳐 적었다. 그 옆에 적었다. 판단 함장. 저우 소령은 그 글자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헬기가 돌아와 갑판에 내렸을 때 조종사는 헬멧을 벗지 않은 채 한참 조종석에 앉아 있었다. 정비병들이 로터가 멎기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리 첸은 함교 창으로 그것을 내려다봤다. 교범은 느린 표적이 걸리면 쏘라고 했다. 교범대로 했고, 교범대로 틀렸다. 여섯 발 가운데 한 발이 바다에 들어가 고래 한 마리를 뒤집었다. 그 배는 오늘 어디선가 이 폭발음을 들었을 것이다. 저쪽의 귀는 한 발 쏠 때마다 이쪽의 자리를 하나씩 배웠다.

*

1800에 선단 구성 회의가 무선으로 열렸다. 수송선 둘의 선장과 민간선 둘의 선장과 호위 052D 둘의 함장이었다. 리 첸이 선단 속력을 알렸다.

“9노트로 간다.”

무전 너머에서 군 수송선 선장이 되물었다.

“12노트가 기준입니다. 9노트면 하루가 늘어납니다.”

“민간선 두 척 가운데 하나가 기관이 낡아서 10노트를 오래 못 버틴다. 뒤처지면 혼자 남는다. 혼자 남은 배부터 맞는다.”

회의가 끝나자 저우 소령이 함교 한쪽으로 리 첸을 불렀다. 둘 다 목소리를 낮췄지만, 좁은 함교에서 당직들은 다 들었다.

“느리면 보급 날짜가 줍니다. 하루 늦게 닿으면 교두보의 탄약도 하루 준다는 겁니다. 스무하루가 스무날이 됩니다. 함장님이 그 하루를 빼시는 겁니다.”

“빠르면 한 척을 잃어. 한 척을 잃으면 사흘이 줄어.”

“잃는다고 정해진 게 아닙니다.”

“여섯 주 동안 그 배가 놓친 적이 몇 번이지?”

저우는 계산하지 않았다.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숫자였다.

“전대에는 제가 그대로 올리겠습니다. 함장님이 민간선 때문에 보급을 늦췄다고.”

“그렇게 올려. 틀린 말이 아니니까.”

리 첸은 해도대로 돌아가 선단 예정 항적에 새 시각들을 적었다. 12노트로 그렸던 선 위에 9노트의 점들이 조금씩 뒤로 밀려 찍혔다. 밀린 거리만큼 해협을 건너는 시간이 늘었다. 그 배가 기다릴 시간도 늘었다.

*

2300에 리 첸은 통신실로 내려갔다. 통신장이 일어서려는 것을 손으로 눌러 앉혔다.

“천다하이가 탄 배, 선장 말고 기관실에 직접 닿는 선이 있나?”

“기관실 비상 무전이 있습니다. 민간 주파수입니다.”

리 첸은 종이 쪽지에 숫자 하나를 적었다. 전대 비상 주파수였다. 선단 명령서에는 없는 숫자였고, 군 수송선만 쓰는 것이었다. 민간선에 알려 주면 안 되는 숫자는 아니었지만, 알려 주라고 한 사람도 없었다.

“이걸 그 배 기관실로 보내. 암호 없이 평문으로. 선장 말고 기관실로. 배가 맞으면 선교가 먼저 날아가. 그러면 기관실이 이걸로 부르라고 해.”

“누구를 부릅니까?”

“우리를.”

통신장이 쪽지를 받아 한동안 들여다보다가 송신기로 몸을 돌렸다. 그는 송신을 걸기 전에 통신 일지를 폈다가, 적을 칸을 찾지 못하고 도로 덮었다. 리 첸은 그것을 봤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리 첸은 통신실 문턱에서 그 짧은 송신이 끝날 때까지 서 있었다. 저쪽 기관실에서 수신 확인 신호가 두 번 돌아왔다. 누가 눌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

*

함교로 돌아오니 저우 소령이 해도대에 전대 문서철을 펴 두고 졸고 있었다. 리 첸은 그를 깨우지 않았다. 호위 명단을 다시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맨 뒷장까지 넘겼다.

맨 뒷장은 반쯤 비어 있었다. 다음 선단, 그다음 선단의 예정이 짧게 적혀 있었고, 가장 아래에 한 줄이 있었다. 제3제대, 8월 말 편성 예정, 대형 수송선 셋, 민간선 편성 검토 중.

리 첸은 그 줄을 오래 봤다. 민간선 편성 검토 중이라는 말대로라면 그때도 수송선은 모자랄 것이었다. 그때도 누군가의 남편이 기관실에서 밥을 먹을 것이었다. 대형 수송선 셋이면 한 번에 3주분이었다. 그것이 닿으면 교두보는 9월을 넘겼다. 그것이 끊기면 계획서의 붉은 줄이 끊겼다. 그 배도 언젠가 이 줄을 알게 될 것이었다.

명단 맨 끝 줄 아래, 누군가 연필로 그어 둔 밑줄이 종이를 조금 찢고 지나가 있었다.

11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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