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111자) · 리 첸 · 7월 6일(화)

오보

심도 (3차대전 3부작 제2부) · 네오

7월 6일 0200, 리 첸 중령은 함장실 접이식 책상 앞에서 전자정찰 요약을 받았다. 얇은 감열지 넉 장이었고, 전대 통신실에서 막 뽑아 온 것이라 종이가 아직 따뜻했다.

셋째 장 가운데쯤에 한 줄이 있었다. 7월 2일 1308부터 1326까지, 미상 송신, 방식 위성 압축 전문, 위치 추정 오차 반경 8킬로미터. 그는 그 좌표를 해도에 옮겼다. 자기가 7월 1일에 격침 추정이라고 적어 올린 자리에서 남동쪽으로 11킬로미터였다.

가라앉은 배는 송신하지 않는다.

함장실은 좁았다. 침대 하나와 책상 하나와 옷장 하나가 들어가면 사람은 옆으로 서야 했다. 책상 위 유리판 밑에는 해협 해도의 축소판과 교관 시절 생도들과 찍은 단체 사진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 사진 속 생도들은 모두 의자 없이 서 있었다. 리 첸은 유리판 위에 감열지를 펴 놓고 한참을 서서 봤다. 앉지 않았다.

그는 넷째 장을 넘겼다. 해상 민병 어선 하나가 7월 4일 새벽 남쪽 해역에서 올린 보고가 붙어 있었다. 회색 선체 옆에 낮고 검은 물체가 2시간 붙어 있었다, 어두워서 무엇인지는 모른다. 누군가 그 보고 아래에 연필로 참고 불요라고 적어 두었다. 리 첸은 그 연필 글씨를 손톱으로 한 번 긁었다.

그는 종이 넉 장을 겹쳐 들고 함교로 올라갔다. 계단의 난간이 밤이슬에 젖어 손바닥에 차게 달라붙었다. 함교는 계기 불빛만 켜 둔 채 어두웠고, 당직 장교와 조타수와 견시가 제자리에 서 있었다. 저우 소령은 해도대 옆 의자에서 팔짱을 끼고 졸고 있었다. 전대 사령부에서 이 배에 태워 보낸 참모였다.

“저우 소령.”

저우가 눈을 떴다. 리 첸은 첫 장을 그의 무릎 위에 놓았다.

“내가 틀렸어. 그 배는 살아 있어.”

*

0240에 둘은 해도대를 사이에 두고 섰다. 저우가 종이를 끝까지 읽고 나서 말했다.

“송신 한 번으로 단정하시면 안 됩니다. 다른 잠수함일 수 있습니다. 미국 것일 수도 있고, 일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 것은 이렇게 가까이 안 들어와. 일본은 아직 문을 안 열었고. 이 해역에서 들어와서 기다렸다가 쏘고, 사흘을 소리 없이 앉아 있다가, 우리가 멈춰서 듣는데도 빠져나간 배는 하나야.”

“그러면 더 넓게 써야 합니다. 교범대로 구역을 나누고 부표를 깔고 두 척이 번갈아 훑으면, 이 크기의 해역은 이틀이면 덮습니다. 연합리젠 훈련에서 늘 그렇게 했고 늘 잡았습니다.”

리 첸은 해도 한쪽에 붙은 훈련 교범 발췌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훈련 때 우리가 잡은 표적이 뭐였지?”

“가상 적 잠수함입니다.”

“우리 잠수함이 가상 적 흉내를 냈지. 그 친구들은 잡혀 주려고 나왔어. 먼저 소리를 냈고, 소리를 내야 훈련이 끝났으니까. 이 배는 잡혀 주려고 나온 배가 아니야.”

그는 교범 발췌 옆 빈칸에 연필로 줄을 그어 가며 적었다. 훈련에서 표적은 먼저 소리를 냈다, 이 배는 안 낸다. 훈련에서 표적은 12노트 밑으로 안 내려갔다, 이 배는 2노트로 간다. 훈련에서 표적은 사흘을 안 버텼다, 이 배는 버텼다. 적을 때마다 연필심이 종이를 눌러 뒷장에 자국이 났다.

“넓게 쓸면 우리가 시끄러워져. 시끄러우면 그 배는 우리 소리 뒤에 숨어. 멈춰서 들어야 해.”

“멈추면 표적이 됩니다.”

“그 배는 우리를 안 쏴. 여섯 주 동안 호위한테 쏜 적이 없어. 짐배만 쐈어. 쏠 게 아까운 배야.”

저우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목소리를 낮췄다.

“함장님, 저는 전대에 매일 보고를 올립니다. 함장님이 교범을 벗어나시면 그것도 올려야 합니다.”

“올려. 내 이름으로 올려. 그리고 격침 추정도 내 이름으로 올린 거라고 같이 적어. 틀린 사람이 다음 판단을 한다고.”

“그게 함장님께 좋을 게 없습니다.”

“그 배를 놓치는 것보다는 나아.”

저우는 더 말하지 않고 종이 넉 장을 가지런히 모아 겨드랑이에 끼웠다. 그는 함교를 나가기 전에 한 번 돌아봤다. 리 첸은 해도대 위에 두 손을 짚고 11킬로미터라는 숫자를 연필로 둥글게 감싸고 있었다.

*

같은 날 0900, 베이징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실에서 계획서가 한 장 넘어갔다.

지난달 벽시계 아래 붙어 있던 종이 위에 새 종이가 겹쳐졌다. 붉은 줄은 그대로였다. 9월 1일 교두보 확정. 그 아래에 검은 글씨가 한 줄 더해졌다. 해상 보급 손실률 허용치 초과.

회의실은 지난달과 같은 냄새가 났다. 뚜껑 덮인 찻잔들이 줄지어 식어 갔고, 누군가 창을 조금 열어 두어 장마철의 눅눅한 바람이 커튼 자락을 들었다 놓았다. 탁자 끝의 등은 이번에도 돌아보지 않았다. 해군 쪽 배석자가 손실표를 읽었다. 대형 수송선 다섯, 그 가운데 넷 침몰, 하나 대파. 모두 같은 해역이었다.

“한 척입니다. 한 척이 이 숫자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합참모부 쪽 배석자가 말을 잘랐다.

“한 척 때문에 동쪽 전력을 뺄 수는 없습니다. 호위를 붙이면 됩니다. 이미 붙이고 있습니다.”

“호위를 붙일수록 한 번에 잃는 것이 커집니다. 지난주에는 호위함까지 맞았습니다. 그 배를 쫓는 배가 따로 있어야 합니다. 쫓기만 하는 배가.”

배석자 하나가 탁자 끝으로 가서 허리를 굽혔다. 돌아와서 옮긴 말은 짧았다. 해협의 그 배를 없애라.

그 말은 오전 안에 종이가 되었다. 동부전구 사령부를 거쳐 전대로, 전대에서 052D 두 척과 대잠 초계기 편대로 내려갔다. 명령서에는 선단 호위라는 말이 없었다. 해당 미상 잠수함 추적 및 제거 전담.

*

1130에 그 명령서가 리 첸의 함교 텔렉스에서 한 줄씩 밀려 나왔다. 저우 소령이 종이를 찢어 건넸다. 리 첸은 끝까지 읽고 나서 명령서를 해도대 위에 눕히고, 그 위에 자기 셈을 적기 시작했다.

대잠 어뢰 잔량 여섯. 소노부이 재고 마흔, 보급 요청 중. 대잠 헬기 둘 가운데 가동 하나, 나머지 하나는 주 기어박스 교체 대기. 편대 052D 둘, 그중 하나는 함수 손상 수리 뒤 복귀 미정. 그리고 맨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상륙군 보급 잔량 21일.

그 숫자는 전대 군수 참모가 보낸 것이었다. 앞으로 스무하루 동안 해상 보급이 지금 수준으로 이어지면 서해안 교두보의 탄약이 먼저 바닥난다는 예상이었다. 저쪽 바다 밑에서 누가 같은 숫자를 세고 있는지 리 첸은 몰랐다. 그러나 누가 세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이 숫자가 줄기를 바랄 것이었다.

그는 명령서를 들고 함내 방송 수화기를 들었다. 이 배에서 함장이 방송을 하는 일은 드물었다. 교범 영상도 연평도 해전 분석 영상도 틀지 않았다. 자기 목소리로 말했다.

“함장이다. 오늘부터 우리 전대는 선단을 지키지 않는다. 한 척을 쫓는다. 여러분 가운데 그 배가 없는 배라고 들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들었고, 나도 한 번 그렇게 적어 올렸다. 틀렸다. 없는 잠수함은 없다. 들리지 않는 잠수함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할 일은 그 배보다 조용해지는 것이다. 이상.”

함교에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리 첸은 수화기를 걸고 해도대로 돌아왔다. 조타수가 침로를 복창하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반쯤 낮았다. 시키지 않았는데 그랬다. 견시 하나는 쌍안경 끈을 목에서 풀어 손에 감았다. 끈 끝의 쇠고리가 난간에 부딪히지 않게 했다.

*

1400에 리 첸은 전 부서에 정숙 훈련을 걸었다. 기관은 최저로, 취사와 환풍은 정지, 그리고 전원 신발을 벗으라고 했다. 교범에 없는 지시라 부서장들이 두 번씩 되물었다. 함 안이 조용해지자 평소에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어느 격실에서 배관이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소리, 누군가의 손목시계 초침 소리, 매트리스 스프링이 눌리는 소리. 양말만 신은 수병들은 철판 바닥의 냉기가 발바닥으로 올라오는 것을 참으며 제자리에 서 있었다.

1412에 후갑판 창고에서 쇠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스무 살 수병이 스패너를 놓친 것이었다. 부서장이 그를 끌고 함교로 올라왔다. 수병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리 첸은 벌을 주지 않았다. 대신 이름을 물었고, 그 스패너가 어디서 떨어졌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그 창고 바닥에 고무판을 깔라고 했다. 떨어뜨린 사람이 아니라 떨어진 자리가 문제였다.

*

1500에 음탐장이 소나실에서 함교로 올라왔다. 두 귀에 헤드폰 자국이 붉게 나 있었고, 손에 지난 여섯 주 동안의 접촉 기록철을 들고 있었다.

“함장님, 이 배 소리를 한 번도 제대로 못 들었습니다. 기록에 있는 건 전부 저쪽이 쏜 어뢰 소리하고 우리 배들이 맞은 소리뿐입니다.”

“그게 그 배의 소리야. 그 배는 자기 소리를 안 내고 남의 소리로 말해.”

“그럼 뭘 들어야 합니까?”

리 첸은 기록철을 넘겼다. 6월 23일, 근접 폭발 뒤 3초 동안의 기록에서 손을 멈췄다. 폭발 직후, 그 해역에서 아주 짧게 쇳소리 하나가 났다가 끊겼다. 사람이 무언가를 급하게 누르는 소리 같았다. 그 뒤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 3초 뒤에 소리가 하나 났다가 멎어. 기계가 멈춘 게 아니야. 누가 멈췄어.”

음탐장이 그 줄을 오래 들여다봤다. 3초짜리 소리를 그는 그날 오후에만 마흔 번 넘게 되돌려 들었다고, 나중에 저녁 식탁에서 말했다. 리 첸은 기록철을 덮었다.

“그 배는 소리를 참는 사람이 탄다. 우리도 참는 법을 배워야 해.”

*

오후 당직이 바뀌기 전, 리 첸은 함교 벽의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편대 배치와 부표 재고와 헬기 가동 현황이 적혀 있는 판이었다. 그는 지우개를 들어 오른쪽 아래 구석의 낡은 정비 메모를 지웠다. 그리고 마커로 작게 이름 하나를 적었다. 궈원, 기관원.

6월 5일 새벽 기름띠에서 건져 올린 둘 가운데 하나였다. 스물셋 가운데 둘이었다. 궈원은 닝보 항에서 내려 집으로 갔다고 했다. 내리던 날 그는 담요를 개어 리 첸의 수병에게 돌려주었고, 기름이 배어 누레진 그 담요는 세탁을 두 번 하고도 냄새가 빠지지 않아 결국 걸레가 되었다. 레예스는 마닐라로 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가 탔던 배의 이름은 이제 전대의 손실표에만 있었다.

저우 소령이 그것을 보고 물었다.

“그건 왜 적으십니까? 작전과 상관없는 이름입니다.”

“그 배가 두 번 들렸다고 말해 준 사람이야. 어뢰 소리를 들은 사람은 없었어. 그 말이 없었으면 나는 지금도 기뢰를 찾고 있었을 거야.”

저우는 더 묻지 않았다. 리 첸은 마커 뚜껑을 닫았다. 뚜껑이 딸깍 닫히는 소리가 어두운 함교에서 유난히 크게 났고, 견시 하나가 그쪽을 돌아봤다.

화이트보드 구석, 작은 글씨의 이름 옆에 마커 자국이 한 점 번져 있었다.

10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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