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242자) · 강윤재 · 6월 30일~7월 4일

두 시간 반

심도 (3차대전 3부작 제2부) · 네오

6월 30일 0140⁠, 네 번째 차단이었다⁠. 앞의 셋은 지나가는 것을 잡았고⁠, 이번에는 길목에 먼저 가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자리는 해도에서 골랐다⁠. 수심이 갑자기 얕아지는 자리였다⁠. 얕은 데서는 소리가 바닥에 부딪혀 어지러워졌고⁠, 저쪽 대잠 헬기가 청음기를 깊이 넣지 못했다⁠.

0212에 지완이 먼저 들었다⁠. 다섯이었다⁠. 앞에 호위 둘⁠, 뒤에 보급선 셋이었다⁠. 신채호함에 남은 어뢰는 여섯이었다⁠.

“⁠둘을 친다⁠.⁠”

함장이 말했다⁠. 한 척만 치면 나머지가 흩어져 각자 가지만⁠, 둘을 치면 호위가 남은 하나에 붙었다⁠. 붙으면 한 척을 지키느라 쫓아오지 않았다⁠. 쫓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저쪽의 임무였다⁠. 임무가 무엇인지에 따라 저쪽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정해졌고⁠, 그것을 읽는 것이 여기서 하는 일이었다⁠.

표적의 침로를 푸는 데 22분이 걸렸다⁠. 완만한 지그재그라 여덟 번을 재서 평균을 냈다⁠. 0311에 발사관 넷에 물을 채웠다⁠. 호위가 이쪽을 보는지 아닌지는 지완이 알았다⁠. 지완이 지금이라고 했을 때 문을 열었다⁠.

0313에 넷을 쐈다⁠. 두 발씩 두 표적이었고⁠, 이번에는 40초가 아니라 20초 간격으로 뒀다⁠. 40초를 주면 첫 발의 물기둥을 본 배가 돌았고⁠, 20초면 못 돌았다⁠. 대신 한 발이면 될 배에 두 발이 다 들어갈 수 있었다⁠. 앞의 셋과 달리 이번에는 아끼지 않았다⁠.

0322에 첫 표적에 두 발이 다 들어갔다⁠. 그 배는 반으로 꺾여 내려갔다⁠. 둘째 표적으로 간 두 발 가운데 하나는 맞고 하나는 빗나갔다⁠. 맞은 배는 기운 채로 멈췄다가⁠, 호위 하나가 곁에 붙자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0327에 다른 호위가 28노트로 이쪽을 향했다⁠. 0334에 대잠 어뢰가 들어왔다⁠. 뒤로 지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어뢰는 지나치면 돌아와서 다시 찾았고⁠, 연료가 다할 때까지 그렇게 했다⁠. 기만기를 냈다⁠. 어뢰가 그쪽으로 갔다⁠.

0339에 두 번째 어뢰가 왔다⁠. 기만기는 이미 나갔다⁠.

“⁠심도 320⁠.⁠”

“⁠규정 초과입니다⁠.⁠”

“⁠내려⁠.⁠”

배가 아래로 기울었다⁠. 벽에서 쇠가 눌리는 소리가 났고⁠, 어딘가의 이음매가 한 번 삐걱거리다 멎었다가 다시 삐걱거렸다⁠. 0343에 어뢰가 머리 위로 지나가 뒤에서 터졌다⁠. 배가 앞으로 밀렸다⁠. 서 있던 사람들이 앞으로 쏠렸고 불이 꺼졌다⁠. 3초 뒤에 비상등이 들어왔다⁠.

기관실의 보고가 늦게 왔다⁠. 냉각수 배관 누수⁠, 소량⁠, 막고 있음⁠. 어뢰실의 보고가 그 뒤를 이었다⁠. 폭발 충격으로 남은 두 발 가운데 한 발의 유도선 뭉치가 끊어졌고⁠, 다른 한 발이 든 관은 문이 닫히지 않았다⁠. 쏠 수 있는 어뢰가 없었다⁠.

*

위에서 호위 둘이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원은 조금씩 좁아졌다⁠.

신채호함은 3노트로 소리를 죽이고 갔다⁠. 공기가 무거워졌다⁠. 쉰셋이 숨을 쉬면 이산화탄소가 늘었고⁠, 흡수제가 먹는 속도보다 나오는 속도가 빠르면 올라갔다⁠. 올라가면 머리가 아팠고 판단이 느려졌다⁠. 느려지는 것을 본인은 몰랐다⁠. 윤재는 발령소 벽의 계기를 보지 않았다⁠. 부장이 보면 다들 따라 봤다⁠.

0640에 윤재는 기관실로 갔다⁠. 최민석이 배관을 잡고 있었다⁠. 밴드로 감아 놓고 그 위를 두 손바닥으로 누르고 있었다⁠. 물이 손가락 사이로 스며 나와 손목을 타고 팔꿈치에서 떨어졌다⁠. 바닷물이 아니라 냉각수라 미지근했고 쇠 냄새가 났다⁠.

“⁠언제부터인가⁠?⁠”

“⁠0343부터입니다⁠.⁠”

2시간 반이었다⁠. 윤재가 교대를 넣었다⁠. 민석이 손을 떼자 손바닥에 배관 자국이 붉게 파여 있었고⁠, 일주일 전 여섯 바늘을 꿰맨 왼손등의 실밥이 그 위에 그대로 있었다⁠. 민석은 손을 펴 보지도 않고 침상으로 갔다⁠.

*

호위 둘은 사흘을 그 자리에 있었다⁠. 저쪽은 교대했다⁠. 한 척이 가면 다른 한 척이 왔고⁠, 사람이 자고 밥을 먹고 다시 왔다⁠. 이쪽은 교대할 데가 없었다⁠. 먹을 것은 있었고 물도 만들었다⁠. 없는 것은 공기와 전기였다⁠. 둘 다 위에서만 얻었다⁠. 저쪽의 시간은 끝이 없었고 이쪽의 시간은 나흘이었다⁠.

둘째 날 0420에 함장이 윤재를 해도 앞으로 불렀다⁠.

“⁠여기서 기다리는 거⁠, 소리 내고 남쪽으로 뛰는 거⁠, 둘 중 하나야⁠. 쏘는 건 없어졌고⁠.⁠”

“⁠뛰셔야 합니다⁠. 남쪽에 우군 해역이 있습니다⁠. 여기 나흘 앉아 있으면 사람이 먼저 느려집니다⁠. 느려진 사람으로는 빠져나갈 때 판단을 못 합니다⁠.⁠”

“⁠28노트짜리 둘한테 20노트로 쫓기면 못 떼⁠. 뛰는 순간 여기가 우리 자리라고 광고하는 거야⁠.⁠”

“⁠기다리면 저쪽이 더 부릅니다⁠. 여기는 저쪽 바다입니다⁠.⁠”

“⁠부르면 오지⁠. 그래도 아직 안 불렀어⁠. 왜 안 불렀는지부터 알아야 해⁠.⁠”

함장은 지완을 불러 오라고 했다⁠.

지완은 사흘 동안 6시간을 잤다⁠. 눈 밑이 거뭇했고 헤드폰 쿠션에 닿는 귀 윗부분이 짓물러 거즈를 한 겹 대고 있었다⁠.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잘 듣나⁠?⁠”

“⁠북쪽 것입니다⁠. 남쪽 것은 주기가 일정합니다⁠. 정해 놓은 대로 돕니다⁠. 북쪽 것은 가끔 멈춥니다⁠. 멈춰서 듣는 겁니다⁠. 그게 잘 듣는 겁니다⁠.⁠”

배가 가면 자기 소리가 났고⁠, 자기 소리가 나면 남의 소리가 묻혔다⁠. 진짜로 들으려면 멈춰야 했다⁠. 멈춘 배는 표적이었다⁠. 멈추는 쪽은 그것을 알고도 멈추는 쪽이었다⁠.

*

7월 1일⁠, 북쪽 052D의 함교에서 리 첸은 저우 소령이 내민 보고 서식을 받았다⁠. 근접 폭발 이후 서른 시간⁠, 그 해역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기름은 여전히 뜨지 않았다⁠. 그러나 서른 시간 동안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물속에 있을 수 있는 배는 없다고⁠, 그는 교관 시절 칠판에 적었다⁠.

“⁠이번에는 올리시죠⁠. 전대가 사흘째 묻고 있습니다⁠.⁠”

리 첸은 한참 서식을 들고 있다가 펜을 받았다⁠. 판단 칸에 적었다⁠. 격침 추정⁠. 서명을 하고 나서 그는 서식을 돌려주지 않고 한 번 더 들여다봤다⁠. 그리고 함교를 나가며 한 척은 여기 남겨 두라고 했다⁠. 하루만 더⁠.

*

7월 2일⁠, 함장은 북쪽으로 나가기로 했다⁠.

“⁠잘 듣는 쪽은 잘 듣는 만큼 자기 소리도 알아⁠. 조용히 갈 때 조용히 가⁠. 남쪽 것은 정해진 대로 돌고⁠, 정해진 것은 예측이 돼⁠. 예측이 되는 쪽이 더 위험해⁠.⁠”

0611에 배가 북쪽으로 2노트로 갔다⁠. 걷는 속도의 절반이었다⁠. 이 속력에서는 추진기 날개 끝에 거품이 생기지 않았다⁠. 거품이 생겼다 터지는 소리가 제일 멀리 갔다⁠. 반 노트만 올려도 소리가 달라졌다⁠. 조타수가 그 반 노트를 손으로 잡고 있었다⁠.

북쪽 호위가 두 번 멈췄다⁠. 멈출 때마다 이쪽도 멈췄다⁠. 배는 서 있으면 가라앉거나 떴다⁠. 조금씩 물을 넣고 빼야 했는데 펌프가 소리를 냈다⁠. 소리를 안 내려면 아주 천천히 해야 했고⁠, 천천히 하는 동안 배는 조금씩 내려갔다⁠. 세 번째로 멈췄을 때 배는 12미터를 내려갔다⁠.

0812에 지완이 입 모양으로만 말했다⁠. 1⁠,400⁠.

발령소에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윤재는 함장을 봤다⁠. 함장이 눈을 감고 있었다⁠. 자는 것이 아니라 듣는 얼굴이었다⁠.

그 1⁠,400미터 위에서 리 첸은 소나실 문턱에 서 있었다⁠. 기관을 세운 052D의 소나실에는 모니터 불빛만 있었다⁠. 음탐장이 헤드폰을 두 귀에 누르고 있었다⁠. 7분이 지났다⁠. 아무것도 없었다⁠.

0838에 호위가 움직여 멀어졌다⁠. 배는 그 틈으로 2시간 걸려 빠져나갔다⁠. 1148에 지완이 헤드폰을 벗고 이제 둘 다 안 들린다고 했다⁠. 1210에 함장이 처음으로 앉았고⁠, 윤재에게도 앉으라고 했다⁠. 둘은 25분 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가⁠, 함장이 먼저 일어나 부상 준비를 걸었다⁠.

1308에 잠망경으로 하늘을 봤다⁠. 나흘 만이었다⁠. 동그랗게 잘린 하늘 안에서 구름이 움직였다⁠. 윤재는 12초를 보고 비켜 줬다⁠. 뒤에 사람이 서 있었다⁠. 통신을 쏘는 18분 동안 받은 정세 요약의 마지막 줄은 이것이었다⁠. 동부 회랑 방면⁠, 야간 기동 징후 포착⁠.

*

7월 4일 0430에 보급을 받았다⁠. 우군 해역 안쪽에서 군수지원함을 만나는 데 6시간이 걸렸고 받는 데 2시간이 걸렸다⁠. 산소와 수소가 먼저였고⁠, 그다음이 식량⁠, 마지막이 어뢰였다⁠. 어뢰는 여섯을 요청했고 넷이 왔다⁠. 사세보에서 5종(⁠탄약⁠) 하역 허가가 72시간에 걸려⁠, 항구를 떠날 때 실린 것이 그만큼이라고 했다⁠.

0812에 함장이 승조원을 두 번에 나눠 식당에 불렀다⁠. 스물여덟이 먼저 앉았다⁠. 앉으면 어깨가 닿았다⁠.

“⁠지금까지 넉 척을 가라앉혔습니다⁠. 만재 톤수를 더하면 6만 톤이 조금 넘습니다⁠. 그 배들은 대만 서안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상륙은 5월 23일에 시작됐고 오늘로 마흔이틀이 지났습니다⁠.⁠”

함장이 종이 한 장을 들었다⁠.

“⁠사령부는 저쪽 상륙군의 보급 잔량을 D-21로 잡고 있습니다⁠. 해상 보급이 지금 이대로 줄면 스무하루 뒤에 탄약이 먼저 바닥난다는 예상입니다⁠. 예상입니다⁠. 우리가 끊으면 줄고⁠, 저쪽이 닿으면 늡니다⁠. 그리고 이 바다에 우리 말고 아무도 없습니다⁠.⁠”

기관 하사 하나가 손을 들었다⁠. 최민석이었다⁠. 오른손에 새 밴드가 감겨 있었다⁠.

앞줄에서 누군가 손을 무릎에 놓고 있었다⁠. 그 손이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오 하사는 뒤쪽에 서서 아직 걷지 않은 그릇들을 보고 있었다⁠.

“⁠함장님⁠, 우리가 몇 번 더 할 수 있습니까⁠?⁠”

“⁠어뢰가 넷 있습니다⁠. 두 발씩 쓰면 두 번입니다⁠. 한 발씩 쓰면 네 번이고⁠, 대신 빗나가면 없습니다⁠.⁠”

두 번째 조가 들어왔을 때 함장은 같은 말을 같은 순서로 했다⁠. 한마디도 줄이지 않았다⁠.

*

1015에 지완이 발령소로 왔다⁠.

“⁠부장님⁠, 아까 그 6만 톤이요⁠. 그 배들에 사람이 몇 명 있었습니까⁠? 저는 가라앉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40분씩 들었습니다⁠. 그 안에서 나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화면에는 안 나오고 소리로만 납니다⁠.⁠”

윤재는 그 계산을 해 놓고 있었다⁠. 두 번째부터는 호위가 붙었으니 더 탔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해 놓은 계산은 첫 번째 것 하나뿐이었다⁠.

“⁠첫 번째는 스물에서 스물다섯이었다⁠. 나머지는 모른다⁠.⁠”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저 하나입니다⁠.⁠”

“⁠알고 있네⁠.⁠”

지완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더 물을 것이 없는 얼굴이 아니라⁠, 물을 말을 고르는 얼굴이었다⁠. 윤재는 지완이 말을 고를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기다리면 대답할 말이 없었다⁠.

1112에 윤재는 항해일지를 폈다⁠. 지금까지 넉 척⁠, 합계 만재 6만 2천 톤⁠. 첫 번째 20⁠~25명⁠, 나머지 미상⁠. 그리고 한 줄을 더 적었다⁠. 이 숫자를 음탐 하사 최지완이 물었다⁠.

일지에는 함정의 움직임을 적었다⁠. 사람 수를 적는 칸은 없었다⁠. 칸이 없는 자리에 적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였다⁠. 함장의 쉰세 개의 이름⁠, 방위 210의 4분⁠, 지완의 판단⁠, 그리고 이것⁠.

지완이 일지를 읽고 아무 말 없이 음탐실로 돌아갔다⁠. 윤재는 일지를 덮기 전에 마지막 줄을 한 번 더 봤다⁠.

줄 끝에 최지완⁠, 이름 석 자가 있었다⁠.

9화는 어땠나요?

댓글 0

로그인하면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