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5,337자)

청어 냄새

쫓겨난 왕비가 왕실 금고를 쥐었다 · 진새온

배 안에서는 청어 냄새가 빠지지 않았다⁠. 갑판 판자 사이사이에 지난 철의 소금물이 배어 있었고⁠, 햇빛이 판자를 데우면 비린내가 다시 올라왔다⁠. 시빌라는 장갑 낀 손으로 뱃전을 짚고 서서 둑을 보았다⁠. 둑 위에 갈색 군복이 띄엄띄엄 서 있었고⁠, 그사이사이에 갈퀴를 든 아낙들이 서 있었다⁠. 활이 닿는 거리였다⁠.

페넬라 항구에는 지금 청어잡이 배 이백 척이 묶여 있었다⁠. 봄 청어 떼가 올라오는 철이었다⁠. 소금 없이 바다에 나가면 잡은 청어는 사흘 만에 썩었다⁠. 몬테가 은행의 금고 지하에는 페넬라 과부들이 맡긴 예금이 있었다⁠. 바다에서 남편을 잃은 여자들이 남은 돈을 은행에 맡기고⁠, 은행은 과부들의 돈을 아르셀 왕실에 빌려주었다⁠. 아르셀이 갚지 못하면 과부들이 먼저 굶었다⁠.

용병선 선장이 시빌라 곁으로 와서 물었다⁠. 둑에 오를까요⁠?

“⁠아직요⁠.⁠” 시빌라가 말했다⁠. “⁠사람이 오고 있어요⁠.⁠”

둑 너머 언덕 위로 말 한 필이 달려 내려오고 있었다⁠. 말 위의 사람은 검은 머리를 한 갈래로 땋아 어깨 앞으로 늘이고 있었다⁠.

*

이델라는 말에서 내리자마자 둑으로 올라갔다⁠. 이틀을 쉬지 않고 달려 허벅지가 떨렸다⁠. 둑 위에서 소금밭 우두머리가 갈퀴를 들고 서 있었다⁠. 늙은 병사가 창을 들고 곁에 있었고⁠, 둑을 따라 병사 백과 아낙 삼백이 앞바다를 보고 있었다⁠. 앞바다에는 돛대 둘 달린 배 다섯 척이 떠 있었다⁠. 맨 앞 배 뱃전에 은회색 망토가 보였다⁠.

“⁠감독관님⁠, 소금은 어떻게 해요⁠? 쌓아 둔 게 둑 안에 산더미예요⁠.⁠”

“⁠페넬라 배에는 한 자루도 안 실어요⁠. 이번 철부터 전부요⁠.⁠”

“⁠전부요⁠?⁠” 우두머리가 갈퀴를 고쳐 쥐었다⁠. “⁠그럼 소금은 다 산으로 가요⁠?⁠”

“⁠다 산으로 가요⁠. 투르발로⁠.⁠”

우두머리의 얼굴이 굳었다⁠. 우두머리는 갈퀴를 둑에 꽂고 이델라 앞으로 다가왔다⁠. 손등의 터진 자리가 붉게 벌어져 있었다⁠.

“⁠감독관님⁠, 제 동생이 동쪽 바닷가 어촌에 살아요⁠. 어제 동생네 장터에서 소금이 두 배가 됐대요⁠. 감독관님이 소금을 산으로만 보내서 아르셀 장터에 소금이 줄었대요⁠. 동생네 남편이 잡은 생선을 못 절여서 반을 버렸대요⁠. 페넬라 청어 걱정하실 때가 아니라고요⁠. 우리 생선이 먼저 썩어요⁠.⁠”

이델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투르발 금화만 보고 있었다⁠. 투르발에서 금화가 되는 소금이 아르셀 장터에서는 빠져나가고 있었다⁠. 저울 한쪽에 금화를 올리는 동안⁠, 다른 접시에서 무엇이 빠져나가는지 보지 않았다⁠.

“⁠맞아요⁠. 몰랐어요⁠.⁠”

“⁠몰랐다고 하면 끝이에요⁠?⁠”

“⁠아니요⁠.⁠” 이델라는 둑 안의 소금 산을 보았다⁠. “⁠열 자루에 하나는 아르셀 장터로 보내요⁠. 옛날 값으로⁠. 동생네 어촌부터요⁠.⁠”

“⁠그럼 산으로 가는 소금이 줄잖아요⁠. 봉급 못 맞추면 감독관님 감옥 간다면서요⁠. 빨래터 소식이 여기까지 왔어요⁠.⁠”

“⁠감옥은 제 몫이고⁠, 생선은 동생네 몫이에요⁠. 동생네 몫을 제가 쓰면 안 되죠⁠.⁠”

우두머리가 이델라를 한참 노려보다가 갈퀴를 뽑아 들었다⁠.

“⁠열에 둘이요⁠.⁠”

“⁠열에 하나예요⁠.⁠”

“⁠동생네가 생선을 두 배로 잡았어요⁠.⁠”

“⁠그럼 열에 하나 반이요⁠.⁠”

“⁠반은 어떻게 나눠요⁠?⁠”

“⁠자루를 반만 채워요⁠.⁠”

우두머리가 처음으로 웃었다⁠. 늙은 병사가 창 자루로 둑을 두드리며 따라 웃었다⁠. 이델라는 웃지 않았다⁠. 산으로 갈 소금이 열에 하나 반만큼 줄었다⁠. 봄 첫날 금화도 그만큼 줄 것이었다⁠.

*

정오에 맨 앞 배에서 작은 배 하나가 내려왔다⁠. 노 젓는 사람 둘과 시빌라가 탔다⁠. 작은 배가 둑 아래 부두에 닿자 시빌라가 혼자 둑을 올라왔다⁠. 병사들이 창을 들었다가 이델라의 손짓에 내렸다⁠. 시빌라가 가까이 오자 비린내가 같이 왔다⁠. 은회색 망토 자락에 청어 소금물 얼룩이 하얗게 말라 있었다⁠.

“⁠감독관님⁠, 별궁의 배나무에 꽃망울이 맺혔습니다⁠. 가지는 아직 안 쳤습니다⁠.⁠”

“⁠봄 첫날 지나면 쳐 주세요⁠.⁠”

“⁠그러지요⁠.⁠” 시빌라는 둑 안의 소금 산을 내려다보았다⁠. “⁠약조에 바다로 나가는 베냐 소금은 몬테가 배에 먼저 싣는다고 했습니다⁠. 바다로 한 자루도 안 내보내시면 약조는 지키시는 거지요⁠. 감독관님 말씀대로라면요⁠.⁠”

“⁠네⁠.⁠”

“⁠그런데 약조는 종이입니다⁠. 저 배들은 종이가 아니고요⁠.⁠” 시빌라가 앞바다를 가리켰다⁠. “⁠페넬라 항구에 청어 배 이백 척이 묶여 있습니다⁠. 소금 없이 나가면 청어가 썩고⁠, 청어가 썩으면 어부들이 굶습니다⁠. 제 은행에는 바다에서 남편을 잃은 여자들의 돈이 있습니다⁠. 아르셀 왕실이 그 돈을 빌려 갔고요⁠. 감독관님이 소금을 산으로 보내시는 동안 페넬라 과부들이 굶습니다⁠.⁠”

“⁠아르셀 아낙들은 두 해 동안 페넬라가 정한 품삯으로 소금을 긁었어요⁠.⁠”

“⁠그래서 서로 굶기자는 말씀입니까⁠?⁠”

이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두머리가 갈퀴를 쥔 채 둘을 보고 있었다⁠. 둑 위의 바람이 소금기와 청어 비린내를 섞어 실어 날랐다⁠.

*

오후에 북쪽 언덕에서 말 세 마리가 내려왔다⁠. 화로가 먼저 보였다⁠. 카스텐은 이번 겨울 들어 두 번째로 남쪽 길을 달려온 것이었다⁠. 입술이 지난번보다 더 파랬다⁠. 카스텐은 말에서 내리자마자 품에서 왕의 도장이 찍힌 종이를 꺼냈다⁠.

“⁠왕명이오⁠. 「⁠용병선과 싸움이 나서는 안 되니⁠, 이번 철 베냐 소금은 몬테가 배에 내주라⁠.⁠」⁠”

“⁠대회의에서는 봄 첫날까지 기다리신다고 하셨잖아요⁠.⁠”

“⁠대회의가 끝나고 나는 폐하께 용병선 이야기를 한 번 더 드렸소⁠.⁠” 카스텐이 말했다⁠. “⁠마지막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언덕에서 말 한 필이 더 달려 내려왔다⁠. 왕실 전령이었다⁠. 전령은 숨을 헐떡이며 종이를 내밀었다⁠.

“⁠새 왕명입니다⁠! 「⁠앞의 왕명은 거둔다⁠. 소금은 내주지 말라⁠.⁠」⁠”

카스텐이 종이를 받아 들고 도장을 확인했다⁠. 진짜였다⁠. 카스텐이 전령에게 물었다⁠.

“⁠누가 폐하를 뵈었느냐⁠?⁠”

“⁠칼데나 공방집 따님이 숄을 들고 들어가셨습니다⁠. 폐하께 숄을 둘러 드리면서 한참 말씀을 하셨는데⁠, 숨을 안 쉬셨습니다⁠.⁠”

카스텐이 눈을 감았다⁠. 이델라는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세 번째 전령이 내려왔다⁠. 세 번째 왕명은 짧았다⁠. 「⁠재상과 감독관이 의논하여 정하라⁠.⁠」

“⁠폐하께서 결국 두 사람한테 미루셨네요⁠.⁠” 우두머리가 갈퀴에 턱을 괴고 말했다⁠. “⁠우리 남편도 장 볼 때 꼭 저래요⁠.⁠”

*

전령들이 돌아간 뒤 카스텐은 둑 끝 돌무더기에 걸터앉았다⁠. 서기가 화로를 무릎 앞에 놓아 주었다⁠. 이델라가 곁으로 가자 카스텐은 화로를 조금 밀어 이델라 쪽으로도 불이 가게 했다⁠.

“⁠어촌 소금값 이야기를 들었소⁠. 오는 길 장터마다 소금이 두 배였소⁠.⁠” 카스텐이 화로 위에 손을 폈다⁠. “⁠감독관 저울에도 빠지는 것이 있소⁠.⁠”

“⁠있어요⁠. 오늘 알았어요⁠.⁠”

“⁠나는 두 해 전에 알았소⁠. 소금을 페넬라 배에 싣기로 할 때⁠. 소금밭 아낙들의 품삯이 깎이는 것도⁠, 그물세를 다시 올려야 하는 것도⁠.⁠” 카스텐은 앞바다를 보았다⁠. “⁠알고도 했소⁠. 거리 셋이 타는 것보다는 아낙들 품삯이 깎이는 게 덜 아팠으니까⁠.⁠”

“⁠저도 알고 할 거예요⁠. 생선이 반 버려지는 것보다 삼십 년이 넘어가는 게 더 아프니까요⁠.⁠”

“⁠그럼 우리 둘 다 누군가를 아프게 하면서 옳은 것이오⁠.⁠”

“⁠네⁠.⁠”

카스텐이 처음으로 소리 내어 짧게 웃었다⁠. 웃음이 기침이 되었고⁠, 서기가 등을 두드렸다⁠. 화로의 불이 둘의 손등을 같은 빛으로 비췄다⁠. 재상의 손등은 여전히 하얬다⁠.

*

해가 기울 무렵 둑 북쪽 끝에서 함성이 올랐다⁠. 산길로 갈색 군복 열댓 명이 내려오고 있었다⁠. 맨 앞에 키가 문설주만 한 사내가 있었다⁠. 칼집은 비어 있었고⁠, 등에 빈 소금 자루를 둘둘 말아 메고 있었다⁠. 가르딘은 고개에서 용병선 소식을 듣고⁠, 금화를 진 본대를 부사령관에게 맡기고 먼저 내려왔다고 했다⁠. 사흘 길을 하루 반에 왔다고 했다⁠.

가르딘은 이델라를 보고⁠, 카스텐을 보고⁠, 앞바다의 배 다섯 척을 보았다⁠. 이델라 곁을 지나면서 걸음을 늦췄다⁠.

“⁠감옥에 가겠다고 했다고 들었소⁠.⁠”

“⁠빨래터 소식이 고개까지 가요⁠?⁠”

“⁠투르발 시장까지 갔소⁠. 숄 파는 아낙들이 먼저 알았소⁠.⁠” 가르딘이 낮게 말했다⁠. “⁠감옥에 가면 빵은 내가 넣어 주겠소⁠. 하루 두 덩이⁠.⁠”

가르딘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둑 한가운데로 걸어가 섰다⁠.

“⁠사령관⁠.⁠” 카스텐이 불렀다⁠. “⁠재상과 감독관이 정하라는 왕명이오⁠. 재상으로서 명하오⁠. 소금을 몬테가 배에 실으시오⁠. 저 배들이 둑에 오르기 전에⁠.⁠”

“⁠재상 각하⁠, 남부 수비대는 소금밭 둑을 지키는 군대라고 하셨소⁠. 지키겠소⁠.⁠” 가르딘이 말했다⁠. “⁠둑에 오르는 배는 막고⁠, 둑에서 나가는 소금도 막겠소⁠. 둘 다 둑을 지키는 일이오⁠.⁠”

“⁠병사 백으로 배 다섯 척을 막겠소⁠?⁠”

“⁠병사 백과 아낙 삼백이오⁠. 그리고 내가 있소⁠.⁠” 가르딘이 말했다⁠. 눈가가 움직이지 않았다⁠. “⁠사흘 뒤면 나머지 병사들이 고개를 내려오오⁠. 금화를 지고⁠.⁠”

카스텐은 오래 가르딘을 보았다⁠. 둑 위의 바람이 재상의 망토 자락을 흔들었다⁠.

시빌라가 둑 가장자리에서 둘을 보다가 앞으로 나왔다⁠. 장갑을 벗었다⁠. 반지들이 저녁 해에 붉게 빛났다⁠.

“⁠재상 각하⁠, 감독관님⁠. 제가 값을 부르지요⁠. 소금 한 자루에 금화 한 닢⁠. 지금 이 자리에서 드리겠습니다⁠. 페넬라 배에 싣는 만큼 금화를 내려놓지요⁠.⁠” 시빌라가 서기에게 손짓했다⁠. 작은 배에서 금화 자루 두 개가 올라왔다⁠. “⁠둑 안의 소금이면 남부 수비대 봄 봉급을 다 맞추고도 남습니다⁠. 감독관님은 감옥에 안 가셔도 되고요⁠.⁠”

카스텐의 손이 화로 위에서 멈췄다⁠. 이델라는 카스텐의 얼굴을 보았다⁠. 재상은 계산하고 있었다⁠. 한 자루에 금화 한 닢이면 투르발보다 높았다⁠. 봉급도 맞추고 용병선도 돌려보낼 수 있었다⁠.

이델라는 금화 자루 앞으로 가서 쪼그려 앉았다⁠. 자루 입구를 열고 맨 위의 한 닢을 집었다⁠. 페넬라 금화였다⁠. 앞면에 저울을 실은 배가⁠, 뒷면에 청어 한 마리가 새겨져 있었다⁠. 이델라는 금화를 손끝에 올렸다⁠.

손끝이 먼저 알았다⁠. 혼례복 값으로 받은 서른아홉 번째 닢과 같은 가벼움이었다⁠. 테두리의 톱니가 얕았다⁠. 이델라는 두 번째 닢을 집었다⁠. 가벼웠다⁠. 세 번째 닢⁠. 가벼웠다⁠. 자루에 손을 깊이 넣어 바닥의 닢을 꺼냈다⁠. 가벼웠다⁠. 손바닥에 올린 금화들이 손의 열을 받아 미지근해졌다⁠. 진짜 금이었다⁠. 진짜 금이 모자랐다⁠.

이델라는 일어나서 시빌라를 보았다⁠. 시빌라는 장갑을 쥔 손에 힘을 주고 있었다⁠. 반지 하나가 손가락에서 돌아갔다⁠.

“⁠사절님⁠, 페넬라 금화가 가볍습니다⁠.⁠”

둑 위가 조용해졌다⁠. 카스텐이 화로에서 손을 뗐다⁠. 가르딘이 이델라 곁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우두머리가 갈퀴를 내리고 금화 자루를 내려다보았다⁠.

“⁠한 닢이 아니에요⁠. 자루 맨 위부터 바닥까지 다 가벼워요⁠. 몬테가 은행이 제 금화를 깎아 찍고 있어요⁠.⁠” 이델라는 금화 한 닢을 시빌라의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겨울에 별궁에서 혼례복 값을 받을 때 하나가 가벼웠어요⁠. 그때는 하나였고요⁠.⁠”

시빌라는 손바닥의 금화를 내려다보았다⁠. 앞바다에서 용병선의 돛이 바람에 펄럭였다⁠. 청어 비린내가 다시 둑 위로 올라왔다⁠.

13화는 어땠나요?

댓글 0

로그인하면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