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232자)

생선이 안 팔린다

삼류 여포두 · 설묵향

붕어골은 갈대밭 끝에서 냄새부터 다르게 왔다⁠. 생선 비린내는 이 마을의 숨이었지만⁠, 이레 동안 팔리지 않은 생선이 내는 냄새는 숨이 아니라 썩는 냄새였다⁠. 집집마다 처마 밑에 생선을 소금에 절여 매달았는데⁠, 소금도 금방 떨어졌다⁠. 소금 살 돈이 없었다⁠. 절이지 못한 붕어와 잉어가 광주리째 선창 옆 구덩이에 버려져 있었고⁠, 이 위로 파리가 검은 연기처럼 끓었다⁠. 미향은 소매로 코를 막지 않았다⁠. 이 냄새를 다 맡으며 마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남문은 이날 오후까지 다른 문지기가 맡았다⁠. 미향은 이 문지기에게 지난 이레 동안 포졸들이 나리와 아씨를 두고 건 내기의 판돈을 대신 걸어 주겠다고 약조하고 반나절을 얻었다⁠. 이 문지기는 아씨 쪽에 걸었다⁠.

공치삼의 집 대문에 생선 내장이 발라져 있었다⁠. 누군가 밤사이에 바르고 간 것이었다⁠. 이 내장이 해를 받아 마르면서 대문 널에 들러붙어 있었다⁠. 공치삼은 마루에 앉아 그물을 깁고 있었다⁠. 대문을 닦지 않았다⁠.

“⁠어르신⁠.⁠”

“⁠왔소⁠, 문지기⁠.⁠” 공치삼이 그물코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대문은 안 닦을 거요⁠. 닦으면 또 바를 텐데 내 손만 비린내 나지⁠.⁠”

“⁠누가 발랐는지 아시오⁠?⁠”

“⁠다 아오⁠. 열네 집 중에 열두 집이 같이 발랐을 거요⁠. 나머지 두 집은 손이 없어서 못 왔지⁠. 하나는 할망구 혼자 살고 하나는 내 집이니까⁠.⁠”

미향은 마루 끝에 앉았다⁠. 그물 바늘이 그물코를 꿰고 매듭을 짓는 소리가 사락사락 났다⁠. 공치삼의 손바닥에는 북채에 벗겨진 자리가 아직 분홍빛으로 남아 있었다⁠.

“⁠어르신⁠, 이번 겨울에 이 마을은⁠…⁠…⁠.⁠”

“⁠그 말 하려는 거 아오⁠.⁠” 공치삼이 바늘을 멈췄다⁠. “⁠포두가 묻기 전에 내가 셈해 봤소⁠. 열네 집이 겨울을 나려면 쌀이 쉰 섬이 드오⁠. 세가 부엌이 생선을 안 사면 그 쉰 섬이 안 들어오오⁠. 내가 고소를 무르면 들어오오⁠.⁠” 공치삼이 미향을 처음으로 똑바로 보았다⁠. “⁠포두⁠, 셈은 그렇게 나오는데 손이 안 움직이오⁠. 무르러 관아에 가려고 하면 손이 그물만 깁고 있소⁠. 이게 무슨 병이오⁠?⁠”

미향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

우물가에서 마을 여자들이 미향을 둘러쌌다⁠. 두레박을 내려놓은 손들이 물에 젖어 빨갰다⁠. 이 가운데로 붕어골 촌장이 지팡이를 짚고 나왔다⁠. 일흔이 넘었는데 목소리가 우물 바닥까지 울렸다⁠.

“⁠포두 아씨⁠, 아씨는 관아에서 녹봉 받지요⁠?⁠”

“⁠받소⁠.⁠”

“⁠한 달에 얼마요⁠?⁠”

“⁠쌀 두 섬이오⁠.⁠”

촌장이 손가락을 꼽았다⁠. 이 마을 사람들은 다 손가락으로 셈을 했다⁠.

“⁠우리 열네 집이 겨울을 나려면 쉰 섬이오⁠. 아씨 녹봉으로 치면 스물다섯 달이오⁠. 두 해하고 한 달⁠.⁠” 촌장이 지팡이로 땅을 찍었다⁠. “⁠아씨가 두 해하고 한 달을 굶어서 우리한테 쌀을 대 주시겠소⁠? 그러면 우리도 입 다물고 공 영감 편 들겠소⁠.⁠”

여자들이 웃었다⁠. 비웃음이 아니라 지친 웃음이었다⁠. 미향은 이 웃음을 다 들었다⁠.

“⁠두 해하고 한 달은 못 굶소⁠. 사흘 굶으면 쇠사슬도 못 던지오⁠.⁠”

“⁠그럼 무엇으로 갚으시겠소⁠?⁠”

“⁠갚을 수 없소⁠.⁠” 미향이 말했다⁠. “⁠촌장 어르신 말씀이 맞소⁠. 내가 이 일을 끝까지 가면 이 마을이 굶소⁠. 나는 그걸 알고 가오⁠. 그 값을 내가 대신 낼 수 없다는 것도 알고 가오⁠.⁠”

촌장이 오래 미향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지팡이를 들어 우물가 여자들에게 휘휘 내저었다⁠.

“⁠들었지⁠? 알고 간다잖아⁠. 모르고 가는 놈보다는 낫다⁠.⁠” 촌장이 돌아서다가 한마디를 더 던졌다⁠. “⁠그래도 우리는 아씨 편 안 드오⁠. 굶는 건 우리니까⁠.⁠”

여자들이 두레박을 다시 들었다⁠. 우물 밑에서 물 퍼 올리는 소리가 났다⁠. 미향은 이 소리를 들으며 선창 쪽으로 걸었다⁠.

*

선창 쪽에서 북소리가 났다⁠. 관아 북이 아니라 작은 장구 소리였다⁠. 사람들이 집에서 나와 선창으로 몰려갔다⁠.

세가의 큰 배 두 척이 선창에 닿아 있었다⁠. 뱃머리에 여씨 세가의 깃발이 걸려 있었고⁠, 갑판에서 흰 앞치마를 두른 사람들이 저울과 광주리를 들고 내렸다⁠. 세가 부엌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 사이로 여준결이 내렸다⁠. 오늘은 흰 옷이 아니라 수수한 쪽빛 옷이었다⁠.

“⁠붕어골 어르신들⁠, 오늘은 생선을 사러 왔소⁠.⁠” 여준결이 외쳤다⁠. “⁠제값에⁠. 열 배도 아니고 반값도 아니고⁠, 성안 도매상이 치던 그 값에⁠. 여씨 세가 부엌이 지난 이레 동안 못 받은 것까지 다 받겠소⁠. 광주리를 가져오시오⁠.⁠”

마을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보았다⁠. 그러고는 집으로 뛰어갔다⁠. 소금에 절인 것⁠, 아직 버리지 않은 것⁠, 오늘 새벽 잡은 것⁠. 광주리들이 선창으로 나왔다⁠. 세가 부엌 사람들이 저울에 달고 값을 불렀다⁠. 동전 꾸러미가 마을 사람들 손으로 넘어갔다⁠. 아이 하나가 동전을 받아 들고 제 어미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엄마⁠, 쌀⁠! 쌀⁠!⁠”

공치삼도 광주리를 들고 나왔다⁠. 이레 동안 소금에 절여 둔 붕어 한 광주리였다⁠. 공치삼이 저울 앞에 광주리를 내려놓았다⁠. 세가 부엌 사람이 여준결을 쳐다보았다⁠. 여준결이 고개를 저었다⁠.

“⁠그 광주리는 안 받소⁠.⁠”

선창이 조용해졌다⁠.

“⁠붕어골 생선은 다 받는데 공치삼 생선만 안 받소⁠. 그건 여씨 세가가 정한 게 아니라 내가 정한 거요⁠.⁠” 여준결이 공치삼을 보았다⁠. “⁠어르신이 나를 고소했으니⁠, 어르신 생선을 내가 먹을 수는 없지 않소⁠.⁠”

공치삼은 광주리를 들고 서 있었다⁠. 마을 사람들 아무도 공치삼을 보지 않았다⁠. 동전 꾸러미를 쥔 손들이 등 뒤로 숨었다⁠.

미향이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선창 한가운데로 나왔다⁠.

“⁠여 공자⁠. 마을을 둘로 쪼개러 왔소⁠?⁠”

“⁠포두 아씨⁠. 남문은 누가 지키오⁠?⁠” 여준결이 웃었다⁠. 이 웃음이 지난번보다 짧았다⁠. “⁠쪼개러 온 게 아니라 끝내러 왔소⁠. 아씨⁠, 나랑 내기 하나 합시다⁠.⁠”

여준결이 갑판에서 향 하나를 받아 불을 붙였다⁠. 선창 말뚝 꼭대기에 이것을 꽂았다⁠. 가는 연기가 한 줄로 올라갔다⁠.

“⁠비무요⁠. 이 향 한 대가 다 탈 때까지⁠, 아씨의 쇠사슬 끝이 내 옷자락 어디라도 건드리면 내가 지는 거요⁠. 지면 부 법정에 가서 그날 밤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 입으로 다 말하겠소⁠. 아버지가 뭐라 하시든⁠. 그 대신 끝까지 못 건드리면⁠, 아씨가 이 사건에서 손을 떼고 항주를 떠나는 거요⁠.⁠” 여준결은 오른손을 등 뒤로 돌렸다⁠. “⁠나는 왼손만 쓰겠소⁠. 발도 이 말뚝 둘레 세 걸음 안에서만 움직이겠소⁠.⁠”

선창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누군가 외쳤다⁠. “⁠해요⁠, 포두 아씨⁠! 그냥 하시오⁠!⁠” 다른 누군가가 외쳤다⁠. “⁠그래⁠, 이기면 다 끝나고⁠, 지면 떠나면 되잖소⁠!⁠” 이 목소리들 안에 쌀을 사러 가고 싶은 조급함이 다 들어 있었다⁠. 끝내고 싶은 것이었다⁠. 어느 쪽으로든⁠.

미향은 말뚝 위 향을 보았다⁠. 연기가 바람에 한 번 휘었다가 다시 섰다⁠. 허리의 쇠사슬에 손을 얹었다⁠. 마흔아홉 고리가 손바닥 아래에서 차가웠다⁠. 왼손만⁠, 세 걸음 안⁠. 이 안에서라면 어쩌면⁠, 하는 생각이 손끝까지 내려왔다⁠. 이 생각을 손에서 떼어 냈다⁠.

“⁠안 하겠소⁠.⁠”

여준결의 눈썹이 올라갔다⁠.

“⁠겁이 나시오⁠?⁠”

“⁠나오⁠. 여 공자 왼손이 내 오른손보다 세 배는 빠를 테니까⁠.⁠” 미향이 말했다⁠. “⁠그런데 겁이 나서 안 하는 게 아니오⁠. 비무는 여 공자네 법이오⁠. 내가 그 판에 올라가서 지면⁠, 아영이도 여 공자네 판에서 죽은 게 되오⁠. 이기면 여 공자가 말하는 건 내가 이겨서지⁠, 여 공자가 저지른 일이 그래서가 아니게 되오⁠. 어느 쪽이든 아영이는 비무 판 위에서 죽은 사람이 되오⁠. 그 아이는 비무 판 아래서 노를 잡고 있었소⁠.⁠”

선창이 조용해졌다⁠. 향 연기만 올라갔다⁠.

여준결은 한동안 미향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미향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와⁠, 마을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목소리를 낮췄다⁠.

“⁠그날 밤 내가 졌다는 걸 누가 말했소⁠?⁠”

“⁠세미 아가씨가 법정에서 말했소⁠. 객경의 칼끝이 왼 소매를 갈랐다고⁠.⁠”

“⁠그 전에⁠. 아버지는 아무도 말 못 하게 막았다 했소⁠.⁠” 여준결의 목소리가 아주 조금 갈라졌다⁠. “⁠그 배 위의 도련님들⁠, 기녀들⁠, 사공⁠. 다들 입을 다물었소⁠. 그런데 아씨는 처음부터 알고 있는 얼굴이었소⁠.⁠”

“⁠처음부터 몰랐소⁠. 여 공자가 오른손을 비단으로 감을 때 알았소⁠. 이긴 사람은 손을 숨기지 않소⁠.⁠”

여준결이 웃으려고 했다⁠.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돌아서서 갑판으로 올라갔다⁠. 말뚝 위의 향은 반쯤 타 있었다⁠. 여준결이 탄 배가 선창을 떠났다⁠. 세가 부엌 사람들은 마을 생선을 실은 채 따라 떠났다⁠. 공치삼의 광주리만 저울 옆에 남았다⁠.

그리고 첫 번째 생선이 날아왔다⁠.

절여서 물러진 붕어 한 마리가 미향의 어깨를 맞고 바닥에 떨어졌다⁠. 두 번째는 미향의 귀 옆을 지나가 뒤에 서 있던 옥담의 이마에 철썩 붙었다⁠. 옥담이 비명을 질렀다⁠. 세 번째⁠, 네 번째⁠. 마을 사람들이 광주리에서 팔다 남은 생선을 집어 던지고 있었다⁠. 동전을 받은 손들이었다⁠.

“⁠왜 안 했소⁠! 하면 끝났잖소⁠!⁠”

“⁠포두 아씨가 우리 쌀을 걷어찼어⁠!⁠”

미향은 피하지 않았다⁠. 옥담이 이마의 붕어를 떼어 내며 미향 앞을 가로막았다⁠.

“⁠그⁠, 그만들 하시오⁠! 관아 사람한테 생선을 던지면⁠…⁠… 던지면⁠…⁠…⁠.⁠” 옥담이 할 말을 찾다가 외쳤다⁠. “⁠그 붕어 아깝잖소⁠!⁠”

던지던 손 몇이 멈췄다⁠.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가 얼른 삼켰다⁠. 공치삼이 광주리를 들고 마을 사람들 앞으로 걸어 나왔다⁠. 아무 말 없이 제 광주리의 절인 붕어를 꺼내⁠, 맨 앞에서 생선을 던지던 늙은 어부의 빈 광주리에 넣었다⁠. 한 마리⁠, 두 마리⁠, 다섯 마리⁠. 다음 사람의 광주리에도⁠. 늙은 어부가 이 손을 쳐냈다⁠.

“⁠뭐 하는 짓이오⁠, 치삼이⁠!⁠”

“⁠어차피 세가가 안 사 간다니 자네들이 먹어⁠. 먹고 던지게⁠. 빈속에 던지면 팔 아프오⁠.⁠”

늙은 어부가 공치삼을 노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이 광주리에서 붕어를 도로 꺼내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흩어진 뒤 미향은 선창 말뚝 앞에 섰다⁠. 여준결이 꽂고 간 향은 끝까지 타서 재만 남아 있었다⁠. 재가 무너지지 않고 향 모양 그대로 말뚝 위에 서 있다가⁠, 바람이 불자 한꺼번에 흩어졌다⁠. 향 한 대가 타는 동안 쇠사슬을 한 번도 풀지 않았고⁠, 생선을 열한 마리 맞았다⁠. 옥담이 이 수를 셌다⁠. 셋은 자기가 대신 맞았으니 여덟이라고 우겼다⁠.

*

해가 기울 때 미향은 생선 비린내를 뒤집어쓴 채 남문으로 돌아갔다⁠. 문지기가 미향을 보고 코를 막았다⁠.

“⁠조 포두⁠, 판돈은요⁠?⁠”

“⁠아씨 쪽에 걸게⁠. 오늘은 그쪽이 이길 거야⁠.⁠”

초소 의자에 앉기도 전에 성안 쪽 길에서 누가 뛰어왔다⁠. 검시청 사환 아이였다⁠. 숨이 턱에 닿아 말이 끊어졌다⁠.

“⁠포두님⁠, 함 오작 어르신이⁠, 아까 검은 옷 입은 사람들이 와서⁠…⁠… 여씨 가주께서 모셔 오랍신다고⁠, 검시 상자도 못 챙기고 끌려가셨어요⁠. 가실 때 저한테 그러셨어요⁠. 포두님께 전하라고⁠. 스물두 해 전 일을 물으러 오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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