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375자)
반 키
24시 코인 노래방의 비밀 · 내지담
신촌 찜질방 수면실은 코 고는 소리로 가득했다. 높은 코골이와 낮은 코골이가 번갈아 울렸고, 누군가는 자면서 이를 갈았다. 나는 상자 두 개를 사물함에 밀어 넣고 식혜를 사러 매점에 갔다. 매점 앞 평상에 낯익은 털모자가 누워 있었다.
“어, 아가씨.”
택시 기사였다. 찜질방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평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기사님 여기서 주무세요?”
“교대 전에 세 시간씩 자. 집은 인천이라 멀어.” 택시 기사가 내 사물함 열쇠를 보고, 내 얼굴을 보았다. “아가씨도 쫓겨났구나.”
“네.”
택시 기사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매점에 가서 식혜 두 개와 맥반석 달걀 네 개를 사 왔다. 달걀 두 개를 내 손에 쥐여 주고 자기 몫을 평상 모서리에 탁 쳐서 깠다.
“사장님이 오늘 밤 지하에서 공사한대요. 발전기를 들고 내려갔어요.”
택시 기사가 달걀 껍데기를 까다 말았다.
“그 통로 아직 막혀 있어?”
“골목 철망은 열려 있어요. 근데 밤에 공사하면 사장님이 또 덮을 거예요. 먼지 난다고.”
택시 기사는 달걀을 한입에 넣고 오래 씹었다. 다 씹고 나서 식혜를 마셨다.
“나 오늘 손님 해야겠다.”
평상 위 텔레비전에서 저녁 뉴스가 나왔다. 앵커 뒤 화면에 무인 매장 사진이 지나갔다. 「밤새 직원 없는 매장 늘어 … 야간 안전 점검 사각지대」 택시 기사가 달걀 껍데기를 손바닥에 모으며 화면을 턱으로 가리켰다. 저거 다 남 얘기 같지? 다 우리 동네 얘기야.
사물함 앞에서 휴대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인천 번호였다. 받자 시장 소음이 먼저 들어왔고, 이어서 새날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야. 반찬가게.”
“네, 어머님.”
“번호, 생각나는 거 있니?”
“아직요.”
“나도 밤새 생각했어. 걔 생일은 아니야. 내 생일도 아니고. 아빠 기일도 해 봤어.” 어머니가 숨을 한 번 쉬었다. “네 번 남았어. 네 번 안에 맞혀야 해.”
어머니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끊었다. 나는 휴대전화를 쥔 채 한참 사물함 앞에 앉아 있었다. 사물함 열쇠 고무줄이 손목을 조였다.
*
저녁에 생활용품점에서 일산화탄소 경보기 두 개를 샀다. 손바닥만 한 하얀 원통이었고, 시험 단추를 누르자 귀를 찢는 소리가 났다. 계산대 직원이 얼굴을 찌푸렸다.
새벽 한 시, 나는 계단을 내려가 계산대 앞에 천 원짜리를 내밀었다. 미루가 계산대에 앉아 있다가 나를 보고 벌떡 일어났다.
“언니, 사장님이 언니 들이지 말랬어요.”
“손님이에요.”
“손님은 왕이에요. 규정상.” 미루가 천 원짜리를 받고 동전을 내주었다. 동전을 세는 손이 떨렸다. “저 혼자 야간 처음이에요. 언니 오는 줄 알고 화장실도 참았어요.”
“가요. 문 앞에 있어 줄게요.”
미루가 화장실에 다녀오는 동안 나는 경보기 하나를 7번 방 문 앞 바닥에 놓았다. 사슬 감긴 문의 아래 틈 바로 앞이었다. 남은 하나는 계산대 모니터 옆에 세워 두었다. 2번 방에는 대학생 둘이 들어와 아이돌 노래를 불렀고, 두 시가 되자 털모자를 쓴 택시 기사가 손님 얼굴로 내려와 3번 방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사랑의 미터기」를 틀지 않았다. 문을 열어 두고 소파에 앉아 복도를 보았다.
두 시 이십 분, 발밑에서 소리가 났다. 둔하게 털털거리는 엔진 소리였다. 발전기였다. 이어서 쇠를 가는 그라인더의 날카로운 소리가 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소리는 7번 방 쪽으로 몰렸다. 실리콘으로 막은 환풍구는 소리를 막지 못했다.
나는 창고 문을 열고 건물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지하 2층 철문이 닫혀 있었다. 철문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쾅, 쾅, 쾅. 안에서 발전기가 털털거리고 그라인더가 비명을 질렀다.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내 노크는 발전기 소리 밑에 깔렸다. 철문 틈으로 기름 탄 냄새가 새어 나왔다.
뒷문으로 골목에 나갔다. 골목 바닥의 철망 위에 파란 방수포가 덮여 있었다. 네 귀퉁이를 벽돌로 눌러 두었다. 방수포 가장자리가 아래에서 밀어 올리는 바람에 조금씩 부풀었다 가라앉았다. 나는 벽돌을 걷어차고 방수포를 걷어 냈다. 철망 아래에서 매캐한 바람이 훅 올라왔다.
*
두 시 오십 분, 노래방으로 돌아가는 계단에서 경보기 소리를 들었다.
삐삐삐삐. 7번 방 문 앞이었다. 높고 빠른 소리가 복도를 찢었다. 몇 초 뒤 계산대의 경보기가 따라 울었다. 2번 방 대학생들의 노래가 멈췄다. 미루가 계산대에 엎드려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얼굴이 하얬다.
“언니, 저 머리가 아파요. 아까부터.”
“일어나요. 지금.”
나는 미루의 겨드랑이에 팔을 넣어 일으켰다. 미루의 다리가 휘청했다. 3번 방에서 택시 기사가 뛰어나왔다.
“기사님, 2번 방 학생들 데리고 올라가세요. 문 다 열어 두고요.”
택시 기사가 2번 방 문을 열어젖혔다. 대학생 둘이 마이크를 쥔 채 어리둥절해했다.
“학생들, 노래 그만. 올라가. 가스야.”
대학생들이 마이크를 내던지고 계단으로 뛰었다. 택시 기사가 미루의 반대편 겨드랑이를 받쳤다. 우리는 미루를 가운데 끼고 계단을 올라갔다. 셔터는 끝까지 말려 올라가 있었다. 골목의 찬 공기가 얼굴을 쳤다. 미루를 골목 담벼락에 기대 앉히고 119에 전화를 걸었다.
“신촌 순갑빌딩이요. 지하에서 일산화탄소가 올라와요. 사람이 머리가 아프대요. 지하 2층에 공사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전화를 끊고 뒷문으로 다시 뛰어 들어가 지하 2층 계단을 반쯤 내려갔다. 숨을 참고 소리쳤다.
“발전기 끄세요! 가스 차요! 올라오세요!”
철문이 열렸다. 작업복 입은 남자 둘이 콜록거리며 나왔다. 한 남자가 다시 들어가 발전기를 껐다. 엔진 소리가 뚝 끊기자 건물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남자들은 나를 지나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한 남자가 지나가며 중얼거렸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아.
*
세 시. 노래방은 비어 있었다. 나는 계단 꼭대기 셔터 아래에 쪼그려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계단 아래 계산대 모니터 불빛만 푸르게 깜빡였다. 경보기 두 개가 아직 울고 있었다. 경보기 소리 사이로 피아노 전주가 올라왔다.
아무도 없는 가게에서 노래가 나왔다. 손님도 알바도 없는 가게였다. 숨 들이마시는 소리. 1절. 철컥. 간주와 팬과 딸깍. 2절과 콜과 히끅. 판 깨지 마, 지르릉. 둘째 후렴, 퍽, 쉬이익. 노래는 보일러 소리를 지나 후렴 셋째 줄로 들어갔다. 첫차가 오면, 하고 목소리가 올라가다가 갈라졌다.
기침이었다.
목소리가 가사 한가운데서 기침을 했다. 마른기침 두 번. 목소리가 다시 가사를 잡으려 했다. 숨표 자리였다. 첫차가, 하는 말 앞에서 길게 말고 깊게 숨을 쉬어야 하는 자리. 숨이 들어가지 않았다. 들이마시는 소리가 반쯤에서 막혔다. 목소리는 숨 없이 첫, 하고 한 글자만 냈다. 노래가 끊겼다.
똑. 똑. 똑.
세 번째 노크가 앞의 두 번보다 한참 늦게 왔다.
나는 셔터 아래에서 무릎을 끌어안았다. 경보기가 울었다. 반 키를 내린 건 가사지에 적힌 대로였다. 반 키를 내리고도 숨이 모자랐다. 숨표 자리에서 숨이 들어가지 않았다. 몇 해 전 겨울밤 7번 방에서, 새날은 노래하다가 숨을 쉬지 못했다. 그래도 끝까지 부르려고 했다.
골목 담벼락에 기대앉은 미루가 계단 아래를 보고 있었다. 머리가 아프다던 미루는 이마를 손바닥으로 누른 채 작게 말했다. 언니, 저 언니 기침했어요. 택시 기사가 모자를 벗어 가슴에 댔다. 나는 미루의 말을 고쳐 주지 않았다. 귀신이라고 하든 소리라고 하든, 계단 아래에서 숨이 모자란 사람이 기침을 했다.
*
사이렌 소리가 골목 입구에서 꺾여 들어왔다. 소방차 한 대와 구급차 한 대였다. 소방관들이 측정기를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가 금방 올라왔다. 한 소방관이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지하 1층 복도 수치 높습니다. 지하 2층은 더 높습니다. 구급대원이 미루의 손가락에 집게를 끼우고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미루는 마스크 안에서 눈을 굴리다 나를 보고 마스크를 살짝 들었다.
“언니, 이거 찍어도 돼요?”
“이따가 찍어요.”
“나중엔 안 무서워서 재미없어요.”
미루가 마스크를 도로 썼다. 구급대원이 수치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찍 나왔네요. 조금만 더 있었으면 큰일 났어요. 대학생 둘은 구급차 뒷문에 걸터앉아 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택시 기사는 대학생들에게 맥반석 달걀을 하나씩 나눠 주었다.
소방관 하나가 골목 바닥의 철망 앞에 쪼그려 앉았다. 걷어 낸 파란 방수포와 벽돌을 손전등으로 비추었다.
“이거 누가 덮었어요?”
“공사하는 분들이요. 먼지 난다고. 덮여 있어서 제가 걷었어요.”
담벼락에 기대 콜록거리던 작업복 남자가 손을 들었다.
“저희가 덮었어요. 사장님이 덮으라 그랬어요. 밤에 쇠 가는 소리가 골목으로 새면 민원 들어온다고요.” 남자가 침을 뱉고 이마를 짚었다. “저희는 위에 사람 있는 줄도 몰랐어요. 노래방은 비었다고 들었어요.”
소방관이 남자의 말을 수첩에 받아 적었다. 나는 남자의 말을 귀에 담았다. 소리가 새면 안 되니까 덮는다. 위에는 아무도 없다고 들었다. 네 해 전 겨울밤에도 누군가 같은 말을 들었다.
소방관이 철망 아래 통로를 비추고 얼굴을 찌푸렸다. 배기 통로를 덮어 놓고 발전기를 돌리면 어떻게 되는지, 소방관은 설명하지 않았다. 동료를 불러 철망과 방수포를 사진 찍게 했다.
경찰차가 한 대 더 들어왔다. 지구대 경찰 둘 뒤로 점퍼 차림의 남자 하나가 내렸다. 마흔 중반이었고, 손가락으로 눈두덩을 꾹꾹 누르며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순갑빌딩 간판을 오래 보았다.
“이 주소, 내가 기억해요.”
남자가 지구대 경찰에게 말했다. 남자가 점퍼 안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소방관에게 보였다. 서대문경찰서 형사였다.
*
지르릉.
맹순갑이 1층 뒷문에서 나왔다. 긴 패딩을 여미며 골목을 둘러보았다. 소방차와 구급차와 산소마스크 쓴 미루와 담요 두른 대학생들과 철망 앞의 소방관. 맹순갑의 눈이 마지막으로 나에게 왔다.
“너구나.”
맹순갑은 형사 앞으로 걸어갔다. 고개를 숙였다.
“공사하는 사람들이 잘못했어요. 밤에 하지 말라고 그렇게 일렀는데. 그리고 저 애가요.” 맹순갑이 나를 가리켰다. “어제 해고한 알바예요. 손님인 척 들어와서 경보기를 달고 소란을 피웠어요. 공사를 방해하려고요.”
“경보기 덕분에 다들 나왔어요.” 소방관이 말했다.
“사장님.” 나는 맹순갑 앞으로 갔다. 형사와 소방관과 택시 기사가 다 듣는 자리였다. “네 해 전 겨울에도 이랬죠. 그때는 아무도 문을 안 열었고요.”
맹순갑은 웃지 않았다.
“그날은 셔터 열려 있었어. 알바도 네 시까지 있었고. 내가 네 시 십오 분에 내려가서 그 애를 찾았어. 다 조사받은 일이야.”
형사가 맹순갑을 보았다. 손가락으로 눈두덩을 누르던 손을 내렸다.
“네, 그렇게 진술하셨죠. 내가 받았어요.” 형사의 목소리는 낮고 느렸다. “그날 밤 알바가 네 시까지 있었다고 하셨죠. 그 친구 지금 어디 있어요?”
맹순갑이 패딩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주머니 안에서 방울이 울렸다. 지르릉, 지르릉. 한 번 울리고 그쳐야 할 방울이 손이 떠는 동안 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