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5,715자)
셔터
24시 코인 노래방의 비밀 · 내지담
금요일 오후 두 시, 바퀴 넷 달린 손수레가 계단을 한 칸씩 쿵쿵 내려왔다. 반주기 업체 기사 둘이 7번 방 자물쇠를 풀고 들어가 옛 반주기를 뜯어냈다. 나사 풀리는 소리, 전선 뽑히는 소리, 먼지 낀 냉각팬이 마지막으로 한 번 헛도는 소리. 옛 기계는 손수레에 실려 계단을 올라갔고, 비닐도 안 벗긴 새 기계가 같은 자리에 들어갔다.
맹순갑은 계산대 옆에 서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았다. 기사들이 나가자 사다리를 직접 들고 와 계산대 위 천장에 손바닥만 한 카메라를 달았다. 렌즈는 7번 방이 아니라 계산대 의자를 향했다.
“도둑 들까 봐. 요새 신촌 무섭다.”
“7번은요?”
“이제 안 나와. 새 기계야. 고장 날 데가 없어.”
맹순갑은 사슬을 다시 감고 자물쇠를 채웠다. 방울이 한 번 울렸다.
수요일과 목요일 새벽 세 시에도 노래는 나왔다. 둘 다 1절 후렴 끝에서 철컥 소리와 함께 끊겼고, 다섯 박쯤 쉬었다가 노크가 세 번 울렸다. 나는 편의점에서 메모리 카드를 새로 사서 두 번 다 녹음했고, 낮에 302호 침대에 앉아 헤드폰으로 철컥만 백 번 넘게 돌려 들었다. 쇠가 쇠를 무는 첫소리 뒤에 넓은 판이 떨리는 소리가 길게 따라왔다. 한두 뼘짜리 쇠붙이에서는 날 수 없는 떨림이었다.
가게 안의 잠그는 것은 다 대 보았다. 화장실 문고리는 너무 가볍게 딸깍했고, 계산대 금고는 딱 소리 뒤에 아무 떨림이 없었다. 직원 사물함은 양철 소리가 났다. 7번 방 자물쇠는 맹순갑이 채울 때 들었다. 맞는 소리가 없었다.
*
금요일 밤 열 시, 미루가 셀카봉을 앞세우고 계단을 내려왔다. 셀카봉 끝에 매단 휴대전화 화면이 미루 얼굴을 비췄고, 미루는 화면에 대고 속삭였다.
“구독자님들, 지금 문제의 노래방에 출근 중입니다. 들리세요? 이게 계단 소리예요. 계단도 무서워요.”
미루는 스물하나였다. 패딩 안에 부적 두 장을 접어 넣었고, 가방 옆 주머니에 굵은소금을 지퍼백으로 담아 다녔다. 계산대에 들어와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갔다가, 손 건조기가 윙 돌자 비명을 지르며 젖은 손으로 뛰어나왔다.
“건조기예요.”
“알아요. 알아도 무서운 거예요.”
나는 미루에게 수요일과 목요일 녹음을 들려주었다. 미루는 이어폰 한쪽만 끼고, 다른 귀는 손바닥으로 막았다가 뗐다가 했다. 철컥이 나오는 대목에서 이어폰을 뽑아 던졌다.
“언니, 저 오늘 세 시까지 있을게요.”
“막차는요?”
“막차는 핑계였어요. 저 사실 걸어서 이십 분 거리 살아요.” 미루가 셀카봉을 꽉 쥐었다. “오늘 이거 찍으면 구독자 천 명 넘어요. 대신 언니 옆에서 한 발짝도 안 떨어질 거예요. 화장실도 같이 가요.”
“화장실은 혼자 가요.”
“그럼 문 앞에 있어 주세요.”
*
한 시 십 분, 1층 치킨집 사장이 은박지 꾸러미를 들고 내려왔다. 쉰 줄의 둥근 얼굴에 앞치마를 두른 채였고, 앞치마에서 식은 기름 냄새가 났다. 치킨집 사장은 미루를 보자 꾸러미를 두 개로 갈라 하나씩 내밀었다.
“주말 아가씨도 있네. 날개는 아가씨, 다리는 소진이.”
“사장님, 저 다리 좋아하는데요.”
“날개 먹어야 멀리 가. 다리 먹으면 오래 서 있고.”
미루는 날개를 받아 들고, 셀카봉을 치킨집 사장 얼굴에 들이댔다.
“사장님, 혹시 7번 방 소문 아세요? 구독자님들이 궁금해하세요.”
치킨집 사장이 웃었다. 히, 히끅. 웃음 끝이 딸꾹질처럼 한 번 튀어 오르는 웃음이었다. 웃으면서 한 발 물러났고, 물러난 자리가 6번 방 앞이었다.
“7번 얘기 하면 닭이 안 팔려. 이 골목 장사는 그런 얘기 싫어해.” 치킨집 사장이 카메라 렌즈를 손바닥으로 덮었다. “아가씨, 이런 거 찍지 마. 사장님 화내.”
치킨집 사장은 미루의 셀카봉을 살짝 밀어 내리고 계단을 올라갔다. 발소리가 1층 뒷문 쪽으로 사라졌다. 미루가 날개를 한 입 베어 물고 나를 보았다.
“언니, 저 사장님 지금 도망간 거죠?”
“닭 튀기러 간 거예요.”
“한 시에 닭을 왜 튀겨요. 한 시에 문 닫는다던데.”
미루는 날개 뼈를 은박지에 싸서 계산대 밑 쓰레기통에 넣고, 메모장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치킨 사장님 → 7번 얘기에 도망(날개 주고)」 나는 히끅 하는 웃음소리를 머릿속 어딘가에 따로 놓아두었다. 소리를 따로 놓아두는 것도 버릇이었다.
*
두 시에 택시 기사가 내려왔다. 미루를 보더니 모자를 벗고 꾸벅 인사했다.
“새 아가씨네. 무서운 거 찍는다며? 내가 비법을 하나 알려 주지.”
“비법이요?”
“귀신은 뽕짝을 싫어해.”
미루는 휴대전화 메모장을 열어 진지하게 받아 적었다. 「귀신 → 뽕짝 싫어함(택시 기사님 증언, 경력 삼십 년)」 택시 기사는 흡족한 얼굴로 3번 방에 들어가 「사랑의 미터기」를 세 번 예약했다. 첫 곡이 끝나자 기계가 팡파르를 울렸다. 백 점이었다.
“언니, 저거 진짜 백 점이에요?”
“크게만 부르면 백 점이에요.”
“그럼 귀신도 크게 부르면 백 점이에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
두 시 오십구 분, 미루는 계산대 안쪽 바닥에 쪼그려 앉아 셀카봉만 위로 올렸다. 화면이 7번 방 유리창을 겨눴다. 나는 녹음기를 켜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천장의 새 카메라가 우리 둘의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
세 시 정각에 모니터의 7번 네모가 초록으로 바뀌었다. 「예약 1곡 · 5816 첫차를 기다리며」 새 기계는 소리가 깨끗했다. 피아노 전주에 쇳소리가 섞이지 않았다. 숨 들이마시는 소리도 더 또렷했다.
미루가 비명을 질렀다. 짧고 높은 비명이 복도 천장에 부딪혔다가 떨어졌다. 미루는 제 입을 손으로 막고, 손가락 사이로 화면에 속삭였다.
“나왔어요. 구독자님들. 새 기계래요. 새 기계인데 나왔어요.”
목소리는 수요일과 같았다. 첫 소절 앞에서 숨을 들이마시는 자리도 같았고, 불 꺼진 창을 세다가 하는 대목에서 끝이 살짝 갈라지는 것도 같았다. 기계가 바뀌어도 목소리는 옛 기계의 목소리였다. 3번 방에서 택시 기사가 「사랑의 미터기」를 크게 틀었다. 미루는 세 번째 곡을 부르는 택시 기사의 목소리에 기대듯 계산대 다리에 등을 붙였다.
1절 후렴이 끝났다. 철컥. 노래가 끊겼다. 쇠의 떨림이 가라앉고, 바닥에서 똑, 똑, 똑.
미루는 울지 않았다. 셀카봉을 쥔 손이 떨려서 화면도 떨렸다. 떨리는 화면 속 유리창 너머에는 아무도 없었다.
*
세 시 반, 택시 기사가 3번 방에서 나와 계산대 앞에 식혜 캔을 내려놓았다. 미루 몫까지 두 개였다. 택시 기사는 셔터가 말려 있는 계단 꼭대기를 올려다보다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옛날엔 세 시면 셔터 내렸잖아.”
“세 시요?”
“어. 이 가게 처음엔 이십사 시간 아니었어. 새벽 세 시에 닫고 아침 일곱 시에 열었지. 나는 두 시에 와서 세 시 전에 나갔고.” 택시 기사가 식혜를 땄다. “몇 해 전 겨울에 그 일 있고 나서 이십사 시간으로 바꿨어.”
“무슨 일이요?”
택시 기사는 식혜를 한 모금 마시고 복도 끝을 보았다. 사슬 감긴 7번 방 문이었다.
“7번에서 아가씨 하나가 죽었어. 아침에 발견됐대. 보일러 가스라더라. 젊은 아가씨였는데.” 택시 기사가 모자를 고쳐 썼다. “사장님 앞에서는 그 얘기 하지 마. 사장님이 그 뒤로 몇 달을 앓았어.”
미루가 식혜 캔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나는 녹음기의 철컥을 다시 떠올렸다. 넓은 판이 떨리는 소리. 가게에서 가장 넓은 쇠판은 계단 꼭대기에 말려 있었다.
*
네 시 십오 분, 나는 계단을 올라가 셔터 앞으로 갔다. 셔터 내리는 쇠갈고리는 계단 벽의 못에 매달려 있었고, 갈고리 손잡이에 먼지가 하얗게 앉아 있었다. 셔터 맨 아랫단 바깥에는 손가락만 한 빗장이 달려 있었다. 셔터를 바닥까지 내리고 빗장을 밀면 빗장이 길바닥 홈으로 들어갔다. 빗장은 바깥에만 있었다. 안에서는 손이 닿지 않았다.
“미루 씨가 밖에서 내려 줘요. 끝까지 내리고 발로 빗장을 밀어요.”
“제가 밖에요? 혼자요? 새벽 네 시에 신촌 골목에요?”
“내가 안에서 들어야 해요.”
미루는 셀카봉을 겨드랑이에 끼고, 굵은소금 지퍼백을 열어 계단 꼭대기에 한 줌 뿌렸다. 그러고 나서 골목으로 나갔다. 나는 계단 맨 아래 계산대 앞으로 내려가 녹음기를 들었다. 갈고리가 셔터를 끌어내리는 소리가 위에서 났다. 쇠판 마디마디가 차례로 풀려 내려오며 덜그럭거렸다. 계단으로 들어오던 골목의 가로등 빛이 위에서부터 줄어들었다.
셔터가 바닥에 닿았다. 밖에서 미루가 외쳤다.
“언니, 민다요!”
철컥.
쇠가 쇠를 물었다. 넓은 쇠판이 길게 떨었다. 계단 벽을 타고 떨림이 내려와 계산대 다리까지 왔다. 내 귀에, 녹음기 속에서 백 번 넘게 들은 소리가 똑같이 들어왔다.
셔터가 닫히자 가게의 소리가 바뀌었다. 천장 환기구의 팬이 평소보다 무겁게 웅웅거렸다. 공기가 나갈 데를 잃고 팬 날개에 엉기는 소리였다. 나는 가게 안이 갑자기 좁아지는 것을 귀로 들었다.
“빼요, 미루 씨.”
빗장 빠지는 소리가 나고 셔터가 다시 올라갔다. 미루가 셀카봉을 휘두르며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언니, 고양이가 저 봤어요. 눈이 두 개였어요.”
“고양이는 원래 눈이 두 개예요.”
나는 녹음기를 미루에게 내밀었다. 미루가 이어폰을 끼고, 두 소리를 이어서 들었다. 수요일의 철컥과 방금의 철컥. 미루가 이어폰을 빼지 않은 채 나를 보았다.
“같아요.”
“셔터예요. 밖에서 빗장을 민 소리예요.” 나는 계단 꼭대기를 올려다보았다. “노래하던 사람은 안에 있었어요. 셔터는 밖에서 잠겼고요.”
미루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계단 꼭대기에서 방울이 울렸다.
*
지르릉.
맹순갑이 골목에 서 있었다. 누빔 조끼 위에 긴 패딩을 걸쳤고,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 휴대전화 화면에서 계산대가 내려다보였다. 천장 카메라의 화면이었다.
“누가 셔터 만지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미루가 셀카봉을 등 뒤로 감췄다. 늦었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 맹순갑과 세 칸 떨어진 자리에서 멈췄다.
“사장님. 몇 해 전 겨울에도 새벽 세 시에 이거 내리셨어요?”
“이 가게는 처음부터 이십사 시간이야.”
“기사님이 그러시던데요. 옛날엔 세 시에 닫았다고.”
계단 아래 3번 방 문이 열리고 택시 기사가 모자를 쓴 채 올라왔다. 택시 기사는 맹순갑을 보고 허리를 굽혔다.
“아이고 사장님, 아가씨들이 그냥 궁금해서…… 옛날엔 내렸잖아요, 세 시에.”
맹순갑이 택시 기사를 보았다. 국수를 퍼 주던 얼굴 그대로였다.
“기사님. 오늘부터 우리 가게 오지 마세요.”
“네?”
“육 년 동안 고마웠어요. 다른 데 가서 부르세요. 신촌에 노래방 많아요.”
택시 기사가 입을 벌린 채 모자를 벗었다. 맹순갑은 택시 기사의 어깨를 두 번 두드리고 골목 쪽으로 몸을 비켜 길을 터 주었다. 택시 기사는 모자를 쥔 채 우리를 한 번 돌아보고, 골목에 세워 둔 택시로 걸어갔다. 시동 거는 소리가 났다.
맹순갑이 미루를 보았다.
“미루야. 다음 주부터 주말 밤에는 안 나와도 돼. 낮으로 와. 밤은 소진이 혼자 봐.”
“저 밤이 좋은데요.”
“무서운 거 싫어하잖아. 낮에 와.”
맹순갑은 벽의 못에서 쇠갈고리를 내렸다. 갈고리 끝을 셔터 아랫단 고리에 걸었다.
“그렇게 궁금하면 내가 보여 줄게. 들어가.”
미루가 내 소매를 잡았다. 나는 계단 위의 맹순갑을 올려다보았다. 맹순갑의 패딩 주머니에서 방울이 작게 울었다.
“십 분만 있어 봐. 아무 일도 안 생겨. 기계 고장이라니까.”
나는 미루의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갔다. 등 뒤에서 쇠판이 마디마디 풀려 내려왔다. 가로등 빛이 계단 위에서부터 지워졌다. 셔터가 바닥에 닿고, 바깥에서 신발 앞코가 빗장을 밀었다.
철컥.
이번에는 내가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