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506자)

굳은살

관 속의 천하제일고수가 자꾸 배고프다고 한다 · 강묵현

다섯 번째 상두꾼의 어깨가 채에서 빠지기 직전⁠, 뒤채 오른쪽 빈자리에 다른 어깨 하나가 들어왔다⁠.

초아였다⁠. 상복 소매를 걷어 올리고⁠, 장정 둘이 드는 채 밑에 어깨를 밀어 넣고 있었다⁠. 키가 상두꾼들보다 한 뼘 작아서 채가 초아의 목덜미를 눌렀다⁠. 초아는 이를 악물고 무릎을 폈다⁠.

기울던 상여가 한 치 올라왔다⁠.

“⁠상주가 왜 상여를 메요⁠!⁠”

떡보가 울면서 소리쳤다⁠.

“⁠상주가 메면 안 된다는 법 있어요⁠?⁠”

“⁠없어요⁠! 없는데요⁠, 아무도 안 해요⁠!⁠”

“⁠그럼 제가 처음 해요⁠.⁠”

다섯 번째 상두꾼이 이것을 보았다⁠. 빼려던 어깨를 도로 넣었다가⁠, 쟁반 쪽을 한 번 보고⁠, 막손을 한 번 보았다⁠. 이 상두꾼은 결국 어깨를 뺐다⁠. 대신 채에서 손을 떼기 전에 초아 쪽으로 채 끝을 조금 들어 주고 갔다⁠.

여섯째도 갔다⁠. 일곱째도 갔다⁠. 남은 것은 막손과 떡보와 맹구와 운향⁠, 그리고 열아홉 살에 상여계에 들어와 세 해를 멘 젊은 상두꾼 하나였다⁠. 초아까지 여섯이었다⁠. 여섯으로는 해 질 녘까지 상여를 들고 버틸 수가 없었다⁠.

막손은 요령을 흔들어 상여를 내렸다⁠. 해는 아직 중천이었다⁠. 상여가 둑 흙에 닿는 소리가 났다⁠.

기무광이 둑 위에서 이것을 보았다⁠.

“⁠해 지기 전에 땅에 내린 상여가 산동까지 가겠나⁠.⁠”

기무광은 남은 은자 네 덩이를 쟁반째 흰 옷에게 들려 보냈다⁠. 막손의 발치에 쟁반이 놓였다⁠.

“⁠남은 사람 몫이네⁠. 아무 때나 내려놓고 받아 가게⁠.⁠”

흰 옷들과 사파 깃발들이 둑 위에서 물러갔다⁠. 떠나는 상두꾼 일곱이 운하 나루 쪽으로 걸어갔다⁠. 뒤채의 늙은 상두꾼이 혼자 돌아와 막손 앞에 섰다⁠.

“⁠형님 아버지 상여 멨던 사람이 나요⁠. 그날 앞채가 형님 아버지⁠, 뒤채가 나였소⁠.⁠”

막손은 이 얼굴을 보았다⁠. 알고 있었다⁠. 늙은 상두꾼은 막손이 아홉 살 때부터 상여계 마당에 있었다⁠.

“⁠그 관은 길에서 열렸소⁠. 이 관은 열지 마시오⁠. 나는 산 사람은 못 메오⁠. 그건 법이라⁠. 그래도 열지는 마시오⁠.⁠”

늙은 상두꾼은 막손의 쟁반에서 은자 한 덩이를 집어 막손의 손에 쥐여 주었다⁠. 자기가 받은 열 냥이었다⁠. 그리고 땅에 내려진 꽃상여를 보았다⁠.

“⁠상여는 가져가겠소⁠.⁠”

떡보가 숨을 들이켰다⁠. 막손은 늙은 상두꾼을 보았다⁠.

“⁠계의 상여요⁠. 한 해 겨울 내내 열둘이 깎은 거요⁠. 형님이 이 관을 끝까지 메고 가든 못 가든⁠, 성도 상여계는 남아야 하오⁠. 상여가 남아야 계가 남소⁠.⁠”

막손은 오래 대답하지 않았다⁠. 성도를 떠나기 전날 장의방에서 오십 냥을 주고 찾아온 상여였다⁠. 노인이 관 속에서 던져 준 오십 냥이었다⁠.

“⁠가져가시오⁠.⁠”

떠나는 일곱이 관을 묶은 끈을 풀고⁠, 꽃상여 몸통과 지붕과 장식을 둘러메었다⁠. 남은 것은 오동나무 관 하나와 상여 채 두 개였다⁠. 막손은 이 채 두 개를 관 양옆에 대고 굵은 밧줄로 동여맸다⁠. 장식도 지붕도 없는⁠, 채 두 개에 관 하나를 매단 맨상여였다⁠. 만장도 장식에 딸려 가고 한 폭만 남았다⁠. 젊은 상두꾼이 이것을 채 끝에 묶었다⁠.

흰 옷이 두고 간 은자 쟁반은 둑 위에 그대로 남았다⁠.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떡보가 둑을 내려가다 한 번 돌아보았을 뿐이었다⁠.

*

이날 밤 빈소는 운하 둑 아래 버려진 뱃사공 오두막이었다⁠. 막손은 오두막 문을 닫고 남은 사람들 앞에 섰다⁠.

“⁠다 말하겠소⁠.⁠”

운향이 팔짱을 꼈다⁠.

“⁠기무광 말이 다 맞소⁠. 관에 산 사람이 들었소⁠. 염백수요⁠. 오백 냥을 받기로 하고 성도에서부터 메고 왔소⁠.⁠”

젊은 상두꾼이 입을 벌렸다⁠. 운향은 입을 벌리지 않았다⁠. 대신 웃었다⁠. 처음에는 콧바람으로⁠, 다음에는 배를 잡고 소리 내어 웃었다⁠.

“⁠우리 아버지 팔을 꺾은 영감이⁠, 저 안에서⁠, 내가 메는 관 안에서 만두를 먹었다고⁠? 이백오십 냥 받은 내가 그 영감을 업고 이천 리를 왔다고⁠?⁠”

“⁠천오백 리요⁠.⁠”

“⁠품삯 세 배야⁠. 아니⁠, 네 배⁠.⁠”

관 바닥 널이 열렸다⁠. 노인이 흘러내리듯 빠져나와 오두막 바닥에 앉았다⁠. 운향이 웃음을 멈췄다⁠. 노인은 운향을 올려다보았다⁠.

“⁠구당협 그 뱃도둑 딸이냐⁠. 네 아비는 피난 배를 털었다⁠. 아이 셋이 물에 빠졌다⁠. 그래서 꺾었다⁠.⁠”

“⁠알아⁠.⁠”

운향이 말했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말했어⁠. 그래서 내가 침 뱉으러 온 거야⁠. 알고도 미운 게 있어⁠.⁠”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막손을 보았다⁠.

“⁠상두꾼이 모자라지⁠.⁠”

“⁠다섯이오⁠. 상주까지 여섯⁠.⁠”

“⁠일곱이다⁠.⁠”

노인이 일어섰다⁠.

“⁠내 관은 내가 멘다⁠. 상두꾼 두건 하나 다오⁠.⁠”

막손이 거절할 말을 고르는 동안 초아가 먼저 말했다⁠.

“⁠안 돼요⁠. 관이 비면 무게가 달라요⁠. 기무광이 성도 동문에서 관을 들어 봤다면서요⁠.⁠”

“⁠그러니까 무게를 채워⁠.⁠”

노인이 오두막 구석에 쌓인 맷돌 조각과 운하 돌을 턱으로 가리켰다⁠.

막손은 상여 채 하나를 오두막 기둥에 가로로 걸었다⁠. 한쪽 끝에 노인을 매달고⁠, 다른 쪽 끝에 돌을 담은 망태를 매달았다⁠. 채가 노인 쪽으로 기울었다⁠. 돌을 하나 더 넣었다⁠. 아직 노인 쪽이었다⁠. 하나 더⁠. 채가 수평이 되었다⁠.

“⁠백한 근 반이오⁠. 성도에서는 백 근이었소⁠.⁠”

“⁠만두 때문이다⁠.⁠”

“⁠나물도 드셨잖아요⁠.⁠”

초아가 말했다⁠.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막손은 돌 망태를 관에 넣기 전에 노인을 오두막 구석으로 불렀다⁠. 둘이 무언가를 짧게 주고받았다⁠. 노인이 요령을 들어 세 번 흔들어 보았고⁠, 막손이 고개를 끄덕였다⁠. 떡보는 이 옆에서 요령이 세 번 울릴 때마다 무슨 뜻인지 모르고 딸꾹질을 했다⁠.

막손은 돌 망태를 관에 넣고⁠, 돌이 굴러 소리가 나지 않게 헌 수의와 만장 조각으로 틈을 메웠다⁠. 노인은 수의를 벗고 떠난 상두꾼이 두고 간 무명옷을 입었다⁠. 두건을 쓰고⁠, 운향이 아궁이 그을음을 손가락에 묻혀 노인의 얼굴과 목에 발랐다⁠. 너무 꼼꼼하게 발라서 노인이 재채기를 했다⁠.

“⁠이게 무슨 칠이냐⁠. 청면이냐⁠.⁠”

“⁠상두꾼은 햇볕에 그을려⁠. 영감 얼굴은 너무 하얘⁠. 관 속에 스무 날 넘게 있었잖아⁠.⁠”

*

이튿날 아침⁠, 상여는 다시 들렸다⁠. 앞채 왼쪽에 막손⁠, 오른쪽에 맹구⁠. 가운데 둘에 운향과 젊은 상두꾼⁠. 뒤채 왼쪽에 떡보⁠, 뒤채 오른쪽에 노인이었다⁠. 초아는 상주 자리에서 요령 대신 향을 들고 걸었다⁠.

한 시진도 안 돼서 막손이 뒤를 돌아보았다⁠.

“⁠영감⁠, 덜 메시오⁠.⁠”

“⁠뭐⁠?⁠”

“⁠영감 혼자 관 뒤쪽을 다 들고 있소⁠. 앞이 가라앉고 뒤가 뜨오⁠. 상여가 고개를 숙이고 가오⁠. 남들이 보면 관이 절하는 줄 알겠소⁠.⁠”

노인이 어깨에서 힘을 뺐다⁠. 이번에는 뒤가 푹 내려앉았다⁠. 떡보가 비명을 질렀다⁠.

“⁠영감님⁠, 영감님 몫까지 제가 들고 있어요⁠!⁠”

“⁠그럼 어쩌라고⁠.⁠”

“⁠남들만큼만요⁠! 남들만큼만 드세요⁠!⁠”

“⁠남들이 얼마나 드는지 내가 어떻게 아냐⁠. 나는 평생 혼자 들었다⁠.⁠”

막손은 선소리를 메겼다⁠. 어허 넘차⁠. 노인은 받는소리를 몰랐다⁠. 떡보가 옆에서 입 모양으로 가르쳐 주었다⁠. 사흘째부터 노인은 받는소리를 했다⁠. 박자는 맞았는데 목소리가 너무 커서⁠, 지나가던 뱃사공들이 웬 상두꾼이 저렇게 소리를 잘 받느냐고 했다⁠.

운하 둑길의 마을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이 나와 맨상여에 노잣돈을 꽂았다⁠. 장식 없는 상여를 메고 천 리를 넘게 걸어온 상두꾼 다섯에⁠, 상복 입은 손녀 하나였다⁠. 사흘째 저녁⁠, 한 마을 어귀에서 늙은 아낙 하나가 뒤채 오른쪽 상두꾼의 소매를 잡았다⁠.

“⁠거기 젊은이⁠.⁠”

노인이 그을음 칠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어깨가 좋네⁠. 우리 영감이 내일 산에 가는데 상두꾼이 모자라오⁠. 하루만 메 주면 국수 두 그릇에 만두 한 접시 주겠소⁠.⁠”

노인의 눈이 만두에서 멈췄다⁠. 막손이 앞채에서 고개를 저었다⁠. 노인은 아쉬운 얼굴로 아낙에게 말했다⁠.

“⁠우리 상여도 아직 산에 못 갔소⁠.⁠”

아낙은 젊은이가 말투가 꼭 늙은이 같다고 하면서도 만두 두 개를 싸서 노인의 품에 넣어 주었다⁠. 떡보가 이것을 보고 처음으로 노인을 부러워했다⁠.

저녁마다 노인은 어깨를 주물렀다⁠. 천하제일이라던 어깨에 처음으로 채 자국이 붉게 드러났다⁠.

“⁠내가 이렇게 무거웠냐⁠.⁠”

“⁠영감은 돌이 백한 근 반이오⁠.⁠”

“⁠돌 말고⁠.⁠”

막손은 대답하지 않았다⁠. 노인도 더 묻지 않았다⁠.

*

회안은 대운하가 회하를 건너는 자리였다⁠. 물길 높이가 달라서 갑문 셋이 계단처럼 물을 가두었다가 풀었다⁠. 갑문 앞에는 북쪽으로 올라가려는 짐배가 백 척 넘게 줄을 서 있었다⁠.

갑문지기는 관을 보자마자 고개를 저었다⁠.

“⁠관 실은 배는 갑문을 못 지나오⁠. 갑문에 관이 들어가면 물이 사람을 데려가오⁠. 관은 둑으로 메고 넘으시오⁠.⁠”

막손은 상여를 메고 갑문 옆 둑으로 올라갔다⁠. 둑 위에서는 갑문이 열릴 때 쏟아지는 물소리가 발밑을 울렸다⁠.

둑 한가운데에 기무광이 서 있었다⁠. 이 옆에 청면이 있었다⁠. 얼굴의 푸른 칠을 새로 발라 번들거렸다⁠. 갑문지기가 기무광에게 허리를 굽혔다⁠.

상여가 멈췄다⁠. 막손은 갑문지기가 시키는 대로 상여를 둑 위에 내렸다⁠. 갑문이 열리는 동안은 둑 위에 짐을 내려놓는 것이 법이었다⁠. 관이 둑 끝⁠, 물가 쪽에 놓였다⁠.

기무광이 상여 앞으로 왔다⁠. 장식 없는 맨상여를 먼저 보았다⁠. 채 두 개에 관 하나⁠, 끝에 매단 만장 한 폭이었다⁠.

“⁠꽃이 다 졌군⁠.⁠”

“⁠성도로 돌아갔소⁠. 계의 것이라⁠.⁠”

“⁠상여계가 남겠군⁠. 우두머리는 몰라도⁠.⁠”

기무광은 이 말을 하고 상두꾼들 앞을 천천히 걸었다⁠. 이번에는 길을 막지 않았다⁠. 청면이 반 걸음 뒤에서 따라왔다⁠. 푸른 얼굴의 눈이 뒤채 오른쪽에 가서 오래 머물렀다⁠. 의창 골목에서 젓가락에 칼을 뺏긴 눈이었다⁠.

“⁠양주에서 여섯이 남았다고 들었네⁠. 상주까지⁠.⁠”

기무광은 상주 자리의 초아를 보고⁠, 채 옆에 선 사람들을 셌다⁠.

“⁠그런데 채 밑에 선 사람이 여섯이군⁠. 상주는 상여를 안 메니⁠, 하나가 늘었네⁠.⁠”

“⁠성도에서 사람을 하나 더 불렀소⁠.⁠”

“⁠그런가⁠.⁠”

기무광은 막손의 어깨를 보았다⁠. 무명 저고리 위로도 한쪽이 불룩했다⁠.

“⁠상두꾼은 어깨에 굳은살이 앉지⁠. 스무 해를 메면 어깨 뼈 위에 주먹만 한 굳은살이 서⁠. 상여 채가 앉는 자리라⁠.⁠”

기무광은 손가락으로 막손의 저고리 깃을 젖혔다⁠. 어깨 위에 굳은살이 둥글게 솟아 있었다⁠. 기무광은 고개를 끄덕이고 옆으로 갔다⁠. 맹구의 어깨에도 있었다⁠. 운향의 어깨에는 스무 날 사이에 터지고 아문 물집 자국이 있었다⁠. 젊은 상두꾼의 어깨에는 작은 굳은살이 있었다⁠.

떡보의 어깨에도 주먹만 한 굳은살이 있었다⁠. 기무광은 떡보의 앞섶에서 떡 냄새가 올라오자 코를 한 번 찡그리고 지나갔다⁠.

다음은 뒤채 오른쪽이었다⁠.

갑문지기가 깃발을 올렸다⁠. 첫째 갑문이 열렸다⁠. 가둬 두었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둑 전체가 울렸다⁠. 사람 목소리가 하나도 안 들렸다⁠. 막손은 이 소리가 시작되는 순간 요령을 들고 세 번 흔들었다⁠. 방울 소리는 물소리에 묻혔다⁠. 그래도 이 박자를 아는 사람에게는 손이 흔들리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막손은 뒤채 오른쪽을 보지 않았다⁠. 볼 수가 없었다⁠. 기무광이 바로 이 앞에 서서 막손의 눈길을 등으로 막고 있었다⁠.

물가 쪽에 놓인 관 밑에서 무언가가 물로 떨어졌을지도 몰랐다⁠. 쏟아지는 물소리 속에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기무광이 뒤채 오른쪽 상두꾼 앞에 섰다⁠. 그을음이 묻은 두건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깨를 보이게⁠.⁠”

두건은 움직이지 않았다⁠.

기무광이 손을 뻗어 이 두건을 움켜쥐었다⁠.

9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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