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5,342자)
의창 세관의 불
관 속의 천하제일고수가 자꾸 배고프다고 한다 · 강묵현
막손은 초아보다 먼저 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뚜껑 틈으로 보이던 손은 이미 수의 소매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시신은 굳었다가 풀리오. 풀릴 때 손가락이 오므라드오. 상두꾼은 그걸 하도 봐서 놀라지도 않소.”
“굳었다 풀리는 건 사흘 안이에요.”
초아가 갑판에 주저앉은 채로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는데 말은 또박또박했다.
“약방에서 염하는 거 거들었어요. 사흘 지나면 다 풀려요. 할아버지는 돌아가신 지 열흘이에요. 열흘 지난 손은 안 움직여요.”
기무광이 관 옆으로 와 섰다. 틈 안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초아를 보았다.
“약방 아가씨 말이 맞네. 열흘 지난 손은 안 움직이지.”
그리고 기무광은 막손을 보았다.
“상두꾼, 뚜껑이 이미 한 뼘 열렸네. 상주가 조금만 더 밀면 다 보이겠군.”
초아의 손이 뚜껑 가장자리로 갔다. 막손은 이 손을 붙잡지 않았다. 상주의 손을 잡는 상두꾼은 없었다. 대신 뚜껑의 다른 쪽 끝을 두 손으로 잡고 단숨에 밀어 닫았다. 나무와 나무가 맞물리는 소리가 났다.
“물 귀신이오.”
모두가 막손을 보았다.
“삼협에서 뚜껑이 들리면 물 귀신이 망자 손을 당기오. 그래서 손이 움직인 거요. 지금 열면 망자가 물로 끌려가오. 삼협 아래 상여계는 뚜껑이 들리면 바로 결관을 하오.”
막손은 상여 짐에서 삼베 끈 한 타래를 꺼냈다. 관을 끈으로 일곱 군데 묶어 매듭을 짓는 것을 결관이라고 했다. 관 머리에서 발치까지 한 뼘씩 건너 끈을 감고, 감을 때마다 매듭을 지었다. 손바닥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와 삼베가 붉게 물들었다. 일곱 번째 매듭을 짓고 끈 끝을 초아에게 내밀었다.
“일곱 매듭은 상주만 푸오. 고향에서 푸시오.”
초아는 끈 끝을 받지 않았다. 관을 보았다. 매듭 일곱 개와 붉은 손바닥 자국과, 이 옆에 밤새 식은 만두를 보았다.
“고향에서 풀게요. 그날 제가 다 볼 거예요. 손가락 하나까지.”
막손이 끈 끝을 받아 매듭 사이에 끼워 넣었다.
뱃전 쪽에서 맹구에게 묶여 앉은 운향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귀신 붙은 관이네. 내가 침 뱉으러 왔다가 귀신 구경을 다 하네.”
*
이날 저녁, 초아가 고물에서 혼자 강을 보고 있는 막손 옆으로 왔다. 상복 소매에 아직 붉은 녹이 묻어 있었다.
“할아버지가 사람 팔을 꺾은 거, 알고 있었어요?”
“몰랐소.”
“거짓말 같아요.”
“상두꾼은 망자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안 묻소. 어떻게 묻힐지만 묻소. 그래야 누구 상여든 메오.”
초아는 강물을 한참 보았다.
“이 장례 값은 누가 내요? 상두꾼 열한 명이 이천 리를 가는데요.”
“할아버님이 생전에 맡기셨소.”
“약초 캐던 사람이 무슨 돈으로요?”
막손은 대답 대신 손바닥의 피 젖은 천을 풀어 강물에 헹궜다. 초아가 이 손바닥을 보았다. 밧줄에 쓸리고 노에 쓸려 살이 두 번 벗겨진 자리였다.
“왜 그렇게까지 뚜껑을 막아요? 돈 받아서요?”
“돈도 받았소.”
막손은 천을 짜서 다시 감았다.
“우리 아버지도 상두꾼이었소. 정사대전 때 남의 상여를 메다가 길에서 강호 싸움이 붙었소. 관 속에 원수가 들었다고 누가 소리쳤고, 칼 든 사람들이 상두꾼을 베고 뚜껑을 열었소. 관 속에는 아무도 아닌 늙은 포목상이 있었소. 우리 아버지는 그 관 옆에서 죽었소. 그 뒤로 나는 길에서 뚜껑 여는 걸 못 보오.”
초아는 대꾸 없이 고물에서 일어나 관 옆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날 밤 관 뚜껑에 상식 만두를 올리면서 하나를 덜어 막손의 자리에 놓았다.
*
의창은 삼협이 끝나는 자리였다. 절벽이 물러나고 강폭이 두 배로 벌어지자 물빛이 누렇게 풀렸다. 강가 둑 위에 세관이 있었다. 삼협을 내려온 배는 모두 거기 닿아 짐을 보이고 세를 냈다.
세관 마당에 관이 셋 놓여 있었다. 둘은 이미 뚜껑이 열려 있었고, 하나는 장작 위에 올라가 타고 있었다. 사천에서 내려온 관들이었다. 타는 관 옆에서 늙은 여자 하나가 땅을 치고 있었다.
세관 관리가 막손의 관을 보고 손을 들었다. 마흔 남짓에 배가 나왔고, 코와 입을 삼베 수건으로 싸매고 있었다.
“사천 관이오?”
“성도에서 왔소.”
“사천에 열병이 돈다고 하오. 사천에서 내려오는 관은 열어서 시신을 보이든가, 안 열 거면 여기서 태우오. 의창 지부의 명이오.”
막손은 세관 마당 처마 밑을 보았다. 흰 옷 하나가 서 있었다. 어제까지 기무광의 보따리를 지던 사내였다. 막손과 눈이 마주치자 세관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기무광은 배에서 내리지 않았다. 뱃전에 서서 세관 마당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번에 기무광은 관청의 입을 빌렸다.
“사천에 열병은 없소. 내가 열흘 전에 성도에서 나왔소.”
“있다고들 하오.”
“누가 그러오?”
“다들 그러오.”
관리는 이 말을 하며 처마 밑 쪽을 한 번 보았다. 흰 옷이 사라진 자리였다.
“열어 보이시오. 아니면 장작을 쌓겠소.”
초아가 앞으로 나섰다.
“열병 시신이면 열면 안 돼요. 뚜껑 여는 순간 독한 기운이 마당에 다 퍼져요. 약방에서는 열병 시신 관은 절대 안 열어요. 태우는 것도 안 돼요. 연기로 퍼져요.”
“그럼 어쩌란 말이오?”
“지나가게 해 주세요. 고향에 묻을게요.”
관리가 수건 위로 눈을 찡그렸다. 약방 계집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얼굴이었다. 관리는 결국 자기한테 가장 편한 것을 골랐다.
“열면 퍼지고 태워도 퍼지면, 여기 둘 수는 없소. 강에 띄워 보내든가 돈을 내든가.”
“얼마요?”
“통관세가 관 하나에 백 냥이오.”
막손은 노잣돈 주머니를 풀어 손바닥에 쏟았다. 서른 냥이었다. 관리가 이것을 보고 콧방귀를 뀌었다. 세관 군졸 둘이 장작을 지고 막손의 관 쪽으로 걸어왔다. 다른 하나는 기름 항아리를 들었다.
“잠깐, 잠깐만요!”
떡보가 관 앞에 엎드렸다. 품에서 쑥떡이 굴러 나왔다.
“이 관 태우면 안 돼요. 이 관은요, 이 관은 아주 귀한 관이에요. 오동나무예요. 형님이 깎았어요. 이틀 밤을 새워서요. 팔꿈치 자리까지 넓혀서요.”
“팔꿈치?”
“예, 망자가, 망자께서 팔꿈치를…….”
막손이 떡보의 뒷덜미를 잡아 일으켰다. 군졸이 장작을 상여 발치에 내려놓았다. 기름 항아리 뚜껑이 열렸다. 매캐한 냄새가 마당에 번졌다. 관 속은 조용했다. 막손은 노인이 숨을 멈췄는지, 아니면 기름 냄새를 맡고 바닥 널을 밀 준비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해가 중천이라 상두꾼들은 상여를 내리지 못하고 멘 채로 서 있었다. 노인이 바닥 널을 밀면 상두꾼 열한 명의 발 사이로 떨어질 것이었다.
“풀어.”
뒤에서 운향의 목소리가 났다. 맹구에게 두 팔을 묶인 채로 운향이 턱으로 관리를 가리켰다.
“날 풀어 주면 저 관리 입은 내가 막아 준다.”
막손이 돌아보았다.
“운향 두목이 관리를 어떻게 아오?”
“구당협에서 의창까지 내려오는 배가 몇 척인데. 저 사람 내가 모를 리가 있어?”
막손은 운향을 보았다. 풀어 주면 이백 냥 빚쟁이가 관 옆에서 자유롭게 걸어 다니게 되었다. 관에 침을 뱉으러 온 사람이었다. 군졸이 기름 항아리를 기울였다. 기름 한 줄기가 상여 발치 흙에 떨어졌다.
“맹구야, 풀어 드려라.”
맹구가 한참 걸려 매듭을 풀었다. 운향은 손목을 두 번 털고 관리에게 걸어갔다. 관리의 귀에 입을 대고 무언가를 말했다. 길지 않았다. 관리의 얼굴이 수건 위로 하얘졌다가 붉어졌다.
관리가 손을 들어 군졸들을 물렸다.
“사천 열병은 헛소문으로 판명됐소.”
관리는 그렇게 말하고 막손의 손바닥에서 서른 냥을 쓸어 갔다.
“통관세는 받겠소. 규정이라.”
운향이 돌아와 막손 옆에 섰다. 막손이 낮게 물었다.
“뭐라고 했소?”
“달마다 구당협에서 은자 서른 냥이 이 사람한테 내려가거든. 우리 배 검사 안 하는 값으로. 다음 달부터 끊을까, 아니면 의창 지부에 누가 받았는지 말할까, 물어봤어.”
“고맙소.”
“고마울 거 없어. 이걸로 내 이백 냥에서 한 푼도 안 깎아 준다.”
세관 마당 한쪽에서는 아직 관 하나가 타고 있었다. 늙은 여자는 땅을 치다 지쳐 장작불 앞에 엎드려 있었다. 사천 산골에서 아들을 묻으러 내려왔다가 통관세를 못 낸 사람이었다. 막손은 상여를 세워 두고 이 불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짧게 곡을 했다. 산골 아들이 장강을 처음 보고 끝내 건너지 못했다는 것, 대신 연기가 되어 강을 건너간다는 것을 소리에 실었다. 세관 마당에서 배를 기다리던 장꾼들이 동전을 던졌다. 막손은 이것을 다 주워 늙은 여자의 손에 쥐여 주었다. 상두꾼들은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떡보만 동전 하나가 굴러가는 것을 눈으로 끝까지 따라갔다.
운향은 상여 채 하나를 어깨에 걸쳤다. 묶였던 손목이 빨갰다.
“내 돈 받을 때까지 따라간다. 무한까지. 그동안 이거나 멜게. 메는 값은 따로 쳐.”
배 위에서 기무광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막손이 관을 지고 세관 마당을 나설 때 한 마디를 던졌다.
“자네 빚쟁이가 자네 관을 지키는군, 상두꾼.”
노잣돈 주머니는 비었다. 무한에서 갚을 빚은 운향의 이백 냥과 뱃주인의 삼십 냥에, 이제 운향의 상여 메는 품삯이 하루씩 붙기 시작했다.
*
이날 밤 빈소는 의창 강가 객잔 뒤 헛간이었다. 관은 나무 받침 둘 위에 올려졌다. 바닥 널이 처음으로 땅에서 떨어져 있었다.
초아는 사흘 밤을 새운 끝에 관 옆에서 앉은 채로 잠들었다. 기무광은 객잔 방을 잡고 들어갔다. 운향은 헛간 문간에서 상여 채를 베고 코를 골았다. 막손은 관 옆에 누워 손바닥을 관 옆널에 붙이고 잤다. 그렇게 하면 관이 반 근만 달라져도 손바닥이 알았다.
축시 무렵, 손바닥이 먼저 깼다.
관이 가벼웠다. 손바닥 아래의 오동나무 결이 한 겹 얇아진 것처럼 느껴졌다. 막손은 눈을 뜨지 않은 채 숨을 세 번 쉬었다. 그래도 가벼웠다. 일어나 관 밑을 보았다. 바닥 널 한 장이 받침 사이 흙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중경을 떠난 뒤로 노인은 만두를 다섯 개 먹었다.
막손은 요령을 들었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방울이 한 번만 울려도 초아가 깰 것이었다. 대신 상여 채 하나를 뽑아 들었다. 장정 둘이 드는 채라 한 손으로 들면 손목이 꺾였다. 두 손으로 채를 끌어안고, 헛간 문간에 누운 운향의 발을 넘어 나갔다. 운향이 잠결에 돌아누우며 이백 냥이라고 중얼거렸다.
의창 강가 거리는 잠들어 있었는데, 한 곳에서만 김이 올랐다. 밤새 장꾼들에게 만두를 파는 골목이었다. 막손은 김을 따라 걸었다. 골목 어귀에 들어서자 기름에 지진 돼지고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노인이 골목 한가운데 서 있었다. 수의 차림에 맨발이었고, 두 손으로 김이 오르는 대나무 찜통 하나를 받쳐 들고 있었다. 입에 만두 하나를 물고 있었다.
노인은 막손을 보지 않았다. 골목 저편을 보고 있었다.
골목 끝 어둠 속에 사람 하나가 서 있었다. 등불 하나가 이 얼굴을 비췄다. 눈과 입만 비워 놓고 얼굴 전체에 푸른 칠을 바른 얼굴이었다.
청면이었다. 청면의 눈이 열흘 전에 죽은 사람의 얼굴에 박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