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5,423자)

구당협의 쇠사슬

관 속의 천하제일고수가 자꾸 배고프다고 한다 · 강묵현

두 번째 날 밤⁠, 배는 강가 바위 그늘에 닻을 내렸다⁠. 장강은 밤에도 쉬지 않고 배 밑을 긁고 지나갔다⁠. 관은 배 한가운데에 가로로 놓여 있었고⁠, 이 왼쪽에 초아가⁠, 오른쪽에 기무광이 앉아 있었다⁠. 둘 다 이틀 밤을 눕지 않았다⁠.

막손은 관 머리맡에서 향을 갈았다⁠. 노인은 중경을 떠난 뒤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바닥 널은 갑판에 붙어 있었고⁠, 관을 들어 올리지 않고는 만두 한 개도 밀어 넣을 수 없었다⁠. 관을 들어 올리려면 초아와 기무광 둘 다 잠들어야 했다⁠. 둘 다 잠들지 않았다⁠.

자시가 넘어서였다⁠.

관 안에서 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낮게⁠, 장강 물소리에 섞여 잘 안 들렸다⁠. 두 번째는 분명했다⁠. 오래 비운 뱃속이 뒤틀리며 내는⁠, 길고 늘어지는 소리였다⁠.

초아가 고개를 들었다⁠. 기무광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관 발치에 웅크리고 누워 있던 떡보가 벌떡 일어났다⁠.

“⁠제 배예요⁠!⁠”

갑판 위의 모든 눈이 떡보를 보았다⁠.

“⁠제 배가 울었어요⁠. 저는 밤만 되면 배가 울어요⁠. 고향에서는 제 배 소리 듣고 닭이 깼어요⁠.⁠”

떡보는 앞섶에서 쑥떡을 꺼내 한 입 크게 물었다⁠. 씹는 동안 관 속에서 다시 소리가 났다⁠. 아까보다 길었다⁠. 노인이 떡 냄새를 맡았다⁠.

떡보가 쑥떡을 문 채로 말했다⁠.

“⁠먹으면 더 울어요⁠. 제 배는 그래요⁠. 먹으면 더 달라고 울어요⁠.⁠”

그리고 떡보는 자기 배를 주먹으로 두 번 두드렸다⁠. 텅 빈 소리가 났다⁠. 관 속에서는 꽉 찬 원망 같은 소리가 한 번 더 났다⁠.

기무광이 떡보를 보다가 관을 보았다⁠.

“⁠자네 배는 관 속에 있나 보군⁠.⁠”

“⁠소리가 울려서 그래요⁠. 오동나무가 소리를 잘 울려요⁠. 형님이 그랬어요⁠. 그렇죠⁠, 형님⁠?⁠”

막손은 향을 꽂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동나무가 소리를 잘 울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거문고를 오동나무로 만들었다⁠.

초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릎 위에 올려 두었던 대나무 찬합을 열어 만두 하나를 꺼냈다⁠. 중경 나루에서 산 것이었다⁠. 이것을 관 뚜껑 위⁠, 붉은 손바닥 자국 옆에 올려놓았다⁠. 망자 앞에 끼니마다 올리는 상식이었다⁠.

“⁠할아버지는 제 만두를 맨날 뺏어 먹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요⁠. 하나만 먹는다고 해 놓고 세 개를 먹었어요⁠.⁠”

초아는 관 뚜껑을 손바닥으로 한 번 쓸었다⁠.

“⁠드세요⁠. 이제는 안 뺏어 먹어도 돼요⁠. 제가 드리는 거예요⁠.⁠”

관 속이 조용해졌다⁠. 배 소리도 멈췄다⁠. 막손은 이 조용함이 아까의 배 소리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만두는 관 뚜껑 위에서 밤새 식었다⁠.

*

동이 트기 전에 막손은 상두꾼들을 깨웠다⁠.

“⁠삼협에 들기 전에는 관을 한 번 들어 강에 보이오⁠. 물 귀신한테 이 관은 데려가지 말라고 인사하는 거요⁠. 삼협 아래 상여계는 다 그렇게 하오⁠.⁠”

뱃주인이 또 처음 듣는 소리라는 얼굴을 했다가⁠, 물 귀신이라는 말에 입을 다물었다⁠. 초아는 상주 자리에서 고개를 숙였다⁠. 기무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두꾼 여덟이 관 양옆에 붙어 하나⁠, 둘⁠, 셋에 관을 무릎 높이까지 들었다⁠. 떡보는 미리 일러둔 대로 관 밑으로 기어 들어가 엎드렸다⁠. 관을 받친다는 핑계였다⁠. 막손이 선소리를 길게 뽑는 동안 떡보의 손이 바닥 널을 밀고 식은 만두 다섯 개와 쑥떡 둘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관 안에서 손이 나와 이것을 받아 가는 데 숨 두 번이 걸렸다⁠.

선소리가 끝나 가는데 기무광이 일어섰다⁠.

“⁠좋은 예법이군⁠. 나도 망자께 인사를 드리지⁠.⁠”

기무광은 관 머리 쪽으로 와서 한 손을 관 밑에 넣었다⁠. 관 밑에는 아직 떡보가 엎드려 있었다⁠. 떡보의 손이 바닥 널을 닫는 소리와 기무광의 손가락이 관 밑판에 닿는 소리가 거의 같이 났다⁠.

기무광의 손가락이 관 밑판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졌다⁠. 바닥 널의 이음매 앞에서 멈췄다⁠.

“⁠이 관은 밑판이 여러 장이군⁠.⁠”

“⁠오동나무는 넓은 판이 귀하오⁠. 좁은 판을 이어 붙였소⁠.⁠”

“⁠이음매가 곱네⁠. 상두꾼 솜씨인가⁠?⁠”

“⁠내 솜씨요⁠.⁠”

기무광이 손을 뺐다⁠. 떡보가 관 밑에서 기어 나오며 쑥떡 부스러기를 털었다⁠. 관이 갑판에 내려졌다⁠. 막손은 이 무게를 어깨로 받지 않았는데도 알았다⁠. 만두 다섯 개만큼⁠, 그리고 쑥떡 두 개만큼이었다⁠.

*

해가 오르고⁠, 배는 구당협으로 들어갔다⁠.

장강 삼협 가운데 맨 위의 협곡이었다⁠. 양쪽 절벽이 하늘을 한 줄로 좁혀 놓았고⁠, 이 사이로 강물이 누런 거품을 물고 내리꽂혔다⁠. 북쪽 벼랑 위에 낡은 성채 하나가 놓여 있었다⁠. 뱃주인이 이것을 백제성이라고 불렀다⁠. 물소리가 너무 커서 사람 목소리는 손바닥 둘을 입에 대고 질러야 겨우 건너갔다⁠.

협곡 입구에서 뱃주인이 노를 멈추게 했다⁠. 뱃주인의 얼굴이 하얬다⁠.

강을 가로질러 쇠사슬 하나가 걸려 있었다⁠. 남쪽 벼랑의 바위 고리에서 북쪽 벼랑의 바위 고리까지⁠, 고리 하나가 사람 머리만 한 사슬이 물 위로 한 자쯤 떠서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사슬 앞에 작은 배 열 척이 물살을 거슬러 노를 저으며 버티고 있었다⁠. 수채였다⁠. 강을 막고 지나가는 배에서 뱃세를 받는 물 위의 도적 떼였다⁠.

맨 앞 배의 이물에 여자 하나가 서 있었다⁠. 서른쯤에 소매를 어깨까지 걷어붙였고⁠, 왼쪽 팔뚝에 갈고리에 긁힌 흉이 세 줄 있었다⁠. 운향이 손나발을 하고 소리쳤다⁠.

“⁠그 배에 염백수 관이 있지⁠?⁠”

막손이 뱃전으로 나갔다⁠.

“⁠있소⁠. 상여계 길막손이오⁠. 호상이오⁠.⁠”

“⁠나는 구당협 운향이다⁠.⁠”

운향은 배를 저어 사슬 바로 앞까지 붙었다⁠. 물보라가 운향의 얼굴을 쳤다⁠. 운향은 닦지 않았다⁠.

“⁠길막이다⁠. 망자한테 받을 빚이 있어서 물길을 막는다⁠. 스무 해 전에 염백수가 이 협곡에서 우리 아버지 두 팔을 꺾었다⁠. 아버지는 그 뒤로 노를 못 잡았고⁠, 빚만 지다가 지난겨울에 죽었다⁠.⁠”

갑판 위에서 초아가 일어섰다⁠. 막손은 초아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았다⁠. 할아버지가 사람 팔을 꺾었다는 말은 처음 듣는 말이었다⁠.

초아가 뱃전을 붙잡고 손나발을 했다⁠.

“⁠왜요⁠? 우리 할아버지가 왜 그쪽 아버지 팔을 꺾었는데요⁠?⁠”

운향이 초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상복이 물보라에 젖어 몸에 붙어 있었다⁠.

“⁠네가 손녀냐⁠. 몰라⁠. 알아서 뭐 해⁠. 팔이 꺾였는데⁠. 꺾인 팔은 이유를 알아도 안 펴져⁠.⁠”

초아의 손이 뱃전에서 미끄러졌다⁠. 초아는 다시 붙잡지 않았다⁠.

“⁠갚는 길은 둘이야⁠. 관 열어서 내가 그 늙은이 얼굴에 침 한 번 뱉든가⁠, 은자 이백 냥 내든가⁠.⁠”

막손은 기무광을 돌아보았다⁠. 기무광은 관 옆에 앉은 그대로 찻잔을 들고 있었다⁠. 기무광의 눈이 운향의 배 고물에 꽂힌 흰 천 조각에 한 번 갔다가 돌아왔다⁠. 혈수문 흰 옷에서 찢은 천이었다⁠.

길목마다 묻겠다던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자기 입으로 묻지 않고 남의 입을 샀다⁠.

“⁠노잣돈이 서른 냥 남았소⁠. 서른 냥은 지금 드리고⁠, 나머지는 날을 정해 드리겠소⁠.⁠”

“⁠날은 필요 없어⁠. 이백 냥이 없으면 배를 묶는다⁠.⁠”

운향이 손을 들었다⁠. 수채 배 열 척에서 갈고리 줄이 날아와 뱃전에 걸렸다⁠. 갈고리가 나무를 물어뜯는 소리가 났다⁠. 배가 끌려가기 시작했다⁠. 사슬 쪽이었다⁠. 물살이 배를 사슬에 처박으려고 밀었고⁠, 갈고리 줄이 배를 사슬 앞에 묶으려고 당겼다⁠.

뱃주인이 비명을 질렀다⁠.

“⁠사슬에 박히면 배가 쪼개지오⁠! 관이고 뭐고 다 물귀신 되오⁠!⁠”

막손은 사슬을 보았다⁠. 팽팽하다고 생각했던 사슬이 한가운데에서 물살에 눌려 처져 있었다⁠. 고리 몇 개가 물 아래로 잠겨 있었다⁠. 양쪽 벼랑 고리에서 가장 먼 자리⁠, 물살이 가장 센 자리였다⁠.

배가 거기를 빠르게⁠, 이물을 든 채로 지나가면 사슬을 타고 넘을 수 있었다⁠. 사공은 넷뿐이었다⁠. 넷으로는 이 속도가 안 나왔다⁠.

“⁠채 놓고 노 잡아⁠!⁠”

막손이 상두꾼들에게 소리쳤다⁠. 상두꾼 열이 뱃전 양쪽에 붙어 노를 잡았다⁠. 노를 잡아 본 사람은 맹구 하나였다⁠. 나머지는 노를 상여 채 잡듯 잡았다⁠.

막손이 요령을 들었다⁠. 물소리 때문에 방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요령 대신 목을 썼다⁠.

“⁠어허 넘차⁠!⁠”

상두꾼들의 몸이 이 소리를 기억했다⁠. 상여를 멜 때처럼 한 박자에 같이 숙이고 같이 일어섰다⁠. 노 열이 한꺼번에 물을 잡았다⁠. 배가 앞으로 튀었다⁠. 갈고리 줄 둘이 팽팽해졌다가 끊어졌다⁠.

“⁠어허 넘차⁠, 어허 넘차⁠!⁠”

받는소리가 협곡 벼랑에 부딪쳐 돌아왔다⁠. 수채 배 위의 사내들이 노를 멈추고 이 소리를 들었다⁠. 장례 소리였다⁠. 장강 한가운데에서 상여 소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배는 처진 사슬 쪽으로 곧장 달렸다⁠. 갈고리 줄이 끊어지고 끊어졌다⁠. 운향이 끊어진 줄 하나를 붙잡고 몸을 날려 뱃전에 올라왔다⁠. 손에 짧은 갈고리를 들고 있었다⁠. 관을 향해 달렸다⁠.

맹구가 노를 놓고 일어섰다⁠. 생각하는 데 오래 걸리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운향의 허리를 두 팔로 감아 그대로 들어 올렸다⁠. 운향이 갈고리로 맹구의 등을 찍었다⁠. 맹구는 놓지 않았다⁠.

“⁠이물 들어⁠!⁠”

막손의 소리에 상두꾼들이 고물 쪽으로 몸을 던졌다⁠. 이물이 들렸다⁠. 배 밑창이 사슬 고리에 걸리면서 배 전체가 비명을 질렀다⁠. 나무가 긁히고 쪼개지는 소리가 발바닥으로 올라왔다⁠. 한 박자⁠, 두 박자⁠.

배가 사슬을 타고 넘었다⁠.

이물이 물에 내리꽂히면서 갑판 위의 모든 것이 한 번 떴다⁠. 관도 떴다⁠. 관이 한 뼘쯤 갑판에서 들렸다가 떨어졌고⁠, 이때 뚜껑이 옆으로 밀려 손바닥 너비만큼 틈이 벌어졌다⁠.

뒤에서 수채 배들이 사슬 앞에 멈췄다⁠. 이 아래로는 여울이었다⁠. 따라올 수 있는 배는 없었다⁠.

떡보는 그동안 내내 관 모서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오동나무는 뜬다는 말을 믿었다⁠. 배가 물에 내려앉고 나서도 한참 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뚜껑 틈 안쪽에서 손가락 하나가 떡보의 손등을 톡 치고 나서야 소리도 못 내고 뒤로 나자빠졌다⁠. 이 손가락을 본 사람은 떡보 하나였다⁠.

*

운향은 맹구의 팔에 들린 채로 발을 휘저었다⁠.

“⁠놔⁠! 이 곰 같은 놈아⁠! 길막이를 안 갚고 지나갔으니까 너희 상여계는 끝이야⁠! 다시는 상여 못 메⁠!⁠”

막손은 숨을 고르며 운향 앞에 섰다⁠. 손바닥 상처가 노에 쓸려 다시 터져 있었다⁠.

“⁠안 갚겠다는 게 아니오⁠. 날을 정하겠다는 거요⁠. 무한에서 갚겠소⁠. 이백 냥⁠.⁠”

“⁠무한까지 내가 어떻게 따라가⁠?⁠”

“⁠이 배로⁠.⁠”

운향이 입을 다물었다⁠. 운향의 배들은 사슬 저편에 있었다⁠.

뱃주인이 젖은 얼굴로 다가왔다⁠. 배 밑창 쪽을 가리키며 손가락 셋을 폈다⁠.

“⁠밑창이 다 긁혔소⁠. 수리비 삼십 냥이오⁠. 관 실은 배는 뒤집힌다고 내가 그랬지 않소⁠.⁠”

“⁠안 뒤집혔소⁠.⁠”

“⁠거의 뒤집혔소⁠!⁠”

막손은 무한에서 갚을 빚을 속으로 셌다⁠. 운향의 이백 냥⁠, 뱃주인의 삼십 냥⁠, 그리고 하관 날의 첫자리⁠. 노잣돈은 서른 냥이었다⁠.

“⁠할아버지⁠!⁠”

초아의 목소리였다⁠.

초아는 관 앞에 엎드려 밀린 뚜껑을 두 손으로 잡고 있었다⁠. 제자리로 밀어 넣으려던 손이 그대로 멈춰 있었다⁠. 손바닥 너비의 틈 안쪽으로 수의 소매 끝과 마른 손 하나가 보였다⁠.

막손이 이것을 본 순간⁠, 이 손의 손가락 다섯이 천천히 오므라들었다⁠.

초아가 뒤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갑판 위의 모두가 들을 만큼 크게 소리쳤다⁠.

“⁠할아버지 손이 움직였어요⁠!⁠”

관 오른쪽에서 기무광이 찻잔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4화는 어땠나요?

댓글 0

로그인하면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