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5,199자)

잿빛잠 숲

꼴찌 소환사가 부른 건 용이 아니라 닭이었다 · 문가온

1학년 국경 견학은 원래 학기 끝 무렵에 가는 행사였다. 교장실에서 그 일정을 한 주 앞당긴다는 공고가 내려온 것은 꼬끼가 북쪽 담에 올라갔던 날 오후였다. 마차 여섯 대에 1학년 예순 명이 나눠 탔고, 3학년 인솔자 셋이 말을 타고 따랐다. 이졸데가 그 가운데 하나였다.

마차는 하루 반을 북쪽으로 달렸다. 처음엔 추수가 끝난 밀밭이 이어졌다. 둘째 날 아침부터 밭이 줄고 자작나무가 늘었고, 길가에 서리가 녹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피오가 탄 마차에는 짐칸이 따로 붙어 있었다. 꽥과 뿔이가 거기 실렸다. 바우는 날개가 붙을 때까지 학교에 남았다. 출발하던 아침, 바우는 정문 안쪽에 앉아 마차가 언덕을 넘을 때까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국경 마을 애들은 닭을 어떻게 키워?”

제레드가 마차 벽에 머리를 기대고 물었다. 둘째 날 오후 내내 멀미를 해서 얼굴이 누랬다. 불씨는 제레드의 목도리 안에서 자고 있었다. 실습장에서 처음 잠든 뒤로 그 용은 하루에 열 시간씩 잤다.

“똑같아요. 아침에 문 열고, 저녁에 문 닫고.”

“그럼 국경 마을 닭도 새벽에 울면 숲이 깨?”

피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마차 앞자리에 앉은 마리엘이 돌아보며 웃었다.

“바스틴, 국경 마을엔 닭이 없어. 백 년 전부터 못 키우게 했대. 몰랐어?”

마차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피오는 외할머니가 사셨다는 북쪽 마을을 생각했다. 어머니는 외할머니가 시집을 때 닭 한 마리 없이 왔다고 했었다. 그래서 피오네 양계장은 아버지 쪽에서 시작된 거라고.

*

잿빛잠 숲 가장자리의 경비대 초소는 통나무 울타리로 둘러친 언덕 위에 있었다. 초소 안에서는 기름과 연기와 젖은 가죽 냄새가 났다. 망루 둘, 마구간 하나, 병사 마흔 명. 경비대원들은 저마다 늑대나 곰이나 큰 매를 데리고 있었다. 그 짐승들도 사람처럼 지쳐 보였다.

경비대장 볼코는 얼굴 왼쪽에 발톱 자국 세 줄이 나 있었고, 그 자국이 왼눈을 지나갔다. 왼눈은 하얗게 흐렸다. 볼코는 마차에서 내리는 1학년들을 하나씩 훑어보다가 피오의 어깨에 앉은 꼬끼에서 멈췄다.

“저게 그 닭이냐?”

인솔 교수가 그렇다고 했다. 볼코는 침을 뱉었다.

“초소 안에서 울리면 목을 딴다. 학생이든 닭이든.”

초소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숲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무들은 잿빛 이끼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가지가 흔들리지 않았다. 숲 전체가 숨을 아주 천천히 쉬는 것 같았다. 숲과 들판의 경계를 따라 큰 돌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 있었다. 사람 키만 한 돌마다 꼬불꼬불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꼬끼가 그 돌들을 보고 목털을 세웠다. 피오는 학교 북쪽 담 밑의 돌을 직접 본 적이 없었지만, 이졸데가 말한 그 무늬가 저것이라는 걸 알았다.

“재움돌이다.”

볼코가 학생들 앞에서 말했다.

“저게 숲을 재운다. 백 년 동안 그랬다. 그런데 요 한 달 사이에 셋이 갈라졌다.”

볼코는 손가락 셋을 펴 보이고, 그 손가락으로 피오를 가리켰다.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1학년 예순 명의 눈이 피오에게 쏠렸다.

*

오후에는 숲 가장자리를 걸었다. 경비대원 넷이 앞장섰고, 학생들은 재움돌 안쪽으로 한 걸음도 넘어가지 말라는 말을 다섯 번 들었다.

재움돌 바로 너머에 잠든 것들이 있었다. 처음 본 것은 사슴이었다. 다리가 마차 바퀴 높이였고, 뿔에 이끼가 두껍게 앉아 작은 숲처럼 보였다. 사슴은 옆으로 누워 있었다. 숨을 한 번 들이쉬는 데 숨 열 번이 지나갔다. 내쉴 때마다 콧김이 서리처럼 하얗게 퍼져 주변 풀잎에 얼음 알갱이로 맺혔다.

그 옆에 멧돼지가 있었다. 마차만 했다. 송곳니가 땅에 박혀 있었고, 등 털 사이로 버섯이 자라 있었다. 학생들 몇이 숨을 죽이고 뒷걸음질쳤다. 볼드윈 크레인의 멧돼지가 그 큰 멧돼지를 보고 꼬리를 말았다. 꽥이 그걸 보고 쉿거렸다. 볼드윈은 이번에도 꽥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걸었다.

피오는 사슴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청동 볏을 옷깃에 꽂고 있었다. 볏이 미지근했다. 피오는 사슴의 감긴 눈을 보았다. 속눈썹에 서리가 앉아 있었다. 깨어날 때를 기다리는 짐승의 얼굴이 이렇다고, 피오는 처음 알았다. 고향 외양간에서 새끼를 밴 암소가 해산 전날 그런 얼굴로 잤다.

그때 뒤에서 당나귀 울음이 터졌다.

경비대 짐 당나귀였다. 장작 짐을 진 채로 길 한가운데 주저앉아 있었다. 경비대원 하나가 고삐를 당기며 욕을 했고, 당나귀는 고개를 저으며 한 번 더 울었다. 울음이 끔찍하게 길고 탁했다. 잠든 사슴의 귀가 움찔했다. 경비대원들이 일제히 사색이 되었다.

“저 미친 놈 입 막아!”

꼬끼가 피오의 어깨에서 내려가 당나귀 등의 장작 위로 뛰어올랐다. 당나귀의 정수리를 한 번 쪼았다. 당나귀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일어섰다. 장작 짐을 진 채로, 꼬끼를 등에 태운 채로.

경비대원이 고삐를 놓쳤다. 당나귀는 피오 앞까지 걸어와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두 번. 피오는 길가의 언 흙에 원을 그렸다. 손가락 끝이 아렸다. 당나귀가 원 안으로 들어왔다. 손목 안쪽의 깃털 자국이 다섯이 되었다.

“끄덕이요.”

피오가 이름을 말하자 당나귀가 또 끄덕였다. 경비대원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볼코를 돌아보았다. 볼코는 웃지 않았다.

*

해 질 녘, 볼코는 경비대원 열을 데리고 숲 가장자리로 나갔다. 다들 기름 항아리와 횃불을 들었다. 1학년들은 초소 언덕에서 내려다보라는 말을 들었다. 피오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볼코는 잠든 멧돼지 앞에 서 있었다. 경비대원들이 항아리를 기울여 멧돼지의 등 털에 기름을 붓고 있었다. 기름 냄새가 이끼 냄새를 덮었다.

“뭐 하는 거예요?”

피오가 언덕을 뛰어 내려와 물었다. 숨이 찼다. 꼬끼가 어깨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피오의 옷깃을 물었다.

“돌이 셋 갈라졌다. 갈라진 돌 옆에서 자는 놈부터 태운다. 깨기 전에.”

볼코는 피오를 보지 않고 대답했다.

“자는 놈이 제일 잘 탄다. 깨면 우리가 탄다.”

“아직 안 깼잖아요. 아무도 안 다쳤어요.”

“그러니까 지금 하는 거다.”

볼코가 횃불을 받아 들었다. 피오는 멧돼지와 볼코 사이로 들어섰다. 등 뒤에서 멧돼지의 숨이 느리게 오갔다. 기름에 젖은 털에서 열기가 났다.

“불붙이면 옆에 자는 것들이 다 깨요. 사슴도, 그 뒤에 있는 것들도. 불 냄새 맡으면.”

“학생, 비켜라.”

“안 비켜요.”

볼코의 하얀 왼눈이 처음으로 피오를 보았다. 그때 피오의 옆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이졸데였다. 세라프가 그 뒤에 내려앉았다.

“해즈, 비켜.”

“선배도 이게 맞다고 생각해요?”

“맞다고 생각해.”

이졸데는 피오의 팔을 잡았다. 장갑 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두 해 전 겨울에 오빠가 막으러 간 게 이런 거였어. 잠 덜 든 거. 경비대가 그때 먼저 태웠으면 오빠는 살았어.”

“이 멧돼지가 선배 오빠를 죽였어요?”

이졸데의 손이 굳었다. 피오는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대신 이졸데를 똑바로 보았다.

“이 멧돼지는 아무도 안 죽였어요. 자고 있었을 뿐이에요.”

“앞으로 죽일 거야.”

이졸데가 피오의 팔을 당겼다. 세라프가 피오의 등 뒤로 돌아 날개로 밀었다. 피오는 비틀거리며 옆으로 밀려났다. 끄덕이가 초소 쪽에서 울며 달려 내려왔고, 경비대원 둘이 그 고삐를 붙잡았다. 꽥이 쉿쉿거리며 볼코의 장화를 물려다가 경비대원의 늑대에게 쫓겨 났다.

볼코가 횃불을 던졌다.

불은 기름을 따라 한순간에 번졌다. 멧돼지의 등 털이 타오르는 소리가 마른 장작 소리 같았다. 멧돼지는 눈을 뜨지 않았다. 뜨지 못했다. 백 년 동안 감긴 눈꺼풀은 열기에 오그라들었을 뿐이었다. 깊은 데서 끓어오르는 소리가 났다. 울음이었는지 숨이었는지 피오는 알 수 없었다. 그 소리는 길게 이어지다가 끊겼다. 털과 살이 타는 냄새가 들판 끝까지 퍼졌다. 학생 몇이 언덕에서 토했다.

피오는 땅에 무릎을 꿇은 채 그것을 보았다. 꼬끼가 피오의 무릎 위에서 목털을 곤두세웠다. 울지 않았다. 피오가 꼬끼의 부리를 손으로 감쌌다. 지금 울면 옆의 사슴이 깰 것이었다. 깨어서 불을 볼 것이었다.

불은 한 시간 동안 탔다. 다 타고 난 자리에는 검은 뼈와 땅에 박힌 송곳니만 남았다. 볼코는 그 앞에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경비대원들이 옆의 사슴 쪽을 보았다. 볼코가 손을 저었다.

“오늘은 하나로 됐다. 기름이 모자라.”

이졸데는 끝까지 그 불을 보고 있었다. 불빛이 이졸데의 얼굴 한쪽을 붉게 비추었다. 불이 거의 꺼졌을 때 이졸데가 한 번 눈을 감았다. 피오는 그것을 보았다. 이졸데는 다시 눈을 떴고, 돌아서서 언덕을 올라갔다.

*

그날 밤 피오는 짐마차에 묶였다. 경비대장의 명령을 거스른 학생은 그렇게 한다는 것이 초소의 규칙이었다. 손목에 감긴 밧줄이 거칠었다. 짐마차에 실린 꽥과 뿔이가 피오 양쪽에 붙어 앉았다. 끄덕이는 마구간에 갇혔는데, 밤새 울어서 경비대원들이 잠을 못 잤다. 피오는 그 울음을 들으며 조금 웃었다. 웃고 나니 손목이 더 쓰렸다. 국경의 밤은 학교보다 훨씬 추워서, 짐마차 판자에 닿은 등으로 냉기가 스며들었다. 꼬끼가 피오의 무릎 위로 올라와 몸을 부풀렸다. 꽥이 반대쪽 옆구리에 몸을 붙였고, 뿔이는 피오의 발 위에 턱을 얹었다. 묶인 사람 하나를 짐승 셋이 덮었다.

자정이 넘어 이졸데가 물 한 잔을 들고 왔다. 짐마차 가장자리에 잔을 놓고, 피오의 손이 닿는 자리까지 밀었다.

“묶인 사람한테 물 주는 것도 순찰 일이에요?”

“아니.”

이졸데는 짐마차 바퀴에 등을 기대고 섰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숲 쪽에서 타고 남은 연기 냄새가 아직 넘어왔다.

“소리가 날 줄 몰랐어.”

이졸데가 말했다. 피오는 무슨 소리인지 묻지 않았다. 피오도 그 소리를 들었다.

“그래도 맞는 일이었어.”

이졸데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갔다. 물잔은 거기 남아 있었다. 피오는 묶인 손을 겨우 뻗어 잔을 들었다. 물이 차가웠다.

새벽 다섯 시, 꼬끼가 짐마차 지붕에서 울었다. 경비대원들이 욕을 하며 뛰어나왔다. 그 울음이 숲 쪽으로 퍼지는 동안 피오 옷깃의 청동 볏이 달아올랐다. 망루에서 종이 울렸다. 종소리가 짧게 세 번, 다시 세 번이었다.

해가 뜨고 나서 순찰을 나갔던 경비대원 하나가 말을 몰고 돌아왔다. 얼굴이 하얬다. 볼코가 초소 마당으로 나왔다.

“큰곰 굴이 비었습니다.”

경비대원의 목소리가 떨렸다.

“백 년 동안 한 번도 안 움직이던 그놈이요. 굴 입구 바위가 밀려나 있고, 발자국이 남쪽으로 나 있습니다. 발자국 하나가 마차 바퀴만 합니다.”

“남쪽 어디로?”

경비대원이 손을 들어 가리켰다. 그들이 하루 반 동안 마차를 타고 올라온 길, 그 끝에 있는 곳이었다.

벨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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