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222자)

나는 꼬끼다

꼴찌 소환사가 부른 건 용이 아니라 닭이었다 · 문가온

나는 꼬끼다. 그 이름은 내가 지은 게 아니다. 모이 주는 놈이 처음 원 밖에서 나를 보고 그렇게 불렀다.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더 높고 긴 이름이 어울린다. 하지만 그놈이 그 이름을 부르면 손에서 보리가 나오니까 대답은 해 준다.

모이 주는 놈의 이름은 피오다. 나는 그냥 내 사람이라고 부른다. 내 사람은 키가 크고 냄새가 좋다. 짚 냄새, 흙 냄새, 그리고 아주 오래전 어딘가에서 맡아 본 것 같은 냄새가 손등에서 난다. 그 냄새 때문에 내가 그 원으로 갔다. 다른 원들에서는 쇠 냄새와 비싼 기름 냄새가 났다. 그런 데는 안 간다.

밤이었다. 돌은 내 옆에서 자고 있었다. 돌의 이름은 바우인데, 나는 그냥 돌이라고 부른다. 돌은 오늘 낮에 날개 하나를 잃었다. 은빛 큰 새가 그랬다. 늙은 사육사가 와서 돌의 날개를 하얀 진흙과 쇠끈으로 붙여 놓았다. 돌은 아파도 소리를 안 낸다. 그게 돌의 나쁜 점이다. 아프면 울어야 남이 안다. 나는 그 쇠끈 위에 저녁 내내 앉아 있었다. 따뜻하게 해 주려고 앉은 건 아니다. 거기가 제일 높았다.

흰 놈은 돌의 앞발 사이에서 잤다. 흰 놈은 거위다. 시끄럽고 겁이 없고 아무나 문다. 나랑 비슷하지만 나보다 못생겼다. 검은 놈은 닭장 지붕 위에서 잤다. 검은 놈은 염소다. 높은 데를 좋아한다. 그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지붕 꼭대기는 내 자리다. 오늘 밤만 봐준다.

내 사람은 짚 위에 누워 있었다. 내 사람은 추우면 몸을 둥글게 만다. 무릎을 가슴까지 당기고, 팔을 안으로 넣고, 입으로 작게 끙끙거린다. 첫날 밤에 그걸 봤다. 그래서 나는 밤마다 그 가슴 위에 올라앉는다. 무겁다고 투덜거리지만 몸이 펴진다. 오늘도 그랬다. 내 사람은 내 깃털에 코를 묻고 금방 잠들었다.

그러다 냄새가 왔다.

북쪽에서였다. 해 뜨는 쪽이 아닌데 아침 냄새가 났다. 젖은 흙이 처음 마르기 시작할 때의 냄새, 오래 닫혀 있던 굴 문이 열릴 때의 냄새. 나는 그 냄새를 안다. 알에서 나오기 전부터 알았다. 무언가가 깨어날 때가 됐다는 냄새였다. 그런 냄새를 맡으면 가 봐야 한다. 가서 알려 줘야 한다. 이제 일어나도 된다고.

나는 내 사람의 가슴에서 내려왔다. 내 사람이 몸을 다시 둥글게 말았다. 미안하지만 일이 있었다.

빗장은 나무였다. 쪼면 된다. 쪼았다. 서른 번쯤 쪼니까 빗장이 들렸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흰 놈이 눈을 떴다. 따라오려고 했다. 나는 흰 놈의 부리 끝을 한 번 쪼았다. 흰 놈은 다시 앉았다. 흰 놈은 시끄러워서 안 된다.

*

닭장을 나가서 북쪽으로 가려면 짐승 숙사 마당을 지나야 한다. 비싼 기름 냄새가 나는 짐승들이 자는 곳이다. 용들은 다 자고 있었다. 늑대들도. 불 도마뱀은 거기 없었다. 불 도마뱀은 불 도마뱀 주인의 베개 위에서 잔다. 불 도마뱀 주인은 제레드다. 붉은 털실을 목에 감고 다닌다. 그 털실에 그려진 것이 나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마당 한가운데에 은빛 큰 새가 깨어 있었다.

은빛 큰 새는 세라프다. 오늘 낮에 돌의 날개를 부순 놈이다. 앞은 새고 뒤는 고양이다. 그런 것은 새라고 부를 수 없다. 하지만 크다. 아주 크다. 그놈은 마당 구석에 엎드려 있다가 내가 지나가자 머리를 들었다.

우리는 서로 보았다.

그놈의 눈은 금색이었다. 그 눈이 나를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오늘 낮에도 그 눈이었다. 내가 울었을 때 그 눈이 잠깐 감겼다. 나는 그걸 기억한다. 그놈도 기억할 것이다.

그놈이 일어섰다. 발톱이 마당 돌바닥을 긁었다. 날개가 반쯤 펴졌다. 그 날개 끝에 돌가루가 아직 묻어 있었다. 돌의 날개 가루였다.

나는 걸어갔다. 돌아가지 않았다. 그놈의 앞발 바로 앞까지 가서 섰다. 그놈이 머리를 낮췄다. 부리가 내 볏 바로 위에 있었다. 한 번 내리찍으면 나는 끝난다. 그건 안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나는 그놈의 앞발톱을 쪼았다. 돌의 가루가 묻은 그 발톱을. 딱, 한 번.

그놈이 움찔했다. 발을 뒤로 뺐다. 그리고 한동안 나를 내려다보다가, 머리를 거두고 다시 엎드렸다. 날개를 접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놈 나름의 사과다. 나는 받아 주지 않았다. 볏을 한 번 털고 지나갔다. 돌한테 나중에 직접 하라고 할 생각이다.

*

북쪽 담은 높다. 돌로 쌓았고 이끼가 꼈다. 나는 담 밑을 따라 걸으며 오를 자리를 찾았다. 그런데 담 밑에 불빛이 있었다.

사람이 하나 쪼그려 앉아 있었다. 냄새로 알았다. 오래된 종이 냄새, 밀랍 냄새, 계피 냄새. 보라색 둥지 머리였다. 그놈의 둥지는 아주 편하다. 내가 두 번 앉아 봐서 안다. 이 학교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라고 내 사람이 그랬다. 이름은 길어서 외우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보라색 둥지 머리는 둥지를 안 쓰고 있었다. 머리가 하얗고 맨머리였다. 그놈 앞에 커다란 돌이 땅에 반쯤 묻혀 있었다. 사람 키만 한 돌이었고, 표면에 꼬불꼬불한 무늬가 잔뜩 새겨져 있었다. 그 무늬에서 졸린 냄새가 났다. 아주 진하게. 그 돌 한가운데에 금이 가 있었다. 금은 위에서 아래로 길게 뻗어 있었다.

보라색 둥지 머리는 작은 병을 기울여 그 금에 무언가를 붓고 있었다. 은색이었다. 물처럼 흐르는데 물은 아니었다. 그 은물이 금 사이로 스며들 때마다 졸린 냄새가 더 진해졌다. 그놈은 입속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목소리가 낮 동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아니었다. 쉬어 있었다.

나는 그 은물이 먹을 건 줄 알았다. 병에서 나오는 건 대체로 먹을 거다. 내 사람의 모이 주머니도 병 비슷하다. 나는 가까이 가서 금에 고인 은물을 한 번 쪼았다.

차가웠다. 그리고 맛이 끔찍했다. 쇠 맛에 잠 맛이 섞여 있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고 부리를 땅에 닦았다.

“누구냐?”

보라색 둥지 머리가 불빛을 들어 올렸다. 나는 그 불빛 밖으로 뛰었다. 그놈의 손이 내 꼬리 깃털 끝을 스쳤다. 깃털 하나가 빠졌다. 나는 그 깃털을 아끼던 참이었다. 그놈은 내 깃털을 손에 쥐고 불빛에 비춰 보았다. 그리고 담 위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이미 담 중간쯤 올라가 있었다. 돌 틈, 이끼, 튀어나온 돌, 다시 돌 틈. 그놈은 쫓아오지 않았다. 늙어서 담을 못 탄다.

“그 녀석이로군.”

그놈이 혼잣말을 했다. 그다음엔 아무 말도 안 했다. 불빛이 꺼졌고, 발소리가 멀어졌다.

*

담 꼭대기는 바람이 셌다. 북쪽이 다 보였다. 학교 담 밖에 늙은 사육사의 짐승들이 자는 곳이 있었고, 그 너머에 들판이 있었고, 들판 끝에 숲이 있었다. 숲은 검었다. 아주 멀었는데, 냄새는 가까웠다. 아침 냄새. 그 숲 전체에서 났다. 숲 전체가 잠 덜 깬 숨을 쉬고 있었다.

담 꼭대기 돌은 서리에 젖어 발바닥이 시렸다. 나는 한 발씩 번갈아 들어 깃털 속에 넣었다. 닭이 한 발로 서는 것은 멋을 부리는 게 아니다. 발이 시려서다.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웃는다. 바람이 깃털 사이로 파고들어서 나는 몸을 두 배로 부풀렸다. 부풀리면 크고 따뜻하고 멋있다.

해 뜰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다섯 시. 나는 그때를 안다. 몸이 안다. 나는 가슴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아직 이르지만 준비는 해야 한다.

그때 누가 내 부리를 잡았다.

손이었다. 가죽 장갑을 낀 손. 내 부리를 위아래로 꽉 쥐었다. 나는 날개를 퍼덕였고, 발톱으로 그 팔을 긁었다. 팔은 놓지 않았다. 냄새를 맡았다. 은빛 큰 새 냄새, 그리고 쑥 냄새. 지난번에 사육사 집에서 머리에 풀을 뒤집어쓴 사람이었다. 은빛 큰 새를 끌고 다니는 시끄러운 사람. 이졸데.

“울지 마.”

그 사람이 속삭였다. 숨이 하얗게 나왔다. 담 위까지 혼자 기어 올라온 모양이었다. 무릎에 이끼가 묻어 있었다.

“여기서 울면 안 돼. 저 아래 교장이 있었어. 봤어. 너도 봤지?”

봤다. 그런데 그걸 왜 나한테 묻는가? 나는 대답 대신 그 사람의 장갑을 물려고 했다. 부리가 잡혀 있어서 못 물었다. 그것이 내 생애 가장 분한 순간이었다.

*

그 사람은 나를 겨드랑이에 끼고 담을 내려갔다. 부리는 끝까지 안 놓았다. 짐승 숙사 마당을 지날 때 은빛 큰 새가 고개를 들었다가, 자기 사람 겨드랑이에 끼인 나를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웃은 것 같았다. 나중에 쫄 것이다.

닭장 앞에 내 사람이 서 있었다. 맨발이었다. 서리 위에 찍힌 내 발자국 옆에 그 발자국이 나란히 찍혀 있었다. 내 사람의 얼굴이 하얬다. 나를 보자 하얀 얼굴이 무너졌다가 다시 굳었다.

“꼬끼.”

이졸데가 나를 내밀었다. 내 사람이 나를 받았다. 부리가 풀렸다. 나는 그 사람의 장갑을 한 번 쪼았다. 늦었지만 쪼았다.

“북쪽 담 위에 있었어. 울기 직전이었고.”

“왜 거기까지 가 있었어요?”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닭장 빗장 그따위로 해 놓으면 다음엔 어디까지 갈지 몰라. 가둬. 쇠로.”

내 사람이 나를 품에 안은 채로 그 사람을 보았다. 내 사람은 원래 소리를 잘 안 지른다. 지금도 안 질렀다. 그런데 목소리가 낮고 단단했다.

“꼬끼가 가고 싶어서 간 거예요. 쇠로 가두면 쇠를 쫄 거예요. 부리가 부러질 때까지.”

“그럼 부러지게 둬.”

“안 둬요.”

둘은 한참 서로 보았다. 은빛 큰 새를 끌고 다니는 사람의 눈은 오늘 낮보다 피곤해 보였다. 나는 그런 눈을 안다. 지칠 만큼 지친 눈이다. 지금 울면 저 사람은 이 자리에서 잘 것이다. 울어 줄까 생각했다. 그러나 다섯 시가 아니었다. 나는 시간을 지킨다.

“교장이 담 밑에 있었어.”

그 사람이 목소리를 낮췄다.

“큰 돌 앞에서 뭘 붓고 있었어. 은빛 나는 거. 돌에 금이 가 있었고. 그 돌, 며칠 전에 전령이 와서 말했다는 국경 돌하고 무늬가 같았어.”

내 사람이 숨을 들이켰다.

“그걸 왜 저한테 말해요? 청원 낸 사람이.”

“모르겠어. 그냥 네 닭이 그걸 쪼아 먹으려고 하더라.”

그 사람은 돌아섰다. 몇 걸음 가다가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청원은 그대로야.”

*

다섯 시가 되었다. 나는 내 사람의 품에서 머리를 뺐다. 지붕에 올라갈 시간은 없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울었다. 북쪽을 보고.

내 사람은 나를 남쪽으로 돌리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울음이 끝나고 나서 바람이 바뀌었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바람에 새 냄새가 섞여 있었다. 아침 냄새가 아니었다. 그보다 무겁고, 털이 많고, 배고픈 냄새였다. 산 냄새였다. 아주 오래 굴속에 있었던 큰 것이, 굴 밖으로 한 발을 내디딘 냄새.

나는 목털을 세웠다. 돌이 쇠끈 묶인 날개를 들썩이며 일어났다. 흰 놈이 쉿거렸다. 검은 놈이 지붕 위에서 발을 굴렀다.

내 사람은 아무 냄새도 못 맡았다. 사람은 코가 나쁘다. 그래도 내 사람은 나를 꼭 안은 채로, 내가 보는 쪽을 같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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