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457자)

깃발 하나

꼴찌 소환사가 부른 건 용이 아니라 닭이었다 · 문가온

청동 볏이 달아오른 그날 아침, 학교 전체가 같은 소문으로 술렁였다. 국경 경비대의 전령이 새벽 여섯 시에 말을 몰고 정문을 지나 교장실로 올라갔다고 했다. 식당 줄에서는 숲 동쪽 가장자리에 박혀 있던 큰 돌 하나가 세로로 갈라졌다는 말이 돌았고, 점심때가 되자 그 돌이 둘로 갈라졌다는 말로 바뀌었고, 저녁에는 셋으로 갈라졌다는 말이 되었다. 피오는 그 소문을 교내 목장 똥 더미 옆에서 들었다.

근신 첫날의 노역은 외양간 바닥을 긁어내는 일이었다. 쇠스랑을 쥐자 손이 반가워했다. 손바닥 굳은살이 자루에 꼭 맞았고, 젖은 짚과 소똥이 섞인 냄새는 고향 외양간 냄새와 거의 같았다. 피오는 휘파람까지 불며 바닥을 긁었다. 목장 관리인이 그 모습을 보고 근신이 아니라 휴가를 왔느냐고 투덜거렸다.

문제는 헛간 지붕 위의 염소였다.

검은 털에 뿔이 바깥으로 휜 숫염소 한 마리가 헛간 지붕 꼭대기에 서 있었다. 관리인 말로는 사흘째 거기서 안 내려온다고 했다. 사다리를 대면 사다리를 걷어차고, 장대를 대면 장대 끝을 씹어 먹었다. 지붕 기와가 벌써 여섯 장 깨져 있었다.

“고기로 팔 놈이야. 내려오기만 하면.”

관리인은 염소를 올려다보며 침을 뱉었다. 염소는 그 침이 떨어진 자리를 내려다보며 수염을 흔들었다.

꼬끼가 피오의 어깨에서 내려가 헛간 벽을 탔다. 돌벽 틈과 덧창 경첩과 처마 끝을 차례로 밟고 지붕까지 올라가는 데 숨 열 번이 걸리지 않았다. 지붕 꼭대기에서 꼬끼와 염소가 마주 섰다. 염소가 고개를 숙여 뿔을 겨누었다. 꼬끼는 그 뿔 사이로 걸어 들어가 염소의 이마를 한 번 쪼았다.

염소가 눈을 끔뻑였다. 뿔을 거두고, 꼬끼를 따라 지붕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한 발 한 발, 꼬끼가 디딘 자리만 골라 디뎠다.

피오는 외양간 앞 흙바닥에 원을 그렸다. 바닥의 흙에는 소똥이 반쯤 섞여 있었고, 손가락으로 획을 그을 때마다 미지근했다. 관리인이 그걸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염소는 원 안으로 들어와 피오의 무릎에 뿔을 비볐다. 손목 안쪽의 깃털 자국이 넷이 되었다.

“그놈 이름은 뭐로 할 거냐? 고기?”

“뿔이요.”

“그게 이름이냐?”

“바우도 이름이에요.”

관리인은 대꾸할 말을 찾다가 그만두고, 깨진 기와 값은 학교에 청구하겠다고만 했다.

*

근신 사흘째 저녁, 식당 게시판에 학년 대항전 공고가 붙었다. 해마다 가을 학기 중간에 열리는 행사였다. 세 학년이 열 명씩 뽑아 탑 정원에서 깃발 뺏기를 한다. 학년마다 깃발 하나를 지키고, 남의 깃발을 가져오면 이긴다. 지난 열한 해 동안 3학년이 열한 번 이겼다.

공고 맨 아래 규칙 한 줄에 피오의 눈이 멈췄다. 「소환사는 계약한 소환수를 모두 낼 수 있다.」

“그 줄은 아무도 신경 안 써.”

제레드가 피오 어깨 너머로 공고를 읽었다.

“다들 하나밖에 없으니까. 둘 있는 사람이 학교 전체에 셋인가 넷이야. 넌 넷이고.”

1학년 대표를 맡은 사람은 마리엘 오스트였다. 은빛 머리를 땋아 내린 용 소환 가문의 딸이었고, 시험장에서 다섯 마리 용 가운데 가장 큰 놈을 부른 사람이었다. 마리엘은 대표 열 명을 고르는 자리에서 피오의 이름을 듣자 대놓고 웃었다.

“닭장 친구는 깃발 지키는 데 쓰면 되겠네. 깃발 옆에 닭이 서 있으면 3학년들이 웃다가 넘어질지도 모르잖아.”

“넣어.”

제레드가 말했다. 목도리를 매만지며, 평소보다 조금 큰 목소리였다.

“해즈가 안 들어가면 나도 안 들어가. 그럼 1학년 용이 넷이 되고, 3학년 쪽엔 크레인이 있어. 그리핀 하나가 용 넷을 어떻게 갖고 노는지 작년에 다들 봤잖아.”

마리엘은 제레드를 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닭장 친구, 대신 깃발은 네가 지켜. 지면 네 탓이야.”

*

탑 정원은 본관 뒤에 펼쳐진 넓은 뜰이었다. 사람 키보다 높은 회양목 울타리가 미로처럼 얽혀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분수와 석상과 해시계가 있었다. 정원 세 귀퉁이에 학년 깃발이 섰다. 1학년 깃발은 낮은 분수대 위에, 2학년 깃발은 해시계 옆에, 3학년 깃발은 정원 북쪽 끝 정자 지붕 위에 꽂혀 있었다. 정자 지붕은 이 층 높이였다. 날개 달린 소환수가 없으면 닿기 어려운 자리였다.

관람석은 본관 테라스였다. 교수들과 학생들 사이에 귀족 손님들이 섞여 있었다. 맨 앞줄에 은빛 학 문장을 단 키 큰 남자가 앉아 있었다. 크레인 공작이었다. 이졸데의 아버지는 딸을 보지 않고 정원 전체를 내려다보았다. 그 옆자리에 교장 알브레히트가 보랏빛 모자를 쓰고 앉아 있었다.

시작 종이 울렸다.

2학년이 먼저 무너졌다. 3학년이 처음부터 2학년 깃발 쪽으로 몰려가서, 그리핀 세라프가 해시계 위로 내리꽂히는 데 백을 셀 시간도 안 걸렸다. 2학년 깃발이 넘어가자 테라스에서 박수가 터졌다. 그다음 3학년 열 명이 방향을 돌려 1학년 쪽으로 왔다.

피오는 분수대 옆에 섰다. 꽥을 깃발 바로 아래에 앉혔다. 거위는 울타리 너머의 발소리를 듣자마자 목을 빼고 쉿쉿거렸다. 그 소리가 어느 쪽에서 나느냐가 3학년이 어느 길로 오는지를 알려 주었다.

“왼쪽 둘째 길이에요.”

피오가 외쳤다. 마리엘이 의심스러운 얼굴로 돌아보았다가 용을 그쪽으로 돌렸다. 회양목 울타리 사이로 3학년의 늑대 둘이 튀어나왔고, 용의 불길이 그 앞을 막았다. 다음은 오른쪽이었다. 꽥이 오른쪽을 향해 쉿거렸고, 이번에는 마리엘이 피오에게 묻지도 않고 돌아섰다.

바우는 1학년 깃발로 오는 가장 넓은 길 한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돌은 움직이지 않았다. 3학년의 멧돼지가 그 돌에 부딪혀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멧돼지 주인은 볼드윈 크레인이었다. 볼드윈은 장터에서 거위에게 물린 자리가 아직 아픈지 엉덩이 쪽 망토를 두 겹으로 덧대고 있었다. 꽥이 그를 알아보고 날개를 펼치자 볼드윈은 길을 바꾸었다. 테라스 쪽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동안 뿔이는 정원 북쪽으로 가고 있었다.

피오가 처음부터 노린 것은 3학년 깃발이었다. 이 층 높이의 정자 지붕. 날개 달린 것만 닿을 수 있다고 다들 생각하는 자리. 뿔이는 헛간 지붕에서 사흘을 버틴 염소였다. 회양목 울타리 꼭대기를 밟고, 정자 기둥의 덩굴을 밟고, 처마 끝 장식을 밟았다. 발굽이 미끄러질 때마다 테라스의 사람들이 숨을 들이켰다.

세라프가 그것을 먼저 보았다. 그리핀이 방향을 틀어 정자 쪽으로 날아올랐다. 은빛 날개가 회양목 위로 그림자를 끌고 지나갔다. 이졸데가 1학년 깃발 앞에서 돌아섰다. 이졸데와 피오의 거리는 스무 걸음쯤이었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염소였어?”

이졸데가 외쳤다. 피오는 대답하는 대신 바우를 불렀다.

바우가 일어섰다. 백 년 동안 접어 두었던 돌 날개가 처음으로 펼쳐졌다. 날갯짓이 무거웠다. 돌은 날지 못했다. 대신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고, 정자 지붕 바로 아래까지 솟구쳤다. 세라프가 뿔이를 향해 발톱을 내리꽂는 순간, 바우가 그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

돌이 깨지는 소리는 생각보다 맑았다.

세라프의 발톱이 바우의 왼쪽 날개를 쳤다. 날개 뿌리에서 금이 번졌고, 날개 한쪽이 통째로 떨어져 나갔다. 바우는 남은 날개로 균형을 못 잡고 정원 바닥에 떨어졌다. 땅이 울렸다. 떨어진 돌 날개가 회양목 울타리를 부러뜨리며 굴렀다.

세라프가 다시 날아올랐다. 뿔이가 아직 지붕 끝에 매달려 있었다. 그때 분수대 쪽에서 꼬끼가 울었다.

정오의 울음이라 새벽만큼 멀리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라프는 2학년 깃발을 넘기고 1학년 쪽을 돌고 정자까지 날아오른 참이었다. 그리핀의 날갯짓이 반 박자 느려졌다. 눈꺼풀이 한 번 내려왔다가 올라갔다. 그 반 박자 사이에 뿔이가 지붕 꼭대기로 올라섰고, 3학년 깃발의 장대를 이빨로 물었다.

종이 울렸다.

테라스가 한동안 조용했다. 열한 해 동안 한 번도 들리지 않던 종소리였다. 그러다 1학년들이 먼저 소리를 질렀다. 마리엘이 용 등에서 내려와 피오에게 달려오다가 멈칫했고, 제레드는 붉은 목도리를 벗어 공중에 던졌다. 목도리는 회양목 울타리 위에 걸렸다.

*

피오는 환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정원 바닥에 쓰러진 바우에게 달려갔다. 가고일은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일어나려 애쓰고 있었다. 날개가 떨어진 자리에서 돌가루가 흘러내렸다. 피오는 굴러간 날개를 끌어다 그 옆에 놓았다. 무거웠다. 혼자서는 들 수 없었다.

바우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처음 계단을 올라오던 새벽에도, 지금도. 호박색 눈이 피오를 보다가 떨어진 날개를 보았다. 꼬끼가 날아와 바우의 머리 위에 앉았다. 평소처럼 쪼지 않았다. 볏을 낮추고, 바우의 뿔 사이에 몸을 웅크렸다. 피오는 손바닥을 바우의 이마에 댔다. 처음 계약하던 날처럼 돌이 따뜻했다. 피오는 고개를 숙이고 이를 악물었다. 테라스의 박수 소리가 아주 멀리서 들렸다.

그림자 하나가 피오 위에 드리웠다. 이졸데였다. 세라프는 정원 구석에 내려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네 돌이 날개를 잃은 건 네 탓이야.”

이졸데가 말했다.

“네가 염소를 저기 올렸으니까. 국경이었으면 네 염소는 죽었어. 돌도 날개가 아니라 머리를 잃었을 거고.”

“여긴 국경이 아니잖아요.”

“언젠간 국경이야.”

피오는 고개를 들었다. 이졸데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지만, 장갑 낀 손은 세라프의 발톱 자국이 남은 바우의 날개 뿌리를 보고 있었다.

“이긴 건 이긴 거예요. 다음엔 바우가 안 다치게 이길 거예요.”

“다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때 테라스에서 종이 다시 울렸다. 교장 알브레히트가 일어서 있었다. 교장은 손을 들어 박수를 멈추게 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정원 전체에 말했다.

“훌륭한 경기였네. 1학년의 승리를 축하하네. 열한 해 만이군.”

박수가 다시 일었다. 교장이 손을 한 번 더 들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를 보고 한 가지를 정했네. 학년말 계약 축제는 왕실이 주관하는 대회야. 소환사의 힘을 겨루는 자리지, 짐승을 몇 마리 거느렸는지 겨루는 자리가 아니지. 올해부터 축제에는 예선부터 결승까지, 소환사가 입학 시험에서 처음 부른 소환수 하나만 낼 수 있네.”

테라스의 귀족 손님들이 박수를 쳤다. 크레인 공작이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피오는 정원 바닥에서 그 박수 소리를 들었다. 꽥도 뿔이도 바우도 없이, 축제에는 꼬끼 하나였다.

이졸데가 테라스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아주 작게, 피오에게만 들릴 만큼 말했다.

“나는 저런 거 부탁한 적 없어.”

*

그날 밤 마르타가 닭장으로 왔다. 석회 반죽 한 통과 쇠띠 두 개를 들고 왔다. 노인은 바우의 날개 뿌리에 석회를 바르고, 떨어진 날개를 피오와 둘이서 맞대 쇠띠로 묶었다. 꽥은 석회 통에 부리를 넣었다가 혼이 났다.

“한 달은 걸린다. 그동안 날개 펴면 다시 떨어져.”

“한 달이면 축제 전이네요.”

“축제엔 어차피 못 나간다며.”

마르타는 손에 묻은 석회를 앞치마에 문질렀다. 피오는 대답하지 않고 꼬끼를 보았다. 꼬끼는 바우의 쇠띠 위에 올라앉아 있었다. 그 자리를 떠나지 않으려 했다.

새벽 네 시 반, 피오가 눈을 떴을 때 닭장이 조용했다. 지붕 위가 비어 있었다. 닭장 문 빗장이 열려 있었고, 빗장 나무에 부리로 쫀 자국이 수십 개 나 있었다. 서리 내린 흙 위에 닭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발자국은 북쪽 담을 향해 곧게 뻗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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