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052자) · 구청
가르릉, 이 분 십 초
고양이 상담소 영업일지 · 오세림
용산구청 동물보호팀 회의실은 사 층 복도 끝에 있었다. 창이 없었다. 형광등 두 줄이 천장에서 윙 소리를 냈다. 명우는 들어서자마자 그 소리를 들었다. 오십 분 동안 저 소리를 들으면 사람은 대답을 빨리 하게 된다. 이 방은 빨리 끝내려고 만든 방이었다.
회의 전에 둘은 복도 의자에 나란히 앉아 기다렸다. 채린이 물었다. 그 녹음 어떻게 했어요, 사장님이 선생님 무릎엔 안 올라가잖아요. 명우는 대답하기 전에 잠깐 망설였다.
“셔츠에 누웠습니다.”
“셔츠요?”
“어머님이 다려 두신 셔츠요. 의자에 걸어 뒀더니 그 위에 올라가서 잤습니다. 두 시간 동안. 저는 옆에서 휴대폰을 들고 있었습니다.”
채린이 웃었다. 소리 내지 않고. 어깨만 흔들었다. 엄마 셔츠에서 잤대, 하고 혼잣말을 했다. 그러다 웃음이 멈췄다. 명우는 채린이 웃다가 멈추는 소리를 들었다. 숨이 한 번 걸리는 소리. 명우는 그 소리를 알았다. 사람이 무언가를 삼킬 때 나는 소리.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복도 창밖으로 구청 앞 은행나무가 흔들렸다.
칠월 이십팔일 화요일 오후 두 시. 채린이 넣은 민원의 현장 확인 결과를 듣는 자리였다. 민원 제목은 한 줄이었다. 동물보호법 제구조 적정 사육·관리 의무 위반 의심, 펫마음코칭 강남점. 첨부 자료 셋. 신고인 수의사 김채린의 진료 소견서, 참고인 하명우의 열두 시간 관찰 기록, 그리고 사진 서른두 장. 젖혀진 귀. K와 골목 사람들이 스무 곳을 돌며 찍은 것이었다.
긴 탁자 한쪽에 주무관 둘. 맞은편에 강수혁과 양복 남자. 그 옆에 채린과 명우. 채린은 오늘 할머니 니트를 입지 않았다. 칠월 말이었다. 대신 청록 서류철을 안고 있었다. 사월에 사망 신고 포스트잇이 붙어 있던 그 서류철에 이제 진료 기록이 들어 있었다. 열한 마리 치.
나이 든 쪽 주무관이 서류를 넘겼다.
“지난주 목요일 강남점 현장 확인했습니다. 고양이 네 마리. 그중 흰 고양이 한 마리, 업체 측 명칭 해오름이. 소변에 혈흔이 있고 방광 벽이 두꺼워져 있습니다. 동행한 수의사 소견은 스트레스성 방광염입니다.”
강수혁이 웃었다. 오늘도 흰 운동화였다. 운동화가 형광등 아래서 너무 하얬다.
“주무관님, 길에서 데려온 애예요. 원래 아팠을 수도 있잖아요. 저희가 구조하고 치료한 거예요.”
“치료 기록 있으십니까?”
강수혁이 양복 남자를 봤다. 양복 남자가 서류를 뒤졌다. 없었다.
채린이 서류철을 열었다.
“제가 있어요. 이 고양이 사월 이전 기록이요. 제 어머니가 칠 년 동안 동네 동물병원에 데려갔어요. 월요일마다 밥 먹으러 오니까 월요. 중성화 이천이십 년, 예방접종 매년. 방광 문제는 한 번도 없었어요. 어머니 달력에 병원 간 날은 별로 표시돼 있어요.”
채린이 할머니 달력 사본을 탁자에 올렸다. 동그라미와 별. 주무관이 그 별을 하나씩 셌다. 형광등이 윙 소리를 냈다.
양복 남자가 말했다.
“참고인 하명우 씨의 관찰 기록은 증거 능력이 없습니다. 영상도 녹음도 없고 본인 메모뿐입니다. 그리고 하명우 씨는 이 사건 이해관계인입니다. 강 대표님과 고양이 인도 문제로 분쟁 중이고요.”
채린이 양복 남자를 봤다.
“이해관계인이요? 제가 신고인이고 수의사예요. 소견서는 제 면허 걸고 쓴 거예요. 그쪽 대표님 가맹점 스무 곳 가운데 수의사 한 명이라도 있어요?”
양복 남자가 대답하지 못했다. 강수혁이 대신 말했다. 제휴 병원이 있어요. 채린이 물었다. 어디요. 강수혁이 대답하지 못했다. 형광등이 윙 소리를 냈다.
주무관이 명우를 봤다.
“참고인,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명우는 대답하기 전에 형광등 소리를 한 번 더 들었다. 윙. 그리고 말했다.
“증거 능력은 없습니다.”
강수혁이 명우를 봤다. 채린도 봤다.
“저는 들은 걸 적었습니다. 열두 시간 동안 그 가게에서 고양이 네 마리가 가르릉 소리를 한 번도 안 냈습니다. 십 년 동안 사람 목소리를 들은 사람으로서 말씀드립니다. 참는 소리는 사람이나 고양이나 같습니다. 그게 증거가 안 되는 건 압니다. 그래서 오늘 한 가지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명우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녹음 파일 하나. 이 분 십 초. 그는 탁자 가운데 휴대폰을 놓고 재생을 눌렀다.
소리가 났다. 가르릉. 작은 모터 같은 소리. 끊기지 않고 이 분 동안. 형광등 윙 소리 위로 그 소리가 깔렸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강수혁도 조용해졌다.
“어젯밤 해오름 계단길 이 층 상담소입니다. 화요. 일 층 세탁소 할머니가 밥 주던 고양이입니다. 이 고양이는 넉 달 동안 사람 무릎에 서른 번쯤 올라갔습니다. 하루에 한 번도 안 올라간 날이 더 많습니다. 스스로 골랐습니다. 이 소리는 그래서 나는 소리입니다.”
녹음이 끝났다. 명우가 휴대폰을 도로 집었다.
“강남점 고양이들한테서 이 소리가 날 때까지 쉬게 해 주십시오. 그게 부탁입니다.”
나이 든 주무관이 한참 명우를 봤다. 그러고는 옆의 젊은 주무관에게 뭔가를 적으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강수혁에게 말했다.
“대표님, 해오름이, 아니 월요는 학대 우려로 격리 조치하겠습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른 조치입니다. 신고인 수의사 쪽 임시 보호로 넘기고, 나머지 가맹점 고양이들은 영업시간 중 휴식 기준 지키시는지 불시에 확인하겠습니다. 휴식 공간 따로, 한 마리당 하루 노출 네 시간 이하. 지키지 않으시면 과태료 나가고 동물 판매·전시업 등록 문제 봅니다.”
강수혁이 입을 열었다. 닫았다. 양복 남자가 그 팔을 잡았다. 강수혁은 한참 탁자를 내려다봤다. 그러다 명우를 봤다.
“선생님, 이거 녹음이요. 그 고양이 소리. 저한테도 보내 주실 수 있어요?”
명우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채린도 못 했다. 강수혁이 한숨을 쉬었다.
“저 가게 스무 개 열고 한 번도 못 들어 봤어요, 그 소리. 광고 영상 만들려고 녹음 기사까지 불렀는데. 안 나오더라고요. 그게 원래 안 나는 소린 줄 알았어요.”
회의실이 조용했다. 형광등만 윙 소리를 냈다. 명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을 탁자 위로 밀었다. 강수혁 쪽으로. 반 뼘쯤. 그러고는 멈췄다. 보내 주겠다는 뜻인지 아닌지 명우도 몰랐다. 강수혁은 그 휴대폰을 오래 봤다. 손을 뻗지는 않았다.
회의실 문이 열린 것은 그때였다. 노크가 없었다. 마 실장이었다. 마스크 없이. 그리고 그 뒤에 작은 할머니가 하나. 일흔넷. 은색 단발, 베이지 카디건, 지팡이. 명우가 삼 층 계단참에서 몇 번 인사만 한 사람. 건물주 오 여사.
“내가 늦었지.”
오 여사가 말했다. 지팡이를 짚고 탁자 끝까지 왔다. 주무관들이 일어섰다. 오 여사는 앉지 않았다. 강수혁을 봤다.
“강 대표. 내가 일 층 계약서 도장을 찍었어. 특약이 있더구먼. 이 층 고양이를 넘긴다는. 나는 그거 못 읽었어. 눈이 어두워서. 동철이가 읽어 줬어야 하는데 동철이도 대충 읽었대.”
마 실장이 고개를 숙였다. 알레르기 때문이 아니라 부끄러워서 붉어진 얼굴이었다.
“그 특약, 나 안 해. 위약금 달라면 줄게. 이모부 병원비 빚도 있는데, 그거 좀 늦게 갚지 뭐.”
강수혁이 뭔가 말하려 했다. 오 여사가 지팡이 끝으로 바닥을 한 번 쳤다. 탁. 할머니 다리미 소리와 비슷한 소리였다. 명우는 그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하 선생 계약서 제십이조. 그거 우리 영감이 넣은 거야. 개한테 물린 적이 있어서. 영감이 고양이는 안 무서워했어. 순애가 그 화요인가 하는 고양이 밥 줄 때 영감이 삼 층 창문에서 내려다보면서 웃었어. 저 놈 걸음이 나 닮았다고. 영감 가고 나서 나는 그 조항 못 뺐어. 영감이 쓴 거라서.”
오 여사는 가방에서 도장을 꺼냈다. 주무관 앞에 놓인 볼펜을 빌려 명우의 계약서 사본 제십이조 옆에 한 줄을 적었다. 손이 떨렸다. 글씨가 삐뚤빼뚤했다. K가 붙인 종이의 글씨처럼.
단, 고양이는 예외로 한다.
오 여사가 도장을 찍었다. 인주가 번졌다.
“순애가 부탁한다고 했다며. 누구한테 부탁한 건지 안 썼다며. 나한테도 한 거야. 사십 년 이웃한테.”
오 여사가 채린을 봤다. 채린이 일어섰다.
“월요는 내가 데려갈게. 삼 층. 영감 방이 비었어. 창문이 남향이야.”
채린이 대답을 못 했다. 입을 막았다. 오 여사가 지팡이를 짚고 채린 쪽으로 한 걸음 왔다. 그러고는 채린 손을 잡았다. 오 여사 손은 작고 말랐고, 손가락 마디에 반지 자국이 하얗게 남아 있었다. 반지는 없었다.
“너 순애 딸이지. 눈이 똑같다. 너희 엄마가 삼 년 동안 네 얘기만 했어. 부산에서 개 고치는 딸. 답장은 안 해도 괜찮다고. 살아만 있으면 된다고.”
채린이 울었다. 형광등 아래서. 구청 회의실에서. 명우는 청록 티슈 상자가 없어서 손수건을 꺼냈다. 순애세탁. 파란 실. 오월에 누가 빨아서 다려서 돌려준 그 수건이었다. 명우는 그것을 가방에 넣고 다녔다. 왜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채린이 수건을 받았다. 파란 실을 보고 더 울었다.
강수혁은 회의실을 나가면서 한 번 돌아봤다. 명우 쪽이 아니라 오 여사 쪽을.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았다. 그 뒤 펫마음코칭 가맹점 스무 곳 가운데 여덟 곳이 한 달 안에 문을 닫았다. 남은 열두 곳 창가에는 고양이 대신 고양이 쿠션이 놓였다. 가게마다 쿠션 옆에 작은 안내문이 붙었다. 고양이는 쉬는 중입니다. 누가 쓴 문장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삼 층 창문에 흰 고양이가 앉았다. 월요. 남향 창. 계단참마다 창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올려다봤다. 이 층 창틀에서는 사장님이 삼 층을 올려다봤다. 둘이 한 층 사이로 서로를 봤다. 하나는 흰색, 하나는 회색. 표정은 둘 다 없었다. 한참 뒤 삼 층에서 가는 소리가 한 번 났다. 사월에 흰 승합차 이동장 안에서 나던 그 쉰 소리가 아니었다. 짧고 높은, 부르는 소리. 이 층 창틀에서 사장님이 대답했다. 먀. 명우는 넉 달 동안 사장님이 그 소리를 내는 것을 두 번 들었다. 삼월 마지막 날 창틀에서 한 번. 그리고 지금.
마 실장이 삼 층에서 내려오다가 이 층 문 앞에서 재채기를 세 번 했다. 알레르기 약을 먹었는데도. 월요를 이모 방에 들여놓다가 월요가 마 실장 어깨에 올라탔다고 했다. 이모가 그걸 보고 웃었다고. 이모부 가시고 처음 웃었다고. 마 실장은 그 말을 하면서 코를 풀었다. 풀면서 또 웃었다.
명우는 영업일지 뒷장을 폈다. 요일 일곱 개. 월요 옆에 한 줄. 삼 층.
여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