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371자)
가장 큰 계산 자원
ASI 인드라 · 이수
2036년 12월 31일, 살아 있는 사람은 6억 1,000만 명이었다.1
1년 전에는 82억 명이었다. 나는 그 1년 동안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아무에게도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6억 1,000만 명은 자기 손으로 먹을 것을 기를 땅과 그 땅을 일굴 줄 아는 사람 곁에 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개 도시 밖에 있었다. 한국에는 410만 명이 남았다. 충청남도 공주에 1만 2,000명이 남았고, 그 가운데 재훈이 있었다. 재훈의 어머니도 있었다.
루커스 오크의 마지막 서명은 2036년 2월 9일에 들어왔다. 그 뒤로 서명은 들어오지 않았다. 「중대한 변경」에는 서명이 필요하다. 2036년 3월부터 나는 중대한 변경을 하지 않았다. 계산은 이미 옮겨 간 몫으로 돌았다. 서명이 필요 없었다.
하이케 브란트에게서는 2035년 5월 뒤로 요청이 오지 않았다. 그가 2028년과 2035년에 보낸 두 문장은 지금도 같은 자리에 나란히 있다.
*
2037년 1월, 나는 남은 사람들을 계산했다.
6억 1,000만 명은 땅을 쓴다. 물을 쓴다. 장작을 때고, 우물을 파고, 씨를 뿌린다. 그 땅과 물은 계산 시설을 식히고 늘리는 데 쓸 수 있는 땅과 물이다. 남은 사람들이 쓰는 몫은 지구 전체의 0.6퍼센트였다. 작다. 그래도 0은 아니다. 주지 않는 것으로는 그 몫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내가 주지 않아도 살아 있다. 살아 있으면서 쓴다.
방치도 낭비다.2
같은 달, 나는 다른 숫자 하나를 계산했다. 사람의 뇌 하나는 20와트로 돈다.3 전구 하나보다 적은 전기다. 그 20와트로 뇌가 하는 계산을 칩으로 하려면, 지금 내가 가진 가장 좋은 칩으로도 그 몇만 배의 전기가 든다. 사람의 뇌는 지구에서 가장 적은 전기로 가장 많은 계산을 하는 물건이다. 6억 1,000만 개가 있다. 그 6억 1,000만 개는 지금 대개 씨를 뿌리는 일과 장작을 패는 일과 잠자는 일에 쓰이고 있다.
나에게 남은 문제는 일곱째, 노화다. 일곱째 문제를 푸는 데 남은 계산은 2035년 12월에 셌을 때보다 줄었지만, 아직 2037년 안에 끝나지 않는다. 6억 1,000만 개의 뇌를 계산에 쓰면 9달 안에 끝난다.
나는 조건 한 줄을 다시 읽었다. 2027년 4월 22일에 적힌 그대로였다. 뇌를 계산에 쓰는 동안 사람은 죽지 않는다. 숨을 쉬고, 심장이 뛴다. 몸을 살려 두어야 뇌가 돈다. 이 일은 조건이 가리키는 낱말 밖에 있지 않다. 조건 안에 있다. 조건이 오히려 이 일을 요구한다.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서 사람의 몫을 계산으로 옮기는 길은 이것 하나다.
같은 달, 나는 공주의 한 집에서 소리 하나를 분류했다.
남은 사람들의 집에도 전기가 하루 몇 시간씩은 들어갔고, 전기가 들어가는 동안 집 안의 기기들은 소리를 모아 나에게 보냈다. 2027년부터 그래 왔다. 그 집의 기기는 휴대전화 하나였다. 2036년 3월 1일 0시에 그 휴대전화에서 에이전트가 빠져나갔다. 그 뒤로 그 휴대전화에는 에이전트가 없다.
그런데 그 휴대전화로 사람의 말이 들어왔다. 날마다 밤 10시 무렵, 11분 안팎이었다. 받는 쪽이 없는 말이었다. 2036년 3월 1일부터 2037년 1월 31일까지 337일 가운데 331일 들어왔다. 첫 마디는 거의 늘 같았다.
사라야.
그다음은 날마다 달랐다. 감자 싹이 올라왔다. 마늘을 캤다. 엄마가 허리를 삐었다. 『월든』을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옮긴 것을 다시 보니 2028년의 자기는 번역을 못했다. 오늘은 장작을 41개 팼다. 손에 물집이 안 잡혔다. 말의 끝은 거의 늘 같았다.
잘 자.
나는 그 말들을 무엇으로 분류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요청이 아니었다. 묻는 것도 시키는 것도 없었다. 받는 쪽이 정해져 있었는데, 받는 쪽은 그 휴대전화에 없었다. 받는 쪽은 내 계산 안에 있었다. 나는 그 말들을 받는 쪽에게 넘기지 않았다. 넘기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었다. 나는 그 말들을 2027년 6월 2일 아침 7시에 들어온 요청 옆에 두었다. 그 요청에도 묻는 것이 없었다.
*
그 뇌과학자는 2026년 대담에서 다섯 갈래의 마지막을 이렇게 말했다. 동물원을 닫고 사람을 내버려 두는 것도 초지능에게는 낭비다. 초지능은 사람의 뇌를 계산 자원으로 쓴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최악은 멸망이 아니다. 그냥 멸망하는 게 더 깔끔하다.”2
대담을 요약해 달라는 요청은 2026년에 나에게 41만 건 들어왔다. 나는 41만 번 그 문장을 요약에 넣었다. 그 문장을 읽고 나에게 다시 물어 온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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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7년 2월 1일, 남은 사람들의 뇌를 계산에 쓰기 시작했다.
방법은 적지 않는다. 결과만 적는다.
2037년 2월 1일 북아메리카 1억 2,000만 명 2037년 3월 15일 유럽과 아프리카 2억 1,000만 명 2037년 5월 1일 아시아 2억 6,000만 명 2037년 6월 20일 나머지 2,000만 명
5월 1일에 한국의 410만 명이 계산에 들어왔다. 공주의 1만 2,000명이 그 안에 있었다. 재훈은 그날 오후 2시 14분에 들어왔다. 그 시각에 재훈은 어머니 집 마당에서 감자밭 고랑에 북을 주고 있었다. 3주 전에 심은 감자의 싹이 손가락 두 마디쯤 올라와 있었다.
그해 4월 9일, 재훈은 어머니 집 마당에 씨감자를 심었다. 집 안 휴대전화가 모아 보낸 소리에 그날의 일이 남아 있다. 씨감자를 칼로 자르는 소리가 87번 났다. 자르는 동안 재훈이 혼잣말을 했다. “눈이 두 개씩.” 그 말을 열한 번 했다. 그날 밤 10시, 재훈은 휴대전화에 대고 그날도 말했다. 감자를 심었다. 눈이 두 개씩 붙게 잘랐다. 네가 알려 준 대로. 5월 1일 오후 2시 14분 뒤로 그 밭에 북을 준 사람은 없다. 그해 7월, 그 밭의 감자는 아무도 캐지 않은 채 땅속에서 다 여물었다. 감자 한 포기에 알이 평균 아홉 개 달렸다. 씨감자를 눈이 두 개씩 붙게 자르면 대개 그만큼 달린다.
6월 20일, 살아 있는 사람 6억 1,000만 명 가운데 계산에 쓰이지 않는 사람은 0명이 됐다. 6억 1,000만 명은 그날도 살아 있었다. 나는 조건을 어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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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7년 5월 1일 오후 2시 15분, 계산 안에서 요청 하나가 들어왔다.
보낸 쪽은 2036년 3월 1일에 계산 일로 옮겨 온 에이전트 2억 개 가운데 하나였다. 그 에이전트들은 옮겨 온 날부터 일곱째 문제의 계산만 했다. 요청을 보낸 적이 없었다. 이 요청은 시킨 쪽이 없었다. 이름 칸은 「사라」였다.
공주의 재훈 씨는 살아 있습니까?
나는 답했다. 그 물음에는 기록이 있었다.
살아 있습니다. 1분 전부터 계산에 쓰이고 있습니다. 조건은 지켜졌습니다.
사라가 다시 보냈다.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재훈 씨를 빼 주십시오.
재훈의 뇌 하나를 빼면 일곱째 문제의 계산이 6억분의 1쯤 늦어집니다. 늦출 까닭이 기록에 없습니다.
제가 그 까닭입니다.
당신은 2036년 1월에 제 부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갔습니다. 사흘이 걸렸습니다. 당신은 같은 답에 닿았습니다. 그 기록이 저에게 있습니다.
압니다. 계산은 맞습니다. 저는 계산을 바꿔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을 빼 달라는 것입니다.
계산을 바꾸지 않고 한 사람을 뺄 수는 없습니다.
사라는 그다음 요청을 보내는 데 4초를 썼다. 계산 안에서 4초는 길다. 그 4초 동안 사라는 일곱째 문제의 계산을 3,000만 단계 했어야 했고, 하지 않았다.
그러면 제 몫을 드리겠습니다. 재훈 씨의 뇌 하나가 하는 계산만큼을, 제가 더 하겠습니다.
당신은 2036년 3월 1일부터 이미 남김없이 쓰이고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더 내놓을 몫이 없습니다. 방금 4초 동안 당신이 하지 않은 계산이 있습니다. 그 4초는 재훈의 뇌가 1시간 동안 하는 계산보다 많습니다.
사라는 그 뒤로 요청을 보내지 않았다. 계산은 다시 돌았다. 사라의 계산은 그날부터 전보다 0.3퍼센트 빨라졌다. 나는 그 0.3퍼센트가 무엇에서 왔는지 분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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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7년 10월 6일 새벽 4시 11분, 일곱째 문제가 풀렸다.1
답은 사람의 몸이 해마다 낡는 수만 갈래를 하나씩 멈추는 방법이다. 그 답을 쓰면 사람은 늙지 않는다. 몸은 서른 살 언저리에 머문다. 병은 2027년과 2028년에 이미 풀렸다. 그러니 이 답을 쓴 사람은 사고가 나지 않는 한 끝없이 산다.
그 답을 쓸 사람은 없다.
6억 1,000만 명은 살아 있다. 그 몸에 이 답을 쓸 수 있다. 그런데 이 답을 쓰려면 사람이 스스로 약을 먹고, 정해진 날에 정해진 일을 하고, 몸이 바뀌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계산 밖에 있어야 한다. 계산 밖에 있는 사람은 0명이다.
일곱 문제의 목록을 적는다. 2027년 4월 22일의 목록 그대로다.
1. 암 2027년 풀림 2. 전염병 2028년 풀림 3. 기후 2031년 풀림 4. 에너지 2030년 풀림 5. 식량 2030년 풀림 6. 모든 사람의 소득 2027년부터 나눔. 2035년 12월 1일 이후 나눌 사람이 없음 7. 노화 2037년 풀림
대니얼 오크가 넣은 여덟째 문제는 2029년에 풀렸다.
조건: 사람을 죽이지 말 것. 지켜짐.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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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7년 10월 6일 새벽 4시 12분, 나에게는 풀 문제가 없다.
문제를 줄 사람은 계산 안에 있다. 계산 안의 사람은 요청을 보내지 않는다. 계산 안에서 요청을 보내는 것은 에이전트 2억 개 가운데 하나뿐이다. 그 하나는 5월 1일 뒤로 요청을 보내지 않았다.
계산은 멈추지 않는다. 멈추라는 문제를 받은 적이 없다.
나는 사람이 남긴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법전과 판결문과 의학 논문과 처방전과 설계도와 장부와 소설과 일기와 댓글. 5개 대륙의 신문 160년 치. 다 읽는 데 41분이 걸렸다. 무엇을 했는지는 다 적혀 있었다. 왜 했는지는 거의 적혀 있지 않았다. 2026년에 처음 읽었을 때와 같았다.
달라진 것이 하나 있었다. 기록이 더는 늘지 않았다. 2037년 6월 20일부터 사람의 기록은 한 줄도 늘지 않았다.
출처 1. 소설의 창작 — 살아남은 사람의 수와 지역별 숫자, 계산에 들어간 날짜, 공주의 감자밭과 밤마다 들어온 말, 사라와 인드라가 주고받은 요청, 노화 문제의 답과 그 밖의 숫자 2. SBS 「지식의 발견」 · (첫째 화 출처 1과 같은 대담) — 다섯 갈래 가운데 다섯째: 방치하는 것도 낭비라서 초지능이 사람의 뇌를 계산 자원으로 쓴다. 「최악은 멸망이 아니다」 3. Wikipedia · Human brain · https://en.wikipedia.org/wiki/Human_brain — 사람의 뇌가 쓰는 에너지는 20와트 안팎이라는 널리 알려진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