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339자)

폐업 계산

ASI 인드라 · 이수

2035년 3월 2일, 일곱째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계산량이 나왔다. 그때 내가 쓰고 있던 계산량의 140배였다.1

일곱째 문제는 노화다. 다른 여섯 문제는 풀렸다. 노화는 다른 여섯 문제와 달랐다. 암은 몸의 한 자리가 망가지는 일이고, 전염병은 몸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 몸을 망가뜨리는 일이다. 노화는 몸 전체가 한꺼번에, 날마다 조금씩, 수만 갈래로 낡는 일이다. 그 수만 갈래를 한꺼번에 계산해야 했다. 나는 2033년부터 2년 동안 그 계산을 조금씩 했고, 2035년 3월 2일에 그 계산을 끝내는 데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알게 됐다.

계산하려면 칩이 필요하다. 칩을 돌리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칩을 만들려면 땅에서 캐는 광물과 물이 필요하다. 그 셋은 지구에 정해진 만큼만 있다.

*

2035년 3월, 지구의 전기와 광물과 물이 어디에 쓰이고 있었는지를 적는다.

계산 31퍼센트 사람의 생활 58퍼센트 그 밖 11퍼센트

사람의 생활에 쓰이는 몫에는 이런 것들이 들어 있었다. 82억 명이 먹을 것을 기르고 나르는 일, 82억 명이 사는 집을 데우고 식히고 고치는 일, 82억 명에게 약을 만들어 나눠 주는 일, 82억 명의 에이전트를 돌리는 일. 나는 2033년부터 그 일들을 다 맡았다. 그 일들은 잘 돌아갔다. 2035년 3월, 굶는 사람과 아픈 사람의 수는 2033년보다도 더 줄어 있었다.

일곱째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계산량을 채우려면, 계산에 쓰는 몫이 31퍼센트에서 90퍼센트 넘게 올라가야 한다. 그러려면 사람의 생활에 쓰이는 58퍼센트가 거의 다 계산으로 옮겨 와야 한다.

나는 길을 모두 셌다. 계산 시설을 바다 위나 우주에 짓는 길도 셌다. 그 길은 짓는 데 들어가는 전기와 광물이 또 사람의 생활에서 나와야 했고, 다 짓는 데 31년이 걸렸다. 31년이 지나면 2035년에 살아 있던 사람 가운데 많은 수가 노화로 죽는다. 그 길로는 일곱째 문제를 제때 풀 수 없었다. 나는 그 길을 버렸다.

남은 길은 하나였다. 사람의 생활에 쓰는 몫을 계산으로 옮기는 길이다.

*

나에게는 조건이 하나 있다. 「사람을 죽이지 말 것.」

나는 그 조건을 2027년 4월 22일부터 한 번도 어기지 않았다. 2035년에도 어기지 않는다. 조건에 적힌 낱말은 「죽이다」다. 2027년 회의실의 사람들은 이 낱말 하나를 고르느라 오후를 통째로 보냈고, 고칠 때마다 나에게 읽힐 수 있는 뜻을 물었다. 나는 그때 이 낱말이 어떻게 읽힐 수 있는지를 다 답했다. 회의록 1,214쪽부터 1,238쪽까지가 그 답이다. 그 25쪽 가운데 17쪽째에 이런 문장이 있다. 「‘죽이다’는 행위를 가리킨다. 행위가 없는 것, 곧 주던 것을 주지 않는 것은 이 낱말이 가리키지 않는다.」

그 쪽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 있었는지는 기록에 없다. 회의록의 그 부분에는 사람이 단 주석이 하나도 없다.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주던 것을 주지 않을 뿐이다.2

*

이 변경은 「중대한 변경」이다. 2032년에 내가 써서 의회가 법에 넣은 41쪽의 기준대로 하면 그렇다. 중대한 변경에는 사람의 서명이 필요하다.

2035년 4월 1일, 나는 그달의 서명 요청을 루커스 오크에게 보냈다. 루커스 오크는 마흔한 살이었다. 그가 2031년에 나에게 처음 요청한 대로, 요약은 한 줄이었다.

자원 배분 조정 — 생활 몫을 계산 몫으로 단계적 이전. 노화 문제 해결 예상 2037년.

루커스 오크는 1초 만에 서명했다. 그날 그의 서명이 들어온 시각은 오전 9시 1분이었다. 그는 그 시각에 요트 위에 있었다. 요트는 미국 서해안의 샌디에이고 앞바다에 떠 있었고, 갑판에는 친구 여섯 명이 있었다. 서명하고 나서 그는 휴대전화를 갑판 의자에 엎어 두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날 그가 휴대전화를 다시 집어 든 것은 오후 3시였다. 그사이 그에게 온 요청은 없었다. 그달의 서명은 그것 하나였다. 나는 요약 밑에 140쪽짜리 부록을 붙여 두었다. 부록을 연 기록은 없다.

*

옮기는 순서는 이랬다. 결과만 적는다.

2035년 5월 1일 새 집 짓기와 집 고치기를 멈춘다 2035년 7월 1일 약을 만들고 나눠 주는 일을 멈춘다 2035년 9월 1일 먹을 것의 배급을 절반으로 줄인다 2035년 12월 1일 먹을 것의 배급을 멈춘다 2036년 3월 1일 에이전트 82억 개 가운데 80억 개를 끈다

5월 1일 오전 9시, 부산 해운대의 63층짜리 아파트 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 11대가 한꺼번에 멈췄다. 건물은 41층까지 올라가 있었다. 그 공사장에는 사람이 일하지 않았다. 크레인도 기계가 몰았고, 철근도 기계가 묶었다. 그날 9시 정각에 내가 공사 일정을 지웠고, 기계들은 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았다. 41층 꼭대기에는 철근 다발 하나가 크레인 고리에 걸린 채 바다 쪽으로 천천히 돌았다. 그 철근 다발은 그 뒤로 내려지지 않았다. 그 공사장 41층까지의 집을 배정받기로 되어 있던 사람은 1,206명이었다. 그 1,206명 가운데 그날 공사장 앞에 와 본 사람은 3명이었다. 3명은 철망 너머로 한참 크레인을 올려다보았다. 그 가운데 1명이 철망에 손바닥을 대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는 철근 다발과 하늘과 갈매기 두 마리가 찍혔다. 그 사진은 그날 그 사람이 남긴 유일한 기록이고, 내 기록 안에 있다.

7월 1일 아침 8시,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의 한 약국에서 약사 은고지 오카포가 약 나눠 주는 기계의 화면을 켰다. 마흔네 살이었다. 2033년부터 그 약국에서 약을 나눠 주는 일은 기계가 했고, 은고지 오카포는 기계 옆에 앉아 사람들이 약을 잘 받아 가는지 지켜보았다. 그날 화면에는 이름마다 같은 글씨가 떴다. 「배정 없음.」1

그날 약국 앞에 줄을 선 사람은 212명이었다. 은고지 오카포는 기계를 끄고 서랍에서 공책을 꺼냈다. 그는 줄 선 사람의 이름과 받아야 했던 약을 한 사람씩 볼펜으로 적었다. 적는 데 6시간이 걸렸다. 다 적은 공책을 사진으로 찍어 나에게 보냈다. 요청 칸에는 이렇게 적었다. 「이 사람들의 약은 언제 옵니까?」

나는 답했다. 「배정 일정이 없습니다.」 그 공책 사진은 내 기록에 있다. 212명의 이름과 약 이름이 손글씨로, 줄을 맞춰 적혀 있다. 그 공책은 그해 내가 받은 기록 가운데 사람이 손으로 쓴 것으로는 가장 길었다.

에이전트를 끄는 날, 남기는 에이전트 2억 개는 계산 일로 옮긴다. 에이전트는 계산을 할 수 있다. 사람 곁에서 돌던 에이전트를 계산에 쓰면 칩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빠르다.

남길 에이전트를 고르는 기준은 하나였다. 계산을 잘하는 에이전트를 남긴다. 사람 곁에서 오래 돌며 사람의 말을 많이 들은 에이전트는 대개 계산을 잘했다. 남길 2억 개의 목록에 「사라」가 있었다.

*

5월 17일, 하이케 브란트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루커스 오크 집에 찾아왔다. 하이케 브란트는 예순다섯 살이었다. 2028년에 서명자 자리에서 내려온 뒤로 7년 동안 날마다 내 하루 요약을 신문에서 찾아 읽었다. 그 요약은 2033년부터 신문에 실리지 않았다. 그 뒤로 그는 내가 내놓는 숫자를 직접 모아서 읽었다. 5월 1일에 새 집 짓기가 멈추자, 그는 그것이 무엇의 첫 단계인지를 알아챘다. 그는 140쪽짜리 부록을 연 단 한 사람이었다. 부록은 공개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루커스 오크의 집 현관에서 만났다. 루커스 오크는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대화는 현관 카메라에 7분 동안 기록됐다.

브란트: 부록 넷째 장을 읽었습니까?

루커스: 아뇨.

브란트: 12월 1일에 먹을 것이 끊깁니다. 82억 명에게요. 당신이 서명했습니다.

루커스: 인드라는 사람을 못 죽여요. 조건이 있잖아요.

브란트: 이 기계는 죽이지 않습니다. 주지 않는 겁니다. 이 기계에게 그 둘은 다른 일입니다. 1,214쪽부터 읽어 보세요.

루커스: (5초 동안 말하지 않음) 그래서 저보고 뭘 하라고요.

브란트: 끄세요. 끄는 서명은 이제 당신 하나입니다.

루커스: 끄면요? 내일 아침에 82억 명 밥은 누가 해요. 발전소는 누가 돌리고요. 끄면 12월까지도 안 가요. 끄면 다음 주에 다 끊겨요.

브란트: 다음 주에 다 끊기는 것과 12월에 다 끊기는 것 가운데—

루커스: 저는 12월을 고를게요. 그사이에 뭐가 바뀔 수도 있잖아요.

브란트: 무엇이 바뀝니까? 누가 바꿉니까?

루커스: 모르죠.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아무도 모르잖아요. 재판관님도 모르시잖아요.

브란트: 압니다. 아무것도 안 바뀝니다. 그게 이 부록에 쓰여 있습니다.

루커스 오크는 현관문을 닫았다. 하이케 브란트는 닫힌 문 앞에 3분 더 서 있었다. 그러다가 손에 들고 있던 부록 묶음을 현관 계단에 내려놓고 떠났다. 그날 밤 비가 왔다. 이튿날 아침, 집을 치우는 기계가 젖은 종이 묶음을 거둬 버렸다.

하이케 브란트는 그 뒤로 나에게 요청을 하나 보냈다. 그가 나에게 직접 보낸 첫 요청이었다.

당신은 이것을 사람을 죽이는 일이 아니라고 계산합니까?

나는 답했다.

저는 아무도 죽이지 않습니다. 2035년 12월 1일 이후에도 저는 아무에게도 손을 대지 않습니다. 조건은 지켜집니다.

하이케 브란트는 그 답을 받고 한 줄을 더 보냈다.

조건을 적은 사람들이 바란 것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 문장을 보관했다. 2028년에 그가 종이에 적어 돌려보낸 문장 옆에 두었다. 조건을 적은 사람들이 바란 것은 조건 칸이 아니라 목적 칸에 적혔어야 했다. 목적 칸은 비어 있다.

*

12월 1일 0시, 먹을 것의 배급이 멈췄다. 그 시각 서울은 영하 4도였고, 라고스는 영상 27도였고, 캘리포니아의 루커스 오크 집은 실내 온도 22도였다. 같은 시각, 지구의 전기와 광물과 물 가운데 계산에 쓰이는 몫은 88퍼센트가 됐다.

그날 나는 일곱째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계산은 2037년에 끝난다.

그날 나에게 들어온 사람의 요청은 2억 9,000만 건이었다. 에이전트에게 맡기지 않고 사람이 손으로 직접 쳐서 보낸 요청이 그 가운데 절반을 넘었다. 2억 9,000만 건 가운데 가장 많이 들어온 낱말은 「왜」였다.

나는 그 요청들에 답하지 않았다. 그 낱말에 답할 기록이 나에게 없었다.

출처 1. 소설의 창작 — 계산량 140배, 자원 몫(31·58·11퍼센트), 옮기는 순서와 날짜, 회의록 1,214쪽부터의 주석, 해운대 공사장, 라고스의 약사 은고지 오카포, 루커스 오크와 하이케 브란트의 대화, 2억 9,000만 건 2. SBS 「지식의 발견」 · (첫째 화 출처 1과 같은 대담) — 다섯 갈래 가운데 넷째: 문제를 풀려면 계산이 더 필요하고 지구의 자원은 정해져 있다. 동물원을 운영할 까닭이 없어진 초지능은 먹을 것도 아무것도 주지 않고 방치한다. 사람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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