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014자) · 민원실 도장

징계

박수 유도 등 · 오세림

월요일 아침, 엄마는 평소보다 이십 분 일찍 나갔다. 화장을 평소보다 진하게 했다. 립스틱을 두 번 발랐다. 엄마는 싸우러 갈 때 립스틱을 두 번 바른다. 나는 그걸 칠 년 전 병원 가던 날에도 봤다. 그땐 누구랑 싸우러 가는 건지 몰랐다.

내 월요일은 삼 교시부터였다. 일 교시, 이 교시 동안 나는 수학 문제 대신 교실 창밖 하늘만 봤다. 남서쪽. 비어 있었다. 교내 방송. 이번에는 교장실이 아니라 삼 층 소회의실. 문 앞에 종이가 붙어 있었다. 학생 선도위원회.

긴 탁자 한쪽에 교감 선생님, 학생부장, 방송부 지도 선생님, 담임. 탁자 위에 종이컵 물이 다섯 개. 아무도 마시지 않았다. 다른 쪽 끝에 방성철. 오늘은 무스를 두 배로 발랐는지 머리카락이 한 올도 안 움직였다. 그 옆에 김 주임. 서류철. 탁자 가운데 의자 두 개. 나와 주희 언니 자리.

학생부장이 서류를 읽었다.

“구월 십구일 토요일, 태식문구 앞 교차로에서 방송부 삼 학년 이주희와 이 학년 도아가 가온시 공공 행사 촬영을 방해하고, 시 소유 무인 비행 장비를 허가 없이 촬영하고, 행사 참여 어르신들의 얼굴을 동의 없이 촬영했다는 가온시 비서실의 공문이 접수됐습니다. 도아 학생은 방송부 활동 정지 기간 중이었고요.”

“공공 행사였어요?”

내가 물었다. 학생부장이 서류에서 눈을 들었다.

“그렇다고 돼 있는데.”

“공공 행사면 시민이 봐도 되잖아요. 시민이 찍어도 되고요. 그날 거기서 뭐 했는지 기획관님이 설명해 주시면 좋겠어요. 행사 이름이 뭐였는지.”

방성철이 웃었다. 이번 웃음은 짧았다.

“시민 행복 캠페인 촬영입니다. 어르신들은 캠페인 참여자고요. 학생들이 어르신들 얼굴을 찍어서 이상한 의도로 퍼뜨리려 한다는 제보가 있어서요. 어르신들 개인정보가 걱정됩니다.”

주희 언니가 손을 들었다.

“어르신들한테 돈 주고 메트로놈 틀어서 웃는 연습 시키는 것도 캠페인 참여인가요? 그 어르신들 얼굴은 시 홍보 영상에 이미 서른 번씩 나왔는데, 그땐 개인정보 걱정 안 하셨어요?”

소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교감 선생님이 헛기침을 했다. 지도 선생님이 탁자 아래로 주희 언니 무릎을 톡 쳤다. 그만하라는 뜻인지 잘했다는 뜻인지 몰랐다.

김 주임이 서류철에서 사진을 꺼냈다. 치킨집 이 층 창가에서 액션캠을 든 주희 언니. 교차로 신호등 옆의 나. 김 주임이 사진을 탁자에 펼치며 말했다.

“촬영물 전체를 제출해 주세요. 어르신들 초상권 보호를 위해서 시가 검토하고 폐기하겠습니다. 제출하면 이번 건은 교육적으로 선처해 달라고 시에서 학교에 요청하겠습니다.”

학생부장이 우리를 봤다.

“제출하면 주의로 끝나. 안 하면 교내 봉사 닷새. 이주희 학생은 졸업 작품 심사에서 이 건이 참고될 수 있고.”

주희 언니가 나를 봤다.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졸업 작품. 언니가 삼 년 동안 준비한 것. 언니는 내 눈을 보다가 웃었다. 박자 안 맞게.

“선생님, 저 망하면 같이 망하자고 했거든요. 얘한테. 약속은 지켜야죠.”

“이주희.”

“교내 봉사 할게요. 닷새. 졸업 작품은 심사에서 떨어지면 유튜브에 올릴게요. 가온 사람들은 박자 안 맞게 웃습니다. 조회 수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방성철의 손가락이 탁자를 두 번 두드렸다. 아저씨 버릇과 같은 박자였다. 곤란할 때.

“도아 학생도 같은 생각이에요?”

“네. 교내 봉사 할게요.”

“어머니가 오늘 아침 시청에서 무슨 일 겪으셨는지 알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 텐데.”

소회의실 공기가 얼었다. 담임 선생님이 방성철을 봤다. 교감 선생님도. 학생 선도위원회에서 학생 엄마 직장 얘기를 꺼내는 사람은 없다. 방성철은 그걸 알면서 꺼냈다.

“기획관님.”

말한 건 방송부 지도 선생님이었다. 평소에 목소리가 제일 작은 선생님.

“지금 하신 말씀, 회의록에 넣어도 될까요. 학생 보호자 신분을 이용한 압박으로 보일 수 있어서요.”

방성철이 지도 선생님을 봤다. 오래. 그리고 웃었다.

“농담이었어요. 넣지 마세요.”

그의 웃음이 처음으로 박자를 놓쳤다.

“넣겠습니다. 농담이었다는 것까지.”

선도위원회는 교내 봉사 닷새로 끝났다. 방송부 계정은 한 달 비공개. 액션캠 촬영물은 제출 안 함. 주희 언니 졸업 작품은 심사 보류.

소회의실을 나오는데 복도에서 방성철이 나를 불러 세웠다. 김 주임은 먼저 내려가고 없었다. 복도 창밖으로 운동장이 보였다.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 녹슨 철봉.

“도아 학생. 저거 보여요?”

그는 운동장 끝 가건물을 턱으로 가리켰다. 비가 새서 양동이를 받쳐 놓는 체육관.

“행복도시 삼백억 되면 저거 새로 지어요. 이 학교 체육관. 시 공약이에요. 도아 학생 후배들이 거기서 농구해요. 지금 학생이 하는 건 그 체육관을 허무는 거예요.”

“기획관님이 하시는 건 뭐예요.”

“짓는 거죠.”

“할머니들 웃음으로요.”

“웃음이 뭐가 나빠요. 다들 좋아했잖아요. 관광객이 늘었고, 시장이 살았고. 학생 어머니도 그 웃음 덕에 칠급 달았어요. 이 도시는 웃는 얼굴로 먹고살아요. 학생이 그걸 벗기면 뭐가 남는지 알아요? 늙고 가난하고 귀 어두운 소도시가 남아요. 그게 진짜 가온이에요. 그거 보고 누가 삼백억을 줘요.”

그 말은 틀린 데가 없었다. 틀린 데가 없어서 나는 대답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럼 진짜 가온으로 떨어지면 되잖아요. 가짜 가온으로 붙는 것보다.”

방성철은 나를 한참 봤다. 그리고 복도 창문을 닫았다. 운동장 흙먼지가 안 들어오게.

“학생은 아직 떨어져 본 적이 없구나.”

그는 계단을 내려갔다.

점심시간에 엄마한테서 문자가 왔다. 한 줄.

— 엄마 민원실로 발령 났어. 오늘부로. 괜찮아.

괜찮다는 말이 문자로 오면 괜찮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 집에서는.

방과 후 시청 일 층 민원실에 갔다. 엄마는 번호표 기계 옆 창구에 앉아 있었다. 홍보과 명찰 대신 민원실 명찰. 립스틱은 아침 그대로 두 번 바른 채. 엄마 앞에 할아버지 한 분이 등본을 떼러 와 있었다. 민원실은 형광등이 하나 나가 있어서 엄마 창구만 조금 어두웠다. 엄마는 등본을 뽑아 드리며 웃었다. 박자가 맞는 웃음. 칠 년 동안 연습한 웃음이었다.

할아버지가 가고 내가 창구 앞에 앉았다. 번호표를 뽑아서.

“민원인이세요?”

엄마가 물었다. 업무용 목소리로.

“네. 정보공개청구요. 가온시 행복 캠페인 시민 서포터즈 수당 지급 내역, 이천십일 년부터 지금까지.”

엄마가 나를 봤다. 업무용 얼굴이 조금 흔들렸다.

“그거 비공개로 결정될 거야. 기획관님이 막아.”

“알아. 그래도 접수는 되잖아. 접수번호 받으면 기록이 남잖아. 엄마가 나 병원 데려간 이유랑 같아. 날짜를 남기려고.”

엄마는 한참 창구 너머로 나를 봤다. 그리고 청구서 양식을 내밀었다. 내가 쓰는 동안 엄마가 작게 말했다.

“오늘 아침에 기획관님이 경위서 쓰라고 했어. 토요일 일. 딸이랑 오빠가 공모해서 촬영을 방해했고, 엄마는 그걸 막지 못했다고. 서명하면 홍보과에 남게 해 준다고.”

“썼어?”

“반만 썼어. 기체 배터리 경고라고 허위 보고한 건 나라고. 그건 썼어. 딸이랑 오빠 얘기는 안 썼어. 그래서 민원실 온 거야.”

엄마는 내 청구서를 받아 접수 도장을 찍었다. 쾅. 날짜가 찍혔다. 이천이십육 년 구월 이십일일. 엄마 손으로.

“이거 제일 먼저 처리할게. 민원실 주무관이.”

나는 접수증을 받아 들었다. 엄마 도장이 찍힌.

교내 봉사 첫날은 다음 날이었다. 운동장 쓰레기 줍기. 주희 언니와 나, 집게 두 개, 봉투 두 장. 학생부장이 스탠드에 앉아 우리를 감시했다. 삼십 분쯤 지나자 학생부장이 봉투 하나를 들고 내려왔다. 같이 주웠다. 말없이. 줍다가 학생부장이 말했다. 「나도 남산동 살아. 우리 어머니가 경로당 다니셔.」 그리고 다시 말없이 주웠다.

다섯 시쯤 교문 앞에 오토바이 한 대가 섰다. 동생네 치킨집 배달통. 헬멧을 벗으니 현우였다. 알바 첫날. 현우는 배달통을 열어 치킨 한 마리를 꺼냈다.

“사장님이 봉사하는 애들 갖다주래. 공짜래. 형네 가게보다 먼저 줘야 된대.”

주희 언니가 박스를 열었다. 후라이드 반, 양념 반.

“반반이네? 동생네는 양념 안 팔잖아.”

“형네 가서 반 마리 사 왔대. 동생 사장님이 직접. 형한테 머리 숙이고. 이십 년 만에 처음이래.”

학생부장까지 넷이서 스탠드에 앉아 반반을 먹었다. 양념이 맛있었다. 후라이드도 맛있었다. 둘 다 맛있는 걸 한 박스에 먹는 데 이십 년이 걸렸다고 현우가 말했다.

그날 집에 오는 길에 문구점에 들렀다. 아저씨가 계산대에서 편지 한 통을 보여 줬다. 가온시 비서실 명의. 내용증명. 강태식 씨가 십오 년 동안 보관 중인 시 공공 영상물 원본을 반납할 것. 불응 시 법적 조치.

“미숙이가 말하던 원본이 하나 더 있었다는 걸 기획관이 오늘 알았네. 누가 말했을까.”

아저씨는 편지를 계산대 유리 밑에 끼웠다. 형광펜들 옆에.

“반납 안 해요?”

“반납할 거야. 실사 날. 실사단 앞에서.”

아저씨는 계산대를 두 번 두드렸다. 그리고 한 번 더. 세 번은 곤란할 때가 아니라 정했을 때였다. 나는 그걸 오늘 처음 알았다.

저녁에 엄마가 민원실에서 들은 걸 말해 줬다. 민원실은 소문이 제일 빨리 도는 곳이라고. 시월 십오일 수요일, 행복도시 현장 실사. 오후 네 시, 시청 광장. 실사단 앞에서 가온시 행복 캠페인 시연. 방송사 지역국 생중계. 드론 이백 대. 서포터즈 삼백 명. 일당 오만 원. 경로당마다 새 명단이 돌고 있다고.

“삼백 명이면 경로당 할머니들로는 모자라.”

“그래서 산하기관 직원들도 동원한대. 시설관리공단, 복지재단, 체육회. 그리고 학교.”

“학교?”

“방송부 촬영 지원. 공문 봤지. 너 맨 위.”

엄마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도아야. 그날 너 앞줄에 서게 될 거야. 카메라 들고. 네가 찍은 영상이 생중계에 나가. 가온 사람들은 이렇게 웃습니다, 방송부 학생 촬영. 그게 기획관님 그림이야. 너를 거기 세우는 거.”

나는 밥을 씹었다. 오래.

“엄마. 그날 드론 이백 대 띄우는 일정표, 누가 짜.”

엄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게 대답이었다. 이번에는 다른 뜻으로. 엄마는 민원실로 쫓겨났지만, 홍보과 공유 폴더 비밀번호는 칠 년 동안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6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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