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5,124자) · 반응형 감지 기체
먼저 치기
박수 유도 등 · 오세림
실험을 하기로 했다.
실험이라고 부르니까 좀 그럴듯한데, 사실은 그냥 박수를 쳐 보는 것이었다. 가설은 이랬다. 사인이 켜지면 어른들이 박수를 친다. 그럼 사인이 원인이고 박수가 결과다. 그런데 만약 순서를 바꾸면 어떻게 되나. 내가 먼저 치면.
이걸 아저씨한테 말했더니 아저씨가 볼펜을 놓았다.
“하지 마.”
“왜요.”
“이천십사 년에 기획관이 새 장비 들여올 때 설명하는 걸 들었어. 반응형이라고. 사람들이 스스로 웃거나 박수 치면 그걸 잡아서 키운다고. 그땐 전광판이라 못 했는데, 드론으로 바뀌고 나서는 됐을 거야. 네가 치면 네가 찍혀. 네 얼굴이 홍보 영상에 들어가.”
“그럼 더 해 봐야죠. 진짜 그런지.”
아저씨는 계산대를 두 번 두드렸다. 그리고 세 번째로 두드리려다 멈췄다.
“무서워서 안 했어, 나는. 십오 년 동안. 내가 쳤는데 켜지면, 그동안 사람들이 웃은 게 다 누가 시킨 것처럼 보일까 봐. 진짜로 웃은 사람까지.”
준비는 사흘 했다. 첫째, 휴대폰 시계를 라디오 시보에 맞췄다. 십오 초쯤 느렸다. 둘째, 방송부 카메라를 빌렸다. 삼각대 없이 손으로 들고 찍는 소형 카메라. 부장한테는 동네 풍경 찍는다고 했다. 셋째, 현우한테 문구점 이 층 창가에서 반대 방향을 찍어 달라고 했다. 현우는 입맛이 없다더니 삼 일 만에 입맛이 돌아왔다. 대가로 반반 치킨을 요구했다. 두 집에서.
수요일 네 시 사십사 분. 태식문구 앞 교차로. 어른이 다섯 명 있었다. 서포터즈 조끼는 없었다. 그냥 동네 사람들. 하늘은 비어 있었다.
나는 카메라를 목에 걸고 손뼉을 쳤다. 여덟 번. 짝, 짝, 짝. 박자를 맞춰서. 어른 다섯 명 가운데 셋이 나를 봤다. 한 명은 인상을 썼고, 한 명은 못 본 척했고, 한 명은 웃었다.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나는 그게 좀 안심이 되면서 동시에 실망스러웠다.
신호가 바뀌었다. 건넜다. 건너면서 뒤를 돌아봤다. 하늘에 글씨가 있었다. 남서쪽. 사십오 도쯤 위. 붉은 점들이 모인 글씨. 박수.
어른 다섯 명은 이미 다 건너서 각자 갔다. 아무도 박수를 안 쳤다. 아무도 하늘을 안 봤다. 서포터즈가 없으니까. 글씨는 삼 초쯤 있다가 꺼졌다. 나는 횡단보도 한가운데 서 있었다. 차가 경적을 울렸다. 뛰어서 건넜다.
이 층 창가에서 현우가 손을 흔들었다. 전화가 왔다.
“야, 찍었어. 근데 그거 말고 더 웃긴 거 찍었어. 형네 치킨집 옥상. 뭐가 날아올라서 저쪽으로 갔다가 다시 앉았어. 네가 박수 치고 딱 이 초 뒤에 날았어.”
형네 치킨집은 교차로 모퉁이에 있다. 이 층짜리 건물 옥상. 나는 치킨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형 사장님이 닭을 튀기고 있었다. 기름 튀는 소리.
“사장님, 옥상에 올라가 봐도 돼요?”
“왜?”
“뭐가 앉아 있대요.”
“동생네 옥상엔 안 올라가지?”
“안 올라가요.”
“그럼 올라가.”
형 사장님은 기름 묻은 손으로 옥상 열쇠를 던져 줬다. 현우가 뒤따라 들어오며 말했다. 「사장님 동생분이 어제 형네 옥상에 우리 거보다 큰 게 앉는다고 샘내던데요.」 형 사장님이 튀김망을 흔들며 웃었다. 「그럼 그렇지.」
옥상 난간 한쪽, 검은 받침대 위에 그게 앉아 있었다. 드론. 내 팔 길이만 한. 날개 네 개. 배 밑에 둥근 카메라가 달려 있었고, 옆구리에 라벨이 붙어 있었다. 하늘빛드론. 가온시 행복캠페인. 반응형 감지 기체 삼 번. 카메라 렌즈 옆 작은 불이 초록으로 깜빡였다.
나는 방송부 카메라를 들어 라벨을 찍었다. 받침대를 찍었다. 받침대에서 옥상 배수구 쪽으로 이어진 전선을 찍었다. 현우가 드론 카메라 렌즈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혀를 내밀었다.
“야, 이거 지금 우리 찍고 있냐.”
“아마.”
“그럼 나 홍보 영상 나오냐. 가온 사람들은 이렇게 웃습니다.”
현우가 렌즈 앞에서 활짝 웃었다. 드론의 초록 불이 빨갛게 바뀌었다. 옥상 문이 열렸다.
남자 둘이었다. 하늘색 점퍼, 가슴에 하늘빛드론 로고. 한 명은 태블릿을 들고 있었다. 그 뒤로 한 명이 더. 회색 양복. 무스 바른 머리. 방성철이었다.
“아이고, 또 만났네요, 도아 학생.”
그는 옥상 문턱에 서서 웃었다. 이가 너무 하얬다.
“기체 삼 번이 사람 얼굴을 너무 가까이 인식했다고 알림이 와서요. 근처에 있다가 올라와 봤어요. 우리 장비예요. 만지면 안 돼요.”
“안 만졌어요. 찍었어요.”
“찍은 것도 좀 곤란하네요. 이거 공공 장비라서. 촬영물은 보안 검토를 거쳐야 돼요.”
하늘색 점퍼 하나가 내 카메라 쪽으로 손을 뻗었다. 나는 카메라를 가슴에 끌어안았다. 현우가 내 앞으로 한 발 나섰다. 현우는 키가 백팔십 넘는다. 쓸모가 있는 순간은 드물다. 지금이 그중 하나였다.
“아저씨, 이거 학교 방송부 거예요. 학교 물건 뺏으시면 학교에 신고할게요.”
방성철이 손을 들어 점퍼를 멈췄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냈다. 전화를 걸었다. 우리 앞에서.
“교장 선생님, 방성철입니다. 네, 또 그 학생이요. 이번엔 사유지 옥상에 무단으로 올라가서 시 공공 장비를 촬영하고 있네요. 방송부 카메라로. 네. 네. 방송부 지원금 건은 제가 따로 말씀드릴게요.”
그는 전화를 끊었다.
“도아 학생. 방송부 좋아하죠. 내년에 부장 할 거라며. 교장 선생님이 오늘 방송부 활동 정지 얘기하시네요. 촬영물 제출하면 없던 일로 하시겠대요.”
“여기 사유지 아니에요. 사장님이 열쇠 줬어요.”
“그 사장님 옥상 받침대 임대료, 우리 시에서 매달 드려요. 사장님은 우리 편이에요.”
그때 옥상 문 뒤에서 기름 냄새가 올라왔다. 형 사장님이 앞치마를 두른 채 서 있었다. 튀김망을 든 채로.
“누가 누구 편이라고?”
방성철이 돌아봤다. 웃음이 조금 흔들렸다.
“사장님, 임대 계약서에 협조 조항이 있잖아요.”
“계약서에 우리 옥상에서 우리 동네 애들 카메라 뺏어도 된다는 조항은 없었는데. 그리고 저 물건, 동생네 옥상에는 왜 안 앉혀요? 걔가 매일 나한테 뭐라고 하는데.”
현우가 기침인지 웃음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 방성철은 형 사장님을 한참 보다가, 점퍼 둘에게 턱짓했다. 점퍼들이 드론을 받침대에서 떼어 가방에 넣었다. 받침대만 남았다. 방성철은 계단을 내려가다가 돌아서서 말했다. 나에게만 들리게.
“도아 학생. 어머니 요즘 힘드시죠. 실사 준비로. 딸이 도와드려야지.”
그들은 내려갔다. 형 사장님이 받침대를 발로 툭 찼다.
“저거 임대료 한 달에 오만 원이야. 오만 원에 우리 동네 애 편 못 들면 치킨 장사 접어야지.”
그날 저녁 현우와 반반을 먹었다. 약속대로 두 집에서. 형네 양념 한 마리, 동생네 후라이드 한 마리. 동생네 가게에 후라이드를 찾으러 갔더니 동생 사장님이 포장을 하다 말고 물었다.
“학생, 형네 옥상에 그거 한 달에 얼마 준대?”
“오만 원이래요.”
동생 사장님이 포장 끈을 확 잡아당겼다.
“오만 원! 나는 한 번도 안 물어보더니. 우리 옥상이 더 높은데.”
“사장님, 그거 좋은 거 아니에요.”
“좋든 나쁘든 형만 받는 게 싫어.”
동생 사장님은 후라이드 봉지를 내밀다가 멈췄다.
“근데 학생. 그거 우리 동네 사람들 찍는 거지? 몰래?”
“네.”
“그럼 우리 옥상에 학생 카메라 달아. 공짜로. 저쪽이 우리 동네 찍으면 학생은 저쪽을 찍어. 형은 오만 원 받고 저쪽 편 하고, 나는 공짜로 학생 편 할게. 그럼 내가 이기는 거지.”
현우가 후라이드 봉지를 받아 들며 말했다. 「사장님, 그게 이기는 거예요?」 동생 사장님이 대답했다. 「형보다 나으면 이기는 거야.」
집에 오니 엄마가 부엌 식탁에 앉아 있었다. 불을 하나만 켜고. 내가 들어오자 고개를 들었다.
“옥상에 올라갔었다며.”
“응.”
“기획관님이 전화했어. 오늘 세 번.”
엄마는 식탁 위 자기 손을 봤다.
“도아야, 그 사람 웃으면서 사람 자르는 사람이야. 엄마 부서에서만 칠 년 동안 여섯 명 나갔어. 다 웃으면서. 너 방송부 정지, 그건 시작이야.”
“알아.”
“알면 그만해.”
“엄마는 칠 년 동안 여섯 명 나가는 거 보면서 계속 했잖아. 나는 방송부 정지되는 거 보면서도 계속할 거야.”
엄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식탁 불을 끄지도 않았다.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문틈으로 한참 동안 부엌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
다음 날 교무실. 담임과 방송부 지도 선생님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방송부 활동 이 주 정지. 방송부 카메라 반납. 촬영물은 지도 선생님이 보관. 지도 선생님은 카메라를 받아 들며 작게 말했다. 「메모리 카드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빠져 있었던 걸로 하자.」 나는 교복 주머니 속 메모리 카드를 손가락으로 만졌다.
방과 후 아저씨한테 영상을 보여 줬다. 아저씨는 드론 라벨에서 화면을 멈췄다. 반응형 감지 기체.
“그러니까 네가 친 게 먼저였어. 저쪽이 그걸 주워 가서 켠 거고.”
“명령이 아니라 기록이었어요.”
“둘 다야. 켜지면 서포터즈가 치고, 누가 먼저 치면 켜서 찍고. 어느 쪽이든 영상에는 가온 사람들이 웃는 걸로 나가.”
아저씨는 노트를 꺼내 새 줄에 적었다.
2026.09.09 박수 · 도아가 먼저 침 · 서포터즈 없음 · 아무도 안 따라 침
그리고 그 옆에 별표를 하나 그렸다. 목록에서 별표는 처음이었다.
“아무도 안 따라 쳤다. 그게 제일 중요해. 서포터즈가 없으면 아무도 안 쳐. 가온 사람들은 원래 흥이 많은 게 아니야.”
아저씨는 노트를 덮고 계산대 아래에서 낡은 외장 하드를 하나 꺼냈다.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다.
“이천십일 년 사월 십이일 원본. 첫 번째 웃음. 옥상에서 내가 찍은 거. 미숙이가 다 갖고 있다고 기획관한테 말했을 때, 사실 하나는 내가 갖고 있었어. 걔는 그걸 알았고.”
그는 하드를 내 손에 올려놓지 않았다.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우리 사이에.
“아직 주는 거 아니다. 있다는 거야. 네가 끝까지 할 거면 그때 가져가.”
나는 그 하드를 오래 봤다. 먼지 위에 손가락 자국이 하나 있었다. 최근에 누가 한 번 만진 자국. 아저씨가 오늘 아침에 꺼내 봤을 것이다. 아니면 어젯밤에.
“아저씨. 열다섯 해 동안 이거 한 번도 안 틀어 보셨어요?”
“틀었지. 해마다 사월 십이일에.”
“왜요.”
“그날 웃은 사람들 얼굴 보려고. 돈 받고 웃은 건데, 그중에 진짜로 웃은 사람이 한 명 있거든. 서포터즈 아니고 지나가던 애. 여섯 살쯤. 그 애가 제일 크게 웃어. 그 애 얼굴 보려고 틀어.”
아저씨는 계산대를 두 번 두드렸다.
“그 애가 지금 스물한 살이겠지. 어디 있는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