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5,468자)

오늘 나 좀 예쁘지?

알고리즘 추천 계정은 내 하루를 먼저 산다 · 윤솔채

자정이 되기 이 분 전⁠, 새미는 이층 침대 아래층에 누워 휴대전화를 얼굴 위로 들고 있었다⁠. 휴대전화 뒤에는 손바닥만 한 링라이트가 달려 있었고⁠, 꺼진 링라이트의 흰 테두리에 에어컨의 초록 불빛이 작게 비쳤다⁠. 위층에서는 룸메이트가 편집 프로그램 단축키를 두드렸다⁠. 딸깍⁠, 딸깍⁠, 스페이스 바⁠.

“⁠언니⁠, 그거 오늘 올려⁠?⁠”

“⁠올려⁠. 너 망원시장에서 호떡 떨어뜨린 거⁠, 슬로로 세 번 돌렸어⁠.⁠”

“⁠세 번은 너무하잖아⁠.⁠”

“⁠조회수는 세 번째에서 나와⁠.⁠”

「⁠새미의하루⁠」 구독자는 20⁠,412명이었다⁠. 두 해 동안 매일 아침 일곱 시에 올린 일상 브이로그였다⁠. 합정동 골목 안쪽⁠, 초록색 철 대문이 달린 삼 층 집이 무대였다⁠. 일층에는 집주인이 살았고⁠, 이층 큰방을 새미와 룸메이트가 나눠 썼고⁠, 삼층에는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 살았다⁠. 영상은 대개 이 집의 부엌과 옥상⁠, 그리고 걸어서 칠 분 걸리는 망원시장 사이에서 나왔다⁠.

엄지가 화면을 밀어 올렸다⁠. 강아지⁠, 계란말이⁠, 남의 집 냉장고 정리⁠. 다음 영상에서 엄지가 멈췄다⁠.

새미의 얼굴이었다⁠.

앞머리를 눈썹 위로 내린 검은 단발⁠, 가는 금속테 동그란 안경⁠, 흰 티 위에 걸친 연두색 니트 카디건⁠, 회색 바지⁠. 에어컨 바람을 못 견뎌 한여름에도 벗지 못하는 카디건이었다⁠. 「⁠7월에 니트 실화냐⁠」라는 댓글을 백 번은 받은 옷이었다⁠. 계정 이름 옆에 회색 글자로 「⁠추천⁠」이 붙어 있었다⁠.

「⁠새미의내일 · 7월 19일⁠」

화면 위쪽 시계가 23⁠:59에서 00⁠:00으로 넘어갔다⁠. 방금 7월 19일이 되었다⁠.

영상은 일 분이었다⁠. 망원동 골목의 디저트 팝업 앞⁠, 줄이 모퉁이를 돌아 길게 이어져 있었다⁠. 화면 속 새미가 링라이트 휴대전화를 들고 줄 끝에 서 있었다⁠. 새미는 이 각도를 알았다⁠. 휴대전화를 쥔 손을 팔 길이만큼 뻗었을 때 앞 카메라가 보는 얼굴⁠, 매일 아침 자기가 보는 얼굴이었다⁠. 화면 속 새미가 소금우유 모나카를 받아 들고 한 입 베어 물더니⁠, 렌즈에 얼굴을 바짝 대고 웃었다⁠.

“⁠오늘 나 좀 예쁘지⁠?⁠”

새미는 휴대전화를 가슴 위에 엎었다⁠. 링라이트 테두리가 쇄골에 차갑게 닿았다⁠.

“⁠언니⁠.⁠”

“⁠왜⁠?⁠”

“⁠나 딥페이크 당했나 봐⁠.⁠”

룸메이트가 사다리를 반쯤 내려와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어깨 아래로 내려오는 갈색 웨이브 머리가 사다리 난간에 쏟아졌다⁠. 영상이 한 번 더 돌았고⁠, 룸메이트는 소금우유 모나카 대목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너 저런 말 못 하잖아⁠. 작년 생일 때도 케이크 앞에서 ‘⁠나 좀 괜찮지⁠’ 하다가 삼 초 만에 ‘⁠아니다⁠’ 했어⁠.⁠”

“⁠그러니까 가짜라고⁠.⁠”

“⁠근데 잘 만들었다⁠. 카디건 보풀까지 똑같아⁠.⁠”

조회수는 4⁠,000을 넘기고 있었다⁠. 새미는 점 세 개를 눌러 「⁠신고⁠」를 골랐다⁠. 「⁠사칭⁠」⁠, 「⁠본인입니다⁠」⁠, 확인⁠. 답장은 십 초 만에 왔다⁠.

「⁠고객님의 소중한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플랫폼은 모두가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처리 결과는 영업일 기준 3⁠~5일 안에 알려 드립니다⁠.⁠」

“⁠웃는 얼굴까지 붙였네⁠.⁠” 룸메이트가 말했다⁠.

“⁠사람이 쓴 거야⁠?⁠”

“⁠사람이 한 번 써 둔 걸 자동으로 붙였겠지⁠. 자⁠, 자⁠. 내일 일곱 시 업로드야⁠.⁠”

*

7월 19일 오후 두 시⁠, 망원시장 입구의 공기는 튀김 기름과 수박 냄새로 무거웠다⁠. 새미는 오늘 팝업 근처에는 가지 않기로 정해 두었다⁠. 장보기 브이로그 동선은 시장 안 떡집⁠, 반찬가게⁠, 호떡집에서 끝이었다⁠. 룸메이트가 짐벌을 들고 한 걸음 뒤에서 따라왔다⁠.

손바닥에서 휴대전화가 떨었다⁠. 「⁠회원님이 좋아할 만한 장소 · 망원 소금우유 모나카 팝업 · 도보 4분⁠」 알림을 밀어 지우자 삼십 초 뒤 같은 알림이 다시 떴다⁠. 지도 앱이 저 혼자 열렸고⁠, 화면 속 파란 점에서 모퉁이까지 선이 그어져 있었다⁠.

“⁠언니⁠, 시장 반대로 돌아서 나가자⁠.⁠”

“⁠왜⁠? 떡집 이쪽인데⁠.⁠”

새미는 떡집에서 꿀떡 한 팩을 샀고⁠, 반찬가게에서 깻잎지를 샀다⁠. 호떡집 앞에서는 어제 호떡을 떨어뜨린 보도블록을 카메라에 보여 주며 웃었다⁠. 시장을 빠져나왔을 때 모퉁이 너머로 줄이 보였다⁠. 줄 선 사람마다 흰 종이봉투를 하나씩 들었고⁠, 봉투마다 파란 소금 알갱이 그림이 찍혀 있었다⁠.

다리가 줄 끝으로 걸어갔다⁠.

새미가 걷자고 한 적은 없었다⁠. 무릎이 먼저 굽었고 발이 먼저 나갔다⁠. 멈추려고 힘을 주면 종아리가 굳은 채로 한 걸음을 더 갔다⁠. 새미는 걸으면서 자기 발을 내려다보았다⁠. 앞코가 보도블록 금을 하나씩 밟아 나갔고⁠, 줄 끝에 닿자 저절로 멈췄다⁠.

룸메이트가 짐벌을 내렸다⁠. “⁠안 간다며⁠.⁠”

“⁠안 가려고 했어⁠.⁠”

“⁠그럼 지금 뭐 해⁠?⁠”

“⁠줄 서⁠.⁠”

웃기려던 말이 아니었는데 앞에 선 대학생 둘이 돌아보고 웃었다⁠. 줄은 사십 분 동안 조금씩 줄었다⁠. 새미는 사십 분 내내 지갑을 가방 맨 밑에 눌러 두었다⁠. 차례가 오자 손은 지갑 대신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결제 단말기가 짧게 울었다⁠. 「⁠9⁠,800원 결제 완료⁠」

모나카는 손바닥보다 컸다⁠. 과자 껍질이 바삭하게 부서지면서 차가운 소금우유 크림이 앞니에 닿았다⁠. 새미의 팔이 휴대전화를 팔 길이만큼 뻗었다⁠. 링라이트가 켜졌다⁠. 켠 적이 없었다⁠. 흰 고리 빛이 화면 속 두 눈동자에 하나씩 떴고⁠, 입이 열렸다⁠.

“⁠오늘 나 좀 예쁘지⁠?⁠”

목소리는 새미의 목소리였다⁠. 끝을 살짝 올리는 버릇까지 같았다⁠. 룸메이트는 짐벌을 든 채 굳어 있다가⁠, 뒤늦게 입을 막고 웃었다⁠.

“⁠야⁠, 방금 거 그대로 쓴다⁠. 썸네일⁠.⁠”

“⁠언니⁠, 나 지금 무서워⁠.⁠”

“⁠무서운 얼굴 아닌데⁠? 예쁜데⁠?⁠”

새미는 웃는 얼굴 그대로 화면 속 자기를 보았다⁠.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았다⁠. 볼 근육이 누가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고무줄처럼 팽팽했다⁠. 이 분쯤 지나서야 얼굴이 제 것으로 돌아왔고⁠, 돌아오자마자 턱이 저려 왔다⁠.

*

저녁 일곱 시⁠, 「⁠새미의하루⁠」 오늘 영상은 조회수 3⁠,100이었다⁠. 「⁠새미의내일 · 7월 19일⁠」은 61만이었다⁠. 댓글은 두 계정 사이를 오갔다⁠. 「⁠본계보다 내일계가 더 새미 같음⁠」「⁠모나카 맛집 저장⁠」「⁠오늘 나 좀 예쁘지⁠? 이거 밈 각ㅋㅋ⁠」

DM이 왔다⁠. 보낸 계정 옆에 파란 확인 표시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숏폼 플랫폼 추천팀장 제두항입니다⁠. 신고하신 계정 건으로 직접 뵙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밤 열 시⁠, 합정역 7번 출구 앞 24시 카페 괜찮으실까요⁠?⁠」

“⁠이거 사기 아니야⁠?⁠” 룸메이트가 화면을 두 손가락으로 벌렸다⁠. “⁠팀장이 왜 직접 와⁠. 구독자 이만짜리 브이로거한테⁠.⁠”

“⁠모르지⁠. 같이 가 줘⁠.⁠”

“⁠당연하지⁠. 사기면 찍어서 올리자⁠.⁠”

밤 열 시의 카페는 노트북 불빛으로 파랬다⁠. 창가 자리에 남자 하나가 먼저 와 있었다⁠. 회색 반팔 티셔츠에 목에는 사원증 줄을 걸었고⁠, 화면 빛을 오래 받은 얼굴은 눈 밑이 연하게 푸르렀다⁠. 탁자에는 태블릿과 얼음만 남은 아메리카노가 놓여 있었다⁠. 두항은 일어나서 고개를 숙였다⁠.

“⁠제두항입니다⁠.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상보다 안경테가 가느시네요⁠.⁠”

“⁠그 계정 지워 주세요⁠.⁠”

새미는 앉기도 전에 말했다⁠. 두항은 고개를 끄덕이고 태블릿을 돌려 보였다⁠. 선 두 개가 그려진 그래프였다⁠. 낮은 선은 평평했고⁠, 높은 선은 엿새 전에서 갑자기 솟아 있었다⁠. 그래프 위에는 영어로 아시아 지역 체류 시간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엿새 전에 「⁠새미의내일⁠」이 처음 생겼습니다⁠.⁠”

“⁠엿새요⁠? 저는 어제 처음 봤는데요⁠.⁠”

“⁠추천에 올린 건 어제부터예요⁠. 앞의 닷새는 우리 팀만 봤습니다⁠. 새미 씨가 사는 하루를 하루씩 먼저 올렸고⁠, 닷새 내내 맞았어요⁠. 망원시장에서 호떡 떨어뜨린 것까지요⁠.⁠”

룸메이트가 숨을 들이켰다⁠. 새미는 태블릿의 높은 선 끝을 보았다⁠.

“⁠누가 만든 건데요⁠?⁠”

“⁠우리가 만든 게 아닙니다⁠. 추천 모델이 스스로 만든 계정이에요⁠. 원리는 아직 우리 팀 누구도 다 설명하지 못합니다⁠.⁠” 두항은 높은 선 끝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제가 아는 건 하나예요⁠. 두 계정을 같이 본 사람들은 앱에 세 배 오래 머뭅니다⁠. 체류 시간이 세 배예요⁠.⁠”

“⁠그래서 못 지운다고요⁠?⁠”

“⁠안 지운다고요⁠.⁠” 두항은 틀린 받아쓰기를 고쳐 주듯 또박또박 말했다⁠. “⁠대신 제안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크리에이터 파트너 계약이에요⁠. 「⁠새미의내일⁠」 광고 수익을 새미 씨와 나눕니다⁠. 지금 속도면 한 달에 삼백만 원은 넘습니다⁠.⁠”

룸메이트의 눈이 태블릿에서 새미에게로 옮겨 갔다⁠. 「⁠새미의하루⁠」 지난달 수익은 칠십사만 원이었고⁠, 둘이 반씩 나눴다⁠.

“⁠저거 제가 아니에요⁠.⁠” 새미가 말했다⁠.

“⁠시청자들은 저게 새미 씨라고 생각해요⁠. 오늘 하루에 61만 명이요⁠.⁠” 두항은 태블릿을 거두었다⁠. “⁠새미 씨가 자기 하루를 사는 동안 저 계정은 새미 씨 하루를 먼저 삽니다⁠. 사람들은 먼저 산 하루를 더 좋아하고요⁠. 우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보여 주는 팀입니다⁠.⁠”

카페 벽 텔레비전에서 밤 뉴스가 소리 없이 흘렀다⁠. 「⁠국회⁠, 숏폼 플랫폼 ‘⁠체류 시간 경쟁⁠’ 실태 조사 추진⁠」 두항의 손목시계가 짧게 떨었다⁠. 두항은 화면을 보지 않고 손목을 뒤집어 탁자에 붙였다⁠.

“⁠계약 안 해요⁠.⁠” 새미가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지워 주세요⁠. 계속 신고할 거예요⁠.⁠”

“⁠신고는 저희 팀으로 옵니다⁠.⁠” 두항도 따라 일어났다⁠. 화난 얼굴이 아니었다⁠. “⁠새미 씨⁠, 오늘 모나카 맛있었어요⁠?⁠”

새미는 대답하지 않고 카페 문을 밀었다⁠. 문에 달린 종이 한 번 울렸다⁠.

*

집에 돌아왔을 때 일층 거실 텔레비전이 켜져 있었다⁠. 창가마다 놓인 화분들이 텔레비전 불빛에 검은 잎 그림자를 바닥에 깔았다⁠. 집주인은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은 틀어만 두고 손바닥 화면으로 쇼츠를 넘기고 있었다⁠. 돋보기를 이마에 올리고 화면을 코앞까지 끌어당기는 사람이었다⁠.

“⁠새미야⁠, 너 오늘 모나카 먹었지⁠? 할머니가 봤어⁠. 알고리즘님이 보여 주시더라⁠.⁠”

“⁠어디서 보셨어요⁠?⁠”

“⁠내일 계정에서⁠. 어젯밤에 봤지⁠. 오늘 진짜 먹었다며⁠? 신통하다⁠, 신통해⁠.⁠” 집주인은 좋아요 하트를 두 번 눌렀다⁠. “⁠할머니도 저런 거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 내일 내가 뭐 하는지 미리 보게⁠.⁠”

삼층 계단에서 공시생이 김치통을 안고 내려오다 멈췄다⁠. “⁠그거 저도 봤어요⁠. 근데 새미 씨⁠, 미리 본 내일은 피하는 게 맞습니다⁠. 저희 할머니가 그랬어요⁠.⁠”

“⁠무슨 근거로요⁠?⁠”

“⁠꿈 해몽 근거로요⁠.⁠”

이층 방에서 룸메이트는 편집을 마저 하다 모니터 앞에 엎드려 잠들었다⁠. 새미는 링라이트를 끈 휴대전화를 들고 누웠다⁠. 23⁠:59⁠. 화면 위쪽 숫자가 바뀌었다⁠.

「⁠새미의내일 · 7월 20일⁠」

영상이 저절로 재생되었다⁠. 새벽⁠, 가로등⁠, 주황색 빛⁠. 화면 속 새미는 안경을 벗고 있었다⁠. 맨눈으로 앞 카메라를 보는 눈이 어제 영상보다 조금 커져 있었다⁠. DM 창이 화면 가득 떴다⁠. 「⁠새벽세시상수 : 영상 잘 보고 있어요⁠. 상수동 골목에서 세 시에 만나요⁠. 혼자 와요⁠.⁠」 화면 속 새미가 「⁠좋아요⁠」라고 답을 쳤다⁠. 이어서 카디건을 벗어 대문 안 빨랫줄에 걸쳐 두고⁠, 흰 티 바람으로 상수동 골목 안에 혼자 걸어 들어갔다⁠. 골목 끝에서 자동차 전조등이 켜졌다⁠. 흰 빛이 화면을 다 덮었고 영상이 끝났다⁠.

조회수 숫자는 새미가 보는 동안에도 올라갔다⁠. 12만⁠. 13만⁠.

엄지 밑에서 DM 알림이 떨었다⁠. 보낸 사람은 「⁠새벽세시상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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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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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세시2026.10.31· 1화

    자정 추천 피드에 내일 날짜로 내 얼굴이 뜬다는 설정, 무서운데 계속 보게 돼요.

    • 윤솔채작가2026.10.31

      추천 피드를 넘기다 멈추는 그 손이 제일 무서운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새미도 끝까지 넘기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