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5,378자)

열 시간의 대가

공항 탐지견 콩떡이 · 채이안

2027년 8월 16일 월요일 오전 아홉 시⁠, 별관 삼층 감찰 조사실 탁자 위 휴지 통은 새것이었다⁠. 차보민은 오늘 재채기를 하지 않았다⁠. 맹소리가 오기 전에 약을 먹었다고 했고⁠, 소리는 오기 전에 제복을 테이프 롤러로 세 번 밀었다⁠.

보민은 녹음기를 켜고 종이 한 장을 소리 앞에 놓았다⁠. 마약조사과 승합차 일지를 옮겨 적은 것이었다⁠. 「⁠23⁠:20 대상자⁠, 맹소리 주무관 차량 탑승⁠」 「⁠05⁠:55 차량⁠, 운서동 상가 앞 정차⁠」 「⁠08⁠:52 대상자⁠, 차량 재탑승⁠」⁠.

“⁠열 시간 동안 수사 대상자와 함께 있었고⁠,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맞습니까⁠?⁠”

“⁠데려갔어요⁠. 아홉 시에⁠.⁠”

“⁠데려가신 건 압니다⁠. 반장님이 칭찬하셨어요⁠.⁠” 보민이 펜 끝으로 일지를 짚었다⁠. “⁠그사이에 대상자가 방도열과 연락했다면 수사는 끝났습니다⁠. 대상자가 도망쳤다면 주무관님이 도운 걸로 남습니다⁠. 운이 좋아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과 규정을 지킨 것은 다릅니다⁠.⁠”

“⁠선배가 어머니한테 직접 말하겠다고 했어요⁠. 뉴스로 알게 하기 싫다고요⁠.⁠”

“⁠이해합니다⁠. 그래서 더 안 됩니다⁠.⁠” 보민이 녹음기를 껐다⁠. 다시 켜지 않았다⁠. “⁠맹 주무관님은 이해하는 사람의 부탁을 들어줬어요⁠. 이해하는 사람의 부탁이 제일 위험해요⁠. 저도 압니다⁠.⁠”

보민은 서류 두 장을 더 내밀었다⁠. 「⁠직무 배제 통보 — 감찰 종결 시까지⁠」⁠. 「⁠징계위원회 회부 — 사유⁠: 수사 대상자 접촉 보고 지연⁠, 직무 관련자 사적 접촉 미보고⁠」⁠.

“⁠22일에 작전이 있어요⁠.⁠” 소리가 서류를 손으로 눌렀다⁠. “⁠콩떡이 마지막 날이에요⁠.⁠”

“⁠압니다⁠. 반장님께 들었습니다⁠. 다른 핸들러가 하면 됩니다⁠.⁠”

“⁠콩떡이는 다른 핸들러 말을 안 들어요⁠.⁠”

“⁠그건 개 문제고⁠, 이건 규정 문제예요⁠.⁠” 보민이 펜을 내려놓았다⁠. 잠깐 망설이다가 서류철 맨 뒤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노란 포스트잇이 붙은 종이였다⁠. “⁠하나 더 있습니다⁠. 감찰 조사와 별개로요⁠. 7월 30일 민원⁠. 누리온항공 고객 지원팀 메일 계정에서 나간 건 맞습니다⁠. 그런데 메일을 보낸 컴퓨터 주소를 따라가 보니 새온테크 사무실이었어요⁠.⁠”

소리는 종이를 보지 않고 보민을 봤다⁠.

“⁠하루를 반복이라고 쓴 사람이에요⁠.⁠” 보민이 말했다⁠. “⁠이건 제가 따로 올립니다⁠. 주무관님 징계와는 상관없이요⁠.⁠”

*

화요일 아침⁠, 목줄을 잡은 손에서 스포츠 음료가 났다⁠. 번개 핸들러였다⁠. 귤 냄새는 오지 않았다⁠. 어제도 안 왔고 오늘도 안 왔다⁠.

스포츠 음료 손이 나를 벨트 앞으로 데려갔다⁠. 기계에서 나온 가방이 왔다⁠. 맡으라고 손이 가방을 가리켰다⁠. 나는 엎드렸다⁠. 손이 목줄을 당겼다⁠. 나는 더 납작하게 엎드렸다⁠. 벨트 바닥 고무가 볼에 차가웠다⁠.

스포츠 음료 손이 쭈그려 앉아 내 귀를 만졌다⁠. 손에서 번개가 났다⁠. 깨끗한 샴푸와 새 더미⁠. 번개 냄새는 좋은 냄새인데 지금은 싫었다⁠.

점심때 스포츠 음료 손이 검은 가방을 열었다⁠. 김치볶음밥⁠, 달걀부침⁠, 그리고 소시지⁠. 나는 일어나서 검은 가방 앞에 가 앉았다⁠. 꼬리를 흔들었다⁠. 이건 반응이 아니다⁠. 배고픔이다⁠. 스포츠 음료 손에서 웃음과 한숨이 같이 났다⁠. 소시지 하나가 내 앞에 떨어졌다⁠. 귤 냄새는 이런 걸 절대 안 준다⁠. 나는 소시지를 먹고 다시 엎드렸다⁠. 귤 냄새가 그리웠다⁠. 소시지보다 그리웠다⁠.

*

수요일 오후⁠, 운서동 오피스텔 침대에서 소리는 단톡방을 열었다⁠. 「⁠문오석⁠: 콩떡이 오늘도 파업⁠. 내 도시락에만 반응함⁠」⁠. 사진이 붙어 있었다⁠. 벨트 앞에 배를 깔고 엎드린 콩떡이가 카메라를 보지 않고 출구 쪽을 보고 있었다⁠. 밑에 오석이 한 줄 더 썼다⁠. 「⁠솔직히 쟤 맹소리 기다림⁠. 나 좀 서운⁠」⁠. 재만이 답을 달았다⁠. 「⁠육재만⁠: 사료 반만 먹었다⁠」⁠.

소리는 방바닥에 펴 둔 서류를 내려다봤다⁠. 「⁠은퇴 탐지견 분양 신청서⁠」⁠. 신청인 칸에 제 이름을 썼고⁠, 거주 형태 칸에서 볼펜이 멈췄다⁠. 오피스텔⁠. 대형견 불가⁠. 실사 나오는 사람이 계약서를 보는 순간 끝이었다⁠. 소리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신호가 가기 전에 끊었다⁠.

*

밤이 깊어서 견사 뒷문 쪽에서 콩고물 냄새가 났다⁠. 그리고 귤 냄새가 났다⁠.

나는 담요에서 튀어 나갔다⁠. 철망에 코를 박았다⁠. 귤 냄새였다⁠. 사흘 동안 안 오던 귤 냄새⁠. 크림이 거의 지워져 있었고⁠, 대신 방에 오래 누워 있던 사람의 이불 냄새와 덜 마른 머리카락 냄새가 났다⁠. 제복 냄새가 없었다⁠. 처음 맡는 귤 냄새였다⁠.

콩고물 냄새 손이 철망 문을 열었다⁠. 귤 냄새가 들어와 바닥에 앉았다⁠. 나는 귤 냄새 무릎에 머리를 올리고 배를 뒤집었다⁠. 귤 냄새 손이 내 배를 긁었다⁠. 소금 냄새가 볼에서 났다⁠. 볼이었다⁠. 오늘은 참지 않았다⁠.

귤 냄새 손이 사료 그릇을 끌어왔다⁠. 아침에 반 남긴 사료였다⁠. 손바닥에 한 줌을 얹어 내 코앞에 내밀었다⁠. 손바닥에서 귤 크림이 아주 조금 났다⁠. 나는 한 줌을 먹었다⁠. 또 한 줌⁠. 그릇이 비었다⁠. 콩고물 냄새가 철망 밖에서 껌을 길게 씹었다⁠.

귤 냄새는 오래 있다가 갔다⁠. 가기 전에 내 목덜미를 두 번 쓸었다⁠. 일하자는 뜻인데⁠, 오늘은 일하는 날이 아니었다⁠. 나는 그게 다음에 일하자는 뜻이라고 알아들었다⁠.

*

8월 19일 목요일 오후 네 시⁠, 계원철은 직무 배제 중인 소리를 공항 업무동 회의실로 불렀다⁠. 사복을 입고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회의실에는 표상민이 먼저 와 있었고⁠, 탁자 위에는 지난 토요일의 서류철이 다시 놓여 있었다⁠.

“⁠과장님⁠, 내일까지입니다⁠.⁠” 상민이 말했다⁠. “⁠오늘 서명 안 하시면 본청 국장님께 직접 올리겠습니다⁠. 과장님 건너뛰고요⁠.⁠”

“⁠올리세요⁠.⁠” 원철은 의자에 앉지 않았다⁠. 서류철 옆에 종이 한 장을 내려놓았다⁠. 보민이 소리에게 보여 준 종이와 같은 것이었다⁠. “⁠7월 30일 누리온항공 명의 민원⁠. 새온테크 사무실 컴퓨터에서 나갔대요⁠. 감찰관이 따로 올린답니다⁠. 저도 같이 올렸습니다⁠. 제 이름으로⁠.⁠”

상민이 종이를 내려다봤다⁠. 한참 뒤에 웃었다⁠. 웃음이 짧았다⁠.

“⁠원철아⁠. 개 한 마리 때문에 이러는 거냐⁠?⁠”

“⁠개 한 마리 때문이면 진작 했죠⁠.⁠” 원철이 박하사탕을 깨물었다⁠. “⁠국장님이 그 민원을 만든 날⁠, 우리 장비가 망고 버터를 열네 번 그냥 보내고 있었어요⁠. 장비가 놓친 걸 개가 잡고 있었는데⁠, 국장님은 개를 치우려고 했어요⁠. 장비 팔려고요⁠. 저는 장비를 들이자는 사람이에요⁠. 국장님 같은 사람이 파는 장비는 안 들여요⁠.⁠”

“⁠너 이러면 국장 못 단다⁠. 이 바닥 좁아⁠.⁠”

“⁠압니다⁠.⁠”

상민은 서류철을 가방에 넣고 일어섰다⁠. 문을 열다가 돌아봤다⁠.

“⁠2016년에 네가 보리 데려가겠다고 했을 때⁠, 집에 애가 아파서 안 된다고 한 거 너였다⁠. 나는 서명만 했어⁠. 그거 기억해⁠.⁠”

문이 닫혔다⁠. 원철은 한참 문을 보다가 소리에게 종이 두 장을 내밀었다⁠. 첫 장은 감찰관에게 보낸 탄원서 사본이었다⁠. 「⁠8월 22일 통제배달 작전에 한해 맹소리 주무관의 핸들러 복귀를 요청함⁠. 복귀 중 발생하는 모든 일은 여행자통관과장 계원철이 책임짐⁠」⁠.

“⁠감찰관이 받아 줬어⁠. 22일 하루⁠.⁠” 원철이 두 번째 장을 소리 앞에 놓았다⁠. “⁠조건이 붙었어⁠. 본청이 붙인 거야⁠.⁠”

두 번째 장은 「⁠탐지견 은퇴 결정서⁠」였다⁠. 대상 「⁠콩떡이(⁠수컷·3세⁠)⁠」⁠. 사유 「⁠현장 재인증 평가 3회 불합격⁠」⁠. 은퇴일 「⁠2027년 8월 23일⁠」⁠. 맨 아래에 원철의 서명이 벌써 들어가 있었다⁠.

“⁠22일에 무엇을 잡든⁠, 23일에 은퇴야⁠. 성수기 결과로 규정을 안 바꾼대⁠. 맹 주무관 복귀를 받는 대신 내가 서명했어⁠.⁠” 원철이 결정서를 손가락으로 밀었다⁠. “⁠싫으면 지금 말해⁠. 22일은 문오석이 하고⁠, 콩떡이는 은퇴 심사를 다시 받아⁠. 다시 받으면 9월 재인증 한 번 더 기회가 있어⁠.⁠”

소리는 결정서를 오래 봤다⁠. 콩떡이가 엎드려 출구를 보던 사진이 떠올랐다⁠. 9월 재인증⁠, 쿠키 가방⁠, 네 번째 불합격⁠. 아니면 22일⁠, 귤 냄새 손⁠, 마지막 벨트⁠.

“⁠22일이요⁠.⁠” 소리가 말했다⁠. “⁠제가 할게요⁠.⁠”

원철은 고개를 끄덕이고 결정서를 접어 봉투에 넣었다⁠. 봉투를 쥔 손이 오래 봉투 끝을 문질렀다⁠.

“⁠과장님⁠.⁠” 소리가 일어서며 말했다⁠. “⁠보리가 누구예요⁠?⁠”

“⁠내 개⁠.⁠” 원철이 봉투를 서랍에 넣었다⁠. “⁠아니⁠, 나라 개⁠. 내가 잡던 개⁠.⁠”

*

8월 20일 금요일 저녁⁠, 구읍뱃터 칼국수 집은 셔터를 반쯤 내린 채였다⁠. 엄마는 평상에 앉아 바지락을 해감하고 있었다⁠. 가게 안 텔레비전에서 저녁 뉴스가 흘렀다⁠. 「⁠관세청⁠, 마약 탐지 장비 긴급 도입 보류⁠… 업체 측 전관 개입 의혹 감찰⁠」⁠. 엄마가 바지락 소쿠리를 흔들며 화면을 턱으로 가리켰다⁠.

“⁠저거 너네 일이냐⁠?⁠”

“⁠응⁠. 반쯤⁠.⁠”

“⁠반쯤 잘된 거냐⁠, 반쯤 망한 거냐⁠.⁠”

“⁠둘 다⁠.⁠” 소리는 평상 끝에 앉아 신청서를 꺼냈다⁠. 거주 형태 칸이 비어 있었다⁠. “⁠엄마⁠. 가게 뒤 창고 있잖아⁠.⁠”

엄마는 바지락을 내려놓지 않았다⁠. 소쿠리 물이 평상 밑으로 뚝뚝 떨어졌다⁠.

“⁠칼국수에 개털 나오면 끝이라고 했지⁠.⁠”

“⁠가게 안에는 안 들어가게 할게⁠. 창고 뒤 마당만⁠.⁠”

“⁠그 창고에 네 아버지 그물이 아직 있어⁠.⁠” 엄마가 고개를 돌려 가게 뒤를 봤다⁠. 바다 쪽으로 난 창고 문이 녹슨 자물쇠에 잠겨 있었다⁠. 소리 아버지가 배를 정리하고 세상을 뜬 지 여섯 해였다⁠. 엄마는 창고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그물 치우려면 사람 불러야 돼⁠. 돈 들어⁠.⁠”

“⁠내가 치울게⁠.⁠”

“⁠개는 33킬로라고 했지⁠? 너보다 무거운 거 아니고⁠.⁠”

“⁠엄마⁠.⁠”

엄마는 바지락을 한 줌 들어 물에 헹궜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소리가 일어설 때 엄마가 등 뒤에서 말했다⁠.

“⁠쿠키는 먹이지 마라⁠. 그 영상 보니까 쿠키만 보더라⁠.⁠”

*

8월 21일 토요일 밤 열 시⁠, 마약조사과 사무실에 반장과 소리와 기현이 있었다⁠. 원철이 늦게 들어왔다⁠. 손에 출력물 한 묶음을 들고 있었다⁠.

기현의 휴대전화가 탁자 가운데 놓여 있었다⁠. 삼십 분 전에 온 메시지가 떠 있었다⁠.

「⁠방 사장님⁠: 22일 첫 편⁠. 상자 하나만⁠. 받는 사람 없음⁠. 입국장 지나서 3층 출발장 카페 앞 의자에 두고 가요⁠. 수고했어요⁠」

“⁠받는 사람이 없으면 따라갈 데가 없어⁠.⁠” 반장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우리가 붙은 걸 아는 거야⁠. 우 부기장을 버리는 거고⁠. 상자에는 쿠키만 들었을 거야⁠.⁠”

“⁠성수기 마지막 날에 큰 거 하나 있다고 했잖아요⁠.⁠” 소리가 말했다⁠. “⁠상자 둘이라고 했다가 하나가 됐어요⁠. 큰 거는 그럼 어디로 와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기현이 고개를 숙였다⁠. 원철이 출력물을 탁자에 펼쳤다⁠. 공항 화물터미널 통관 예정 목록이었다⁠. 원철이 손가락으로 한 줄을 짚었다⁠.

「⁠8월 22일(⁠일⁠) 06⁠:40 방콕발 화물기 — 수입자⁠: 달콤창고 — 품명⁠: 과자류 — 2⁠,000상자 — 통관 예정 09⁠:00⁠」

“⁠기현 씨 상자는 열한 시 오십 분 도착이야⁠.⁠” 원철이 말했다⁠. “⁠화물은 그보다 다섯 시간 먼저 와⁠. 우리가 열한 시 오십 분에 출발장 카페 앞 의자만 보고 있을 때⁠.⁠”

반장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소리는 목록의 숫자를 다시 읽었다⁠. 이천 상자⁠. 전부 과자였다⁠. 전부 버터 냄새가 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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