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5,377자)

쿠키 열네 봉지

공항 탐지견 콩떡이 · 채이안

2027년 7월 26일 월요일 오전 열한 시⁠, 4번 수하물 벨트 앞에는 흰 기계가 먼저 와 있었다⁠. 새온테크 장비 시범 운영 첫날이었다⁠. 방콕발 승객의 짐은 벨트에 오르기 전에 엑스레이를 한 번 지났고⁠, 기계 옆에 붙은 모니터에는 가방 그림이 줄지어 흘렀다⁠. 붉은 네모가 뜨지 않은 가방은 그대로 벨트를 탔다⁠. 맹소리와 콩떡이는 벨트 끝⁠, 기계가 다 본 가방을 한 번 더 보는 자리에 있었다⁠.

“⁠개는 장비가 놓친 것만 보는 겁니다⁠.⁠” 표상민이 새온테크 조끼를 입은 직원에게 설명했다⁠. “⁠말하자면 후식이죠⁠.⁠”

후식이라는 말에 콩떡이가 귀를 세웠다⁠. 소리는 못 들은 척했다⁠.

열한 시 이십 분⁠, 콩떡이가 앉았다⁠. 연두색 캐리어 앞이었다⁠. 캐리어 주인은 아이 둘을 데리고 온 부부였다⁠. 남편이 가방을 끌어당겼고⁠, 아내가 아이들 어깨를 감쌌다⁠.

“⁠저희 가방에 뭐가 있다고요⁠?⁠”

“⁠확인만 하겠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검사대에서 캐리어를 열자 아이들 옷과 장난감 사이에 은색 봉지 다섯 개가 나왔다⁠. 망고 그림⁠, 「⁠BUTTER COOKIES⁠」⁠. 다섯 살쯤 된 작은아이가 봉지를 가리키며 울기 시작했다⁠.

“⁠그거 내 거야⁠! 강아지가 먹으려고 해⁠!⁠”

콩떡이가 아이를 보고 꼬리를 흔들었다⁠. 아이는 더 크게 울었다⁠. 줄 뒤에서 대학생 하나가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 소리가 봤을 때는 이미 녹화 표시가 붉게 깜빡이고 있었다⁠.

*

쿠키가 다섯 봉지였다⁠. 다섯 봉지가 다 버터였고⁠, 다섯 봉지 밑에 다 시큼한 것이 있었다⁠. 아주 옅게⁠. 손가락 끝에 묻은 소금 한 알만큼⁠. 봉지 겉에 묻어 있었다⁠. 쿠키 속이 아니라 봉지 겉⁠, 사람 손이 닿는 데⁠.

작은 사람이 울었다⁠. 작은 사람 눈물은 짜고 우유 냄새가 난다⁠. 나는 작은 사람한테 가서 볼을 핥아 주고 싶었는데 귤 냄새 손이 목줄을 잡았다⁠. 귤 냄새 손에서 땀이 났다⁠. 오늘은 땀이 멈추지 않았다⁠.

오후에 또 버터가 왔다⁠. 앉았다⁠. 저녁에 또 버터가 왔다⁠. 앉았다⁠. 버터마다 밑에 시큼한 게 있는데⁠, 사람들은 버터만 꺼내 보고 화를 냈다⁠. 사람 코는 하나만 맡는다⁠. 버터를 맡으면 버터 밑은 못 맡는다⁠. 불쌍한 코다⁠.

*

이틀 뒤 수요일 아침⁠, 영상은 백이십만 번 재생되어 있었다⁠. 제목은 「⁠세관 개가 내 과자 노림 ㅋㅋㅋ 공항 실화⁠」⁠. 작은아이가 우는 장면에서 콩떡이가 꼬리를 흔드는 대목만 느리게 돌려 붙였고⁠, 밑에 자막이 달렸다⁠. 「⁠얘 눈빛 봐 진짜 쿠키만 봄⁠」⁠. 댓글 가운데 제일 위에 오른 것은 「⁠세금으로 쿠키 탐지견 키우는 나라⁠」였다⁠.

탐지견팀 단톡방에 오석이 영상을 올렸다⁠. 「⁠문오석⁠: 콩떡이 스타 됐네⁠」⁠. 재만이 답했다⁠. 「⁠육재만⁠: 지워라⁠」⁠. 오석은 지우지 않았다⁠.

누리온항공 고객센터에는 민원이 쉰 건 넘게 들어왔다⁠. 항공사가 세관에 보낸 공문에는 「⁠탐지견 오반응으로 인한 승객 불편 및 수하물 인도 지연⁠」이라는 말이 세 번 나왔다⁠. 오전 아홉 시⁠, 계원철은 4번 벨트 앞으로 소리를 불렀다⁠. 기계 옆에 상민이 있었고⁠, 벨트 너머로 승객들이 휴대전화를 들고 콩떡이를 찍고 있었다⁠.

“⁠오늘부터 콩떡이는 하루 삼십 분이야⁠. 장비가 붉은 네모 띄운 가방만 확인해⁠.⁠” 원철이 벨트 소음 위로 말했다⁠. “⁠장비가 안 띄운 가방에는 코도 대지 마⁠.⁠”

“⁠그럼 장비가 놓친 건요⁠.⁠”

“⁠놓쳤다는 근거를 가져와⁠. 쿠키 말고⁠.⁠”

“⁠과장님⁠, 쿠키가 다 같은 거예요⁠.⁠” 소리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화면에 표가 떠 있었다⁠. 7월 20일부터 어제까지 콩떡이가 앉았는데 아무것도 안 나온 가방이 열네 개였다⁠. 열넷 모두 방콕발이었고⁠, 열넷 모두 같은 은색 봉지가 들어 있었다⁠. 망고 그림의 버터 쿠키⁠. 다른 쿠키도 많았다⁠. 초콜릿 쿠키⁠, 코코넛 과자⁠, 땅콩 웨하스⁠. 콩떡이는 그런 것에는 한 번도 앉지 않았다⁠.

원철이 화면을 들여다보는 동안 상민이 먼저 웃었다⁠.

“⁠같은 비행기 타고 온 사람들이 같은 공항 가게에서 쿠키를 샀다는 거네요⁠. 방콕 공항에서 제일 잘 팔리는 과자일 겁니다⁠. 콩떡이가 그 맛을 아는 거죠⁠.⁠”

“⁠같은 쿠키 다른 맛은요⁠?⁠” 소리가 말했다⁠. “⁠같은 상표로 코코넛 맛⁠, 초콜릿 맛도 있어요⁠. 그건 안 앉아요⁠. 망고 버터만 앉아요⁠.⁠”

“⁠망고 버터가 제일 맛있는 거지⁠.⁠” 상민이 어깨를 들썩였다⁠.

원철은 휴대전화를 소리에게 돌려줬다⁠. 박하사탕을 깨물지 않았다⁠.

“⁠표는 잘 만들었어⁠. 근데 이게 뭘 말하는지는 맹 주무관도 몰라⁠. 개가 이 쿠키를 좋아한다는 거 말고는⁠.⁠” 원철이 벨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루 삼십 분⁠. 장비 표시만⁠. 본청 보고 끝날 때까지⁠.⁠”

벨트 너머에서 누가 소리쳤다⁠. “⁠콩떡아⁠! 쿠키 여기 있어⁠!⁠” 승객 하나가 은색 봉지를 흔들었다⁠. 사람들이 웃었다⁠. 콩떡이가 고함에 엉덩이를 반쯤 내렸고⁠, 소리가 목줄을 짧게 잡았다⁠.

*

삼십 분은 짧았다⁠. 흰 기계에서 나온 가방만 맡았다⁠. 기계를 지난 가방은 다 뜨거운 플라스틱 냄새가 나서 코가 처음 몇 번은 헛돌았다⁠. 기계는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가방을 고른다⁠. 기계가 고른 가방을 귤 냄새 손이 내 코앞에 하나씩 대 주면 맡고⁠, 아무것도 없으면 지나갔다⁠. 다섯 개였다⁠. 다섯 개 중에 시큼한 건 하나였고⁠, 버터는 하나도 없었다⁠. 앉았다⁠. 더미가 날아왔다⁠.

나머지 시간에는 벨트 끝 기둥 옆에 엎드려 있었다⁠. 벨트를 타고 버터가 몇 번 지나갔다⁠. 버터가 지나갈 때마다 코가 따라갔고 엉덩이가 들썩였다⁠. 귤 냄새 손이 내 등을 눌렀다⁠. 가지 말라는 뜻이다⁠. 버터 밑의 시큼함이 기둥 옆으로 지나가서 출구로 나갔다⁠. 나는 앞발에 턱을 얹고 한숨을 쉬었다⁠. 내 한숨에서는 아침에 먹은 사료 냄새가 났다⁠.

*

수요일 오후 네 시⁠, 세관 사무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소리는 서류를 들고 들어가려다 문 앞에서 멈췄다⁠. 원철이 창가에 서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네⁠, 국장님⁠. 의원실 자료 요구는 제가 쓰겠습니다⁠. 영상은 저도 봤습니다⁠.⁠” 원철이 한참 들었다⁠. “⁠개 잘못 아닙니다⁠. 핸들러 잘못도 아니고요⁠. 현장에 넣은 건 접니다⁠. 제가 시켰습니다⁠. 제 이름으로 올리겠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원철은 박하사탕을 두 개 한꺼번에 입에 넣고 깨물었다⁠. 소리가 문을 두드렸다⁠. 원철이 돌아봤을 때는 아까 벨트 앞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국회에서 자료 달래⁠. 세금으로 쿠키 탐지견 키우냐고⁠.⁠” 원철이 책상 위 서류를 툭 쳤다⁠. “⁠맹 주무관 때문에 내가 국회 답변서까지 쓴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근거 가져와⁠. 쿠키 말고⁠.⁠”

*

수요일 밤⁠, 운서동 오피스텔에서 소리는 엄마 전화를 받았다⁠. 엄마는 영종도 구읍뱃터에서 이십 년째 칼국수 집을 했다⁠. 밤 아홉 시면 가게 셔터를 내리고 평상에 앉아 동네 단톡방을 봤다⁠.

“⁠소리야⁠, 너 나왔더라⁠. 개랑⁠. 우리 단톡방에 누가 올렸어⁠. 이게 우리 딸이라고 했더니 다들 웃어⁠.⁠”

“⁠엄마⁠, 그거 웃을 일 아니야⁠.⁠”

“⁠안 웃었어⁠. 나는 안 웃었다니까⁠. 근데 개가 너무 예쁘더라⁠. 쿠키 보는 눈이⁠.⁠” 엄마가 쩝쩝 소리를 냈다⁠. 칼국수 국물을 맛보는 소리였다⁠. “⁠걔 은퇴하면 어디 가니⁠?⁠”

“⁠분양 견사⁠. 신청 들어오면 가⁠.⁠”

“⁠너는⁠?⁠”

“⁠우리 오피스텔 10킬로 넘는 개 안 돼⁠.⁠” 소리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엄마 집 마당 있잖아⁠.⁠”

“⁠가게에 털 날리면 손님 떨어져⁠. 칼국수에 개털 나오면 끝이야⁠.⁠” 엄마가 바로 말했다⁠. 잠깐 뒤에 덧붙였다⁠. “⁠크니⁠? 많이 커⁠?⁠”

“⁠33킬로⁠.⁠”

“⁠너보다 무거운 거 아니지⁠?⁠”

“⁠엄마⁠.⁠”

*

목요일 저녁 일곱 시⁠, 구읍뱃터 조개구이 집에서 기현은 쇼핑백 하나를 소리 앞에 밀었다⁠. 안에 망고 그림이 찍힌 쿠키 상자가 들어 있었다⁠. 봉지 스무 개짜리 큰 상자였다⁠.

“⁠콩떡이 스타 됐다며⁠. 축하 선물⁠.⁠”

“⁠선배⁠, 개는 이거 먹으면 안 돼요⁠. 설탕이랑 버터 덩어리예요⁠.⁠”

“⁠냄새만 맡게 해⁠. 상자째 끌어안고 자라고⁠.⁠” 기현이 조개를 뒤집으며 웃었다⁠. 방콕에서 막 돌아온 얼굴이었다⁠. 눈 밑이 거뭇했고 손목에 시차가 남아 있었다⁠. 시계를 보는 손이 자꾸 방콕 시간으로 갔다⁠.

소리는 조개가 입을 벌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휴대전화 표를 보였다⁠. 열네 줄⁠. 기현은 표를 내려 읽다가 집게를 내려놓았다⁠.

“⁠이거 어디서 사요⁠?⁠” 소리가 물었다⁠. “⁠선배가 들고 오는 거요⁠.⁠”

“⁠방 사장님 공장에서⁠. 달콤창고라고⁠, 우리나라에 수입 과자 할인점 체인 있잖아⁠. 거기 대표가 방콕에 과자 창고를 두고 있어⁠. 내가 비행 갈 때마다 신제품 샘플 받아 와서 한국 지점에 갖다주고 수고비 받는 거야⁠.⁠” 기현이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공항 가게에도 거기서 납품해⁠. 방콕 공항에서 파는 망고 버터는 다 거기 거야⁠.⁠”

“⁠샘플은 세관 신고 해요⁠?⁠”

기현의 맥주잔이 탁자에 조금 세게 내려앉았다⁠.

“⁠야⁠. 과자야⁠. 과자 들고 다니는 것도 신고하냐⁠.⁠”

“⁠면세 범위 넘으면 해야죠⁠.⁠” 소리는 웃으며 말했는데 웃음이 얼굴에서 금방 떨어졌다⁠. “⁠선배⁠, 콩떡이가 선배한테 짖었잖아요⁠. 앉은 적도 있고⁠.⁠”

“⁠그래서 가방 열었잖아⁠. 쿠키만 나왔잖아⁠.⁠” 기현이 집게를 다시 들었다⁠. 조개 하나가 불판 위에서 탁 소리를 내며 입을 벌렸다⁠. 기현은 조개를 소리 접시에 올렸다⁠. “⁠먹어⁠. 식는다⁠. 너 고등학교 때도 이렇게 꼬치꼬치 물었어⁠. 땅콩 사료 값 반 낼 때도 영수증 달라 그랬잖아⁠.⁠”

소리는 조개를 먹었다⁠. 짰다⁠. 기현은 목요일 밤 내내 쿠키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았고⁠, 소리도 꺼내지 않았다⁠. 쇼핑백은 소리 발치에 놓였다⁠.

*

금요일 아침⁠, 견사 바닥에 상자 하나가 내려앉았다⁠. 버터가 확 퍼졌다⁠. 상자 안에 봉지 스무 개⁠, 봉지마다 버터⁠, 그리고 봉지마다 시큼함⁠. 오늘 것은 지금까지 맡은 것 중에 제일 진했다⁠. 손톱만 하던 것이 엄지손톱만 했다⁠.

봉지를 만진 손이 여럿이었다⁠. 장갑 낀 손⁠, 맨손⁠, 항공유 냄새 손⁠. 시큼함은 장갑 냄새 근처에서 제일 진했다⁠.

나는 상자 앞에 앉았다⁠. 꼬리를 흔들지 않았다⁠. 버터가 이렇게 많은데 꼬리가 안 흔들렸다⁠. 귤 냄새 사람이 내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귤 냄새 숨이 멈췄다⁠.

*

맹소리는 쿠키 상자 앞에 꼬리를 바닥에 붙이고 앉은 콩떡이를 한참 내려다봤다⁠. 4번 벨트에서 청년 앞에 앉던 모습과 똑같았다⁠. 꼬리를 흔들지 않는 앉기⁠.

소리는 상자를 쇼핑백에 도로 넣고 견사 사물함에 밀어 넣은 뒤 자물쇠를 채웠다⁠. 손이 떨려서 비밀번호를 두 번 틀렸다⁠.

오후 세 시⁠, 근무를 마치고 탈의실에서 제복 단추를 푸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관세청 업무 문자였다⁠.

「⁠관세청 감사담당관실 — 인천공항세관 맹소리 주무관⁠. 8월 2일(⁠월⁠) 10시 감찰 조사 출석 요구⁠. 사유⁠: 특정 승무원 반복 표적 검색 및 사적 관계 미보고 민원 접수⁠」

소리는 단추를 반만 푼 채로 문자를 세 번 읽었다⁠. 승무원을 반복해서 표적 검색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바로 알았다⁠. 7월 20일 승무원 검사대⁠, 우기현의 검은 캐리어⁠. 콩떡이가 기현에게 짖은 것도⁠, 기현 발 앞에 앉은 것도 7월 20일 하루였다⁠. 하루를 반복이라고 쓴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특정 승무원⁠. 탈의실 거울 속 남색 제복 가슴에 꽂힌 이름표가 반쯤 접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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