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5,392자)

장비가 이긴 날

공항 탐지견 콩떡이 · 채이안

2027년 7월 23일 금요일 아침 일곱 시⁠, 영종도 탐지견훈련센터 견사 앞 벤치에서 육재만은 보온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오늘도 콩떡이었다⁠. 콩고물이 바람에 날려 맹소리 무릎까지 왔다⁠. 견사 철망 안에서 콩떡이가 코를 철망에 박고 꼬리를 바닥에 쳤다⁠.

“⁠삼 년째 이 시간마다 저려⁠. 내가 이거 먹는 걸 저놈이 알어⁠.⁠” 재만이 콩떡 한 조각을 떼어 제 입에 넣었다⁠. “⁠안 줘⁠. 한 번 주믄 평생 달라 혀⁠.⁠”

“⁠교관님⁠, 오늘 어떻게 해요⁠.⁠”

“⁠어떻게 허긴⁠. 하던 대로 허지⁠.⁠” 재만이 씹던 것을 삼키고 콩떡이를 턱으로 가리켰다⁠. “⁠내가 저놈 평가표를 세 번 썼어⁠. 세 번 다 같은 데서 틀려⁠. 쿠키 앞⁠, 육포 앞⁠, 젤리 앞⁠. 근디 말이여⁠, 표본 가방을 그냥 지나간 적은 한 번도 없어⁠. 꼭 고개를 돌려⁠. 맡긴 맡는 겨⁠. 맡고 나서 더 센 거한테 끌려가는 거지⁠.⁠”

“⁠더 센 거요⁠?⁠”

“⁠개 코는 사람 코처럼 한 번에 하나만 맡는 게 아녀⁠. 국 끓이는 냄새 속에서 파⁠, 마늘⁠, 멸치를 다 따로 맡어⁠. 콩떡이는 둘을 같이 맡고⁠, 둘 중에 맛있는 놈한테 앉는 겨⁠.⁠” 재만이 웃었다⁠. “⁠그게 문제여⁠. 근디 가끔은 그게 문제가 아닐 수도 있고⁠.⁠”

소리가 무슨 뜻이냐고 묻기 전에 재만은 도시락 뚜껑을 닫고 일어났다⁠. 콩고물이 바지에서 털려 견사 앞 바닥에 흩어졌고⁠, 콩떡이가 철망 틈으로 혀를 길게 뺐다⁠.

*

오후 한 시 오십 분⁠, 4번 수하물 벨트 앞은 줄로 막혀 있었다⁠. 승객이 못 들어오게 노란 띠를 둘렀고⁠, 띠 안쪽에 접이식 의자 다섯 개가 놓였다⁠. 가운데 의자에 본청 조사국 과장이 앉았다⁠. 왼쪽에 계원철⁠, 오른쪽에 새온테크 부사장 표상민⁠, 끝자리에 훈련센터 교관 육재만⁠. 띠 바깥에서는 문오석이 검은 래브라도 번개를 옆에 앉혀 놓고 휴대전화를 세로로 들고 있었다⁠.

“⁠찍지 마세요⁠.⁠” 맹소리가 말했다⁠.

“⁠기록이야⁠, 기록⁠. 교육 자료⁠.⁠” 오석이 화면을 콩떡이에게 맞췄다⁠. 번개는 하품을 했다⁠. 사 년 연속 우수 탐지견의 하품이었다⁠.

규칙은 재만이 정했다⁠. 빈 가방 이백 개 가운데 넷에 마약 훈련 표본을 넣고⁠, 열 개에 유혹물을 넣는다⁠. 육포⁠, 쿠키⁠, 말린 오징어⁠, 김치⁠. 장비는 가방 이백 개를 엑스레이로 찍고 붉은 네모가 뜬 가방을 이온 스캐너로 다시 훔친다⁠. 개는 벨트를 따라 걷는다⁠. 한 시간⁠. 개는 삼십 분 일하고 십 분 쉬고 다시 이십 분⁠.

“⁠먼저 장비부터 하겠습니다⁠.⁠” 상민이 손을 들었다⁠.

벨트가 돌았다⁠. 가방이 흰 기계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모니터에 붉은 네모가 하나 떴고⁠, 직원이 가방 겉을 천으로 훔쳐 스캐너에 넣자 짧은 신호음이 울렸다⁠. 두 번째 네모⁠, 세 번째 네모⁠. 네 번째 네모가 뜬 것은 십이 분째였다⁠. 유혹물 가방은 하나도 표시되지 않았다⁠. 육포는 육포였고 김치는 김치였다⁠.

본청 과장이 볼펜으로 종이에 무엇인가 적었다⁠. 원철은 박하사탕을 깨물지 않고 입에 물고만 있었다⁠.

“⁠콩떡이 주무관님⁠, 부탁드려요⁠.⁠” 소리가 목줄을 풀며 속삭였다⁠.

*

띠 바깥에서 고무 더미 냄새가 났다⁠. 번개였다⁠. 번개는 늘 새 더미 냄새가 난다⁠. 핸들러가 날마다 새것을 사 주기 때문이다⁠. 번개 핸들러에게서는 땀 대신 스포츠 음료 냄새가 났고⁠, 번개에게서는 냄새가 거의 안 났는데 가까이 가면 아주 깨끗한 샴푸 냄새가 났다⁠. 우수한 개는 샴푸도 좋은 것을 쓴다⁠.

번개가 내 쪽으로 코를 한 번 내밀었다가 거뒀다⁠. 인사를 하다 만 것이다⁠. 나는 번개 엉덩이 냄새를 맡으러 가고 싶었는데 귤 냄새 손이 목줄을 짧게 잡았다⁠. 번개의 몸에서 아주 잠깐 웃는 개 냄새가 났다⁠. 개도 비웃을 줄 안다⁠.

*

벨트가 돌기 시작하자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기계에 들어갔다 나온 가방에서는 뜨거운 플라스틱 냄새가 났다⁠. 이백 개⁠. 새 천⁠, 오래된 천⁠, 고무⁠, 구두약 냄새가 앉은 의자⁠, 콩고물 냄새가 앉은 의자⁠, 정장 냄새의 녹차⁠.

열한 번째 가방에서 시큼했다⁠. 앉았다⁠. 더미가 날아왔다⁠. 물었다⁠. 귤 냄새 손에서 땀이 줄었다⁠.

스무 번째쯤에서 말린 오징어가 지나갔다⁠. 오징어는 참았다⁠. 오징어는 짜다⁠. 서른몇 번째에서 김치가 지나갔다⁠. 김치도 참았다⁠. 김치는 맵다⁠.

마흔 번째 근처에서 소고기가 왔다⁠.

말린 소고기⁠, 소금을 조금 친⁠. 구두약 냄새 주머니에서 나던 것과 똑같은 냄새였다⁠. 주머니에서는 끝내 안 나오던 소고기가 가방 하나에 가득 들어 있었다⁠. 엉덩이가 내려갔다⁠. 참으려고 했는데 엉덩이가 먼저 결정했다⁠.

귤 냄새 손이 목줄을 당겼다⁠. 땀이 다시 올라왔다⁠. 짰다⁠. 구두약 냄새 의자에서 박하가 부서졌다⁠.

쉬었다⁠. 물을 마셨다⁠. 다시 걸었다⁠. 쿠키 가방이 지나갔다⁠. 버터⁠. 앉았다⁠. 앉은 다음에야 버터였다는 걸 알았다⁠. 이후로 시큼한 냄새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

“⁠장비 네 개 중 네 개⁠. 십이 분⁠. 오탐 없음⁠.⁠” 재만이 평가표를 읽었다⁠. “⁠탐지견 네 개 중 한 개⁠. 오십 분⁠. 유혹물 반응 두 번⁠.⁠”

띠 바깥에서 오석이 휴대전화를 내렸다⁠. 번개가 콩떡이를 한 번 보고 고개를 돌렸다⁠. 본청 과장은 종이를 접어 양복 안주머니에 넣었다⁠.

“⁠결과는 보고서로 올리겠습니다⁠. 계 과장님⁠, 장비 시범 운영 일정 다음 주 월요일까지 주시고요⁠.⁠”

상민이 일어나 본청 과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원철이 소리에게 왔다⁠.

“⁠끝났어⁠. 오늘 자로 현장 빼고⁠, 다음 주에 은퇴 서류 올려⁠. 견사는 센터 분양 견사로 옮기고⁠.⁠”

소리는 대답하지 않고 콩떡이 조끼 끈을 다시 조였다⁠. 손가락이 끈 버클을 두 번 놓쳤다⁠. 재만이 다가와 소리 어깨를 한 번 짚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철수하는 길은 입국 심사대를 지나 나오는 승객 줄 옆이었다⁠. 방콕발 비행기가 막 내려서 일제 검사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세관 직원들이 짐을 하나씩 열었고⁠, 사람들은 지친 얼굴로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콩떡이가 멈췄다⁠.

줄 끝⁠, 기둥 옆에 청년 하나가 등에 작은 배낭만 메고 서 있었다⁠. 스물대여섯쯤⁠, 후드 티 소매로 손을 덮었고⁠, 손에 망고 그림이 찍힌 쿠키 봉지를 들고 있었다⁠. 하나를 입에 넣고 씹지 않고 물고만 있었다⁠.

콩떡이가 청년 발 앞으로 가서 앉았다⁠. 짖지 않았다⁠. 꼬리도 흔들지 않았다⁠.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고개를 청년 배 높이에 둔 채 그대로 굳었다⁠. 훈련 교본에 사진으로 실린 앉기였다⁠.

“⁠쿠키네⁠.⁠” 뒤에서 원철이 말했다⁠. “⁠쿠키 들고 있잖아⁠.⁠”

“⁠쿠키 앞에서는 꼬리를 흔들어요⁠.⁠” 소리가 말했다⁠. “⁠지금 안 흔들어요⁠.⁠”

“⁠맹 주무관⁠, 시험 끝났어⁠. 개가 쿠키 보고 앉을 때마다 승객 세우면⁠…⁠…⁠”

“⁠과장님⁠. 이번 한 번만요⁠. 제 이름으로 할게요⁠.⁠”

원철과 소리 사이에서 콩떡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청년이 쿠키 봉지를 구기며 한 걸음 물러섰다⁠. 콩떡이가 한 걸음 따라가서 다시 앉았다⁠. 본청 과장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원철이 사탕을 깨물었다⁠. “⁠…⁠…정밀 검사실로 모셔⁠.⁠”

*

정밀 검사실은 하얗고 차가웠다⁠. 쿠키 냄새가 먼저 들어왔다⁠. 청년이 봉지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버터⁠. 그런데 오늘은 엉덩이가 버터를 안 들었다⁠.

청년의 손에서는 쿠키 말고 아무것도 안 났다⁠. 밥 냄새가 없었다⁠. 열 시간을 날아왔는데 기내식 냄새가 하나도 없었다⁠. 숨에서 빈속의 시큼한 냄새가 났고⁠, 빈속 시큼함 밑에⁠, 배 깊은 데서⁠, 더미에서 맡던 냄새가 아주 천천히 새어 나왔다⁠. 땀에 섞여서⁠. 겨드랑이와 목덜미와 배꼽 근처에서⁠.

청년이 떨었다⁠. 떨 때 나는 땀은 쇠 냄새가 난다⁠. 나는 청년 배 앞에 다시 앉았다⁠. 꼬리는 바닥에 붙여 두었다⁠.

*

청년은 엑스레이 검사를 거부했다가 삼십 분 뒤에 동의서에 서명했다⁠. 공항 근처 병원에서 찍은 사진에 손가락 마디만 한 덩어리 수십 개가 배 속에 줄지어 있었다⁠. 마약을 작은 캡슐에 담아 삼킨 것이었다⁠. 의사는 캡슐 하나라도 배 속에서 터지면 목숨이 위험하다고 했고⁠, 청년은 병원 침대에서 울었다⁠. 메신저에서 본 고액 알바 글을 보고 방콕에 다녀오면 삼백만 원을 준다는 말에 갔다고 했다⁠. 비행기에서 배가 아플까 봐 아무것도 안 먹었고⁠, 쿠키는 입국장에 내려서야 겨우 하나 뜯었다고 했다⁠.

병원 복도 자판기 앞에서 원철은 생수 두 병을 뽑았다⁠. 하나는 제가 따서 반을 마셨고⁠, 하나는 소리에게 내밀지 않고 콩떡이 물그릇에 다 부었다⁠. 콩떡이가 혀로 바닥까지 핥고 원철 구두코에 턱을 올렸다⁠. 원철은 구두를 빼지 않았다⁠.

“⁠과장님 물은 왜 반만 드세요⁠?⁠” 소리가 물었다⁠.

“⁠나머지는 저놈 두 번째 잔이야⁠. 땀을 혀로 흘리는 놈이라⁠.⁠” 원철이 남은 병을 물그릇 옆에 세워 두었다⁠. “⁠내가 준 거 아니다⁠. 맹 주무관이 준 거야⁠. 보고서에 그렇게 써⁠.⁠”

저녁 여덟 시⁠, 세관 사무실에서 본청 과장은 다시 종이를 꺼냈다⁠.

“⁠시험은 장비 승⁠. 적발은 탐지견 한 건⁠.⁠” 과장이 원철을 봤다⁠. “⁠장비는 사람 배 속을 못 찍죠⁠. 은퇴는 성수기 끝날 때까지 보류합시다⁠. 시범 운영은 예정대로⁠.⁠”

본청 과장이 나가자 사무실에는 원철과 소리와 콩떡이만 남았다⁠. 원철은 의자에 앉지 않고 창가에 서서 활주로 불빛을 봤다⁠.

“⁠운이야⁠.⁠” 원철이 말했다⁠. “⁠쿠키를 들고 있었어⁠. 맹 주무관도 봤잖아⁠.⁠”

“⁠운이면 또 내 볼게요⁠.⁠”

“⁠한 건은 운이고⁠, 두 건은 실력이야⁠.⁠” 원철이 돌아섰다⁠. “⁠22일까지 하나 더⁠. 이번엔 쿠키 없는 데서⁠.⁠”

“⁠공항에 쿠키 없는 데가 어디 있어요⁠.⁠”

“⁠그러니까 실력이지⁠.⁠”

원철은 책상 서랍을 열어 물티슈를 꺼내더니 콩떡이 앞에 쭈그려 앉았다⁠. 소리가 무어라 말하기 전에 콩떡이 앞발을 하나씩 들어 패드 사이를 닦았다⁠. 바닥 왁스와 공항 먼지가 물티슈에 까맣게 묻어 나왔다⁠. 손이 익숙했다⁠. 패드 사이를 벌려 갈라진 데가 없는지 엄지로 한 번씩 눌러 보는 것까지⁠, 훈련 교본 순서 그대로였다⁠.

“⁠발바닥 까지면 바로 말해⁠.⁠” 원철이 일어나며 물티슈를 휴지통에 던졌다⁠. “⁠은퇴 서류에 부상 사유 붙이면 분양이 늦어져⁠.⁠”

소리는 원철이 나간 문을 한참 봤다⁠.

*

밤 열 시⁠, 공항 직원 버스 안에서 소리의 휴대전화가 연달아 울렸다⁠. 인터넷 뉴스 속보였다⁠. 「⁠인천공항 탐지견⁠, 몸속에 마약 캡슐 숨긴 20대 적발⁠」⁠. 사진은 없었고 기사는 다섯 줄이었다⁠. 탐지견팀 단톡방에 오석이 글을 올렸다⁠. 「⁠문오석⁠: 오늘 찍은 거 보니까 콩떡이 쿠키 들고 있는 사람한테 앉은 거던데 ㅋ 운도 실력⁠」⁠. 밑에 재만이 썼다⁠. 「⁠육재만⁠: 운도 실력이믄 번개는 사 년 내내 운이 좋았던 거여⁠」⁠. 단톡방이 잠깐 조용해졌다⁠.

개인 메시지 창에 기현의 글이 와 있었다⁠.

「⁠우기현⁠: 뉴스 봤다⁠. 콩떡이 대박⁠. 나 월요일 방콕 갔다가 목요일 들어와⁠. 그날 저녁 쏜다⁠. 콩떡이 쿠키도 사 간다⁠」

소리는 「⁠쿠키는 사 오지 마세요⁠」라고 쳤다가⁠, 웃으며 지우고 「⁠네⁠」만 보냈다⁠.

창밖으로 활주로 끝 유도등이 줄지어 지나갔다⁠. 소리의 손에는 아직 버터 냄새가 묻어 있었다⁠. 정밀 검사실 탁자에 놓였던 쿠키 봉지를 치울 때 묻은 냄새였다⁠. 망고 그림⁠. 할머니의 은색 캐리어⁠, 기현의 검은 캐리어⁠, 오늘 청년의 손⁠. 같은 봉지였다⁠. 소리는 휴대전화 메모장을 열어 한 줄을 적었다⁠. 「⁠망고 버터 쿠키 — 7/20 두 번⁠, 7/23 한 번⁠」⁠.

3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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