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5,686자) · 1597년 10월 26일 낮, 명량

안위

이순신 · 네오

1597년 10월 26일 (음력 9월 16일) 맑음. 배를 돌려 곧장 중군 김응함의 배에 대고 먼저 목을 베어 매달아 보이려 했다. 그러나 내 배가 머리를 돌리면 여러 배가 차례로 멀리 물러날까 두려웠다. 적선은 점점 다가와 사세가 낭패였다. 곧 각을 불어 중군에게 명령하는 깃발을 세우고 또 초요기를 세웠다. 중군장 미조항첨사 김응함의 배가 점점 내 배에 가까이 왔다. 거제현령 안위의 배가 먼저 이르렀다. 내가 배 위에 서서 안위를 친히 불렀다. 안위야, 군법에 죽고 싶으냐. 네가 군법에 죽고 싶으냐. 달아나면 어디서 살겠느냐.

돌릴 수 없었다.

처음 떠오른 것은 배를 돌리는 일이었다. 먼바다에 떠 있는 중군 김응함의 배로 가서 그 목을 먼저 베어 돛대에 매달면, 멀리 선 배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것이다. 그러나 키잡이에게 내리려던 말을 삼켰다. 내 배가 머리를 돌리는 순간 열둘은 그것을 물러나는 것으로 본다. 대장선이 뒤로 가면 여러 배가 차례로 멀리 물러나고, 한꺼번에 흩어지는 배들은 저희끼리 뒤엉킨다. 칠천량(거제 하청면 칠천도 앞)의 밤이 대낮에 되풀이될 것이었다. 돌리지 않았다.

내 배는 판옥선이다. 두 층으로 올린 갑판 위에 군관들이 서고, 아래층 어둑한 선창에서는 격군들이 노를 잡는다. 그 큰 배가 머리를 돌리려면 한쪽 노를 멈추고 다른 쪽 노를 거꾸로 저어야 한다. 도는 동안 배는 옆구리를 고스란히 적에게 내준다. 그 느린 몸짓을 열둘이 먼바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적선은 점점 다가와 사세가 낭패였다. 초고에는 나아갈 데도 물러날 데도 없는 골짜기라고 썼다. 뱃전 너머로 적의 뱃머리가 창 자루 길이만큼 다가왔다가 총통 소리에 밀려나기를 되풀이했고, 그때마다 부서진 나뭇조각이 물 위에서 뱅그르르 돌았다. 그 골짜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깃발을 올리는 것이었다.

*

각을 불었다.

쇠뿔로 만든 각을 부는 군사의 볼이 터질 듯 부풀었고, 각이 길고 쉰 소리를 냈다. 총통 소리 사이로 그 소리가 물 위를 낮게 기어갔다. 중군에게 명령하는 깃발을 세우고 또 초요기를 세웠다. 초요기는 북두칠성 자루 끝 별의 이름을 딴, 장수를 부르는 깃발이다. 화약 연기에 그을린 깃폭이 돛대를 타고 오르다가 꼭대기에서 바람을 받아 탁 소리를 내며 펴졌다. 두 마장 밖으로 목소리는 가지 않아도 깃발은 간다. 다섯 해 전 옥포(거제 옥포동)로 나가기 전에 깃발 신호를 정하며 익힌 이치였다.

김응함의 배가 점점 가까이 왔다. 미조항첨사이자 중군장인 김응함이었다. 먼바다의 점이 조금씩 뱃머리가 되고, 노가 되고, 노를 젓는 사람의 등이 되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듯 물을 짚던 노가, 깃발이 한 번 더 펄럭이자 가지런히 물을 긁기 시작했다.

안위의 배가 먼저 이르렀다. 거제현령 안위는 노량(남해 설천면과 하동 사이 물목)에서 통곡하던 사람이다. 거제 배 위에서 사경(새벽 한 시에서 세 시 무렵)까지 나와 이야기하며 열둘이 남았다고 말하던 사람이기도 했다. 그의 배는 뱃전 한쪽이 연기에 그을려 검었고, 찢어진 돛 한 폭이 바람에 너덜거렸다. 그가 먼저 왔다. 누가 먼저 오는지를 나는 지켜보고 있었다.

*

배 위에 섰다.

아군도 보고 적도 보는 자리, 뱃머리 높은 데로 올라섰다. 발밑 판자가 화약 찌꺼기와 튄 물에 미끄러웠고, 바람이 갑옷 틈으로 들어와 땀을 식혔다. 남을 시키지 않고 내 목소리로 친히 불렀다.

안위야, 군법에 죽고 싶으냐. 네가 군법에 죽고 싶으냐.

초고에는 같은 말을 두 번 남겼다. 이름을 불러야 배가 아니라 사람이 온다. 그래서 두 번 불렀다. 두 번째 부를 때는 목이 갈라져 쇳소리가 섞였다. 소리를 지르느라 크게 들이마신 숨에 화약 연기가 목젖 안쪽까지 들어와 쓰렸다.

달아나면 어디서 살겠느냐. 달아나 살 곳은 없었다. 여기서 죽거나 군법에 죽거나 둘 가운데 하나였다. 어제 장수들에게 살 마음을 먹지 말라고 한 말을 오늘은 안위 한 사람에게 했다.

안위가 황망히 적선 속으로 돌입했다. 그 배의 격군들이 허리를 꺾으며 노를 당기는 것이 보였고, 뱃머리가 흰 물을 가르며 적의 뱃머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뒤에 조카는 안위가 감히 죽을힘을 다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고 적었다. 일기에는 그 말이 없다. 나는 돌입만 남겼다. 적 속으로 들어간 뱃머리가 대답이었다.

*

김응함을 불렀다.

너는 중군이 되어 멀리 피해 대장을 구하지 않았으니 죄를 어찌 피하겠느냐고 꾸짖었다. 배 위에서, 적이 다 보는 앞에서 중군의 목을 베는 형을 집행하려 했다. 뱃전 너머로 올려다보는 김응함의 얼굴이 투구 그늘 아래에서 하얗게 떴다. 칼자루를 쥔 내 손바닥에 땀이 배어 미끈거렸다.

적의 형세가 또 급했다. 칼을 뽑을 틈이 없어서라기보다 지금 벨 목이 아니었다. 우선 공을 세우게 했다. 뒤가 있으면 목은 뒤에 베면 된다. 김응함의 배가 곧장 앞으로 나갔고, 안위의 배와 나란히 적 속으로 들어가 맞부딪쳤다. 안위와 김응함과 나, 열셋 가운데 셋이 백서른셋 속에 있었다.

*

적장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적의 대장선 위에서 누군가 팔을 뻗어 안위의 배를 가리켰다. 그 휘하의 배 셋이 한꺼번에 안위 배로 몰려가 개미처럼 붙었다. 쇠갈고리가 뱃전 나무를 물어뜯는 소리가 연달아 났고, 밧줄이 당겨지자 세 척의 뱃전이 안위 배 옆구리에 쿵쿵 들이받혔다. 사람들이 서로 먼저 오르려고 다투어 기어올랐다. 칠천량에서 우리 배를 삼킨 방식이 그대로였다.

안위와 배 위의 사람들이 죽을힘으로 어지러이 쳤다. 초고에는 그 싸움을 자세히 남겼다. 어떤 이는 능장을 잡고, 어떤 이는 긴 창을 쥐고, 어떤 이는 물에 닳은 돌덩이로 무수히 어지러이 쳤다. 능장은 끝을 모나게 깎은 몽둥이다. 돌은 배 밑에 싣고 다니던, 물에 닳아 둥글어진 돌이었다. 서로 뱃전을 맞댄 배에서는 활을 당길 거리가 없었다. 두 손으로 돌을 머리 위까지 들어 뱃전 아래로 내리치는 사람이 보였고, 돌이 투구에 맞는 둔한 소리가 물을 건너 여기까지 들렸다. 창 자루가 부러지는 소리와 사람이 물에 떨어지는 소리가 뒤섞였다.

거의 힘이 다했다. 안위 배 위의 사람은 줄고 기어오르는 사람은 늘었다. 돌을 던지는 팔이 점점 낮아졌고, 뱃전을 넘어온 칼날이 햇빛에 번쩍였다. 더 볼 것이 없었다.

*

배를 돌렸다.

내 배의 머리를 돌려 곧장 들어갔다. 아까 돌리지 못한 키였다. 키잡이가 온몸으로 키 자루에 매달렸고, 한쪽 노가 멈추고 다른 쪽 노가 거꾸로 물을 긁자 큰 배가 삐걱거리며 느리게 몸을 틀었다. 옆구리가 드러난 동안 조총 탄환이 뱃전 판자에 박혀 나뭇조각을 튀겼다. 아까는 뒤로 돌리는 것이었고 지금은 안위 쪽으로, 적 속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앞으로 돌리는 배는 열둘이 보아도 된다. 오히려 보라고 돌렸다.

안위 배에 붙은 세 척에 비 오듯 어지러이 쏘았다. 셋 가운데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초고에는 세 배의 적이 거의 다 엎어졌다고 했다. 뱃전을 넘던 자들이 화살을 맞고 뒤로 꺾여 물에 떨어졌다. 떨어진 자리마다 물이 잠깐 붉게 번졌다가 흐름에 실려 흩어졌다.

녹도(고흥 도양읍 녹동)만호 송여종과 평산포(남해 남면 평산리) 대장 정응두의 배가 이어 이르렀다. 송여종은 다섯 해 전 한산도(통영 한산면)에서 함께 쏜 사람이고, 정응두는 빈자리를 대신 맡은 장수였다. 송여종의 배에서 울리는 북소리는 한산도 앞바다에서부터 귀에 익은 가락이었다. 이제 백서른셋 속에 우리 배가 다섯이었다. 힘을 합쳐 쏘았다. 초고에는 하나도 몸을 움직이는 적이 없었다고 했다. 안위 배에 올랐던 자들 가운데 다시 일어서는 자가 없었다.

두 달 전 노량에서 열 몇 사람과 함께 와 통곡하던 사람의 배가, 오늘 백서른셋 속에 가장 먼저 들어갔다. 울던 사람과 먼저 들어간 사람이 같은 사람이었다. 일기에 먼저 이르렀다는 말을 넣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안위는 살아 있었다. 그 배가 아직 떠 있었고, 돌을 들던 손 하나가 뱃전에 걸쳐져 들썩이고 있었다. 몇이 남았는지는 세지 않았다. 그것은 싸움이 끝난 뒤에, 끝이 온다면 그때 할 일이었다.

*

비문은 다르게 적었다.

이민서가 뒤에 새긴 비문은 이렇다. 싸움이 한창일 때 거제현령 안위가 조금 물러나니 공이 뱃머리에 서서 크게 외쳐 좌우에게 안위의 목을 가져오라고 명했다. 안위가 두려워 도로 들어가 급히 싸웠다.

돌에 새긴 글은 글자가 크고 깊어서, 한 번 새기면 비바람이 백 년을 두드려도 지워지지 않는다. 목을 가져오라는 말은 그 비문에만 있다. 나는 군법에 죽고 싶으냐고 남겼고, 조카는 죽을힘을 다하겠다는 대답을 붙였다. 세 종이가 제각각이다. 나는 이름을 두 번 불렀고 목을 가져오라고는 하지 않았다. 목을 가져오게 하면 안위가 죽고, 안위의 배가 빠지면 열셋은 열둘이 된다. 이름을 부르면 사람이 오고 배가 따라온다.

조카는 하나를 더 보탰다. 공이 머리 하나를 베어 매달고 지휘했다고 했는데, 누구의 머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날 내 배에서 벤 사람은 없다. 김응함을 베려다 그만두었을 뿐이다. 조카가 어디서 그 말을 들었는지는 모른다. 들은 말이 종이에 옮겨지면 베인 사람이 하나 생기고, 나는 그 사람을 지운다. 없는 일을 있다고 하지 않는 것은 다섯 해 동안 지켜 온 일이었다.

*

물은 아직 이쪽으로 밀고 있었다. 뱃전 아래 거품이 여전히 서쪽으로 흘렀고, 닻줄은 팽팽했다. 배 밑에서는 격군들이 새벽부터 한 번도 놓지 못한 노를 아직 당기고 있었다. 노 구멍으로 새어 나온 그들의 거친 숨소리가 갑판 판자 틈으로 올라왔다. 낮이 얼마나 남았는지 몰라 고개를 들었다. 해가 거의 머리 위에 와 있었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눈에 들어가 따가웠다. 소매로 훔치고 다시 앞을 보았다. 적선 사이 물 위에 그림이 그려진 붉은 비단옷 하나가 떠 있었다. 준사가 먼저 그것을 보고 나를 불렀다. 그다음은 준사의 몫이었다.

사료 · 「배를 돌려 중군 김응함의 배에 대고 먼저 목을 베어 보이려 했으나 내 배가 머리를 돌리면 여러 배가 차례로 멀리 물러날까 두려웠다」, 「각을 불어 중군에게 명령하는 깃발과 초요기를 세우니 김응함의 배가 가까이 오고 안위의 배가 먼저 이르렀다」, 「배 위에 서서 친히 불렀다. 안위야, 군법에 죽고 싶으냐. 네가 군법에 죽고 싶으냐. 달아나면 어디서 살겠느냐」, 「김응함에게 너는 중군이 되어 멀리 피해 대장을 구하지 않았으니 죄를 어찌 피하겠느냐 하고 형을 집행하려 했으나 적세가 급해 우선 공을 세우게 했다」, 적장이 배 셋을 가리켜 안위 배에 개미처럼 붙게 한 것, 「내 배가 머리를 돌려 곧장 들어가 비 오듯 쏘아 셋을 하나도 남김없이 무찌르고 송여종·정응두가 이어 이른」 것 ― 난중일기 정유년 9월 16일(전서본) · 「진퇴유곡」, 「안위야 군법에 죽고 싶으냐」를 두 번 적은 것, 「어떤 이는 능장을 잡고 어떤 이는 긴 창을 쥐고 어떤 이는 물에 닳은 돌덩이로 무수히 어지러이 쳤다」, 「세 배의 적이 거의 다 엎어졌다」, 「하나도 몸을 움직이는 적이 없었다」 ― 초고본 책6(정유일기 Ⅱ). 초고본 책6은 적장이 가리킨 배를 둘로 적는다 · 안위의 답 「감히 죽을힘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 이분, 이충무공행록. 행록은 「공이 머리 하나를 베어 매달고 지휘하니 김응함이 배를 돌려 들어왔다」고 하나 일기에는 벤 사람이 없다. 이 작품은 일기를 따랐다 · 「싸움이 한창일 때 안위가 조금 물러나자 공이 뱃머리에서 크게 외쳐 안위의 목을 가져오라 하니 안위가 두려워 도로 들어가 급히 싸웠다」 ― 이민서, 명량대첩비 · 초요기의 뜻, 「앞으로 돌리는 것은 된다」는 셈, 해를 본 것은 지어냈다 · 이 회차는 이순신의 1인칭이다 · 양력 날짜 ― 한국천문연구원 음양력 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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