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십 분
오해는 두 번 반복된다 · 유하람
회의는 아홉 시 정각에 시작됐다. 정각에 시작하는 회의는 이 도서관에서 삼 년 만이었다.
“서도현입니다.”
새 관장은 자리에 앉지 않고 말했다. 앉지 않는 사람은 길게 말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거나, 아주 길게 말할 생각인 사람이다.
“넉 달입니다.”
그가 화면을 켰다. 여름은 그 숫자를 봤다. 월별 이용자 수 그래프. 삼 년치. 오른쪽 끝이 아래로 기울어 있었다.
“이 그래프를 바꾸지 못하면 이 건물은 문화 복합 공간이 됩니다. 도서관 기능은 본관으로 통합되고요.”
“그건 알고 있습니다.”
여름이 말했다.
“알고 계신 건 압니다. 삼 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하셨다는 것도요.”
회의실에 여섯 명이 있었다. 여섯 명 다 그 문장을 들었다. 여름은 손에 든 펜을 놓았다. 놓는 소리가 생각보다 컸다.
“작년에 독서 모임 네 개 만들었습니다. 올해 여섯 개고요.”
“그래서 이용자가 몇 명 늘었죠?”
“열아홉 명이요.”
“열아홉이요.”
도현은 그 숫자를 반복했다. 비웃는 어조는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 평평했다. 평평해서 더 나빴다.
“이번 달 목표는 사백입니다.”
여기까지가 십 분이었다. 여름은 십 분 만에 이 사람에 대한 판단을 끝냈다. 숫자만 보는 사람. 사람 얼굴은 안 보는 사람. 넉 달 채우고 실적 들고 본청으로 돌아갈 사람.
이런 판단이 여름은 대체로 정확했다. 십 년 동안 이 자리에서 그랬다. 서가에 서서 삼 초만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책을 찾는지 알았다. 사람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회의가 끝나고 다들 나갔다. 여름은 마지막에 나가려고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한여름 선생님.”
도현이 문가에 있었다.
“네.”
“3층 향토자료실 열쇠를 주시겠습니까.”
여름은 손을 멈췄다.
“3층이요?”
“네.”
“거기 이번 달 이용자 두 명입니다.”
“압니다.”
“그 두 명 중에 한 명은 저고요.”
도현이 처음으로 웃었다. 아주 짧게.
“그것도 압니다.”
여름은 열쇠 꾸러미에서 3층 것을 뺐다. 빼면서 물었다.
“뭐 찾으세요?”
“자료요.”
“어떤 자료요.”
“찾으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름은 그날 오후에 정 선생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3층 열쇠를 달래요.”
“어어.”
정 선생은 서가 사이에서 반납 도서를 밀고 있었다.
“뭐 하러.”
“모르죠. 실적 자료 뒤지겠죠.”
“3층에 실적 자료가 어디 있어.”
정 선생이 카트를 세웠다.
“거긴 옛날 거밖에 없는데.”
여섯 시에 여름은 3층으로 올라갔다. 불이 켜져 있었다. 문을 조금 열었다. 도현이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 자료가 펼쳐져 있었는데, 그건 통계 자료가 아니었다.
지역 신문 축쇄판이었다. 1998년치. 여름은 문을 닫고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1998년 지역 신문에서 이용자 수를 늘릴 방법이 나올 리가 없다. 그러면 저 사람은 지금 다른 걸 찾고 있다.
여름은 그 생각을 삼 초쯤 하다가 접었다. 접은 이유는 간단했다. 십 분 만에 내린 판단을 여섯 시간 만에 바꾸는 것은, 여름의 방식이 아니었다. 카운터로 돌아오니 반납함에 책이 한 권 들어와 있었다.
여름은 그것을 꺼냈다. 향토자료실 도서였다. 대출이 안 되는 책이다. 책 사이에 종이가 한 장 끼워져 있었다. 옛날 대출 카드였다. 종이 카드를 쓰던 시절 것. 거기 이름이 하나 적혀 있었다.
여름은 그 이름을 읽고, 카드를 다시 책에 끼웠다. 그리고 삼 초쯤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