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눈 위의 장례
무영검의 제자 · 한도윤
사부는 검을 만들 때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이름을 붙이면 그 검이 사람이 된다고 했다. 사람이 되면 주인을 고르고, 주인을 고르면 언젠가 주인을 벤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열두 해 동안 들었고, 열두 해 동안 이름 없는 검들을 닦았다.
무영곡의 아침은 물소리로 시작한다.
골짜기 아래로 흐르는 물은 여름에도 손이 시리다. 나는 그 물로 검을 닦는다. 물기를 닦아내는 천은 반드시 마른 것이어야 하고, 결은 날의 방향과 같아야 한다. 이것을 배우는 데 세 해가 걸렸다.
“연아.”
사부가 불렀다. 나는 손을 멈추고 돌아섰다. 사부는 대장간 문턱에 서 있었다. 아침 햇빛이 등 뒤에서 들어와 얼굴이 어두웠다.
“오늘은 몇 자루냐.”
“열한 자루입니다.”
“열두 자루다.”
나는 다시 세었다. 열한 자루였다.
“하나는 어디에 있느냐.”
사부의 목소리는 낮았다. 화를 낼 때 사부는 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오히려 낮아진다. 골짜기 물소리보다 낮아지면 그때는 위험하다.
“모르겠습니다.”
“찾아라.”
없어진 검은 무영검이었다.
무영검은 사부가 스무 해 전에 만든 것이다. 날에 그림자가 지지 않아서 그 이름이 붙었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나는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안다. 무영검에는 그림자가 진다. 다만 그 그림자가 날이 아니라 쥔 사람의 발밑에 진다.
나는 그것을 두 번 봤다. 두 번 다 사부가 쥐었을 때였다. 검을 찾아 골짜기를 사흘 뒤졌다.
사흘째 저녁, 나는 폭포 아래 바위 틈에서 그것을 찾았다. 검은 천에 싸여 있었고, 천은 젖어 있지 않았다. 물보라가 닿는 자리에 있었는데도 마른 천이었다.
누군가 오늘 여기에 두었다는 뜻이다. 나는 천을 풀었다. 날은 그대로였다. 흠 하나 없었다. 다만 손잡이 아래, 사부가 아무것도 새기지 않는 그 자리에 글자가 하나 새겨져 있었다.
연(蓮). 내 이름이었다.
“사부님.”
나는 검을 들고 대장간으로 갔다. 사부는 화덕 앞에 앉아 있었다. 불은 꺼져 있었다.
“찾았습니다.”
“보았느냐.”
“...예.”
“누가 새겼다고 생각하느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부는 화덕에 남은 재를 손가락으로 저었다.
“내가 새겼다.”
“어찌하여.”
“이 검은 이제 네 것이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무릎이 먼저 꿇렸고 생각은 나중에 왔다.
“저는 검을 쥐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쥐지 않기로 한 것은 내가 시킨 것이다.”
“예.”
“이제 그 명을 거둔다.”
사부는 그날 밤에 내게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스무 해 전, 사부는 검 한 자루를 만들어 어떤 사람에게 주었다. 그 사람은 그 검으로 백일곱 명을 베었다. 백일곱 번째가 사부의 아우였다.
“내가 그를 벤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든 것이 그를 베었다.”
사부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 둘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느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그 뒤로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이름 없는 것은 주인이 없고, 주인이 없으면 책임도 없다고 여겼다. 열두 해 동안 너에게도 그리 가르쳤다.”
사부는 화덕에서 손을 뗐다. 손끝이 재로 검었다.
“틀렸다.”
“사부님.”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고 하여 벤 자리가 없어지지는 않더구나. 다만 벤 자를 찾을 수 없게 될 뿐이었다.”
새벽에 나는 무영검을 들고 골짜기를 나섰다.
사부는 배웅하지 않았다. 대신 대장간 문턱에 물그릇 하나를 놓아 두었다. 떠나는 제자에게 마지막으로 물을 먹이는 것이 이 골짜기의 법도다.
나는 그 물을 마시지 않았다. 마시면 돌아오지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릇을 그대로 두고 길을 걸었다. 산 아래 첫 마을 어귀에서, 나는 사람 셋을 만났다. 그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운데 선 자가 웃으며 말했다.
“무영곡의 마지막 제자로군. 자네 사부가 만든 검을 우리가 백일곱 자루 가지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