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056자) · 십이월 칠일

첫눈

옥상 동아리 · 오세림

십이월 칠일 월요일. 아홉 시. 폐기 업체 트럭이 지하 주차장에 들어왔다. 나는 그것을 삼 층 창으로 봤다. 작은 창. 원래 주차장이었던 층의 창. 트럭 옆면에 「사업장 폐기물 수집·운반」. 인부 둘이 내렸다. 손수레 하나.

김 주임은 자기 자리에 없었다. 사옥 담당 대행은 지난 화요일에 해제됐다. 배 차장이 직접 맡았다. 김 주임 책상에는 코팅기와 비품 대장 세 권만 있었다. 대장 맨 위 권이 조금 열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안 봤다. 볼 자리가 아니라서. 그런데 김 주임이 지난 월요일 밤에 삼 층에서 뭘 했는지는 알았다. 그 사람은 도장을 삼 층에 두고 왔다고 했다. 그날 밤 내려와서 그 도장을 썼다. 착공 승인서에 찍은 게 아니었다.

십육 층 계단참. 아홉 시 십 분. 배 차장, 폐기 업체 둘, 오 사장, 인부 넷. 그리고 나. 서면 경고를 받은 사람은 입회권이 없다고 배 차장이 말했는데, 김 주임이 코팅해 둔 27조 4항에는 그런 단서가 없었다. 배 차장이 그것을 읽고 아무 말도 안 했다. 자기가 만든 조항이었다.

철문이 열렸다. 의자 마흔일곱. 그리고 하나 더. 마흔여덟. 철문 바로 안쪽에 새 의자가 하나 있었다. 회색 플라스틱. 내 것과 같은 모양. 등받이에 금이 안 간 것. 그 의자 등받이에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폐기 스티커가 아니었다. 파란 비품 스티커. 「세움로지스 비품 — 옥상 비치 의자 48/48 (예비)」.

배 차장이 그것을 봤다. 그리고 다른 의자들을 봤다. 마흔일곱 개 전부에 같은 파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1/48부터 47/48까지. 폐기 스티커 위에. 캠핑 의자에도. 낚시 의자에도. 벽돌 둘에는 스티커가 안 붙었다. 벽돌은 원래 사옥 비품이니까.

“이게 뭡니까?”

폐기 업체 인부가 물었다. 배 차장이 비품 대장을 꺼냈다. 자기가 가져온 것. 김 주임한테서 인수한 세 권 가운데 맨 위 권. 그 사람은 마지막 장을 폈다. 지난 월요일 날짜. 「옥상 비치 의자 48개 등재. 사유 — 등록 동아리 활동 장소 비치 물품(사규 27조). 사옥 담당 대행 김 주임.」 도장이 찍혀 있었다. 천천히 찍는다던 그 도장. 그 사람은 그것을 여기 찍었다.

배 차장은 그 장을 오래 봤다. 눈썹이 움직이지 않았다. 세 번 움직이던 눈썹이. 그 사람은 규정을 읽을 때 눈썹을 안 쓴다. 그 사람 손가락이 「사규 27조」에 잠깐 멈췄다. 자기가 3항을 붙인 조항. 그 조항 덕에 옥상연구회가 유령이 될 뻔했고, 그 조항 덕에 의자 마흔여덟이 비품이 됐다. 같은 조항이었다.

“비품 대장 등재 물품입니다.”

배 차장이 말했다. 폐기 업체한테. 그 사람 목소리가 규정을 읽는 목소리였다.

“등재 비품 폐기는 분기 폐기 심의를 거칩니다. 자산 관리 규정 8조. 다음 심의는 삼월입니다. 오늘 폐기 대상이 아닙니다.”

“그럼 저희는요?”

“돌아가세요. 출장비는 경영지원실로 청구하시고요.”

폐기 업체가 내려갔다. 손수레를 빈 채로 밀고. 오 사장이 배 차장을 봤다. 배 차장이 오 사장을 봤다. 두 사람 다 상무한테 전화할 사람이었는데 둘 다 안 했다. 오 사장은 자재를 계단참에 그대로 두고 내려갔다. 배 차장은 대장을 덮었다. 덮고 나서 나를 봤다.

“대리님. 김 주임 그 친구, 규정을 저보다 잘 압니다.”

“코팅기가 가르쳐 줬대요.”

“…그런 규정은 없는데요.”

그 사람은 그 말을 하고 내려갔다. 계단참에 나 혼자 남았다. 소화기. 알루미늄 프레임. 열린 철문. 마흔여덟 개 의자. 그리고 하늘. 회색. 첫눈이 온다는 하늘.

열두 시. 상무실에서 아무 연락이 없었다. 배 차장이 보고했을 것이다. 규정이라서. 김 주임은 점심시간에 삼 층 자기 자리에서 코팅기를 닦고 있었다. 사옥 담당이 아니어도 코팅기는 그 사람 것이었다. 나는 그 사람한테 아무것도 안 물었다. 물어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서. 대신 옆에 서 있었다. 삼 분. 그 사람이 코팅기를 다 닦을 때까지. 그것이 내가 고맙다고 하는 방법이었고, 그 사람은 그것을 알았다. 코팅기가 가르쳐 줬을 것이다.

눈은 여섯 시에 왔다. 사무실 창으로 봤다. 큰 창이 아니라 작은 창으로. 구로디지털단지 위로 눈이 비스듬히 내렸다. 첫눈은 쌓이지 않는다. 다들 그렇게 안다. 그런데 일곱 시에 옥상 타일이 하얘졌다고 하늘이 사진을 보내 왔다. 민정 대리가 찍은 것. 의자 마흔여덟 개 위에 눈이 앉아 있었다. 사람 대신.

여덟 시. 마흔일곱이 올라왔다. 손에 뭘 들고. 의자가 아니었다. 수건. 걸레. 손수건. 다들 자기 의자의 눈을 닦았다. 마흔일곱 번. 소원이 회계팀 둘과 같이 닦았다. 태오가 캠핑 의자를 접었다 폈다. 눈이 떨어졌다. 그게 그 사람 닦는 법이었다. 강 부장은 낚시 의자를 뒤집어 털었다. 준희 과장은 벽돌을 발로 쓸었다. 도영 과장님이 세 번째 의자를 닦고, 옆에 있는 마흔여덟 번째 의자도 닦았다. 아무도 안 앉는 의자를. 예비.

닦은 의자에 다시 눈이 앉기 시작했다. 닦는 것과 앉는 것 사이에 시간이 없어야 했다. 다들 빨리 앉았다.

앉았다. 마흔일곱. 젖은 의자에. 차가웠다. 젖은 플라스틱은 마른 것보다 차갑고, 눈 온 날 옥상 타일은 신발 밑창을 뚫고 올라온다. 발이 시렸다. 눈이 계속 왔다. 실외기 3번, 5번. 눈 오는 날에도 실외기는 돈다. 눈이 실외기 바람에 밀려 물탱크 쪽으로 갔다. 아무도 우산을 안 썼다. 우산을 쓰면 옆 사람이 안 보인다. 그런 규칙은 없었다. 그냥 다들 안 썼다.

하늘이 내 옆으로 왔다. 손에 뭘 들고. 파란 스티커 한 롤. 비품 스티커. 「옥상 비치 의자」까지 인쇄돼 있고 번호 칸이 비어 있는 것.

“주임님이 이거 대리님 갖고 계시래요. 늘면 붙이라고요. 대장은 배 차장님이 갖고 계신데 스티커는 규정에 누가 갖고 있으라는 게 없대요.”

“아,”

“네, 죠?”

“네.”

나는 그것을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롤이 무거웠다. 종이가 그렇게 무거운 것은 처음이었다.

김 과장님이 여덟 시 이십 분에 올라왔다. 어깨에 눈. 자기 의자를 닦고 앉았다. 셋. 마흔넷. 마흔일곱.

여덟 시 이십삼 분. 철문이 열렸다.

의자가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구두 소리 하나.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옥상에서는 누가 올라와도 안 돌아본다. 그런데 소리가 멈췄다. 철문 안쪽에서. 마흔여덟 번째 의자 옆에서.

상무였다.

코트. 넥타이 없는 셔츠. 임원 줄 사원증. 그 사람은 철문 안쪽에 서 있었다. 도면도 줄자도 없이. 손이 비어 있었다. 눈이 그 사람 어깨에 앉았다. 그 사람은 옥상을 봤다. 마흔일곱. 세는 눈이었다. 세는 데 십 초. 그리고 그 눈이 바뀌었다. 나는 그것을 봤다. 세는 눈이 아니라 보는 눈. 하나씩. 그 사람 눈이 마흔일곱을 하나씩 짚었다. 도영 과장님이 난간 쪽 사람을 짚던 것처럼. 강 부장. 소원. 하늘. 태오. 준희 과장. 김 과장님. 도영 과장님. 나.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마흔일곱이. 실외기 소리와 눈 내리는 소리. 눈은 소리가 없는데 있는 것 같았다.

상무가 입을 열었다. 옥상에 맞는 크기로.

“오늘 춥네요.”

“네.”

마흔일곱이 말했다. 동시에는 아니었다. 실외기 3번 소리 사이로 마흔일곱 번. 하나씩. 나는 그것을 셌다. 세는 눈이 아니라 세는 귀로. 마흔일곱 번째 네는 도영 과장님이었다. 삼 년 동안 스무 마디 한 사람이 그 마디를 마지막에 놓았다.

상무는 오래 서 있었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의자를 봤다. 마흔여덟 번째. 파란 스티커. 예비. 도영 과장님이 닦아 둔 의자. 그 사람은 그것을 봤다. 앉으라고 아무도 안 했다. 여기서는 그런 걸 안 한다.

그 사람이 앉았다.

마흔여덟. 눈이 그 사람 코트에 앉았다. 그 사람은 안 털었다. 앉아서 앞을 봤다. 앞에 있는 것은 실외기 5번이었다. 제일 시끄러운 것. 그 사람은 그것을 봤다. 삼 년 전 잠그기 전날 여덟 시에 올라와서 아무도 없는 것을 본 사람이, 오늘 여덟 시 이십삼 분에 올라와서 마흔일곱을 봤다. 그리고 앉았다. 그게 다였다. 아무 말도 안 했다. 여기서는 그래도 된다.

나는 난간을 봤다. 눈이 난간 위에 앉아 있었다. 백이십오. 위 한 뼘 새 회색 위에. 용접 자국 자리만 눈이 안 앉았다. 볼록해서 미끄러졌다. 그 한 줄이 눈 속에서 검게 보였다. 이어 붙인 자리. 작년 봄에 이유 없이 올린 오 센티. 오늘은 그 오 센티 위에 눈이 있고 그 아래 마흔여덟이 있었다.

여덟 시 삼십 분. 도영 과장님이 일어섰다. 늘 그 시각에 먼저 내려간다. 그 사람은 철문 앞에서 돌아섰다. 돌아서지 않고 말하던 사람이 돌아섰다. 상무를 봤다.

“상무님. 내일도 여덟 시입니다.”

“…알아.”

도영 과장님이 내려갔다. 계단 소리가 멀어졌다. 아무도 따라 안 내려갔다. 마흔일곱이 앉아 있었다. 눈 속에. 마흔여덟 번째도.

나는 열두 문장을 만들었다. 삼 년 전 그날 여기 계셨어야죠. 유리벽은 안 세우실 거죠. 김 과장님 발령은요. 서면 경고는요. 왜 오셨어요. 하나도 밖으로 안 냈다. 안 내도 되는 자리였다. 열두 개가 거기 있어도 됐다. 옥상연구회가 연구하는 것은 그것이다. 나는 그것을 육백열두 자로 쓴 사람이다.

눈이 그쳤다. 여덟 시 오십 분쯤. 아무도 그쳤다고 말하지 않았다. 다들 알았다. 어깨가 더 안 무거워져서.

아홉 시. 마흔여덟이 일어섰다. 의자를 안 들었다. 놓고 내려갔다. 비품이니까. 상무가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내려갔다. 나는 마지막에 철문을 닫았다. 닫기 전에 봤다. 의자 마흔여덟. 눈이 앉은 자리 마흔여덟. 눈이 안 앉은 자리는 없었다. 다들 앉았던 자리라 눈이 녹아 있었다. 마흔여덟 개 다. 사람 온도로.

다음 날 아침 아홉 시 사 분. 게시판.

[공지] 본관 옥상 유휴 공간 활용 계획(스카이 라운지 조성) — 기안 철회. 기안자 경영지원실장 차승호. 계단참 자재는 12월 9일 반출 예정.

[인사] 총무팀 김상현 과장 — 인천 물류센터 파견 해제(12월 8일부). 사옥 관리 업무 복귀.

댓글이 열 시까지 셋 달렸다. 열두 시에 이백이 됐다. 첫 댓글은 지난번과 같은 사람이었다.

한지우: 정원 마흔여덟이면 의자 하나 더 등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는 댓글을 읽었다. 처음으로. 열두 문장이 안 생겼다. 대신 하나가 생겼다. 그것을 댓글 칸에 썼다. 옥상에서 뭘 쓴 것도, 게시판에 뭘 쓴 것도 처음이었다.

예린: 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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