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그날 밤 넷
십 년 만에 칼을 찾으러 · 한도윤
스무 날은 길었다.
나는 낮에 대장간 일을 도왔다. 곤 노인은 시키지 않았고 나도 묻지 않았다. 풀무를 밟고 있으면 하루가 갔다. 왼발로 밟고 오른발로 버티고, 다시 왼발. 불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서, 그게 좋았다.
닷새째에 노인이 물었다.
“자네, 그날 밤에 왜 갔나?”
***
나는 풀무에서 발을 뗐다. 불이 천천히 주저앉았다.
“어르신은 그날 밤 일을 아시오?”
“알지.”
“무엇을 아시오?”
“사람이 하나 죽은 걸 알지.”
***
나는 그 말을 십 년 만에 처음 들었다.
정확히는, 남의 입에서 듣는 것이 처음이었다. 내 안에서는 그 문장이 백 번쯤 지나갔다. 지나갈 때마다 나는 다른 데를 봤다.
“누가 죽었소?”
“자네가 모르나.”
“모르오.”
노인이 나를 봤다. 집게를 든 손이 화덕 위에서 멈춰 있었다.
“자네가 벤 사람인데.”
***
나는 앉았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바닥에 앉았다. 흙바닥이 차가웠고, 그 차가움이 오히려 정신을 붙들었다.
“내가 사람을 벴소?”
“그날 밤에 마당에서.”
“누구를?”
“고개 너머에서 온 자였네.”
***
노인은 그날 밤을 이렇게 말했다.
겨울이 오기 사흘 전, 고개 너머에서 사내 둘이 왔다. 마을에 빚을 받으러 왔다고 했다. 빚은 마을 것이 아니라 한 집 것이었는데, 그 집은 그해에 사람이 없었다. 아비가 봄에 죽고 어미가 가을에 죽었다.
“그래서 마을이 대신 물기로 했지.”
“얼마요?”
“쌀 스무 섬.”
“마을이 그걸 낼 수 있었소?”
“없었네.”
노인은 집게를 내려놓았다.
“스무 섬이면 한내 전부가 두 해를 먹을 것이야.”
***
“그래서.”
“자네가 나섰지.”
***
나는 그 대목이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나는 것은 마당과, 어둠과, 손에 든 칼의 무게뿐이었다. 그리고 손바닥에 남은 감각. 사람을 베면 손잡이가 뒤로 한 번 튀어 오른다. 나무를 벨 때는 앞으로 밀린다. 나는 그날 밤에 뒤로 튀는 것을 느꼈다.
그것만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벴소?”
“하나를 벴네.”
“나머지 하나는.”
노인은 화덕을 봤다.
“도망갔지.”
***
“그럼 셋째는.”
“누구 말인가?”
“마당에 셋이 있었소.”
노인이 손을 멈췄다.
“셋이 아니라 넷이었네.”
***
나는 고개를 들었다.
“넷.”
“자네, 벤 자, 도망간 자, 그리고.”
노인은 문 쪽을 봤다.
“문 뒤에 아이 하나.”
***
“유월이오?”
“그렇네.”
***
나는 일어섰다. 무릎에서 소리가 났다.
“그럼 도망간 자는.”
노인이 나를 봤다. 이번에는 아주 오래 봤다. 반쯤 내려앉은 눈꺼풀 아래에서 그 눈이 무엇을 재고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 사람, 아직 여기 살아.”
***
나는 대장간을 나왔다.
찬 바람이 목덜미로 들어왔다. 그것이 오히려 나았다. 대장간 안의 열기 속에서는 생각이 익어 버린다.
마을은 스물세 채다. 스물세 채 중에 사람이 사는 집은 열아홉이다. 나는 그것을 닷새 동안 세어 두었다. 세는 것은 오래된 습관이다. 셀 것이 있으면 손이 덜 떨린다.
열아홉 채 중에 내가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사는 집은 셋이었다.
***
나는 첫 번째 집 앞에 섰다.
문을 두드리려다 손을 내렸다.
***
두드려서 무엇을 물을 것인가.
십 년 전에 당신이 도망갔소, 하고 물을 것인가. 그러면 그 사람은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그렇소, 하고 답하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십 년 동안 나는 이런 질문을 피해 왔다. 피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한곳에 사흘 이상 있지 않으면 된다.
***
나는 손을 내리고 돌아섰다.
돌아서다가 멈췄다.
***
집 담벼락에 숫돌이 놓여 있었다.
쓰던 것이었다. 가운데가 배처럼 우묵하게 파여 있었다. 그렇게 파이려면 십 년은 갈아야 한다.
***
나는 그 앞에 오래 서 있었다.
담 안쪽에서 기침 소리가 났다. 늙은 사람의 기침이었다. 두 번 하고 멎었다가, 한 번 더 했다.
나는 그 소리가 멎을 때까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