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간 사람

십 년 만에 칼을 찾으러 · 한도윤

마을에는 여관이 없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으니 있을 이유도 없다. 나는 대장간 뒤 헛간에서 잤다. 짚 위에 마른 가마니를 두 장 깔았고, 그것으로도 등이 시려서 새벽에 두 번 깼다.

세 번째로 깬 것은 추워서가 아니었다.

***

숫돌 소리였다.

***

쇠가 돌에 닿는 소리는 두 종류다. 처음 각을 잡을 때는 거칠고 짧게 끊긴다. 마무리로 넘어가면 길고 얇아진다.

지금 나는 소리는 얇았다.

***

나가 보니 대장간 앞이었다.

유월이 앉아 있었다. 무릎에 천을 깔고 그 위에 칼을 놓았다. 앞에 숫돌이 셋. 굵은 것, 중간 것, 고운 것. 물그릇이 하나.

내 칼이었다.

***

입김이 나왔다. 유월의 입김이 숫돌 위로 흩어졌다가 사라졌다.

“이 시간에.”

유월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매달 초하루에 갈아요.”

“오늘이 초하루요?”

“네.”

***

나는 옆에 앉았다.

앉아서 그 손을 봤다. 각도가 정확했다. 날을 눕히는 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열다섯 도쯤 눕히는 사람이 있고, 스무 도 가까이 세우는 사람이 있다. 세우면 빨리 날카로워지고 빨리 무디어진다. 눕히면 오래 걸리고 오래 간다.

이 각은 열다섯이었다. 내가 쓰던 각이었다.

“누구한테 배웠소?”

“곤 할아버지요.”

“어르신은 손이 굽으셨던데.”

“그때는 안 굽으셨죠.”

***

숫돌 소리가 났다. 세 번 밀고 한 번 물을 찍는다. 세 번 밀고 한 번. 그 박자가 십 년 동안 몸에 밴 박자라는 것을, 나는 세 번쯤 듣고 알았다.

“몇 살에 배웠소?”

“열셋이요.”

“왜 배웠소?”

유월이 처음으로 손을 멈췄다. 칼이 숫돌 위에 그대로 놓였다.

“할아버지가 못 갈게 되셨으니까요.”

“그건 이유가 아니오.”

“맞아요.”

유월이 다시 갈기 시작했다.

“이유는 다른 거예요.”

***

나는 기다렸다.

기다리는 것은 잘한다. 십 년 동안 그것만 했다. 객잔에서 사람을 기다렸고, 다리 밑에서 비를 기다렸고, 아무것도 기다릴 것이 없을 때는 아침을 기다렸다.

숫돌 소리가 스무 번쯤 더 났다.

***

“백스무 번 갈면서요.”

유월이 말했다.

“한 번도 안 물어봤어요.”

“무엇을?”

“왜 두고 갔는지?”

***

나는 대답을 준비했다.

십 년 동안 준비한 대답이 몇 개 있었다. 급했다고, 뒤가 있었다고, 돌아올 생각이었다고. 전부 반쯤은 사실이고 반쯤은 거짓이었다. 반쯤 사실인 말은 하면 할수록 사람을 얇게 만든다.

입을 열었다.

“무서웠소.”

***

내가 그렇게 말한 것은 나도 뜻밖이었다.

유월이 손을 멈췄다. 이번에는 칼을 무릎에서 들어 올렸다.

“뭐가요?”

***

나는 대장간 안쪽을 봤다. 화덕에 불이 죽어 있었다. 새벽이라 아직 넣지 않은 것이다.

“그날 밤에 마당에 셋이 있었소.”

“…셋이요.”

“나하고, 그 사람하고.”

거기서 목이 막혔다. 나는 그 대목에서 언제나 막힌다.

“셋째는 기억이 안 나오.”

***

유월이 칼을 내려놓았다. 천 위에 놓는 소리가 났다.

“기억이 안 난다고요.”

“그렇소.”

“열 해 동안요.”

“그렇소.”

***

유월은 오래 나를 봤다.

새벽빛이 마을 지붕 위로 겨우 올라오는 참이었다. 그 빛에 유월의 얼굴 절반이 드러났다. 화가 난 얼굴은 아니었다. 화가 난 얼굴보다 견디기 어려운 얼굴이었다.

“아저씨.”

“말하시오.”

“셋째는 저예요.”

***

나는 일어섰다.

너무 급하게 일어서서 무릎이 저렸다.

“열두 살이었소?”

“열두 살이었죠.”

“그 자리에 있었소?”

“있었어요.”

유월이 칼을 들어 칼집에 넣었다. 칼집에 들어가는 소리가 유난히 길게 들렸다.

“문 뒤에 있었어요. 아저씨는 저를 못 봤고요.”

***

“그럼 자네는 봤소?”

“봤어요.”

“무엇을?”

***

유월이 칼을 내밀었다.

받으라는 뜻이었다. 두 손으로 내밀었고, 손끝이 아주 조금 떨렸다.

“그건 아직 말 못 해요.”

“어찌하여?”

“백스물한 번째를 갈아야 하니까요.”

***

나는 칼을 받지 않았다.

“그게 무슨 뜻이오?”

유월이 일어섰다. 앉아 있던 자리에 숫돌 물이 얼어붙어 있었다.

“다음 초하루까지 여기 계시라고요.”

***

고개는 두 달 닫힌다. 다음 초하루는 스무 날 뒤다.

나는 칼을 받았다.

받으면서 처음으로, 이 마을이 나를 붙잡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십 년 동안 아무도 나를 붙잡지 않았다. 붙잡히는 것이 이렇게 무거운 일인지 몰랐다.

이 회차는 어땠나요?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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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차2026.06.05· 2

    대사 하나하나가 인물을 만들어 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