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마른 자리에서

아래층에는 비가 내린다 · 문가온

지하 사 구역에서 발견되는 사람들은 전부 젖어 있다. 그것이 이 건물 관리인들 사이의 첫 번째 규칙이다. 두 번째 규칙은, 왜 젖었는지 묻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이 건물에서 삼 년째 야간 순찰을 돈다.

지하는 오 구역까지 있다. 일 구역은 주차장, 이 구역은 창고, 삼 구역은 기계실. 사 구역은 아무것도 아니다. 도면에는 ‘예비’라고만 적혀 있고, 실제로는 복도와 문 열두 개가 있다.

문은 전부 잠겨 있다. 열쇠는 없다. 관리사무소 어디에도 없다. 오 구역은 도면에 없다. 밤 두 시 사십 분, 나는 삼 구역 계단을 내려갔다. 내려가는 동안 소리가 들렸다.

물소리였다.

지하 사 구역에는 배관이 지나가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도면에서 세 번 확인했다. 확인할 때마다 도면은 같은 말을 했다. 배관 없음. 급수 없음. 배수 없음.

계단 끝에서 나는 손전등을 들었다. 복도 바닥이 젖어 있었다. 물은 복도 끝에서 이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바닥은 완전히 평평하다. 나는 그것도 안다. 작년에 수평 측정을 했다. 그런데 물은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끝에서 계단 쪽으로.

나는 물이 오는 쪽으로 걸었다. 일곱 번째 문 앞에서 물이 시작되고 있었다. 문틈 아래로 물이 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 앞에 서서 삼 분쯤 있었다. 시계를 봤으니 정확하다. 삼 분 십이 초.

그동안 물은 계속 나왔다. 문 안쪽에서. 나는 관리사무소로 올라가 김 반장을 깨웠다.

“칠 번 문에서 물이 나옵니다.”

김 반장은 눈을 뜨고 나를 봤다. 놀라지 않았다.

“몇 시야.”

“두 시 오십 분입니다.”

“올라와.”

“안에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올라오라고.”

김 반장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누웠다.

“그리고 오늘 순찰 일지에는 이상 없음이라고 써.”

나는 일지에 이상 없음이라고 썼다. 쓰면서 손이 떨리지 않았다. 그게 나를 더 불편하게 했다. 삼 년이면 손이 떨리지 않게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새벽 다섯 시에 교대하러 온 최 씨가 커피를 내밀었다.

“칠 번이지.”

내가 그를 봤다.

“오늘도 칠 번이었냐고.”

“...아세요?”

최 씨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작년까지는 구 번이었어. 그 전에는 삼 번.”

“그게 무슨.”

“옮겨 다녀.”

그날 오후, 나는 잠을 자지 않고 도면실에 갔다. 건물 원도면은 1979년 것이다. 그 도면에는 지하 사 구역에 문이 열두 개가 아니라 열세 개 있었다. 열세 번째 문은 복도 끝, 지금은 벽으로 되어 있는 자리에 있었다.

도면 여백에 손글씨가 있었다.

1979.11.03. 배수 불가. 매몰 후 폐쇄.

매몰. 무엇을 매몰했다는 말인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다시 내려갔다. 복도는 말라 있었다. 완전히. 물기 하나 없이. 나는 칠 번 문 앞에 섰다. 손잡이에 손을 댔다.

차가웠다. 금속이니까 당연했다. 그런데 젖어 있었다. 문 안쪽에서 소리가 났다. 물소리가 아니었다. 발소리였다. 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뒤로 물러섰다. 물러서면서 손전등을 복도 끝으로 돌렸다.

벽이 있어야 할 자리에, 문이 하나 더 있었다. 열세 번째 문이었다. 그리고 그 문은 열려 있었다. 안에서 빗소리가 났다. 지하 사 구역에서, 사십 년 동안 벽이었던 자리에서, 비가 내리는 소리가.

나는 벽으로 손을 뻗었다. 거기 있어야 할 벽이 없었다. 문틀은 나무였다. 이 건물에 나무로 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1979년 준공, 철근 콘크리트. 도면에 나무는 없다.

손끝에 결이 만져졌다. 젖어 있었다. 문 안쪽에서 빗소리가 계속 났다. 굵기가 일정했다. 새는 소리는 불규칙하다. 이건 내리는 소리였다. 나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물러서면서 칠 번 문 쪽을 봤다. 조금 전까지 물이 나오던 문이었다.

이제 말라 있었다. 복도 전체가 말라 있었다. 물은 이쪽으로 옮겨 온 것이다. 나는 손전등을 열세 번째 문 안쪽으로 비췄다. 빛이 삼 미터쯤 들어가고 끊겼다. 끊긴 것이 아니라 빛이 닿는 자리에 무언가 있었다. 검은 것. 물이 고여 있는 면.

수면이었다. 수면이 있다는 것은 깊이가 있다는 뜻이다. 이 층은 지하 사 구역이다. 아래에 오 구역이 있고, 오 구역은 도면에 없다. 나는 시계를 봤다. 세 시 십일 분.

교대까지 한 시간 사십구 분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앉아서 문을 봤다. 들어가지 않은 이유를 지금 적어 두려고 한다. 나중에 내가 왜 안 들어갔는지 잊어버릴 것 같아서다.

첫째, 나는 수영을 못 한다. 둘째, 아무도 내가 여기 있는 것을 모른다. 셋째, 그리고 이게 진짜 이유인데, 문 안쪽에서 나는 소리가 빗소리만이 아니었다. 물 위로 무언가 걷는 소리가 났다.

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일어섰다. 일어서면서 손전등을 껐다. 껐는데도 문 안쪽이 보였다. 거기 빛이 있었다. 우리 건물 지하 사 구역에는 조명이 열여섯 개 있고, 그중 아홉 개가 나가 있다. 나머지 일곱 개는 전부 복도 천장에 있다.

문 안쪽에는 조명이 없다. 그런데 밝았다.

이 회차는 어땠나요?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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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밤에책2026.05.02· 1

    첫 문단에서 이미 분위기가 잡히네요. 다음 화 기다립니다.

    • 종이배2026.05.03

      완전 공감합니다. 특히 마지막 대사요.

  • 겨울차2026.04.30· 1

    대사 하나하나가 인물을 만들어 주네요.

    • 한화만더2026.05.01

      저도 그 장면에서 멈췄어요.

  • 일곱줄2026.04.28· 1

    설정이 과하지 않게 깔려서 편하게 따라갔습니다.

    • 문가온2026.04.29

      말씀하신 부분은 다음 회차에서 조금 더 풀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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