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163자) · 윤석주 · 강태우 · 7월 1일(목)
없음
독침 (3차대전 3부작 제3부) · 네오
7월 1일 0620, 서울 합참 지하에 밤사이 들어온 피해 보고가 쌓여 있었다. 이번에는 평택이었다. 땅에 묻어 둔 유류고 하나가 탔다. 묻어 두면 직격이 아니면 안 터지는데, 이번 것은 직격이 아니었다. 배관이 끊겨 새어 나온 연료에 불이 붙었고, 불은 6시간을 탔다. 그 6시간 동안 기지에서 항공기가 뜨지 못했다. 부수는 것보다 못 쓰게 하는 편이 쌌다. 저쪽은 이것을 알았다.
0632에 윤석주 중령은 항적을 다시 돌려 봤다. 넷이 왔다. 셋은 남서쪽에서, 하나는 서쪽에서 왔다. 남서쪽은 지난번과 같았고 서쪽은 처음이었다. 서쪽에서 온 하나는 표적을 치지 않았다. 레이더는 몇 초에 한 번씩 점을 찍어 이었는데, 점 사이가 벌어지면 빠른 것이고 촘촘하면 느린 것이었다. 이 항적은 기지 위에서 촘촘했다. 칠 것이면 빠르게 지나갔다. 느리게 지나가는 것은 보는 것이었다.
0710에 석주는 이 항로를 끝까지 따라갔다. 평택 상공을 지나 오산 방향으로 꺾었고, 다음 동쪽으로 60킬로미터를 더 들어갔다가 나갔다. 동쪽 60킬로미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방공이 이 항로를 못 잡았거나, 잡고도 안 쐈거나 둘 중 하나였다. 기록을 보니 잡았고 안 쐈다. 쏘면 방공 진지 자리가 드러났다. 하나를 잡으려고 자리를 알려 주지 않았다.
지도에서 이 자리를 확대하자 산이 나왔고 산 아래로 도로가 하나 있었다. 도로 하나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넷을 보내면서 셋만 치게 하고, 하나는 처음부터 보려고 보낸 것이었다. 무엇을 봤는지는 저쪽만 알았다.
*
같은 시각 산둥반도 비행단 작전실의 벽시계는 0610이었다. 팡 웨이 대령은 분석관이 새로 넣은 사진 한 장을 받았다. 산 아래로 도로가 하나 이어지고, 도로가 숲으로 들어가는 끝에서 흙이 넓게 긁혀 있었다. 비가 온 뒤 누가 무엇을 지우려다 다 못 지운 자국이었다. 팡 웨이는 이번에는 이 사진을 넘기지 않았다.
“이건 자연적인 게 아니다. 사람이 쓸었어.”
“내륙 미분류 폴더에 비슷한 게 몇 장 더 있습니다.”
“몇 장인가?”
분석관이 세어 보더니 서른여섯 장이라고 했다. 팡 웨이는 사진 귀퉁이에 날짜를 적고 이것을 자기 책상 서랍에 넣었다. 웨이의 일은 여전히 활주로였다. 창밖에서 새벽 초계를 나가는 J-16 두 대가 활주로를 차고 올라가며 유리창을 떨게 했다. 서랍이 닫히는 소리는 작았다.
*
0802에 작전본부장이 석주를 불렀다.
“윤 중령, 지난 주말 그거 어떻게 됐나?”
“참고로 되돌려 놨습니다. 오늘 아침까지 참고입니다. 그런데 다른 게 하나 생겼습니다. 발신자란이 빈 그 회선 자료 말입니다. 같은 형태가 세 건 더 있었습니다.”
석주는 지난 열흘 자료를 밤새 다 훑었다. 발신자란이 빈 건이 넷이었다. 넷 다 표적 상태를 올리는 내용이었다. 참고에서 대기로, 대기에서 사격으로. 내리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사람은 실수하면 되돌렸다.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었다.
“넷 중 셋은 이미 부대로 내려갔고, 그중 하나는 실제로 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북쪽 해안입니다.”
“맞았나?”
“맞았습니다. 저쪽 발사 진지 하나가 확인됐습니다.”
“그러면 잘 쏜 거네.”
“예, 잘 쏜 겁니다.”
맞았으면 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이 일에서 제일 나빴다. 우선순위 규칙에는 신뢰도라는 값이 있어서 맞힌 자료를 준 쪽은 값이 올랐다. 값이 오르면 다음에 다른 자료와 부딪혔을 때 이겼다. 처음 몇 번을 맞히면 다음부터는 싸우지 않아도 이겼다. 이 규칙도 2019년에 만들었다.
“윤 중령, 자네 지금 뭘 말하고 있는 건가?”
“누가 우리 표적 목록을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지금까지 맞았습니다.”
본부장이 등 뒤 서해 지도를 돌아봤다. 지도에는 빨간 핀이 세 개 늘어 있었다. 평택, 군산, 오산.
“맞았으면 우리 편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왜 이름을 안 넣나?”
“그것도 모르겠습니다.”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본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넷을 정리해서 나한테 올려. 내가 위로 올린다. 그리고 윤 중령, 이 방에서 모르겠다는 말은 두 번까지야.”
1012에 석주는 넷을 표로 정리했다. 시각, 회선, 표적, 상태 변경, 발신자란. 발신자란에는 넷 다 같은 것을 적었다. 없음.
1105에 인쇄를 눌렀다. 인쇄기는 복도 끝에 있었고, 지하에서 뽑은 종이에는 번호가 찍혀 누가 언제 무엇을 뽑았는지 남았다. 남는 것은 원래 좋은 것이었다. 남아야 나중에 확인이 됐다. 석주는 이 규정을 만드는 자리에 앉아 있었던 적이 있었다. 1112에 석주는 인쇄를 취소했다. 화면에는 표가 그대로 있었다. 화면 것은 지워졌고 종이는 안 지워졌다. 그런데 지금 문제는 화면 것이 지워지는 편이 아니라 바뀌는 쪽이었다. 지난 주말 이 두 줄이 바뀌는 것을 석주는 자기 눈으로 봤다.
1120에 석주는 수첩을 꺼냈다. 뒤표지 안쪽에 끼워 둔 종이 뒷면에 오늘 것을 적었다. 넷의 시각과 표적만 적고 회선 이름은 적지 않았다. 적고 나서 수첩을 덮고 왜 인쇄를 취소했는지 생각했다. 번호가 찍히는 것이 싫었다. 번호가 찍히는 것이 싫다는 것은 이 안에서 누군가를 못 믿는다는 것이었다. 석주는 이 생각을 오래 두지 않고 일어나 정수기로 갔다. 지하는 공기가 말라서 하루에 물을 여러 번 마셨다. 종이컵이 찌그러지는 소리가 빈 복도에 울렸다.
1210에 화면으로 새 자료가 들어왔다. 연합 자료 회선이었다. 석주는 발신자란부터 봤다. 이름이 있었다.
*
같은 날 0340, 군산에 무인기가 왔다. 공습이 아니라 무인기가 기지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여섯이었다. 셋은 활주로 쪽으로 가고 셋은 격납고 쪽으로 왔다.
기지 방공은 빠르고 크고 높은 것을 잡게 만들어져 있었다. 느리고 작고 낮은 것은 레이더가 잡아도 새로 처리했다. 새를 다 잡아 두면 화면이 새로 차서 속도와 크기로 걸러 냈는데, 무인기는 일부러 이 기준 밑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기준을 낮추면 새가 다시 뜨고, 사람이 이것을 하루 종일 지우다 보면 진짜도 지웠다.
0355에 기관포가 쐈다. 붉은 예광탄 선이 올라가 하나가 맞았고 나머지 다섯이 흩어졌다.
태우는 격납고 안에 있었다. 밤에는 정비 때문에 문을 열어 두고 조명을 낮췄다. 문은 옆으로 미는 무거운 철문이었고 모터로 닫는 데 40초가 걸렸다. 0358에 오상혁 중사가 문 스위치를 눌렀다. 문이 레일 위에서 덜컹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벌 떼 소리가 높이를 바꿔 가며 가까워졌다.
0359에 문이 다 닫히기 전에 하나가 들어왔다. 이것은 천장 아래를 한 바퀴 돌았다. 밑을 향한 카메라가 격납고 안을 훑었다. 어딘가에서 누가 화면으로 안을 보며 어디를 칠지 고르고 있었다. 고르는 데 몇 초가 걸렸고, 이 몇 초가 이쪽에서는 아주 길었다. 프로펠러가 공기를 써는 소리가 격납고 철판 천장에 부딪혀 사방에서 한꺼번에 울렸고, 이 소리에 섞여 작은 모터가 과열될 때 나는 탄 전선 냄새가 내려왔다. 태우는 이것이 자기 머리 위를 지날 때 숨을 멈췄다. 숨을 멈춘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기체 넷이 이 아래 있었다. 무장은 아침 것이라 아직 안 달려 있었다.
0401에 두 번째 기체 위에서 터졌다. 조종석 덮개가 깨져 유리가 조종석 안으로 쏟아졌다. 불은 나지 않았다. 연료를 아직 안 채워서였다. 밤새 채워 두면 이런 날 격납고가 통째로 갔다. 번거로워도 아침에 채우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0403에 두 번째가 들어왔다. 태우는 소화기를 들고 있었다. 소화기로는 이것을 잡을 수 없었다.
“엎드려!”
0404에 두 번째가 세 번째 기체의 왼쪽 날개 위에서 터졌다. 날개 윗면이 뜯겨 알루미늄 조각이 격납고 벽에 부딪히며 쨍쨍 울렸다. 태우는 엎드린 채 세 번째 소리를 들었다. 소리는 문 쪽에서 맴돌았다. 반쯤 닫힌 문으로 들어오려고 각도를 재는 소리였다. 0406에 밖에서 기관포가 이것을 잡았다. 문이 다 닫히는 데 12초가 남아 있었다.
0448에 날이 밝기 전 결산이 나왔다. 기체 넷 중 둘이 못 떴다. 조종석 덮개는 갈 것이 없었고 날개는 이틀이었다.
“40초야. 40초 동안 셋이 들어왔어. 문을 미리 닫아 놨으면 안 들어왔지.”
오상혁이 격납고 문을 보며 말했다. 미리 닫아 두면 정비를 못 하고, 정비를 안 하면 아침에 못 떴다. 닫아 놓고 못 뜨는 것과 열어 놓고 맞는 것 중에 골라야 했다. 지금까지는 여는 쪽이었다. 여기는 전선에서 멀었다. 무인기는 사람이 안 타서 돌아올 연료를 계산할 필요가 없었고, 그래서 갈 수 있는 거리가 두 배가 됐다. 멀다는 말이 이제 뜻이 없었다.
0602에 남은 기체 둘에 폭탄 넷을 달았다. 격납고 바닥에는 밤새 쏟아진 유리 가루가 아직 다 쓸리지 않아서, 유압 대차 바퀴가 지나갈 때마다 모래를 밟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조종사는 일곱, 기체는 둘이었다.
0655에 도영이 와서 오늘 시험이라고 했다. 본부 건물 2층에서 본다고 했다. 무인기가 온 날에 시험을 봤다. 도영은 깨진 조종석 유리 조각을 군화로 비켜 밟으며 활주로 옆길을 따라 본부 건물로 걸어갔다. 필기구가 든 투명 비닐 봉투를 가슴에 안고 있었다.
“가라. 떨어지면 다음 달에 또 봐.”
0712에 둘이 떴고 0840에 둘이 왔다. 둘이 떠서 둘이 왔는데 태우는 어깨가 내려가지 않았다. 내려가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1015에 도영이 시험지 사본을 들고 왔다. 마지막 문제를 못 풀었다고 했다. 비상 상황에서 무장을 안전하게 떼어 내는 순서였다.
“그거 네가 알잖아.”
“압니다. 손으로는 압니다. 쓰려니까 순서가 안 나왔습니다.”
태우는 이 말을 알았다. 손은 순서를 세지 않고 했다. 세면서 하면 느려졌다. 1102에 태우는 공구함 뚜껑을 책상 삼아 종이 한 장을 펴고 순서를 적었다. 한 줄 쓸 때마다 손이 먼저 이 동작을 허공에서 한 번 하고 나서야 글자가 나왔다. 전원 차단, 안전핀 삽입, 배선 분리, 걸쇠 해제, 대차 진입, 하강. 여섯 줄이었다. 1110에 이 종이를 도영에게 줬다. 시험이 끝났다는 도영에게 다음 달에 또 본다며, 하고 태우가 말했다. 도영이 종이를 받아 한참 보다가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형님, 이거 형님 글씨입니다.”
“그래서?”
“아니요. 그냥 그렇다고요.”
1520에 태우는 공구함을 열었다. 헬멧과 종이가 있었다. 뒷면에 이름 둘, 앞면에 일곱이 남아 있었다. 종이를 다시 넣고 공구함 안을 봤다. 렌치와 드라이버와 토크 게이지가 제자리 홈에 하나씩 누워 있었고 빈 홈은 하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