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없음

독침 (3차대전 3부작 제3부) · 네오

0620.

서울. 지하.

밤사이에 서해안 기지가 또 맞았다.

이번엔 평택이었다. 유류고 하나가 탔다.

유류고는 지하에 묻어 둔다. 묻어 두면 직격이 아니면 안 터진다.

이번 것은 직격이 아니었다. 배관이 끊겼고 새어 나온 것에 불이 붙었다.

불은 6시간 탔다. 6시간 동안 그 기지에서 항공기가 못 떴다.

부수는 것보다 못 쓰게 하는 것이 싸다. 저쪽이 그것을 안다.

0632.

석주는 항적을 봤다.

넷이 왔다. 셋은 남서쪽에서 오고 하나는 서쪽에서 왔다.

남서쪽은 지난번과 같다. 서쪽은 처음이다.

0648.

서쪽에서 온 하나가 표적을 안 쳤다.

기지 위를 한 번 지나가고 돌아갔다.

그 항로가 화면에 남았다.

항적은 레이더가 그린다. 몇 초에 한 번씩 점을 찍고 그 점을 잇는다.

점 사이가 벌어지면 빠른 것이고 촘촘하면 느린 것이다.

이 항적은 기지 위에서 촘촘했다. 느리게 지나갔다는 뜻이다.

칠 것이면 빠르게 지나간다. 느리게 지나가는 것은 보는 것이다.

0710.

석주는 그 항로를 따라가 봤다.

지나간 자리가 셋이었다.

평택 기지 상공, 그다음이 오산 방향, 그다음이 동쪽으로 60킬로미터.

동쪽으로 60킬로미터에는 아무것도 없다.

0716.

동쪽 60킬로미터는 우리 쪽 깊은 안이다.

거기까지 들어왔다가 나갔다는 것은 두 가지를 뜻한다.

우리 방공이 그 항로를 못 잡았거나, 잡고도 안 쐈거나.

안 쏘는 이유는 있다. 쏘면 우리 방공 진지 자리가 드러난다. 하나를 잡으려고 자리를 알려 주지 않는다.

기록을 봤다. 잡았고 안 쐈다.

0722.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안 적어 놓은 것일 수도 있다.

석주는 그 자리를 지도에서 봤다.

산이었다. 산 아래 도로가 하나 있었다.

0735.

도로 하나로는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그 항공기가 거기를 지나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나가면서 무엇을 봤는지는 저쪽만 안다.

우리가 아는 것은 그 항공기가 무엇을 달고 있었느냐다. 그것도 확실하지 않다.

정찰 장비를 달면 폭탄을 덜 단다. 넷 중 하나가 폭탄을 안 쓰고 돌아간 것이 그 뜻일 수 있다.

넷을 보내면서 셋만 치게 한 것이다. 하나는 처음부터 보려고 보냈다.

0802.

상급자가 불렀다.

“윤 중령. 어제 그거 어떻게 됐나.”

“…참고로 되돌려 놨습니다.”

“또 바뀌었나.”

“…아닙니다. 오늘 아침까지 참고입니다.”

0815.

“…그런데 다른 게 하나 생겼습니다.”

“말해.”

“어제 들어온 그 회선 자료 말입니다. 발신자란이 빈 것.”

“…응.”

“같은 형태가 세 건 더 있었습니다.”

0822.

석주는 지난 열흘 자료를 다 훑었다.

훑는 데 밤을 썼다.

발신자란이 빈 건이 넷이었다. 어제 것 하나와 그 전의 셋.

넷 다 표적 상태값을 올리는 내용이었다.

참고에서 대기로, 대기에서 사격으로.

내리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사격에서 대기로 내린 건은 없다.

올리기만 하는 자료다.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은 실수하면 되돌린다.

0838.

넷 중 셋은 이미 처리됐다.

처리됐다는 것은 부대로 내려갔다는 뜻이다.

그중 하나는 실제로 쐈다.

0845.

“…어느 겁니까?”

“…지난주 목요일 것입니다.”

“표적이.”

“…북쪽 해안입니다.”

“…맞았나.”

“…맞았습니다.”

“…피해는.”

“…확인됐습니다. 저쪽 발사 진지 하나입니다.”

“…그러면 잘 쏜 거네.”

“…예. 잘 쏜 겁니다.”

0902.

맞았으면 문제가 없다.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이 일에서 제일 나쁘다.

한 번 맞으면 그 회선이 옳았던 것이 된다. 옳았던 회선은 다음에도 통과한다.

우선순위 규칙에 신뢰도라는 값이 있다. 맞힌 자료를 준 쪽은 값이 오른다.

값이 오르면 다음번에 다른 자료와 부딪혔을 때 이긴다.

그러니까 처음 몇 번을 맞히면 그다음부터는 안 싸워도 이긴다.

이 규칙도 2019년에 만들었다.

0915.

“윤 중령. 자네 지금 뭘 말하고 있는 건가.”

석주는 대답하기 전에 시간을 썼다.

“…누가 우리 표적 목록을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

“그리고 그게 지금까지 맞았습니다.”

0930.

상급자가 창을 봤다. 지하라 벽이었다.

“…맞았으면 우리 편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왜 이름을 안 넣나.”

“…그것도 모르겠습니다.”

0958.

두 사람이 한동안 아무 말도 안 했다.

0940.

“윤 중령.”

“예.”

“그 넷을 정리해서 올려.”

“…어디로 올립니까?”

“…나한테. 내가 위로 올린다.”

1012.

석주는 자리로 돌아왔다.

넷을 정리했다. 표로 만들었다.

시각, 회선, 표적, 상태 변경, 발신자란.

발신자란에 넷 다 같은 것을 적었다.

없음.

1105.

정리하고 나서 인쇄를 눌렀다.

인쇄기는 복도 끝에 있다. 지하에서 나온 종이는 번호가 찍힌다.

번호가 찍히면 누가 언제 뭘 뽑았는지 남는다.

남는 것이 원래 좋은 것이다. 남아야 나중에 확인이 된다.

석주는 그 규정을 만드는 자리에 있었던 적이 있다.

1112.

석주는 인쇄를 취소했다.

취소하고 나서 화면을 봤다.

화면에 표가 그대로 있었다.

화면 것은 지워진다. 종이는 안 지워진다.

그런데 지금은 화면 것이 지워지는 쪽이 아니라 화면 것이 바뀌는 쪽이 문제였다.

어제 그 두 줄이 바뀐 것을 석주는 자기 눈으로 봤다.

1120.

석주는 수첩을 꺼냈다.

어제 끼워 둔 종이가 있었다.

그 종이 뒷면에 오늘 것을 적었다.

넷의 시각과 표적만 적었다. 회선 이름은 안 적었다.

1140.

적고 나서 수첩을 덮었다.

덮고 나서 자기가 왜 인쇄를 취소했는지 생각했다.

번호가 찍히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1152.

그다음 생각이 왔다.

번호가 찍히는 것이 싫다는 것은, 이 안에서 누구를 못 믿는다는 뜻이다.

석주는 그 생각을 오래 두지 않았다.

1158.

석주는 지난 열흘 동안 자기가 몇 시간 잤는지 세어 봤다.

세다가 그만뒀다. 세는 것이 지금 할 일이 아니었다.

일어나서 물을 마셨다. 지하는 공기가 마르다. 하루에 물을 여러 번 마신다.

1210.

화면에 새 자료가 들어왔다.

연합 자료 회선이었다. 오늘 것이었다.

석주는 발신자란부터 봤다.

이름이 있었다.

0340.

군산에 무인기가 왔다.

공습이 아니라 무인기였다. 기지에 무인기가 온 것은 처음이다.

작다. 레이더에 잘 안 잡힌다.

0348.

여섯이었다.

셋은 활주로 쪽으로 가고 셋은 격납고 쪽으로 왔다.

0352.

기지 방공은 항공기를 잡게 만들어져 있다.

빠르고 크고 높은 것을 잡는다. 느리고 작고 낮은 것은 안 잡는다.

레이더가 잡아도 무시한다. 새로 처리한다.

새를 다 잡아 두면 화면이 새로 찬다. 그래서 속도와 크기로 거른다.

거르는 기준이 있고, 무인기는 그 기준 아래로 들어온다. 일부러 그렇게 만든다.

기준을 낮추면 새가 다시 뜬다. 새가 뜨면 사람이 그것을 하루 종일 지운다.

지우다 보면 진짜도 지운다.

0355.

기관포가 쐈다.

예광탄 선이 위로 올라갔다. 하나가 맞았다.

나머지 다섯이 흩어졌다.

0357.

태우는 격납고 안에 있었다.

밖에서 소리가 났다. 벌 소리다. 높이가 계속 바뀌었다.

“…들어옵니다.”

0358.

격납고 문은 열려 있었다.

밤에는 정비 때문에 연다. 안에 조명을 켜면 밖으로 새니까 문을 열어 두고 조명을 낮춘다.

문은 옆으로 밀리는 것이다. 무겁다. 모터로 민다.

닫는 데 40초가 걸린다.

0359.

닫기 전에 하나가 들어왔다.

들어와서 천장 아래를 한 바퀴 돌았다.

돌면서 아래를 봤다. 카메라가 아래를 향해 있었다.

조종하는 사람이 화면으로 안을 보고 있었다. 어디를 칠지 고르고 있었다.

고르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이 이쪽에는 아주 길다.

태우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아무 데도 안 갔다. 갈 데가 없었다.

0400.

기체 넷이 그 아래 있었다.

무장은 안 달려 있었다. 내일 아침 것이라 아직 안 달았다.

0401.

터졌다.

두 번째 기체 위였다.

조종석 덮개가 깨졌다. 유리가 안으로 쏟아졌다.

불이 안 났다. 연료를 아직 안 채웠다.

연료를 아침에 채우는 이유가 이것이다. 밤새 채워 두면 이런 날에 격납고가 통째로 간다.

번거로워도 아침에 채운다. 오늘은 그 번거로움이 기체 넷을 살렸다.

살린 것은 넷이고 못 쓰게 된 것은 둘이다.

0403.

두 번째가 들어왔다.

태우는 소화기를 들고 있었다. 소화기로는 못 잡는다.

옆에 오상혁이 있었다.

“…엎드려.”

0404.

두 번째가 세 번째 기체 위에서 터졌다.

이번엔 날개였다. 왼쪽 날개 위쪽이 뜯겼다.

0405.

태우는 엎드린 채로 세 번째 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문 쪽에서 났다. 안 들어오고 문 앞에서 맴돌았다.

들어오려면 각도를 맞춰야 한다. 문이 반쯤 닫혀 있었다.

0406.

세 번째는 안 들어왔다.

밖에서 기관포가 잡았다.

문이 다 닫히는 데 12초가 남아 있었다.

0430.

멎었다.

0448.

기체 넷 중 둘이 못 뜬다.

조종석 덮개는 갈면 되는데 갈 것이 없다. 날개는 이틀이다.

남은 것은 둘이다.

0512.

오상혁이 격납고 문을 봤다.

“…40초야.”

“…예.”

“40초 동안 셋이 들어왔어.”

“…예.”

“문을 미리 닫아 놨으면 안 들어왔지.”

0520.

미리 닫아 놓으면 정비를 못 한다.

정비를 안 하면 아침에 못 뜬다.

닫아 놓고 못 뜨는 것과 열어 놓고 맞는 것 중에 골라야 한다.

지금까지는 여는 쪽이었다. 무인기가 여기까지 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는 전선에서 멀다. 멀다는 말이 이제 뜻이 없어졌다.

무인기는 사람이 안 타니까 돌아올 것을 계산 안 해도 된다. 갈 수 있는 거리가 두 배가 된다.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것이 얼마나 멀리 오는지는 아무도 다시 계산 안 했다.

0602.

날이 밝았다.

기체 둘에 폭탄 넷을 달았다.

태우가 달았다.

0640.

조종사가 일곱이다. 기체가 둘이다.

일곱 중 둘이 뜬다.

0655.

김도영이 왔다.

“…형님.”

“…응.”

“저 오늘 시험입니다.”

“…아.”

“…가도 됩니까?”

0658.

시험은 기지 안에서 본다. 본부 건물 2층이다.

무인기가 온 날에 시험을 본다.

“…가라.”

“…예.”

“…도영아.”

“…예.”

“떨어지면 다음 달에 또 봐.”

0712.

둘이 떴다.

0840.

둘이 왔다.

0842.

태우는 그 둘을 봤다.

둘이 떠서 둘이 왔다.

그런데 마음이 안 놓였다. 놓이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1015.

김도영이 왔다.

시험지를 들고 있었다. 채점은 나중에 한다.

“…어땠어.”

“…모르겠습니다.”

“…….”

“마지막 문제를 못 풀었습니다.”

1020.

“…뭐가 나왔는데.”

“…비상 상황에서 무장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순서였습니다.”

“…그거 네가 알잖아.”

“…압니다. 손으로는 압니다.”

“…….”

“쓰려니까 순서가 안 나왔습니다.”

1035.

태우는 그 말을 알았다.

손이 아는 것과 종이에 쓰는 것은 다르다.

손은 순서를 안 세고 한다. 세면서 하면 느려진다.

1102.

태우는 종이를 한 장 꺼냈다.

거기에 순서를 적었다.

전원 차단. 안전핀 삽입. 배선 분리. 걸쇠 해제. 대차 진입. 하강.

여섯 줄이었다.

1110.

적어서 도영에게 줬다.

“…이거 외워.”

“…시험 끝났습니다.”

“…다음 달에 또 본다며.”

1120.

도영이 그 종이를 받았다.

받아서 접었다.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형님.”

“…응.”

“이거 형님 글씨입니다.”

“…그래서.”

“…아니요. 그냥 그렇다고요.”

1240.

오후에 부품 목록이 왔다.

조종석 덮개는 없었다. 날개 부품은 왔다.

하나는 이틀 뒤에 뜬다. 하나는 언제 뜰지 모른다.

1520.

태우는 공구함을 열었다.

헬멧과 종이가 있었다.

종이를 꺼내 뒷면을 봤다. 이름 둘이 적혀 있었다.

앞면을 봤다. 일곱이 남아 있었다.

1530.

태우는 그 종이를 다시 넣었다.

넣고 나서 공구함 안을 봤다.

공구가 제자리에 있었다. 하나도 안 비어 있었다.

이 회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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