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뒷면

독침 (3차대전 3부작 제3부) · 네오

0455.

배가 들어왔다.

부품이 왔다. 컨테이너 셋이었다.

태우는 그중 하나를 열었다. 무장 계통 부품이었다.

걸이 부품이 왔고 폭탄은 안 왔다.

0512.

“…반장님. 폭탄이 없습니다.”

“…알아.”

“…부품만 왔습니다.”

“…배가 그것만 싣고 왔대.”

0520.

폭탄은 무겁고 위험해서 따로 온다.

따로 오는 것이 안 왔다는 것은 그 배가 아직 어딘가에 있다는 뜻이다.

탄약선은 다른 배와 같이 안 다닌다. 맞으면 옆에 있는 것까지 간다.

그래서 하루나 이틀 늦게 온다. 늦게 오는 동안 여기는 있는 것으로 쓴다.

있는 것이 여덟 발이었다.

0602.

오늘 출격은 넷이다.

기체는 다섯이 산다. 찢겼던 것을 이틀 만에 고쳤다. 부품이 왔으니까 고쳤다.

폭탄이 여덟 발 남아 있었다.

기체 넷에 넷씩 달면 한 번 나가고 끝이다. 둘씩 달면 두 번 나간다.

둘씩 달면 한 번에 부수는 양이 절반이 된다. 절반이면 같은 표적을 두 번 가야 한다.

두 번 가면 두 번 다 대공포 위를 지난다.

넷씩 달고 한 번 가는 쪽이 안전하고, 둘씩 달고 두 번 가는 쪽이 오래 버틴다.

오늘은 둘씩이었다.

0640.

박준영이 왔다.

“…강 병장.”

“예.”

“오늘 몇 발.”

“…둘씩입니다.”

“넷 아니고.”

“…여덟 발로 네 기가 나갑니다.”

0648.

박준영이 기체를 한 바퀴 돌았다.

날개 아래에서 멈췄다. 걸이 둘을 손으로 흔들었다.

안 흔들렸다.

“…강 병장.”

“예.”

“이거 언제부터 했지.”

“…스물두 달째입니다.”

“…두 달 남았네.”

“예.”

0655.

무장을 단 기체에 오를 때는 아래를 안 본다.

폭탄이 걸려 있는 것을 보면 발이 느려진다. 그래서 사다리에 붙어서 위만 보고 올라간다.

박준영이 사다리를 올랐다.

세 번째 칸에서 멈췄다.

이번엔 오래 멈췄다. 3초쯤이었다.

태우는 사다리를 잡고 있었다.

0658.

박준영이 내려다봤다.

“…강 병장.”

“…예.”

“이 사다리 안 흔들려.”

“…예.”

“알아. 근데 잡고 있어 줘.”

0712.

넷이 떴다.

활주로가 1,400미터다. 무장을 달면 더 길게 달려야 한다.

넷째 기체가 끝에서 바퀴가 한 번 튀었다가 떴다. 어제도 그랬다.

0730.

태우는 남은 것을 정리했다.

빈 대차를 밀어 넣고, 안전핀 여덟 개를 통에 넣고, 걸이 공구를 제자리에 걸었다.

핀 통에 여덟 개가 들어갔다. 여덟 발을 달았으니 여덟 개다.

세어 보니 여덟이었다.

0840.

셋이 왔다.

0842.

태우는 그 셋을 봤다.

착륙하는 순서가 있다. 연료가 적은 기체가 먼저 내린다.

셋이 다 내렸다. 넷째가 안 왔다.

0855.

무전이 켜져 있었다.

관제에서 계속 부르고 있었다. 호출부호 하나를 계속 불렀다.

부르는 간격이 정해져 있다. 처음에는 30초에 한 번, 그다음에는 1분에 한 번.

간격이 벌어지는 것이 나쁜 신호다. 사람이 포기하는 속도가 그렇게 나온다.

대답이 없었다.

0912.

부르는 것을 멈췄다.

멈추는 것이 규정에 있다. 몇 분 부르고 안 되면 멈춘다.

멈추면 그다음 절차가 시작된다.

0940.

오상혁이 왔다.

“…강 병장.”

“…예.”

“일해.”

“…예.”

1012.

태우는 남은 폭탄 넷을 다시 셌다.

넷이 맞았다.

세고 나서 또 셌다. 또 넷이었다.

세 번째로 셌다.

세는 것은 무장정비가 하루에 여러 번 하는 일이다. 안 세면 사고가 난다.

다만 같은 것을 세 번 세는 일은 없다. 두 번이면 끝난다.

태우는 자기가 세 번째로 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1020.

오상혁이 옆에 와서 섰다.

아무 말도 안 했다. 서 있기만 했다.

태우가 네 번째로 세기 시작했을 때 오상혁이 손을 뻗어 상자 뚜껑을 덮었다.

“…넷이야.”

“…예.”

“내가 셌어.”

1105.

오후 출격이 취소됐다.

기체가 넷 남았고 조종사가 일곱이 됐다.

취소한 이유는 조종사가 아니라 폭탄이었다.

넷 남은 것은 내일 아침 것이다. 오늘 쓰면 내일이 없다.

내일 아침에 탄약선이 오면 오늘 쓴 것이 채워진다. 안 오면 안 채워진다.

안 오는 쪽에 걸어 두는 것이 이 부대가 배운 것이다.

1140.

김도영이 왔다.

“…형님.”

“…응.”

“소령님 말입니다.”

“…응.”

“…어제 저한테 뭐라고 하셨는지 아십니까?”

1148.

“…뭐라고 하셨는데.”

“…시험 붙으면 자기가 술 산다고 하셨습니다.”

태우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근데 제가 아직 시험을 안 봤습니다.”

1210.

태우는 격납고 뒤로 갔다.

거기 앉을 자리가 있다. 벽이 바람을 막는다.

앉아서 공구함을 꺼냈다.

1215.

헬멧이 있었다.

아홉 개의 이름을 적은 종이가 있었다. 하나가 지워져 있었다.

태우는 그 종이를 꺼냈다.

두 번째 이름을 지웠다.

1218.

지우고 나서 그 자리를 봤다.

빈자리가 둘이 됐다.

태우는 종이를 뒤집었다.

뒷면은 비어 있었다.

1225.

태우는 뒷면에 적었다.

지운 두 이름을 다시 적었다.

앞면에서 지우고 뒷면에 적었다.

1240.

적고 나서 종이를 접었다.

접어서 공구함에 넣었다. 헬멧 옆이었다.

1310.

오상혁이 왔다.

“…강 병장. 내일 것 준비해.”

“…예. 몇 발입니까?”

“…넷이야.”

“…예.”

1305.

관제탑에서 사람이 내려왔다.

박준영 소령 개인 물품을 정리한다고 했다. 규정에 있는 일이다.

정리하는 사람은 같은 대대 사람이 아니다. 일부러 다른 데서 부른다.

같은 대대 사람이 하면 손이 안 움직인다고 한다.

1318.

태우는 그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봤다.

상자 하나를 들고 있었다. 크지 않았다.

1330.

태우는 격납고로 갔다.

내일 쓸 것을 오늘 확인해 둔다. 안전핀 상태와 걸이 상태를 본다.

기체 넷을 다 봤다.

안전핀은 통에서 꺼내 하나씩 꽂아 둔다. 꽂아 두면 내일 아침에 뽑기만 하면 된다.

걸이는 흔들어 본다. 셋 다 안 흔들려야 한다.

배선 접점은 눈으로 본다. 초록색 가루가 앉아 있으면 닦는다. 바닷바람이라 잘 앉는다.

네 기체를 다 봤다. 넷째 기체 앞에서 멈췄다.

1340.

그 기체가 오늘 아침에 박준영이 안 탄 기체였다.

태우는 그 앞에 서 있었다.

서 있다가 사다리를 봤다.

사다리는 그 자리에 있었다.

0210.

진천에 명령이 내려왔다.

여섯 발이었다. 지금까지 제일 많았다.

표적은 여섯 곳이고 전부 북쪽 해안이다.

0218.

발사대는 셋이다.

셋으로 여섯 발을 쏘려면 두 번 쏴야 한다. 한 번 쏘고 옮기고 채우고 다시 쏜다.

채우는 데 40분이 걸린다. 관에 탄을 넣는 것은 사람이 못 한다. 크레인이 한다.

크레인 차량이 하나다.

원래 둘이었다. 하나는 지난달에 서해안 기지로 갔다. 거기가 더 급하다고 했다.

하나로 셋을 채우려면 순서가 전부다. 순서를 잘못 짜면 마지막 차가 30분을 서 있는다.

서 있는 발사대는 표적이다.

0231.

지수는 순서를 짰다.

셋이 한 자리에서 쏘면 그 자리가 한 번에 드러난다. 세 자리로 흩어서 쏜다.

흩어지면 크레인이 세 자리를 다 돌아야 한다. 도는 데 시간이 든다.

붙이면 빠르고 위험하고, 흩으면 느리고 덜 위험하다.

빠른 쪽은 40분에 끝난다. 느린 쪽은 2시간이 넘는다.

2시간이면 무인기가 한 번은 지나간다. 지나가는 것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

넣으면 흩는 쪽이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오늘 밤이 끝나야 안다.

0240.

지수는 흩기로 했다.

0304.

첫 번째 세 발이 나갔다.

세 자리에서 거의 동시에 나갔다. 빛이 세 군데서 났다.

발사 순간의 빛은 아주 밝다. 나무 아래가 대낮처럼 되고, 그 빛이 구름 아래를 훑는다.

열도 크게 난다. 발사관 아래 흙이 녹는다.

빛과 열은 위에서 다 보인다. 위성이 보고 무인기가 본다.

위성은 하루에 몇 번 지나간다. 지금 지나가는 중인지는 모른다. 모르는 채로 쏜다.

0306.

“…철수. 90초.”

셋이 다 나갔다.

0341.

크레인이 첫 번째 차에 붙었다.

탄 하나가 크다. 사람 키보다 길다.

크레인이 그것을 들어 관 뒤로 밀어 넣는다. 밀어 넣을 때 각도가 안 맞으면 걸린다.

걸리면 빼서 다시 한다. 다시 하는 데 15분이 더 든다.

걸리는 이유는 대개 땅이다. 차가 조금 기울어 있으면 관도 기울고, 크레인은 수평으로 든다.

그 차이가 몇 도만 나도 안 들어간다.

그래서 채우기 전에 수평을 다시 본다. 쏠 때 봤어도 다시 본다. 쏘고 나면 차가 조금 내려앉는다.

0355.

첫 번째는 걸리지 않았다.

0412.

두 번째 차로 갔다.

가는 데 12분이 걸렸다. 숲길이라 크레인이 빨리 못 간다.

0430.

두 번째에서 걸렸다.

“…각도 안 맞습니다.”

“빼.”

빼는 데 8분, 다시 넣는 데 11분이었다.

0455.

세 번째 차로 갔다.

0512.

무인기 소리가 났다.

“…위에 있습니다.”

크레인이 탄을 들고 있는 중이었다.

0514.

크레인이 탄을 들고 있으면 못 움직인다.

내려놓는 데 4분, 팔을 접는 데 3분이다.

7분이 걸린다.

0515.

지수는 위를 봤다. 나무 사이로 아무것도 안 보였다.

소리만 났다. 소리는 높이 있었다.

높이 있는 것은 보는 것이다. 보는 것은 좌표를 넘긴다. 넘어가면 20분 뒤에 포가 온다.

20분이면 7분보다 길다. 그 계산도 있었다.

다만 지난주에 48분이던 것이 그저께 44분이 됐다.

0516.

지수는 그 7분을 계산했다.

내려놓고 접고 나가면 7분 뒤에 빈손으로 나간다. 그러면 세 번째 차는 못 쏜다.

계속하면 4분 뒤에 넣고, 넣고 나서 크레인이 나가는 데 3분이다. 같은 7분이다.

같은 7분인데 하나는 여섯 발이고 하나는 다섯 발이다.

0518.

“…계속.”

0522.

넣었다.

크레인이 팔을 접기 시작했다.

0525.

포가 왔다.

크레인이 있던 자리가 아니라 200미터 옆이었다.

0526.

두 번째가 왔다. 이번엔 100미터였다.

크레인 운전병이 팔을 다 안 접고 차를 뺐다. 접다 만 팔이 나무에 걸렸다.

걸린 채로 뺐다. 나무가 넘어갔다.

0528.

세 번째가 왔다.

크레인 뒤쪽 20미터였다.

차가 앞으로 밀렸다. 운전실 유리가 안으로 쏟아졌다.

크레인은 무겁고 높다. 무거운 것은 안 뒤집히고 높은 것은 잘 흔들린다.

접다 만 팔이 옆으로 크게 흔들렸다가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나무를 한 번 더 쳤다.

0531.

멎었다.

0540.

크레인 운전병이 내렸다. 걸어서 내렸다.

얼굴에 피가 있었다. 유리였다.

“…괜찮습니다.”

“…앉아라.”

“…괜찮습니다.”

0602.

세 번째 발사대가 쐈다.

여섯 발이 다 나갔다.

0648.

지수는 상황실로 돌아왔다.

일지를 폈다.

0304 3발. 0602 3발. 계 6발. 크레인 차량 피해 있음. 인원 경상 1.

0710.

대대장이 왔다.

“명 대위.”

“…예.”

“0518에 계속하라고 했지.”

“…예.”

“왜?”

0715.

지수는 계산을 그대로 말했다.

7분과 7분. 여섯과 다섯.

대대장이 그것을 다 들었다.

“…맞는 계산이다.”

“…예.”

“그런데 명 대위.”

“…예.”

“7분 뒤에 포가 왔으면 크레인 운전병이 죽었어.”

0722.

“…압니다.”

“알면서 했나.”

“…예.”

“…….”

“다음에도 그렇게 하겠나.”

0731.

지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한참 뒤에 이렇게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

“그때 가 봐야 알겠습니다.”

0740.

대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맞는 대답이다.”

“…….”

“여기서 다음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제일 위험해.”

0812.

지수는 일지에 한 줄을 더 적었다.

0518 크레인 작업 계속 결정. 결정자 명지수.

0830.

적고 나서 그 줄을 봤다.

크레인 운전병 이름을 안 적었다.

적을까 하다가 안 적었다. 이름을 적으면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기록이 된다.

기록이 되면 나중에 누가 왜 거기 있었냐고 묻는다.

0855.

지수는 종이를 한 장 꺼냈다.

거기에 크레인 운전병 이름을 적었다.

적고 나서 접었다.

주머니에 넣었다. 일지에는 안 넣었다.

이 회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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