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서쪽

독침 (3차대전 3부작 제3부) · 네오

0155.

진천에 사격 명령이 내려왔다.

두 발이었다.

지수는 표적을 봤다.

북쪽 해안이 아니었다.

0158.

좌표가 서쪽이었다.

산둥반도였다.

0202.

목록에는 「사격」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제까지 「참고」였다.

참고에서 사격으로 한 번에 갔다. 대기를 안 거쳤다.

대기는 준비하라는 것이고 사격은 쏘라는 것이다. 그 사이에 사람이 한 번 본다.

한 번 보는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절차상 대기를 건너뛸 수 있다. 급할 때 그렇게 하라고 만들어 뒀다.

급할 때가 언제인지는 명령을 내리는 쪽이 정한다.

0208.

지수는 화면을 두 번 봤다.

두 번 다 같았다.

“…대대장님.”

0215.

대대장이 상황실로 왔다.

지수가 화면을 돌려 보여 줬다.

대대장이 그것을 오래 봤다.

“…이거 언제 내려왔나.”

“…0155입니다.”

“어제 목록에는.”

“…참고였습니다.”

0222.

“확인해라.”

“…예.”

“상급 부대에 확인 요청 넣어. 정식으로.”

0230.

지수는 확인 요청을 넣었다.

양식이 있다. 표적 번호와 명령 시각과 확인 사유를 적는다.

사유란에 이렇게 적었다.

전일 목록 상태 참고. 금일 사격. 중간 단계 없음.

0248.

답이 왔다.

18분 만에 왔다. 빠른 편이다.

확인 요청은 대개 한 시간이 걸린다. 담당이 확인하고 상급이 결재하고 다시 내려온다.

18분이면 결재가 이미 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물을 것을 알고 준비해 놓았거나, 아니면 결재 없이 나갔거나.

내용은 한 줄이었다.

명령 유효. 시행하라.

0255.

지수는 그 한 줄을 봤다.

발신자란에 이름이 있었다. 부대와 계급과 이름이 다 있었다.

0302.

“…대대장님. 발신자 있습니다.”

“…읽어 봐.”

지수가 읽었다.

대대장이 그것을 듣고 아무 말도 안 했다.

0315.

“명 대위.”

“…예.”

“쏘면 우리는 중국하고 싸우는 거다.”

“…압니다.”

“…….”

“지금은 아니고.”

0322.

지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다. 서해안 미군기지를 친 것은 중국 항공기지만, 그건 미군을 친 것이다.

우리가 산둥반도를 치면 그건 우리가 친 것이다.

한반도 국지전은 지금까지 연평도와 동해안이었다. 북쪽이 마지못해 편의를 봐준 것이고 그것도 국지전이었다.

서쪽을 치면 그 선이 없어진다.

지수는 그 선을 그은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 다만 그 선 안쪽에서 지금까지 이 부대가 움직였다는 것은 안다.

0331.

대대장이 물었다.

“명 대위. 절차상 문제가 있나.”

지수는 절차를 하나씩 짚었다.

명령이 정식 경로로 왔다. 발신자가 있다. 확인 요청을 넣었고 답이 왔다. 답에도 발신자가 있다.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

절차라는 것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판단이 어려울 때 절차를 보면 된다.

절차를 다 지켰는데 손이 안 움직이는 경우는 절차에 없다.

0340.

“…없습니다.”

“그러면?”

“…쏴야 합니다.”

0348.

지수는 발사대에 명령을 내렸다.

셋 중 둘이 나갔다.

한 대는 어제 배선을 이은 3호차다. 흰 테이프에 날짜가 적혀 있는 그 차다.

이은 자리가 발사 진동에서 빠질 수 있다. 빠지면 안 나간다.

지수는 그 차를 안 보냈다. 두 발이니까 둘이면 된다.

0402.

임도현이 왔다.

“…대위님.”

“…응.”

“이거 확인해 주십시오.”

종이였다. 도현이 매일 적던 것이다.

0405.

종이에 줄이 여러 개였다.

날짜와 시각과 상태가 적혀 있었다.

마지막 줄이 어제 것이었다.

이 시각 목록 확인. 산둥반도 두 건 참고. 확인자 임도현.

0410.

지수는 그 줄을 봤다.

어제 2100이었다.

명령이 온 것은 오늘 0155다. 다섯 시간이다.

0415.

“…도현아.”

“…예.”

“이거 몇 장이냐.”

“…한 장입니다. 뒤에도 적었습니다.”

“…….”

“앞뒤로 스무 줄쯤 됩니다.”

0422.

지수는 그 종이를 손에 들고 있었다.

들고 있다가 도현에게 도로 줬다.

“…계속 적어라.”

“…예.”

“오늘 것도 적어.”

“…뭐라고 적습니까?”

0430.

지수는 잠깐 생각했다.

“…이 시각 사격 명령 수신. 상태 참고에서 사격. 중간 단계 없음.”

“…예.”

“그리고 하나 더 적어.”

“…예.”

“확인 요청 발신, 회신 있음. 회신 발신자 이름 있음.”

0448.

도현이 그것을 적었다.

적고 나서 물었다.

“…대위님. 이거 나중에 누가 봅니까?”

0455.

지수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한참 뒤에 이렇게 말했다.

“…모른다.”

“…….”

“다만 안 적으면 아무도 못 본다.”

0512.

발사대 둘이 자리를 잡았다.

수평을 맞췄다. 좌표를 넣었다. 두 번 확인했다.

지수가 화면으로 읽고 도현이 종이에서 짚었다.

“…북위, 읽습니다.”

지수가 읽었다.

읽는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느렸다. 숫자 하나하나 사이가 벌어졌다.

도현이 그것을 알아차렸다. 알아차리고 아무 말도 안 했다.

종이에서 짚는 손가락도 평소보다 오래 머물렀다.

0518.

“…같습니다.”

“…동경.”

“…같습니다.”

0524.

발사관이 섰다.

세우는 데 70초 걸린다.

70초 동안 지수는 위를 안 봤다.

0526.

쐈다.

빛이 났다. 나무 밑이 대낮처럼 됐다.

두 번째도 쐈다.

0528.

“…철수. 90초.”

0612.

지수는 상황실로 돌아왔다.

일지를 폈다.

0155 사격 명령 수신 2발. 0230 확인 요청. 0248 회신. 0526 발사 2발.

그 아래 한 줄을 더 적었다.

표적 서쪽.

0625.

적고 나서 그 줄을 봤다.

서쪽이라고만 적었다. 지명을 안 적었다.

지명은 명령서에 있다. 명령서는 남는다.

0640.

지수는 창밖을 봤다.

아직 어두웠다. 발사 빛이 남긴 잔상이 눈에 있었다.

깜박여도 안 없어졌다.

한참 뒤에 없어졌다.

0410.

군산에 경보가 울렸다.

이번 것은 소리가 달랐다. 태우가 스물두 달 동안 못 들은 소리였다.

0412.

방송이 나왔다.

전 인원 방공호. 반복한다. 전 인원 방공호.

정비반도 들어가라는 뜻이다.

정비반은 대개 안 들어간다. 기체를 옮기고 소화 장비를 붙이고 무장을 내린다. 공습 중에 할 일이 있다.

들어가라는 것은 할 일이 없다는 뜻이거나, 그 일보다 사람이 급하다는 뜻이다.

오늘은 둘 다였다.

0418.

방공호 안이 찼다.

태우가 세어 보니 서른이 넘었다. 세다가 그만뒀다.

김도영이 옆에 있었다.

0424.

첫 번째가 왔다.

멀었다. 소리가 늦게 왔다.

두 번째는 가까웠다.

세 번째는 방공호가 흔들렸다.

0431.

천장에서 흙이 떨어졌다.

전등이 한 번 꺼졌다가 들어왔다. 두 번째로 꺼졌을 때는 안 들어왔다.

비상등이 켜졌다. 붉은색이었다.

0448.

멎었다.

0450.

멎고 나서 아무도 안 나갔다.

20분을 기다린다. 두 번째 파가 온다.

0512.

두 번째 파가 왔다.

이번엔 길었다. 30분 넘게 왔다.

한 번에 다 쏟는 것이 아니라 나눠서 온다. 나눠서 오면 사람이 밖으로 못 나온다.

못 나오면 불을 못 끄고 구멍을 못 메운다. 첫 번째로 낸 피해가 그대로 커진다.

부수는 것보다 못 쓰게 하는 것이 싸다. 저쪽이 그것을 안다.

0555.

끝났다.

0620.

밖으로 나왔다.

활주로가 없었다.

없다는 것은 정확한 말이 아니다. 활주로 자리에 구멍이 스물 넘게 있었다.

이어진 자리가 없었다.

활주로는 길이가 있어야 쓸 수 있다. 구멍 하나가 가운데 있으면 앞뒤 어느 쪽도 못 쓴다.

구멍 하나를 메우는 데 반나절이 걸린다. 스물이면 열흘이다.

열흘 동안 이 기지에서는 아무것도 못 뜬다.

0628.

태우는 활주로 쪽으로 걸어갔다.

발밑에 자갈이 흩어져 있었다. 원래 활주로에 없던 것이다. 아래에서 올라온 것이다.

구멍 하나 옆에 섰다. 지름이 사람 키보다 컸다.

안쪽 흙이 아직 따뜻했다.

0632.

격납고 하나가 없어졌다.

지붕이 안으로 내려앉았다. 철골이 접혀서 아래로 갔다.

안에 있던 기체 둘이 그 아래 있었다. 꼬리 날개 하나만 밖으로 나와 있었다.

며칠 전에 태우가 그 두 기체에 무장을 달았다. 안전핀을 손에 들고 걸어 나왔던 자리다.

0640.

오상혁이 왔다.

얼굴에 흙이 묻어 있었다.

“…강 병장.”

“…예.”

“인원.”

0645.

태우는 정비반 인원을 셌다.

세는 것은 이 사람이 스물두 달 동안 한 일이다. 뺄셈만 했다.

이번에는 뺄 것이 없었다.

열넷이었다. 원래 열넷이다.

“…열넷입니다.”

“…다 있나.”

“…예.”

“…다시 세.”

태우가 다시 셌다. 열넷이었다.

“…열넷입니다.”

오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0658.

오상혁이 그 자리에 앉았다.

앉아서 한참 아무 말도 안 했다.

“…반장님.”

“…응.”

“…괜찮으십니까?”

“…응.”

0712.

기지에 남은 기체가 없었다.

조종사 일곱이 남아 있었다.

기체가 없는 조종사는 뜰 수 없다.

조종사는 다른 데로 보내면 거기서 뜬다. 기체가 있는 데로 보낸다.

정비반도 같이 간다. 기체마다 손에 익은 사람이 있다.

기지에 남는 것은 활주로와 그것을 메울 사람이다.

0805.

명령이 내려왔다.

조종사와 정비반 일부가 다른 기지로 간다. 오늘 중에 간다.

가는 사람 명단이 붙었다.

0812.

태우는 명단을 봤다.

조종사 일곱이 다 있었다. 정비반은 여섯이었다.

여섯 중에 태우 이름이 있었다.

김도영 이름은 없었다.

0820.

“…반장님.”

“…응.”

“도영이가 없습니다.”

“…남는 사람도 있어야지.”

“…….”

“여기 활주로 메워야 하고, 남은 것 지켜야 해.”

0838.

태우는 김도영에게 갔다.

도영이 격납고 잔해 앞에 서 있었다.

“…도영아.”

“…예.”

“나 오늘 간다.”

“…압니다. 명단 봤습니다.”

0845.

둘이 한동안 아무 말도 안 했다.

“…형님.”

“…응.”

“시험 결과 나왔습니다.”

“…언제.”

“…어제요.”

0852.

“…붙었냐.”

“…예.”

태우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웃고 나서 자기가 웃었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 처음이었다.

0858.

“…축하한다.”

“…예.”

“…술은 못 사 준다.”

“…괜찮습니다.”

0910.

태우는 숙소로 갔다.

가방을 쌌다. 쌀 것이 많지 않았다.

옷 두 벌, 세면 도구, 수첩 하나.

수첩에는 부품 번호가 적혀 있었다. 외워지지 않는 것만 적어 뒀다.

공구함을 열었다.

0918.

헬멧이 있었다. 종이가 있었다.

태우는 그 둘을 꺼냈다.

가방에 넣으려다가 멈췄다.

0925.

공구함은 여기 있는 물건이다.

가져가면 새 데서 새 공구함을 받는다. 그건 그 데 물건이다.

태우는 종이를 꺼내 폈다.

앞면에 일곱이 있었다. 뒷면에 둘이 있었다.

0932.

태우는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헬멧은 공구함에 도로 넣었다.

0940.

공구함을 닫고 격납고로 갔다.

김도영이 거기 있었다.

“…도영아.”

“…예.”

“내 공구함 니가 써라.”

0945.

“…형님 건데요.”

“…나 두 달 남았다. 두 달 뒤면 어차피 두고 간다.”

“…….”

“안에 헬멧 있다. 그거 버리지 마.”

0952.

“…누구 겁니까?”

“…모른다.”

“…….”

“6월 4일에 주웠다. 미군 거다.”

1010.

차가 왔다.

여섯이 탔다. 태우가 마지막에 탔다.

1015.

차가 출발했다.

태우는 뒤를 봤다.

김도영이 격납고 앞에 서 있었다. 손에 공구함을 들고 있었다.

1030.

차가 정문을 나갔다.

정문 옆에 활주로가 보였다.

구멍이 스물 넘게 있었다. 아침 해가 그 구멍 안까지 들어갔다.

구멍마다 그림자가 한쪽에만 있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작가를 구독하면 다음 화가 올라올 때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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