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발신자란
독침 (3차대전 3부작 제3부) · 네오
0740.
서울. 합동참모본부 지하.
윤석주 중령은 화면 셋을 보고 있었다.
왼쪽은 서해, 가운데는 동해, 오른쪽은 표적 목록이다.
목록은 하루 두 번 갱신된다. 갱신하면 각 부대로 내려간다.
0752.
목록에 세 종류가 있다.
「사격」은 명령이다. 시각과 표적이 정해져 있다.
「대기」는 준비하라는 것이다. 좌표를 넣어 두고 기다린다.
「참고」는 알아 두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한다.
셋의 차이는 종이 위에서는 두 글자다. 부대에서는 다르다.
사격이 내려가면 발사대가 나간다. 대기가 내려가면 좌표를 넣어 두고 관을 안 세운다. 참고는 목록에 이름만 있다.
대기와 사격 사이에는 명령 하나가 있다. 명령은 몇 초면 내려간다.
그러니까 대기까지 가 있으면, 그다음은 몇 초짜리 일이다.
0810.
산둥반도 좌표 둘은 석주가 넣었다.
넣은 것은 지난주다. 그때 「참고」로 넣었다.
넣은 이유는 하나다. 그쪽에서 뜬 항공기가 서해안 기지를 쳤기 때문이다.
친 것이 어디서 떴는지는 아는 편이 낫다.
기지가 맞으면 두 가지를 본다. 무엇이 쳤는가와 어디서 왔는가.
무엇으로 쳤는지는 잔해로 안다. 어디서 왔는지는 항적으로 안다.
항적을 거꾸로 풀면 이륙 지점이 나온다. 그 지점이 산둥반도였다.
석주는 그것을 적어 뒀다. 적어 두는 것이 이 방에서 하는 일이다.
0824.
오늘 아침에 그 두 줄이 「대기」로 바뀌어 있었다.
석주는 자기 화면에서 그것을 봤다.
바꾼 것은 자기가 아니었다.
0831.
변경 이력을 열었다.
이력에는 언제 무엇이 바뀌었는지 나온다. 누가 바꿨는지는 계정으로 나온다.
계정이 시스템으로 되어 있었다.
0840.
시스템이라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목록은 여러 곳에서 자료를 받는다. 정보본부, 연합사, 각 군 작전사. 받은 것을 자동으로 합친다.
합칠 때 우선순위 규칙이 있다. 같은 좌표가 여러 곳에서 오면 높은 쪽을 따른다.
규칙을 그렇게 만든 이유가 있다. 급할 때 사람이 조율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한쪽이 사격이라고 하고 다른 쪽이 참고라고 하면, 사격을 따른다. 안 쏘는 것보다 쏘는 것이 안전하다고 봤다.
그 판단을 누가 언제 했는지는 문서에 남아 있다. 2019년이다.
전쟁 전에 만든 규칙이다.
어디선가 그 좌표가 「대기」로 들어왔고, 규칙이 그것을 위로 올렸다.
0855.
석주는 어디서 들어왔는지 찾았다.
찾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연합 자료 회선이었다. 하루 이천 건이 들어오는 회선이다.
들어온 시각은 어제 2340이었다.
2340은 당직이 바뀌는 시각이다. 이천 건 중에 그 시각 것은 아무도 안 본다.
안 보는 것이 아니라 못 본다. 사람이 이천 건을 못 본다.
그래서 자동으로 넘긴다. 자동으로 넘기려고 만든 회선이다.
0958.
석주는 그 건을 열었다.
원문이 영문이었다. 표적 하나에 상태값이 붙어 있었다.
상태값이 「대기」에 해당하는 코드였다.
그 아래 발신자 항목이 있었다. 비어 있었다.
1015.
비어 있는 것은 두 가지다.
보낸 쪽에서 안 넣었거나, 넣었는데 중간에 빠졌거나.
어느 쪽인지는 여기서 못 안다.
물어볼 데는 있다. 회선 저쪽에 사람이 있다.
다만 물으면 기록이 남는다. 「귀측 발신 자료의 발신자를 확인 요청함」이라는 문서가 오간다.
그 문서가 오가면 이쪽이 저쪽을 의심한다는 뜻이 된다.
지금 저쪽은 같은 편이다.
1032.
석주는 상급자에게 보고했다.
“…발신자란이 비어 있습니다.”
“그런 건 종종 있어.”
“…이건 산둥반도입니다.”
“…….”
“대기가 붙으면 부대에서 좌표를 넣습니다. 넣으면 명령 하나로 나갑니다.”
1048.
상급자가 한참 뒤에 물었다.
“윤 중령. 자네가 참고로 넣었지.”
“…예.”
“왜 넣었나.”
“…어디서 떴는지 알아 두려고 넣었습니다.”
“…….”
“쏘려고 넣은 게 아닙니다.”
1105.
“그러면 빼면 되잖아.”
석주는 그 말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빼면 된다. 참고로 되돌리거나 목록에서 지우면 된다.
그런데 이번 주에 그 좌표가 「대기」였다는 사실은 남는다.
부대에서 이미 봤다. 봤으면 넣었을 것이다. 넣은 좌표는 지워도 종이에 남는다.
1122.
“…빼겠습니다. 다만 하나 여쭙겠습니다.”
“말해.”
“이번 주에 대기로 내려간 것을 부대가 봤습니다.”
“…….”
“나중에 이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지금 빼 버리면 아무도 대답을 못 합니다.”
1140.
상급자가 창을 봤다. 지하라 창이 없었다. 벽이었다.
“…윤 중령.”
“예.”
“자네 지금 뭘 걱정하는 건가.”
“…누가 넣었는지 모르는 것을 걱정합니다.”
1155.
석주는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목록에서 두 줄을 「참고」로 되돌렸다.
되돌리고 나서 이력에 사유를 적었다.
사유란은 한 줄이었다.
1202.
석주는 이렇게 적었다.
발신자 미상 자료에 의한 상태 변경. 원 상태로 환원.
적고 나서 그 한 줄을 봤다.
이 줄은 남는다. 이력은 안 지워진다.
1230.
석주는 종이를 한 장 꺼냈다.
화면에 있는 것을 종이에 옮겨 적었다. 좌표 둘, 변경 시각, 회선 이름, 발신자란 비어 있음.
적고 나서 접었다.
1248.
접은 종이를 어디에 둘지 잠깐 생각했다.
책상 서랍은 잠기지 않는다. 개인 사물함은 지하 밖에 있다.
석주는 그것을 수첩 사이에 끼웠다.
수첩은 늘 갖고 다닌다.
지하에서 나갈 때 가방을 검사한다. 종이는 못 갖고 나간다.
수첩은 개인 물품이라 안 본다. 안 보는 것이 규정은 아니고 관행이다.
석주는 그것까지 생각하고 끼웠다. 생각하고 나서 자기가 그것까지 생각했다는 것이 이상했다.
1310.
같은 시각. 진천.
지수는 화면을 열었다.
산둥반도 좌표 둘이 「참고」로 돌아와 있었다.
1318.
지수는 도현이 준 종이를 꺼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시각에 참고였음. 확인자 임도현.
1325.
지수는 그 종이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이 시각에 대기였다가 참고로 돌아옴.
적고 나서 날짜와 시각을 적었다.
종이가 두 줄이 됐다.
0308.
진천에 무인기가 다시 왔다.
이번엔 하나가 아니었다. 넷이었다.
넷이 오는 것은 찾으려고 오는 것이다. 하나는 보고 넷은 훑는다.
0315.
“…대위님. 소리가 넷입니다.”
“높이는.”
“…낮습니다. 둘은 아주 낮습니다.”
낮게 오는 것은 자폭이다.
0322.
대대에는 대공 화기가 둘 있다.
하나는 기관포고 하나는 휴대용 미사일이다.
기관포는 낮게 오는 것에 쓴다. 미사일은 높이 뜬 것에 쓰는데, 한 발 값이 무인기 백 대 값이다.
쏘면 이긴다. 이겨도 남는 것이 없다.
이 싸움의 셈이 그렇다. 저쪽은 싸구려를 많이 보내고 우리는 비싼 것으로 막는다.
우리가 다 막아도 우리 쪽 재고가 먼저 준다. 저쪽은 하나만 들어오면 된다.
그래서 기관포를 쓴다. 기관포는 탄이 싸다. 대신 맞히기가 어렵다.
무인기는 작고 느리고 낮다. 빠른 것을 맞히게 만든 조준기는 느린 것을 잘 못 잡는다.
0331.
기관포가 쐈다.
예광탄이 섞여 있어서 궤적이 보였다. 선이 위로 올라갔다가 흩어졌다.
하나가 맞았다. 떨어지면서 나무에 걸렸다.
0334.
두 번째가 들어왔다.
기관포가 그쪽으로 돌았다. 도는 데 시간이 걸렸다.
두 번째가 먼저 닿았다.
기관포 포탑이 도는 데 6초가 걸린다. 무인기가 200미터를 오는 데 8초쯤 걸린다.
2초가 남는 계산인데, 그 계산은 언제 알아차렸느냐에 달려 있다.
알아차린 것이 늦었다.
0335.
발사대 3호차 뒤였다.
터졌다. 소리가 짧았다. 큰 것이 터지는 소리가 아니라 작은 것이 가까이서 터지는 소리였다.
불이 났다. 차체 뒤쪽이었다.
발사대 차량은 앞에 운전석이 있고 뒤에 관이 실린다. 그 사이에 제어 장비가 들어간다.
터진 자리가 그 사이였다.
관 안에는 탄이 없었다. 어제 두 발을 쏘고 아직 안 채웠다.
채워져 있었으면 다른 이야기가 됐다.
0337.
“…소화.”
소화기 넷이 붙었다. 사람이 뛰어가서 붙였다.
불은 2분 만에 잡혔다. 잡히고 나서 연기가 올라갔다.
연기는 위에서 보인다.
0341.
“…이동. 전 차량.”
넷 중 셋이 움직였다. 3호차는 안 움직였다.
“…3호차 왜.”
“…배선이 탔습니다.”
0348.
지수는 3호차 뒤로 갔다.
배선 다발이 검게 녹아 있었다. 손대면 부스러졌다.
발사 제어 배선이었다. 이게 없으면 좌표를 넣어도 안 나간다.
“…며칠입니까?”
“…부품이 오면 하루입니다.”
0355.
발사대가 셋이 됐다.
다섯이 넷이 된 것이 지난주고, 넷이 셋이 된 것이 오늘이다.
0412.
셋이 두 번째 진지로 갔다.
가는 동안 위에서 소리가 계속 났다. 남은 무인기 둘이었다.
안 친다. 보고 있다.
보는 것과 치는 것 중에 보는 쪽이 더 오래 남는다. 자폭은 한 번 쓰면 없어진다.
그래서 저쪽도 아낀다. 넷 중 둘만 치라고 보냈을 것이다.
남은 둘은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본다. 오늘 밤 포가 어디로 올지가 그것으로 정해진다.
0455.
두 번째 진지에 들어갔다.
위장망을 폈다. 열을 못 막는 그 망이다.
지수는 그 아래 앉아 있었다.
0530.
포가 왔다.
첫 번째 진지가 아니라 두 번째 진지였다.
0531.
“…엎드려.”
여덟 발이었다. 처음 둘이 300미터 밖에 떨어지고 나머지가 좁혀 왔다.
세 번째가 120미터, 네 번째가 60미터였다.
좁혀 오는 것은 저쪽이 보고 고치고 있다는 뜻이다. 관측이 붙어 있다는 뜻이다.
60미터면 다음은 맞는다.
지수는 흙에 얼굴을 대고 있었다. 흙이 입에 들어왔다. 뱉지 않았다.
다섯 번째는 안 왔다. 여섯 번째도 안 왔다.
멈췄다.
0534.
멈춘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여덟 발 중 넷이 왔고 넷이 안 왔다.
0602.
날이 밝고 나서 보니 나무가 넘어가 있었다.
세 그루였다. 뿌리째 넘어가서 흙이 위로 들려 있었다.
위장망 한쪽이 그 나무에 걸려 찢어졌다.
0640.
인원 점검을 했다.
열여덟 명 전원.
지수는 그 말을 듣고 두 번 세었다. 자기 눈으로 셌다.
열여덟이었다.
0712.
임도현이 왔다.
“…대위님.”
“…응.”
“3호차 배선 말입니다. 다발 통째로 안 갈고 탄 데만 잘라 이어도 됩니까?”
“…규정은 통째로다.”
“…압니다.”
“…….”
“그런데 통째로 가는 건 없습니다.”
0725.
지수는 3호차로 갔다.
탄 자리가 40센티쯤이었다. 앞뒤는 멀쩡했다.
잇는 방법은 둘이다.
하나는 압착이다. 슬리브에 넣고 눌러 물린다. 빠르고, 진동에 약하다.
하나는 납땜이다. 오래 걸리고, 진동에 강하다. 대신 열이 들어가서 그 옆 피복이 상한다.
발사 제어선은 신호선이다. 신호선은 저항이 늘면 안 된다.
자르고 잇는 것은 된다. 다만 이은 자리가 진동에서 빠질 수 있다.
빠지면 발사 순간에 빠진다.
0740.
“…이어라.”
“…예.”
“대신 이은 자리에 표시해 놔라. 어디를 이었는지.”
“…예.”
0812.
도현이 배선을 이었다. 세 시간 걸렸다.
이은 자리에 흰 테이프를 감았다. 감고 나서 유성펜으로 날짜를 적었다.
0930.
지수는 상황실로 돌아왔다.
이틀째 안 잤다.
앉으면 잠깐 감기는데 그때마다 소리가 들렸다. 무인기 소리였다. 실제로 나는 소리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 됐다.
0958.
일지를 폈다.
0335 무인기 자폭 1건. 발사대 3호차 배선 소손. 0530 두 번째 진지 피격 4발.
그 아래에 적었다.
포 8발 중 4발 미착탄. 사유 미상.
1015.
적고 나서 그 줄을 봤다.
네 발이 안 온 것이 좋은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 온 것이 고장이면 좋은 일이고, 다른 데로 갔으면 다른 데 있는 누군가에게 간 것이다.
1040.
도현이 종이를 들고 왔다.
“…대위님. 이거요.”
지수가 준 종이였다. 두 줄이 적혀 있던 것이다.
“…왜?”
“…한 줄 더 적었습니다.”
1048.
지수가 그 종이를 봤다.
세 번째 줄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시각 목록 확인. 산둥반도 두 건 참고. 확인자 임도현.
시각이 오늘 0900이었다.
1055.
“…매일 볼 거냐.”
“…예.”
“왜?”
“…바뀌면 언제 바뀌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1120.
지수는 그 종이를 도로 줬다.
“…네가 갖고 있어라.”
“…대위님이 갖고 계시는 게 낫지 않습니까?”
“…아니.”
“…….”
“나는 여기 있고 너는 발사대에 있다. 여기가 먼저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