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참고에서 대기로

독침 (3차대전 3부작 제3부) · 네오

0210.

명령이 내려왔다.

두 발이었다. 표적은 북쪽 해안이다.

지수는 좌표를 두 번 읽었다. 한 번은 화면으로 읽고 한 번은 종이로 읽었다.

두 개가 같았다.

0218.

발사대 넷이 나갔다.

원래 다섯인데 하나는 부품이 안 와서 못 나간다. 유압 잭 하나가 안 온 지 아흐레째다.

잭이 없으면 차를 수평으로 못 세운다. 수평이 안 맞으면 관성 장치가 자기 자세를 잘못 잡는다.

잘못 잡으면 200킬로미터 밖에서 몇백 미터가 틀어진다.

몇백 미터가 틀어지면 표적 옆이 맞는다. 표적 옆에 무엇이 있는지는 좌표를 준 쪽이 안다.

그래서 수평을 두 번 본다. 시간이 걸려도 두 번 본다.

넷으로 다섯 몫을 하려면 그 시간을 어디선가 줄여야 한다. 줄일 데가 여기밖에 없다.

지수는 여기를 안 줄였다.

0231.

첫 번째 진지에 들어갔다.

진지라고 해도 나무 밑에 다져 놓은 자리다. 콘크리트가 아니다.

발사대가 자리에 서면 순서가 있다.

먼저 잭 넷을 내려 차체를 든다. 바퀴가 땅에서 뜬다. 흙이 무르면 잭이 박히고, 박히면 각도가 틀어진다.

그래서 잭 아래 판을 깐다. 판 넷을 사람이 손으로 깐다.

그다음에 수평을 본다. 기포가 가운데 오면 된다. 안 오면 잭을 하나씩 다시 만진다.

그다음에 좌표를 넣는다. 넣고 나서 두 번 확인한다.

그다음에 발사관을 세운다. 세우는 데 70초 걸린다.

70초 동안 발사대는 아무것도 못 한다. 세워진 관은 눈에 잘 띈다. 나무보다 높다.

이 70초가 이 부대에서 제일 긴 시간이다.

세우기 전에 위를 한 번 본다. 무인기 소리가 나면 안 세운다.

0248.

“…수평 완료.”

“좌표 확인.”

지수가 화면을 봤다. 도현이 옆에서 종이를 들고 있었다.

“…북위, 읽습니다.”

지수가 읽고 도현이 종이에서 찾아 짚었다.

“…같습니다.”

“동경.”

“…같습니다.”

0301.

발사관이 섰다.

세워지는 동안 나무 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별이 있었다.

0304.

쐈다.

먼저 빛이 났다. 나무 밑이 대낮처럼 됐다. 잎사귀 하나하나가 다 보였다.

그다음에 소리가 왔다. 소리가 몸을 밀었다.

가슴이 한 번 눌렸다. 귀가 아니라 가슴으로 먼저 온다.

흙이 위로 튀었다. 발사관 아래 흙이 날아가서 자리가 파였다. 파인 자리는 위에서 보면 자국이다.

그 자국이 남아서 이 자리는 다시 못 쓴다.

발사관에서 나간 것이 위로 갔다. 3초쯤 보이다가 안 보였다.

0305.

두 번째 발사대가 쐈다.

같은 일이 한 번 더 났다.

0306.

“…철수. 90초.”

빛이 났으면 저쪽이 봤다.

발사 자리는 위성에도 보이고 무인기에도 보인다. 빛과 열이 크게 난다.

90초 안에 나가야 한다.

0307.

발사관을 눕히는 데 60초가 걸린다. 눕히면서 잭을 올린다.

판 넷을 다시 걷어야 하는데 안 걷었다. 두고 갔다.

판 하나가 이백만 원이다. 사람 하나가 그보다 비싸다.

두고 가면 다음에 판이 모자란다. 모자라면 흙에 잭을 그냥 박는다. 박으면 수평이 안 맞는다.

이렇게 하나씩 모자라진다. 아흐레 전에 잭 하나가 안 온 것도 그렇게 시작됐을 것이다.

0309.

넷이 다 나갔다.

숲길을 갔다. 등화 관제라 불을 안 켠다. 앞차 뒤에 붙은 작은 등만 보고 간다.

0322.

무인기가 왔다.

소리로 알았다. 높이 있었다. 계속 같은 자리를 돌았다.

“…따라옵니다.”

“…속력 유지.”

빠르게 가면 흙먼지가 난다. 먼지는 위에서 잘 보인다.

무인기는 안 친다. 저것은 보는 것이다. 보고 좌표를 넘긴다.

쏘려면 위를 봐야 하고, 쏘면 우리 자리가 드러난다. 드러나면 넘길 필요도 없어진다.

그래서 안 쏜다. 소리를 들으면서 간다.

0341.

두 번째 진지에 들어갔다.

들어가서 위장망을 폈다.

위장망은 그물에 천 조각을 붙인 것이다. 모양을 흐트러뜨리는 것이지 가리는 것이 아니다.

열은 못 막는다. 방금 쏜 발사관은 뜨겁다. 식는 데 한 시간이 걸린다.

폈는데 무인기가 아직 위에 있었다.

0355.

포가 왔다.

첫 번째 진지 자리였다. 열여섯 발쯤이었다.

우리가 나온 지 48분이 지난 자리였다.

0402.

“…48분입니다.”

도현이 그렇게 말했다.

“…뭐가?”

“쏘고 나서 저쪽 포가 오는 데 48분입니다. 지난번엔 52분이었습니다.”

“…줄었네.”

“예. 줄었습니다.”

0530.

날이 밝기 전에 표적 목록이 새로 내려왔다.

지수가 그것을 열었다.

목록 아래쪽에 산둥반도 좌표 둘이 있었다. 지난주에 「참고」라고 붙어 있던 것이다.

오늘은 「참고」가 아니었다.

0538.

「대기」라고 적혀 있었다.

참고는 알아 두라는 뜻이다. 대기는 준비하라는 뜻이다.

준비하라는 것은 명령이 오면 쏜다는 뜻이다.

0547.

지수는 그 두 줄을 봤다.

산둥반도는 중국이다. 우리는 중국과 전쟁을 하고 있지 않다.

서해안 미군기지가 맞은 것은 중국 항공기였다. 그건 미군을 친 것이고 우리를 친 것이 아니다.

그렇게 정리해 놓고 여기까지 왔다.

0602.

지수는 대대장에게 갔다.

“…대대장님. 목록에 대기가 붙었습니다.”

“봤네.”

“…누가 바꿨습니까?”

“…….”

“어제까지 참고였습니다.”

0610.

대대장이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뒤에 이렇게 말했다.

“…그거 물으면 안 되는 거 알지.”

“…예.”

“그런데 네가 짐작하는 게 맞아.”

0625.

지수는 상황실로 돌아왔다.

일지를 폈다.

0304 발사 2발. 0355 첫 진지 피격. 0530 목록 갱신.

그 아래 한 줄을 더 적었다.

산둥반도 좌표 2건, 참고에서 대기로 변경. 변경 요청자란 없음.

0648.

도현이 들어왔다.

“…대위님. 안 주무십니까?”

“…응.”

“교대하셔야 합니다.”

“…응.”

지수는 안 움직였다.

0710.

도현이 종이를 들고 다시 왔다.

“…대위님. 아까 그 좌표 말입니다.”

“…응.”

“제가 종이에 다시 적어 놨습니다.”

“…왜?”

“…화면 것은 바뀔 수 있으니까요.”

0715.

지수가 그 종이를 받았다.

도현이 쓴 글씨였다. 좌표 둘과 날짜와 시각이 적혀 있었다.

그 아래 한 줄이 더 있었다.

이 시각에 참고였음. 확인자 임도현.

0412.

경보가 울렸다.

태우는 침상에서 일어나 군화를 신었다. 끈은 매지 않았다. 뛰면서 맨다.

스물두 달 하면 소리로 안다. 이번 것은 공습이다.

0415.

방공호까지 40미터다.

40미터를 뛰는 동안 태우는 두 가지를 셌다. 앞에 뛰는 사람 수와 소리가 몇 번 났는지.

여섯 번 났다. 앞에 여덟이 뛰고 있었다.

0421.

첫 번째가 활주로 북쪽에 떨어졌다.

방공호 안이 흔들렸다.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졌다.

김도영이 옆에 있었다. 넉 달차다.

“…형님.”

“…응.”

“이거 언제까지 합니까?”

“…모른다.”

0433.

멎었다.

멎고 20분을 더 있는다. 두 번째 파가 오는 경우가 있다.

0455.

밖으로 나왔다.

활주로에 구멍이 셋이었다. 북쪽 끝이다.

1,900미터가 1,400미터가 됐다.

활주로에 구멍이 나면 메운다. 메우는 데 자갈과 판이 든다. 자갈은 있고 판이 모자란다.

메운 자리는 원래보다 약하다. 무거운 기체가 여러 번 지나가면 다시 꺼진다.

그래서 메운 자리는 표시해 둔다. 조종사가 그 자리를 피해서 내린다.

1,400미터는 뜨는 데는 되고 내리는 데는 빠듯한 길이다. 빠듯하다는 것은 한 번 실수하면 끝난다는 뜻이다.

0512.

정비반이 나갔다.

오상혁 중사가 먼저 갔다. 태우가 뒤따라갔다.

격납고 안에 기체가 여섯 있었다. 다섯은 멀쩡했다.

여섯 번째는 날개 아래가 찢겨 있었다. 파편이었다.

0521.

찢긴 자리를 봤다.

날개 아래 판이 손바닥 두 개 넓이로 뜯겨 있었다. 그 안에 배선과 관이 지나간다.

관 하나가 눌려 있었다. 유압관이다. 안 터졌는데 눌렸다.

눌린 관은 지금 새지 않는다. 압력이 걸리면 샌다. 압력은 뜨고 나서 걸린다.

0530.

“…이건 오늘 못 씁니다.”

“…며칠이야.”

“…부품이 오면 이틀입니다.”

“오면.”

“…예. 오면입니다.”

0602.

기체 다섯에 무장을 달았다.

태우가 하는 일이 그것이다. 무장정비 병장이다.

달 때 순서가 있다.

먼저 안전핀을 확인한다. 핀이 꽂혀 있어야 한다. 안 꽂혀 있으면 손대지 않고 부른다.

그다음에 걸이에 올린다. 폭탄 하나가 250킬로다. 사람이 못 든다. 유압 대차로 올린다.

올려서 걸쇠 셋을 물린다. 셋 다 소리가 나야 한다.

그다음에 배선을 꽂는다. 꽂고 나서 시험을 한 번 한다.

마지막에 안전핀을 뽑는다. 뽑은 핀은 손에 든다. 주머니에 넣지 않는다.

주머니에 넣으면 뽑았는지 안 뽑았는지 헷갈린다. 손에 들고 있으면 안 헷갈린다.

안 뽑고 보내면 안 떨어진다. 조종사가 표적 위에서 단추를 눌러도 아무 일이 안 난다.

뽑고 나서 옮기다 떨어뜨리면 그건 다른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뽑는 것은 마지막이고, 뽑은 뒤에는 기체 아래에서 걸어 나온다. 뛰지 않는다.

0648.

박준영 소령이 왔다.

오늘 세 번째 출격이다. 아직 아침이다.

“…강 병장.”

“예.”

“몇 발이야.”

“…넷입니다.”

“여섯 아니었나.”

“…부품이 아니라 폭탄이 넷입니다.”

“…네 발로 뭘 하라고.”

“…모르겠습니다.”

“…알아. 너한테 물은 거 아니야.”

박준영이 기체를 한 바퀴 돌았다. 도는 것은 규정이다. 눈으로 한 번 본다.

날개 아래에서 멈췄다. 걸이 셋을 손으로 흔들어 봤다.

안 흔들렸다.

0655.

박준영이 사다리를 올랐다.

세 번째 칸에서 한 번 멈췄다. 지난주에도 그랬다.

태우는 사다리를 잡고 있었다. 안 흔들리는 사다리였다.

0712.

넷이 떴다.

활주로가 짧아져서 뜨는 데 더 걸렸다.

무장을 달면 무겁다. 무거우면 더 길게 달려야 뜬다.

넷째 기체가 제일 늦게 떴다. 끝에서 바퀴가 한 번 튀었다가 떴다.

태우는 그것을 보고 있었다. 옆에서 오상혁도 보고 있었다. 둘 다 아무 말도 안 했다.

0840.

셋이 왔다.

넷이 떠서 셋이 온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돌아온 셋 중 하나는 폭탄을 안 떨어뜨리고 왔다. 안 떨어뜨리고 오면 그대로 내려야 한다.

무장을 단 채로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짧아진 활주로면 더 그렇다.

태우가 그 기체 아래로 갔다.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안전핀을 다시 꽂는 것이다.

꽂는 손이 떨렸다. 두 번 만에 들어갔다.

0902.

태우는 숫자를 셌다.

편성표에 아홉이 있었다. 어제 외운 아홉이다.

오늘 아침에 넷이 떴고 셋이 왔다.

여덟이었다.

0930.

오상혁이 왔다.

“…강 병장.”

“…예.”

“오늘 서해에 배 들어온다더라.”

“…무슨 배 말입니까?”

“보급선. 미군 것도 오고 우리 것도 오고.”

0938.

태우는 그 말을 잘 몰랐다.

지난달까지 서해에 배가 안 들어왔다. 위험해서 안 들어왔다.

“…왜 갑자기 들어옵니까?”

“…저쪽이 다른 데를 보고 있대.”

“…어디를요.”

“…모르지.”

0955.

태우는 그것을 더 안 물었다.

물어도 아무도 모른다. 여기서 아는 것은 오늘 폭탄이 넷이고 내일은 모른다는 것뿐이다.

1020.

배가 들어오면 부품이 온다.

부품이 오면 찢긴 기체가 이틀 만에 산다. 여섯이 다시 여섯이 된다.

태우는 그 계산을 했다. 계산하다가 그만뒀다.

여섯이 돼도 조종사가 여덟이다.

1140.

김도영이 왔다.

손에 종이를 들고 있었다.

“…형님. 이거 봐 주십시오.”

정비 자격 시험 신청서였다.

“…이거 왜 나한테.”

“…추천인 칸이 있습니다.”

1152.

태우는 그 칸을 봤다.

추천인은 부사관 이상이 쓰는 칸이다.

“…이건 반장님이 쓰셔야 한다.”

“…압니다.”

“…….”

“그런데 형님 이름 먼저 넣고 싶었습니다.”

1205.

태우는 그 종이를 받았다.

받아서 공구함 위에 놨다.

“…내가 반장님한테 갖다드릴게.”

“…예.”

1340.

오상혁이 그 신청서를 봤다.

한참 보다가 추천인 칸에 이름을 썼다.

쓰고 나서 태우를 봤다.

“…강 병장.”

“예.”

“너는 언제 나가지.”

“…두 달 남았습니다.”

“…그래.”

1520.

태우는 공구함을 열었다.

헬멧이 있었다. 아홉 개의 이름을 적은 종이가 있었다.

태우는 종이를 꺼냈다.

아홉 개 중에 하나를 지웠다.

지우고 나서 다시 봤다. 지운 자리가 비어 있었다.

태우는 그 자리에 아무것도 안 적었다.

이 회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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