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045자) · 백쉰넷

흩어진 것은 안 없어진다

망각검 · 구슬안

— 줍는 자

나는 이 겨울에 본산에서 살았다⁠.

걷지 못하니 갈 데가 없다⁠.

서하가 방을 하나 줬다⁠.

방에 앉아서 하루 종일 대전 소리를 들었다⁠.

서른둘이 한꺼번에 나는 소리다⁠.

들으면 내 입에 들어온다⁠.

백서른둘에 서른둘이 더해지면 백예순넷이다⁠.

나는 이것이 무서웠다⁠.

무서워서 귀를 막았다⁠.

막아도 들어왔다⁠.

이레째에 서하한테 말했다⁠.

“⁠…젊은이⁠, 나를 내보내 주시오⁠.⁠”

서하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나는 말했다⁠.

“⁠들어오오⁠.⁠”

서하가 말했다⁠.

“⁠입에 들어오는 것은 안 어긋납니다⁠.⁠”

나는 말했다⁠.

“⁠…어긋나오⁠.⁠”

서하가 나를 봤다⁠.

나는 말했다⁠.

“⁠나는 입이 아니라 몸으로 받소⁠.⁠”

서하가 이 자리에 앉았다⁠.

“⁠…어떻게요⁠?⁠”

나는 말했다⁠.

“⁠오십 해 그렇게 줍고 살았소⁠.⁠”

“⁠…⁠”

“⁠입에 붙은 것을 세 번 내면 몸에 들어간다고 했지 않소⁠.⁠”

“⁠…예⁠.⁠”

“⁠나는 세 번 안 내도 들어가오⁠.⁠”

서하가 물었다⁠.

“⁠언제부터요⁠?⁠”

나는 말했다⁠.

“⁠…쉰 넘어서부터요⁠.⁠”

“⁠…⁠”

“⁠백을 넘기고 나서 그렇게 됐소⁠.⁠”

서하가 물었다⁠.

“⁠그럼 지금 몇입니까⁠?⁠”

나는 말했다⁠.

“⁠이레 동안 스물둘이 들어왔소⁠.⁠”

서하가 일어섰다⁠.

“⁠…백쉰넷입니까⁠?⁠”

나는 말했다⁠.

“⁠그렇소⁠.⁠”

서하가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나는 말했다⁠.

“⁠앉아 있으면 괜찮소⁠.⁠”

“⁠…⁠”

“⁠앉아서 죽을 거요⁠.⁠”

서하가 이 자리에 섰다⁠.

나는 말했다⁠.

“⁠젊은이⁠, 하나 부탁하겠소⁠.⁠”

“⁠말씀하십시오⁠.⁠”

나는 말했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눠 가지시오⁠.⁠”

서하가 물었다⁠.

“⁠…어떻게 나눕니까⁠?⁠”

나는 말했다⁠.

“⁠내가 소리를 내겠소⁠.⁠”

“⁠…⁠”

“⁠백쉰넷을 다 내겠소⁠. 여든셋이 따라 하시오⁠.⁠”

서하가 물었다⁠.

“⁠다 내면 어찌 되십니까⁠?⁠”

나는 말했다⁠.

“⁠놓이겠지⁠.⁠”

“⁠…⁠”

“⁠놓으면 걷겠지⁠.⁠”

서하가 물었다⁠.

“⁠…오십 해 만에요⁠.⁠”

나는 말했다⁠.

“⁠오십 해 만에⁠.⁠”

내는 데 아흐레가 걸렸다⁠.

아흐레 동안 밥을 펴는 노파가 대전 문간에 앉아 있었다⁠.

내가 소리를 내면 여든셋이 따라 하는데⁠, 이 노파도 따라 했다⁠.

문하가 아니라고 들었다⁠.

나는 여드렛날에 서하한테 물었다⁠.

“⁠…저 노인은 뭐요⁠?⁠”

서하가 말했다⁠.

“⁠밥을 펴십니다⁠.⁠”

“⁠…사십 해요⁠?⁠”

“⁠사십 해입니다⁠.⁠”

나는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사십 해 동안 이 소리를 들은 사람이다⁠.

나는 오십 해 동안 밤마다 숫자를 세서 백서른둘을 주웠다⁠.

저 노파는 아무것도 안 하고 사십 해를 들었다⁠.

나는 서하한테 물었다⁠.

“⁠…저 노인 입에 얼마나 있겠소⁠?⁠”

서하가 말했다⁠.

“⁠모릅니다⁠.⁠”

“⁠…물어보시오⁠.⁠”

서하가 말했다⁠.

“⁠물어봤습니다⁠.⁠”

“⁠…⁠”

“⁠세어 본 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웃었다⁠.

웃다가 그쳤다⁠.

오십 해 동안 나는 세었다⁠.

세면서 주웠고⁠, 셀 때마다 하나씩 늘었고⁠, 늘 때마다 걷는 것이 어려워졌다⁠.

세지 않은 사람은 안 어긋난다⁠.

나는 이것이 이날 제일 아팠다⁠.

하루에 열여덟쯤 냈다⁠.

내면 여든셋이 따라 했다⁠.

따라 하는 소리가 대전을 채웠다⁠.

닷샛날에 내 손이 떨렸다⁠.

이렛날에 앉아 있기가 편해졌다⁠.

아흐렛날에 다 냈다⁠.

다 내고 나서 나는 일어서 보려고 했다⁠.

못 일어섰다⁠.

서하가 물었다⁠.

“⁠…안 되십니까⁠?⁠”

나는 말했다⁠.

“⁠안 되오⁠.⁠”

“⁠…⁠”

“⁠놓으면 걸을 줄 알았소⁠.⁠”

서하가 물었다⁠.

“⁠왜 안 됩니까⁠?⁠”

나는 말했다⁠.

“⁠오십 해 앉아 있었소⁠.⁠”

“⁠…⁠”

“⁠다리가 다리를 잊었소⁠.⁠”

서하가 아무 말도 안 했다⁠.

나는 말했다⁠.

“⁠그건 초식이 아니라 다리요⁠.⁠”

“⁠…⁠”

“⁠다리는 안 돌려주오⁠.⁠”

노파가 낸 것은 같은 해 봄이다⁠.

내가 다 내고 못 일어선 뒤 석 달이 지나서였다⁠.

노파가 먼저 말했다고 한다⁠.

“⁠…나도 내겠다⁠.⁠”

여든셋이 대전에 섰다⁠.

노파가 문간이 아니라 가운데 섰다⁠.

사십 해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노파가 소리를 냈다⁠.

낸 것이 무엇인지 노파는 몰랐다⁠.

무슨 소린지 모르고 사십 해 들은 것을 그대로 냈다⁠.

여든셋이 따라 했다⁠.

첫날에 열둘을 냈다⁠.

이튿날에 열일곱을 냈다⁠.

사흗날에 스물셋을 냈다⁠.

내면 낼수록 더 나왔다⁠.

닷샛날에 서하가 물었다⁠.

“⁠할머니⁠, 얼마나 더 있습니까⁠?⁠”

노파가 말했다⁠.

“⁠모른다⁠.⁠”

“⁠…⁠”

“⁠내니까 또 나온다⁠.⁠”

나는 이 말을 문간에서 들었다⁠.

내니까 또 나온다는 말을 나는 오십 해 동안 한 번도 못 했다⁠.

나는 낼 때마다 줄었다⁠.

노파는 낼 때마다 나왔다⁠.

무엇이 다른지 나는 이레째에 알았다⁠.

나는 몸으로 받았다⁠.

몸에 든 것은 내면 없어진다⁠.

노파는 귀로만 받았다⁠.

귀로 받은 것은 입에 있고⁠, 입에 있는 것은 내도 안 없어진다⁠.

말하는 것과 같다⁠. 남한테 말해 줘도 제 안에 남는다⁠.

나는 오십 해 동안 이것을 몰랐다⁠.

알았으면 나는 줍지 않고 들었을 것이다⁠.

노파가 다 내고 나서 나는 한 가지를 물었다⁠.

“⁠…할머니⁠, 아깝지 않소⁠?⁠”

노파가 나를 봤다⁠.

“⁠…무엇이 아까우냐⁠?⁠”

나는 말했다⁠.

“⁠사십 해 지고 있던 것이오⁠.⁠”

노파가 웃었다⁠.

“⁠그게 내 것이냐⁠?⁠”

나는 대답을 못 했다⁠.

노파가 말했다⁠.

“⁠밥을 사십 해 폈는데 그 밥이 내 것이냐⁠?⁠”

“⁠…⁠”

“⁠내 것이 아닌 것은 안 아깝다⁠.⁠”

나는 이 말에 오래 앉아 있었다⁠.

나는 오십 해 동안 주운 것을 내 것으로 알았다⁠.

내 것으로 알았으니 아까웠다⁠.

아까우니 안 내놓았다⁠.

안 내놓으니 무거웠다⁠.

무거우니 못 걸었다⁠.

셈이 그렇게 돈다⁠.

노파가 물었다⁠.

“⁠…댁은 아까웠냐⁠?⁠”

나는 말했다⁠.

“⁠아까웠소⁠.⁠”

노파가 말했다⁠.

“⁠그럼 댁 것이었구먼⁠.⁠”

“⁠…⁠”

“⁠내 것인 줄 알면 아깝고⁠, 남의 것인 줄 알면 안 아깝다⁠.⁠”

노파가 주걱을 들었다⁠.

“⁠아까워하는 건 옆에서 보는 사람 몫이다⁠.⁠”

나는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노파가 말했다⁠.

“⁠내가 내놓는 걸 보고 아깝다고 한 건 댁이지 내가 아니다⁠.⁠”

서하가 물었다⁠.

“⁠…후회하십니까⁠?⁠”

나는 이 물음에 오래 있다가 대답했다⁠.

“⁠백쉰넷을 오십 해 지고 있었소⁠.⁠”

“⁠…⁠”

“⁠지금 여든셋이 나눠 지고 있소⁠.⁠”

“⁠…⁠”

“⁠한 사람이 둘씩이오⁠.⁠”

나는 말했다⁠.

“⁠둘은 아무것도 아니오⁠.⁠”

서하가 말했다⁠.

“⁠어르신 것이 없어졌습니다⁠.⁠”

나는 말했다⁠.

“⁠없어진 것이 아니라 흩어진 것이오⁠.⁠”

“⁠…⁠”

“⁠흩어진 것은 안 없어지오⁠.

노파가 낸 것이 열이틀에 이백열한 가지였다⁠.

여든셋이 다 따라 했다⁠.

열사흗날 아침에 노파가 문간에 앉아서 말했다⁠.

“⁠…이제 없다⁠.⁠”

서하가 물었다⁠.

“⁠다 내셨습니까⁠?⁠”

노파가 말했다⁠.

“⁠모른다⁠.⁠”

“⁠…⁠”

“⁠안 나온다⁠.⁠”

노파가 주걱을 들었다⁠.

“⁠밥 펴러 가야겠다⁠.⁠”

여든셋이 이 자리에 서 있었다⁠.

노파가 부엌으로 갔다⁠.

가다가 문턱에서 한 번 멈췄다⁠.

멈춰서 발로 높이를 재고 넘었다⁠.

나는 이것을 봤다⁠.

사십 해 넘던 문턱을 발로 재서 넘는 것이다⁠.

이날 밥이 안 설었다⁠.

여든셋이 다 먹었다⁠.

먹으면서 아무도 아무 말도 안 했다⁠.

서하가 이날 저녁에 나한테 왔다⁠.

“⁠어르신⁠.⁠”

“⁠…왜 그러오⁠?⁠”

서하가 말했다⁠.

“⁠할머니가 이백열한 가지를 내셨습니다⁠.⁠”

“⁠…들었소⁠.⁠”

“⁠그 가운데 예순셋이 저희한테 없던 것입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서하가 말했다⁠.

“⁠사십 해 전에 나가서 안 돌아온 사람들 것입니다⁠.⁠”

“⁠…⁠”

“⁠저희는 그것을 다 잃은 줄 알았습니다⁠.⁠”

나는 물었다⁠.

“⁠…어떻게 노파한테 있소⁠?⁠”

서하가 말했다⁠.

“⁠그분들이 나가기 전에 대전에서 맡겼습니다⁠.⁠”

“⁠…⁠”

“⁠맡을 사람이 여든둘이었는데⁠, 부엌에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

“⁠아무도 그것을 안 세었습니다⁠.⁠”

나는 이 말을 오래 들었다⁠.

서하가 말했다⁠.

“⁠사십 해 동안 저희가 잃은 것을 저 할머니가 지고 계셨습니다⁠.⁠”

“⁠…⁠”

“⁠지는 줄도 모르고요⁠.⁠”⁠”

같은 해 겨울에 나는 대전에서 잤다⁠.

여든셋이 아침마다 외우는 소리를 들었다⁠.

이 안에 내가 낸 것이 다 있었다⁠.

백쉰넷이다⁠.

듣고 있으면 내 것이 아직 내 것 같았다⁠.

정월에 나는 형 이름을 물었다⁠.

“⁠…연이 어느 위패요⁠?⁠”

노인이 갈라진 것을 들어 줬다⁠.

나는 이것을 무릎에 놨다⁠.

아홉 번 갈라지고 열 번째로 갈라진 것이다⁠.

붙인 자국이 열이다⁠.

나는 이것을 만졌다⁠.

나무가 차다⁠.

백십 해 된 나무는 차다⁠. 손을 대면 손이 먼저 식는다⁠.

나는 이것을 오래 만졌다⁠.

형 얼굴은 안 떠오른다⁠.

오십 해 전에도 안 떠올랐다⁠.

형이 나간 것이 내가 열여덟 때다⁠. 이때부터 안 떠올랐으니⁠, 형 얼굴이 나간 것은 내가 줍기 시작하기 전이다⁠.

그러면 줍느라 잃은 것이 아니다⁠.

그냥 오래돼서 없어진 것이다⁠.

나는 이것을 오십 해 만에 생각했다⁠.

오십 해 동안 나는 잃은 것을 다 줍는 대가라고 셈해 왔다⁠.

셈해 놓으면 편하다⁠. 대가를 치렀으니 무엇이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대가가 아니면 그냥 없어진 것이다⁠.

없어진 것에는 갚을 사람이 없다⁠.

나는 위패를 무릎에 놓고 이것을 알았다⁠.

알고 나니 오십 해가 가벼워졌다⁠.

가벼워진 것이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서하가 옆에 앉아서 물었다⁠.

“⁠…어르신⁠,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나는 말했다⁠.

“⁠형 얼굴을 생각했소⁠.⁠”

“⁠…떠오르십니까⁠?⁠”

나는 말했다⁠.

“⁠안 떠오르오⁠.⁠”

“⁠…⁠”

“⁠그런데 이 나무가 차오⁠.⁠”

서하가 나를 봤다⁠.

나는 말했다⁠.

“⁠차다는 건 아오⁠.⁠”

“⁠…⁠”

“⁠오십 해 만에 형한테 손을 댔소⁠.⁠”

서하가 아무 말도 안 했다⁠.

나는 말했다⁠.

“⁠얼굴은 없고 찬 것만 있소⁠.⁠”

“⁠…⁠”

“⁠그래도 오십 해 전보다 낫소⁠.⁠”

오십 해 동안 찾은 것이 이것이다⁠.

찾았는데 무엇을 찾았는지 모르겠다⁠.

서하가 옆에 앉았다⁠.

“⁠어르신⁠.⁠”

“⁠…왜 그러오⁠?⁠”

서하가 말했다⁠.

“⁠형님 것이 무엇인지 아실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서하가 말했다⁠.

“⁠연의 이름으로 나무를 세우면 됩니다⁠.⁠”

“⁠…⁠”

“⁠산 이름만 받는다고 했지만 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물었다⁠.

“⁠죽은 사람 이름을 세우면 어찌 되오⁠?⁠”

서하가 말했다⁠.

“⁠모릅니다⁠.⁠”

나는 말했다⁠.

“⁠세우시오⁠.⁠”

9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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