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5,187자) · 구룡문 사람

지고 있는 것

망각검 · 한도윤

— 구룡문 사람

나는 구룡문에서 왔다.

구룡문은 지금 문하가 열둘이다.

백십 해 전에 삼백이었다.

줄어든 까닭은 하나다. 버린 것이 다 나갔다.

나가서 줍는 자들한테 갔다.

줍는 자들이 세지고 우리가 약해졌다.

약해지니 문하가 안 들어왔다.

지금 열둘이고 그중 여섯이 예순이 넘었다.

우리 문파 이야기를 하나 더 하겠소.

삼 년 전에 우리 문하 하나가 누이를 못 알아봤소.

열일곱짜리였소.

그 아이가 버린 것이 셋이오. 세 해에 셋을 버렸소.

버릴 때마다 우리는 아무한테도 안 맡겼소. 맡기는 법도가 없으니까.

버린 것이 다 나갔소.

나간 뒤에 그 아이가 제 누이를 못 알아봤소.

누이가 문간에 섰는데 누구냐고 물었소.

누이가 울면서 갔소.

그 아이가 나한테 와서 물었소.

“…제가 무엇을 버린 겁니까?”

나는 초식 번호를 댔소.

그 아이가 말했소.

“그건 압니다. 그것 말고요.”

나는 대답을 못 했소.

우리는 초식만 세오. 다른 것은 안 세오.

세는 법이 없소.

그 아이가 그해 겨울에 나갔소.

어디 갔는지 모르오.

나는 그 뒤로 문하한테 버리는 것을 말리게 됐소.

말리면 새것을 못 익히오. 못 익히면 문파가 약해지오.

약해지는 것을 알면서 말렸소.

그래서 우리가 열둘이오.

나는 서른둘이다. 제일 젊은 축이다.

내가 안개 골짜기에 온 것은 그해 가을이다.

돌계단 아래에서 사흘 서 있었다.

작년 가을에도 사흘 서 있었다.

작년에는 소리만 냈다.

하나 · 둘 · 넷 · 넷.

우리 여덟 가운데 하나다.

그 소리를 낸 까닭은 하나다.

버리면 나가는데, 안개 골짜기 쪽으로 소리를 내면 그리로 갈까 싶어서였다.

가면 우리 것이 저쪽으로 간다. 저쪽은 안 나간다고 들었다.

우리 것을 저쪽에 맡기는 셈이 된다.

맡겨 두면 언젠가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찾는 법은 모른다.

올해 다시 왔다.

이번에는 소리를 안 냈다.

올라갔다.

돌계단 백스무 단을 올라가니 문이 열려 있었다.

안에서 소리가 났다.

여든 몇이 동시에 외우는 소리다.

그 소리 안에 우리 것이 섞여 있었다.

하나 · 둘 · 넷 · 넷.

나는 그 자리에 섰다.

작년에 낸 소리가 여기 있다.

젊은 사람이 나왔다.

“…누구시오?”

나는 말했다.

“구룡문에서 왔소.”

그 사람이 나를 오래 봤다.

“…들어오시오.”

나는 대전에 들어갔다.

여든 몇이 나를 봤다.

맨 뒤에 늙은 사람이 서 있었다.

문주라고 했다.

문주가 물었다.

“무엇을 찾으러 왔소?”

나는 말했다.

“작년에 제가 소리를 냈소.”

문주가 말했다.

“들었소.”

“…”

“그 뒤로 우리 문하 여든셋 입에 그것이 있소.”

나는 그 자리에 섰다.

문주가 말했다.

“찾으러 왔소?”

나는 말했다.

“…찾을 수 있소?”

문주가 말했다.

“이름을 대시오.”

나는 이름을 댔다.

문주가 소리를 냈다.

하나 · 둘 · 넷 · 넷.

나는 그 소리를 들었다.

들으니 몸이 받았다.

몸이 받는 것을 나는 처음 느꼈다.

우리는 못 받는다. 우리 것은 나가면 안 돌아온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문주가 물었다.

“…어떻소.”

나는 말했다.

“…들어왔소.”

문주가 말했다.

“그럼 됐소.”

나는 물었다.

“…왜 돌려주시오.”

문주가 말했다.

“우리 것이 아니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문주가 말했다.

“백십 해 동안 우리는 받기만 했소.”

“…”

“골짜기에 떠 있는 것 가운데 얼마가 구룡문 것인지 우리는 모르오.”

나는 물었다.

“…얼마나 됩니까?”

문주가 말했다.

“모르오.”

“…”

“그런데 백십 해면 적지 않을 거요.”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구룡문이 줄어든 까닭을 나는 줍는 자들 때문이라고 알았다.

줍는 자들도 있지만 이 골짜기도 있었다.

안 훔친 것이다. 흘러온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같다.

문주가 말했다.

“한 가지 청하겠소.”

나는 말했다.

“말씀하시오.”

문주가 말했다.

“구룡문 여덟을 우리한테 소리로 주시오.”

나는 물었다.

“…주면 어찌 되오?”

문주가 말했다.

“여든셋 입에 남소.”

“…”

“그러면 그 여덟은 이제 안 없어지오.”

나는 물었다.

“그건 그쪽한테 좋은 일 아니오?”

문주가 말했다.

“좋소.”

“…”

“그리고 그쪽한테도 좋소.”

나는 물었다.

“어째서요.”

문주가 말했다.

“구룡문이 열둘이라고 했소.”

“…그렇소.”

“열둘이 다 죽으면 여덟이 없어지오.”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문주가 말했다.

“여기 여든셋 입에 있으면 안 없어지오.”

나는 물었다.

“…그럼 우리 것이 여기 것이 되오.”

문주가 말했다.

“아니오.”

“…”

“지고 있는 것이오.”

나는 그 말을 듣고 물었다.

“…그 열일곱짜리가 지금 어디 있는지 정말 모르십니까?”

구룡문 사람이 말했다.

“모르오.”

나는 말했다.

“찾으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그 사람이 나를 봤다.

“…찾아서 뭐 하오?”

나는 말했다.

“여기 소리가 있습니다.”

“…”

“그 아이가 버린 셋이 어디 있는지는 모릅니다. 그런데 구룡문 여덟은 여기 여든셋 입에 있습니다.”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섰다.

나는 말했다.

“그 아이가 오면 여덟을 다 줄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물었다.

“…누이 얼굴도 주오?”

나는 대답을 못 했다.

그 사람이 말했다.

“초식은 주는데 얼굴은 못 주오.”

“…”

“그러면 그 아이한테는 반쪽이오.”

나는 한참 있다가 말했다.

“…반쪽이라도 주는 것이 낫습니다.”

그 사람이 물었다.

“…어째서요?”

나는 말했다.

“저도 어머니 얼굴을 모릅니다.”

그 사람이 나를 봤다.

나는 말했다.

“여섯 해 동안 모릅니다.”

“…”

“그런데 목소리는 압니다. 손도 압니다.”

“…”

“반쪽이 남아 있으면 사람이 삽니다.”

그 사람이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 아이한테 그 말을 해 주고 싶소.”

나는 말했다.

“찾으시면 데려오십시오.”

— 서하

구룡문 여덟을 받는 데 사흘이 걸렸다.

하루에 셋씩 받았다.

받는 법은 같다. 그쪽이 소리를 세 번 내고 우리가 따라 한다.

사흘째에 여덟이 다 여든셋 입에 들어왔다.

구룡문 사람이 사흘 묵는 동안 밥을 먹었다.

은금 할머니가 그 사람 그릇을 따로 폈다.

문하 그릇보다 컸다.

내가 그것을 물었다.

“할머니, 왜 크게 푸십니까?”

할머니가 말했다.

“손님이잖냐.”

“…”

“손님 밥은 크게 푸는 거다.”

구룡문 사람이 그 그릇을 받고 한참 봤다.

“…이거 나 혼자 먹으오?”

할머니가 말했다.

“혼자 먹어라.”

그 사람이 말했다.

“우리 문파에서는 문주도 이만큼 안 먹소.”

할머니가 주걱을 놓았다.

“…열둘이라고 했지.”

“열둘이오.”

할머니가 말했다.

“열둘이면 한 솥이면 된다.”

“…”

“한 솥이면 밥 짓는 사람이 하나면 되고, 하나면 그 사람이 앓으면 열둘이 굶는다.”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섰다.

할머니가 말했다.

“여기는 여든셋이라 세 솥이다. 세 솥이면 사람이 셋 붙는다.”

“…”

“하나가 앓아도 둘이 짓는다.”

그 사람이 물었다.

“…그게 문파하고 무슨 상관이오?”

할머니가 말했다.

“같은 이치다.”

“…”

“외우는 것도 그렇지 않냐.”

그 사람이 그날 밤에 밥을 두 그릇 먹었다.

먹고 나서 할머니한테 인사를 했다.

할머니가 손을 저었다.

“인사는 무슨.”

“…잘 먹었소.”

할머니가 말했다.

“또 와라.”

그 사람이 물었다.

“…와도 되오?”

할머니가 말했다.

“밥은 늘 있다.”

나는 그 말을 문간에서 들었다.

열둘이 한 솥이고 여든셋이 세 솥이다.

셈이 그렇다.

그런데 셈만은 아니다.

세 솥이 되려면 먼저 여든셋이 있어야 한다.

여든셋이 되려면 그 앞에 열둘이 있었을 것이다.

백십 해 전에 갈라져 나온 쪽이 몇이었는지 나는 모른다.

문주께 여쭸더니 모른다고 하셨다.

기록이 없다. 우리는 적지 않는다.

다만 하나는 안다.

그때 나온 사람들도 열둘쯤이었을 것이다.

그날 아침 외우는 소리가 달라졌다.

스물넷에 여덟이 붙어 서른둘이다.

백십 해 만에 서른둘이 한자리에서 났다.

소리가 벽에 부딪쳐 돌아오는데 돌아오는 것이 두꺼웠다.

노인이 그것을 듣고 말했다.

“…갈라진 것이 붙는 소리요.”

구룡문 사람이 그 소리를 들었다.

듣다가 앉았다.

앉아서 한참 있었다.

그러고 말했다.

“…우리 문파에서는 이 소리가 안 나오.”

나는 물었다.

“왜 안 납니까?”

그 사람이 말했다.

“열둘이 다 따로 외우오.”

“…”

“같이 외우는 법이 없소.”

나는 물었다.

“백십 해 전에는요.”

그 사람이 말했다.

“모르오.”

나는 문주께 여쭸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백십 해 전에는 같이 외웠다.”

“…”

“갈라질 때 이쪽이 그 법도를 가져왔다.”

나는 물었다.

“저쪽은 안 가져갔습니까?”

문주가 말씀하셨다.

“안 가져갔다.”

“…왜요?”

문주가 말씀하셨다.

“갈라진 까닭이 그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백십 해 전에 구룡문이 물었다. 왜 남의 것을 외우느냐고.”

“…”

“외우는 것은 무겁다. 제 것만 외우면 가볍다.”

“…”

“가벼운 쪽이 남고 무거운 쪽이 나갔다.”

나는 물었다.

“나간 쪽이 우리입니까?”

문주가 말씀하셨다.

“그렇다.”

나는 물었다.

“그래서 어느 쪽이 맞았습니까?”

문주가 말씀하셨다.

“모른다.”

“…”

“저쪽은 삼백에서 열둘이 됐고 이쪽은 백십 해 동안 여든셋이다.”

“…”

“이쪽도 안 늘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무거운 쪽이 안 줄었을 뿐이다.”

그날 밤에 구룡문 사람이 갔다.

가면서 나한테 물었다.

“…젊은이.”

“예.”

“우리 열둘이 여기 오면 받아 주오?”

나는 대답을 못 했다.

문주께 여쭸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받는다.”

나는 물었다.

“여든셋에 열둘이면 아흔다섯입니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그렇다.”

“…”

“아흔다섯이 외우면 소리가 더 두꺼워진다.”

나는 물었다.

“문주님, 그럼 백 해 뒤에 안개가 걷힙니까?”

문주가 대전 문을 보셨다.

“…나는 못 본다.”

“…”

“너도 못 본다.”

나는 말했다.

“저 아이는 볼지도 모릅니다.”

문주가 열한 살짜리를 보셨다.

아이가 맨 앞에서 외우고 있었다.

맨 앞이라 안 들린다.

아이가 그래도 크게 외우고 있었다.

8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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