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5,190자) · 구룡문 사람

지고 있는 것

망각검 · 구슬안

— 구룡문 사람

나는 구룡문에서 왔다⁠.

구룡문은 지금 문하가 열둘이다⁠.

백십 해 전에 삼백이었다⁠.

줄어든 까닭은 하나다⁠. 버린 것이 다 나갔다⁠.

나가서 줍는 자들한테 갔다⁠.

줍는 자들이 세지고 우리가 약해졌다⁠.

약해지니 문하가 안 들어왔다⁠.

지금 열둘이고 그중 여섯이 예순이 넘었다⁠.

우리 문파 이야기를 하나 더 하겠소⁠.

삼 년 전에 우리 문하 하나가 누이를 못 알아봤소⁠.

열일곱짜리였소⁠.

이 아이가 버린 것이 셋이오⁠. 세 해에 셋을 버렸소⁠.

버릴 때마다 우리는 아무한테도 안 맡겼소⁠. 맡기는 법도가 없으니까⁠.

버린 것이 다 나갔소⁠.

나간 뒤에 이 아이가 제 누이를 못 알아봤소⁠.

누이가 문간에 섰는데 누구냐고 물었소⁠.

누이가 울면서 갔소⁠.

이 아이가 나한테 와서 물었소⁠.

“⁠…제가 무엇을 버린 겁니까⁠?⁠”

나는 초식 번호를 댔소⁠.

이 아이가 말했소⁠.

“⁠그건 압니다⁠. 그것 말고요⁠.⁠”

나는 대답을 못 했소⁠.

우리는 초식만 세오⁠. 다른 것은 안 세오⁠.

세는 법이 없소⁠.

이 아이가 같은 해 겨울에 나갔소⁠.

어디 갔는지 모르오⁠.

나는 이후로 문하한테 버리는 것을 말리게 됐소⁠.

말리면 새것을 못 익히오⁠. 못 익히면 문파가 약해지오⁠.

약해지는 것을 알면서 말렸소⁠.

그래서 우리가 열둘이오⁠.

나는 서른둘이다⁠. 제일 젊은 축이다⁠.

내가 안개 골짜기에 온 것은 같은 해 가을이다⁠.

돌계단 아래에서 사흘 서 있었다⁠.

작년 가을에도 사흘 서 있었다⁠.

작년에는 소리만 냈다⁠.

하나 · 둘 · 넷 · 넷⁠.

우리 여덟 가운데 하나다⁠.

이 소리를 낸 까닭은 하나다⁠.

버리면 나가는데⁠, 안개 골짜기 쪽으로 소리를 내면 그리로 갈까 싶어서였다⁠.

가면 우리 것이 저쪽으로 간다⁠. 저쪽은 안 나간다고 들었다⁠.

우리 것을 저쪽에 맡기는 셈이 된다⁠.

맡겨 두면 언젠가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찾는 법은 모른다⁠.

올해 다시 왔다⁠.

이번에는 소리를 안 냈다⁠.

올라갔다⁠.

돌계단 백스무 단을 올라가니 문이 열려 있었다⁠.

안에서 소리가 났다⁠.

여든 몇이 동시에 외우는 소리다⁠.

이 소리 안에 우리 것이 섞여 있었다⁠.

하나 · 둘 · 넷 · 넷⁠.

나는 이 자리에 섰다⁠.

작년에 낸 소리가 여기 있다⁠.

젊은 사람이 나왔다⁠.

“⁠…누구시오⁠?⁠”

나는 말했다⁠.

“⁠구룡문에서 왔소⁠.⁠”

이 사람이 나를 오래 봤다⁠.

“⁠…들어오시오⁠.⁠”

나는 대전에 들어갔다⁠.

여든 몇이 나를 봤다⁠.

맨 뒤에 늙은 사람이 서 있었다⁠.

문주라고 했다⁠.

문주가 물었다⁠.

“⁠무엇을 찾으러 왔소⁠?⁠”

나는 말했다⁠.

“⁠작년에 제가 소리를 냈소⁠.⁠”

문주가 말했다⁠.

“⁠들었소⁠.⁠”

“⁠…⁠”

“⁠그 뒤로 우리 문하 여든셋 입에 그것이 있소⁠.⁠”

나는 이 자리에 섰다⁠.

문주가 말했다⁠.

“⁠찾으러 왔소⁠?⁠”

나는 말했다⁠.

“⁠…찾을 수 있소⁠?⁠”

문주가 말했다⁠.

“⁠이름을 대시오⁠.⁠”

나는 이름을 댔다⁠.

문주가 소리를 냈다⁠.

하나 · 둘 · 넷 · 넷⁠.

나는 이 소리를 들었다⁠.

들으니 몸이 받았다⁠.

몸이 받는 것을 나는 처음 느꼈다⁠.

우리는 못 받는다⁠. 우리 것은 나가면 안 돌아온다⁠.

나는 이 자리에 앉았다⁠.

문주가 물었다⁠.

“⁠…어떻소⁠.⁠”

나는 말했다⁠.

“⁠…들어왔소⁠.⁠”

문주가 말했다⁠.

“⁠그럼 됐소⁠.⁠”

나는 물었다⁠.

“⁠…왜 돌려주시오⁠.⁠”

문주가 말했다⁠.

“⁠우리 것이 아니오⁠.⁠”

나는 이 말에 고개를 들었다⁠.

문주가 말했다⁠.

“⁠백십 해 동안 우리는 받기만 했소⁠.⁠”

“⁠…⁠”

“⁠골짜기에 떠 있는 것 가운데 얼마가 구룡문 것인지 우리는 모르오⁠.⁠”

나는 물었다⁠.

“⁠…얼마나 됩니까⁠?⁠”

문주가 말했다⁠.

“⁠모르오⁠.⁠”

“⁠…⁠”

“⁠그런데 백십 해면 적지 않을 거요⁠.⁠”

나는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구룡문이 줄어든 까닭을 나는 줍는 자들 때문이라고 알았다⁠.

줍는 자들도 있지만 이 골짜기도 있었다⁠.

안 훔친 것이다⁠. 흘러온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같다⁠.

문주가 말했다⁠.

“⁠한 가지 청하겠소⁠.⁠”

나는 말했다⁠.

“⁠말씀하시오⁠.⁠”

문주가 말했다⁠.

“⁠구룡문 여덟을 우리한테 소리로 주시오⁠.⁠”

나는 물었다⁠.

“⁠…주면 어찌 되오⁠?⁠”

문주가 말했다⁠.

“⁠여든셋 입에 남소⁠.⁠”

“⁠…⁠”

“⁠그러면 그 여덟은 이제 안 없어지오⁠.⁠”

나는 물었다⁠.

“⁠그건 그쪽한테 좋은 일 아니오⁠?⁠”

문주가 말했다⁠.

“⁠좋소⁠.⁠”

“⁠…⁠”

“⁠그리고 그쪽한테도 좋소⁠.⁠”

나는 물었다⁠.

“⁠어째서요⁠.⁠”

문주가 말했다⁠.

“⁠구룡문이 열둘이라고 했소⁠.⁠”

“⁠…그렇소⁠.⁠”

“⁠열둘이 다 죽으면 여덟이 없어지오⁠.⁠”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문주가 말했다⁠.

“⁠여기 여든셋 입에 있으면 안 없어지오⁠.⁠”

나는 물었다⁠.

“⁠…그럼 우리 것이 여기 것이 되오⁠.⁠”

문주가 말했다⁠.

“⁠아니오⁠.⁠”

“⁠…⁠”

“⁠지고 있는 것이오⁠.⁠”

나는 이 말을 듣고 물었다⁠.

“⁠…그 열일곱짜리가 지금 어디 있는지 정말 모르십니까⁠?⁠”

구룡문 사람이 말했다⁠.

“⁠모르오⁠.⁠”

나는 말했다⁠.

“⁠찾으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이 사람이 나를 봤다⁠.

“⁠…찾아서 뭐 하오⁠?⁠”

나는 말했다⁠.

“⁠여기 소리가 있습니다⁠.⁠”

“⁠…⁠”

“⁠그 아이가 버린 셋이 어디 있는지는 모릅니다⁠. 그런데 구룡문 여덟은 여기 여든셋 입에 있습니다⁠.⁠”

이 사람이 이 자리에 섰다⁠.

나는 말했다⁠.

“⁠그 아이가 오면 여덟을 다 줄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이 물었다⁠.

“⁠…누이 얼굴도 주오⁠?⁠”

나는 대답을 못 했다⁠.

이 사람이 말했다⁠.

“⁠초식은 주는데 얼굴은 못 주오⁠.⁠”

“⁠…⁠”

“⁠그러면 그 아이한테는 반쪽이오⁠.⁠”

나는 한참 있다가 말했다⁠.

“⁠…반쪽이라도 주는 것이 낫습니다⁠.⁠”

이 사람이 물었다⁠.

“⁠…어째서요⁠?⁠”

나는 말했다⁠.

“⁠저도 어머니 얼굴을 모릅니다⁠.⁠”

이 사람이 나를 봤다⁠.

나는 말했다⁠.

“⁠여섯 해 동안 모릅니다⁠.⁠”

“⁠…⁠”

“⁠그런데 목소리는 압니다⁠. 손도 압니다⁠.⁠”

“⁠…⁠”

“⁠반쪽이 남아 있으면 사람이 삽니다⁠.⁠”

이 사람이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 아이한테 그 말을 해 주고 싶소⁠.⁠”

나는 말했다⁠.

“⁠찾으시면 데려오십시오⁠.⁠”

— 서하

구룡문 여덟을 받는 데 사흘이 걸렸다⁠.

하루에 셋씩 받았다⁠.

받는 법은 같다⁠. 그쪽이 소리를 세 번 내고 우리가 따라 한다⁠.

사흘째에 여덟이 다 여든셋 입에 들어왔다⁠.

구룡문 사람이 사흘 묵는 동안 밥을 먹었다⁠.

은금 할머니가 이 사람 그릇을 따로 폈다⁠.

문하 그릇보다 컸다⁠.

내가 이것을 물었다⁠.

“⁠할머니⁠, 왜 크게 푸십니까⁠?⁠”

할머니가 말했다⁠.

“⁠손님이잖냐⁠.⁠”

“⁠…⁠”

“⁠손님 밥은 크게 푸는 거다⁠.⁠”

구룡문 사람이 이 그릇을 받고 한참 봤다⁠.

“⁠…이거 나 혼자 먹으오⁠?⁠”

할머니가 말했다⁠.

“⁠혼자 먹어라⁠.⁠”

이 사람이 말했다⁠.

“⁠우리 문파에서는 문주도 이만큼 안 먹소⁠.⁠”

할머니가 주걱을 놓았다⁠.

“⁠…열둘이라고 했지⁠.⁠”

“⁠열둘이오⁠.⁠”

할머니가 말했다⁠.

“⁠열둘이면 한 솥이면 된다⁠.⁠”

“⁠…⁠”

“⁠한 솥이면 밥 짓는 사람이 하나면 되고⁠, 하나면 그 사람이 앓으면 열둘이 굶는다⁠.⁠”

이 사람이 이 자리에 섰다⁠.

할머니가 말했다⁠.

“⁠여기는 여든셋이라 세 솥이다⁠. 세 솥이면 사람이 셋 붙는다⁠.⁠”

“⁠…⁠”

“⁠하나가 앓아도 둘이 짓는다⁠.⁠”

이 사람이 물었다⁠.

“⁠…그게 문파하고 무슨 상관이오⁠?⁠”

할머니가 말했다⁠.

“⁠같은 이치다⁠.⁠”

“⁠…⁠”

“⁠외우는 것도 그렇지 않냐⁠?⁠”

이 사람이 이날 밤에 밥을 두 그릇 먹었다⁠.

먹고 나서 할머니한테 인사를 했다⁠.

할머니가 손을 저었다⁠.

“⁠인사는 무슨⁠.⁠”

“⁠…잘 먹었소⁠.⁠”

할머니가 말했다⁠.

“⁠또 와라⁠.⁠”

이 사람이 물었다⁠.

“⁠…와도 되오⁠?⁠”

할머니가 말했다⁠.

“⁠밥은 늘 있다⁠.⁠”

나는 이 말을 문간에서 들었다⁠.

열둘이 한 솥이고 여든셋이 세 솥이다⁠.

셈이 그렇다⁠.

그런데 셈만은 아니다⁠.

세 솥이 되려면 먼저 여든셋이 있어야 한다⁠.

여든셋이 되려면 이 앞에 열둘이 있었을 것이다⁠.

백십 해 전에 갈라져 나온 쪽이 몇이었는지 나는 모른다⁠.

문주께 여쭸더니 모른다고 하셨다⁠.

기록이 없다⁠. 우리는 적지 않는다⁠.

다만 하나는 안다⁠.

이때 나온 사람들도 열둘쯤이었을 것이다⁠.

이날 아침 외우는 소리가 달라졌다⁠.

스물넷에 여덟이 붙어 서른둘이다⁠.

백십 해 만에 서른둘이 한자리에서 났다⁠.

소리가 벽에 부딪쳐 돌아오는데 돌아오는 것이 두꺼웠다⁠.

노인이 이것을 듣고 말했다⁠.

“⁠…갈라진 것이 붙는 소리요⁠.⁠”

구룡문 사람이 이 소리를 들었다⁠.

듣다가 앉았다⁠.

앉아서 한참 있었다⁠.

그러고 말했다⁠.

“⁠…우리 문파에서는 이 소리가 안 나오⁠.⁠”

나는 물었다⁠.

“⁠왜 안 납니까⁠?⁠”

이 사람이 말했다⁠.

“⁠열둘이 다 따로 외우오⁠.⁠”

“⁠…⁠”

“⁠같이 외우는 법이 없소⁠.⁠”

나는 물었다⁠.

“⁠백십 해 전에는요⁠.⁠”

이 사람이 말했다⁠.

“⁠모르오⁠.⁠”

나는 문주께 여쭸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백십 해 전에는 같이 외웠다⁠.⁠”

“⁠…⁠”

“⁠갈라질 때 이쪽이 그 법도를 가져왔다⁠.⁠”

나는 물었다⁠.

“⁠저쪽은 안 가져갔습니까⁠?⁠”

문주가 말씀하셨다⁠.

“⁠안 가져갔다⁠.⁠”

“⁠…왜요⁠?⁠”

문주가 말씀하셨다⁠.

“⁠갈라진 까닭이 그것이다⁠.⁠”

나는 이 자리에 섰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백십 해 전에 구룡문이 물었다⁠. 왜 남의 것을 외우느냐고⁠.⁠”

“⁠…⁠”

“⁠외우는 것은 무겁다⁠. 제 것만 외우면 가볍다⁠.⁠”

“⁠…⁠”

“⁠가벼운 쪽이 남고 무거운 쪽이 나갔다⁠.⁠”

나는 물었다⁠.

“⁠나간 쪽이 우리입니까⁠?⁠”

문주가 말씀하셨다⁠.

“⁠그렇다⁠.⁠”

나는 물었다⁠.

“⁠그래서 어느 쪽이 맞았습니까⁠?⁠”

문주가 말씀하셨다⁠.

“⁠모른다⁠.⁠”

“⁠…⁠”

“⁠저쪽은 삼백에서 열둘이 됐고 이쪽은 백십 해 동안 여든셋이다⁠.⁠”

“⁠…⁠”

“⁠이쪽도 안 늘었다⁠.⁠”

나는 이 말을 들었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무거운 쪽이 안 줄었을 뿐이다⁠.⁠”

이날 밤에 구룡문 사람이 갔다⁠.

가면서 나한테 물었다⁠.

“⁠…젊은이⁠.⁠”

“⁠예⁠.⁠”

“⁠우리 열둘이 여기 오면 받아 주오⁠?⁠”

나는 대답을 못 했다⁠.

문주께 여쭸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받는다⁠.⁠”

나는 물었다⁠.

“⁠여든셋에 열둘이면 아흔다섯입니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그렇다⁠.⁠”

“⁠…⁠”

“⁠아흔다섯이 외우면 소리가 더 두꺼워진다⁠.⁠”

나는 물었다⁠.

“⁠문주님⁠, 그럼 백 해 뒤에 안개가 걷힙니까⁠?⁠”

문주가 대전 문을 보셨다⁠.

“⁠…나는 못 본다⁠.⁠”

“⁠…⁠”

“⁠너도 못 본다⁠.⁠”

나는 말했다⁠.

“⁠저 아이는 볼지도 모릅니다⁠.⁠”

문주가 열한 살짜리를 보셨다⁠.

아이가 맨 앞에서 외우고 있었다⁠.

맨 앞이라 안 들린다⁠.

아이가 그래도 크게 외우고 있었다⁠.

8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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