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219자) · 아흔다섯

한 초식을 더 외운다

망각검 · 구슬안

— 열한 살

연의 이름으로 나무를 세운 것은 정월 보름이다⁠.

위패는 위패 벽에 있고 나무는 맞은편 벽에 세웠다⁠.

같은 이름이 양쪽에 하나씩 있게 됐다⁠.

사흘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

나흘째 새벽에 소리가 났다⁠.

나무 갈라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위패 쪽에서 났다⁠.

가서 보니 「⁠연⁠」 위패가 또 갈라져 있었다⁠.

열한 번째다⁠.

노인이 이것을 보고 말했다⁠.

“⁠…이번에는 가로로 갈라졌소⁠.⁠”

위패는 세로로 갈라진다⁠.

이번에는 가로였다⁠.

서하 형이 맞은편 나무를 봤다⁠.

나무는 안 갈라져 있었다⁠.

형이 물었다⁠.

“⁠…어르신⁠, 이게 무슨 뜻입니까⁠?⁠”

노인이 말했다⁠.

“⁠모르오⁠.⁠”

줍는 어르신이 이 위패를 받아 무릎에 놨다⁠.

받으면서 몸이 떨렸다⁠.

“⁠…들어왔소⁠.⁠”

형이 물었다⁠.

“⁠…무엇이요⁠?⁠”

어르신이 제 몸을 짚었다⁠.

“⁠…하나 들어왔소⁠.⁠”

“⁠…무엇인지 아십니까⁠?⁠”

어르신이 박자를 냈다⁠.

하나 · 셋 · 하나 · 하나⁠.

칠 초식이다⁠.

형이 이 자리에 섰다⁠.

“⁠…어르신⁠, 그건 백서른둘에 있던 것입니다⁠.⁠”

어르신이 말했다⁠.

“⁠있었소⁠.⁠”

“⁠…아흐레 동안 다 내셨습니다⁠.⁠”

어르신이 말했다⁠.

“⁠냈소⁠.⁠”

“⁠…그런데 또 들어왔습니까⁠?⁠”

어르신이 고개를 들었다⁠.

“⁠…이번 것은 다르오⁠.⁠”

형이 물었다⁠.

“⁠어떻게 다릅니까⁠?⁠”

어르신이 말했다⁠.

“⁠…아오⁠.⁠”

“⁠…무엇을 아십니까⁠?⁠”

어르신이 말했다⁠.

“⁠형 것이오⁠.⁠”

대전이 조용해졌다⁠.

형이 물었다⁠.

“⁠…어떻게 아십니까⁠?⁠”

어르신이 말했다⁠.

“⁠백서른둘은 다 모르고 주운 것이오⁠.⁠”

“⁠…⁠”

“⁠이것은 이름을 세우고 받았소⁠.⁠”

“⁠…⁠”

“⁠이름으로 온 것은 누구 것인지 아오⁠.⁠”

어르신이 이 자리에 앉아서 한참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오십 해요⁠.⁠”

형이 말했다⁠.

“⁠찾으셨습니다⁠.⁠”

어르신이 말했다⁠.

“⁠찾은 것이 아니라 알게 된 것이오⁠.⁠”

“⁠…⁠”

“⁠백서른둘 가운데 형 것이 있었는지 지금도 모르오⁠.⁠”

“⁠…⁠”

“⁠다만 이것 하나는 아오⁠.⁠”

같은 해 봄에 위패 벽이 달라졌다⁠.

이백스물넷 위패 맞은편에 나무 이백스물넷이 섰다⁠.

죽은 사람 이름을 나무에도 세운 것이다⁠.

세우는 데 두 달이 걸렸다⁠.

내가 여든을 새겼다⁠.

새기면서 이름을 하나씩 소리 내어 읽었다⁠.

읽으라고 시킨 사람은 없다⁠.

그냥 읽혔다⁠.

두 달 동안 나무가 열아홉 갈라졌다⁠.

갈라질 때마다 누가 하나씩 받았다⁠.

받은 사람이 이것을 소리로 냈다⁠.

여든셋이 따라 했다⁠.

가을에 우리가 외우는 것이 서른둘에서 쉰하나가 됐다⁠.

스물넷도 아니고 서른둘도 아니다⁠.

없던 것이 나왔다⁠.

문주가 이것을 듣고 말씀하셨다⁠.

“⁠…이건 우리 것이 아니다⁠.⁠”

형이 물었다⁠.

“⁠누구 것입니까⁠?⁠”

문주가 말씀하셨다⁠.

“⁠모른다⁠.⁠”

“⁠…⁠”

“⁠이백 해 전 것일 수도 있다⁠.⁠”

형이 물었다⁠.

“⁠…망각검이 이백 해 전에도 있었습니까⁠?⁠”

문주가 말씀하셨다⁠.

“⁠구룡문이 삼백 해다⁠.⁠”

대전이 조용해졌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그 앞도 있었겠지⁠.⁠”

같은 해 겨울에 줍는 어르신이 갔다⁠.

가기 전에 나를 불렀다⁠.

“⁠…얘야⁠.⁠”

“⁠예⁠.⁠”

“⁠너 몇을 외우느냐⁠?⁠”

나는 셈을 했다⁠.

“⁠…쉰하나 다 외웁니다⁠.⁠”

어르신이 웃었다⁠.

“⁠…맨 앞에 서는데 어떻게 다 외우느냐⁠?⁠”

나는 말했다⁠.

“⁠맨 앞은 안 들려서 크게 합니다⁠.⁠”

“⁠…⁠”

“⁠크게 하면 제가 낸 것이 벽에 부딪쳐 돌아옵니다⁠.⁠”

“⁠…⁠”

“⁠돌아온 것을 또 듣습니다⁠.⁠”

어르신이 이 말에 한참 있었다⁠.

“⁠…그럼 너는 네 소리를 두 번 듣는구나⁠.⁠”

나는 말했다⁠.

“⁠예⁠.⁠”

어르신이 말했다⁠.

“⁠…그게 외우는 것이다⁠.⁠”

어르신이 이날 밤에 갔다⁠.

앉은 채로 갔다⁠.

우리가 위패를 새로 세웠다⁠.

세우면서 초식 번호를 안 적었다⁠.

적을 수가 없었다⁠. 백쉰넷을 다 적을 자리가 없다⁠.

대신 이름만 적었다⁠.

이름 아래에 한 줄을 적었다⁠.

「⁠여든셋이 나눠 졌다⁠.⁠」

봄에 구룡문 열둘이 올라왔다⁠.

아흔다섯이 됐다⁠.

첫날 아침에 아흔다섯이 대전에 섰다⁠.

문주가 맨 뒤에 서시고 내가 맨 앞에 섰다⁠.

외우기 시작했다⁠.

쉰하나에 여덟이 더해져 쉰아홉이다⁠.

소리가 벽에 부딪쳐 돌아왔다⁠.

돌아온 것이 전보다 두꺼웠다⁠.

나는 이것을 듣고 한 줄을 더 외웠다⁠.

쉰아홉이 예순이 됐다⁠.

무엇인지는 모른다⁠.

모르는 채로 외운다⁠.

— 서하

나는 같은 해 봄에 어머니 이름으로 나무를 하나 세웠다⁠.

어머니는 문하가 아니다⁠. 초식이 없다⁠.

초식이 없으면 받을 것이 없다⁠. 나무가 안 갈라진다⁠.

나도 이것을 안다⁠.

그래도 세웠다⁠.

세우는 데 하루가 걸렸다⁠. 이름 두 글자를 새기는 데 하루가 걸린 것이 아니라⁠, 새기기 전에 앉아 있는 데 하루가 걸렸다⁠.

이름은 안다⁠.

얼굴만 없다⁠.

나무를 세우고 나서 나는 사흘을 봤다⁠.

안 갈라졌다⁠.

이레를 봤다⁠.

안 갈라졌다⁠.

한 달을 봤다⁠.

안 갈라졌다⁠.

나는 이것을 알고 세웠는데⁠, 알고 세운 것과 한 달 보고 아는 것은 달랐다⁠.

한 달째 저녁에 은금 할머니가 대전에 들어왔다⁠.

밥때가 아닌데 들어왔다⁠.

할머니가 맞은편 벽 앞에 섰다⁠.

이름들을 봤다⁠.

“⁠…이게 무엇이냐⁠?⁠”

나는 말했다⁠.

“⁠산 이름을 세운 것입니다⁠.⁠”

할머니가 물었다⁠.

“⁠…이건 죽은 이름 아니냐⁠?⁠”

할머니가 어머니 이름을 짚었다⁠.

나는 말했다⁠.

“⁠…제 어머니입니다⁠.⁠”

할머니가 이 자리에 섰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아는 이름이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할머니가 말했다⁠.

“⁠초입까지 올라오던 사람이다⁠.⁠”

“⁠…⁠”

“⁠겨울에도 올라왔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할머니가 말했다⁠.

“⁠문하 어미는 안으로 못 들어온다⁠. 초입에서 만난다⁠.⁠”

“⁠…압니다⁠.⁠”

“⁠그런데 초입에 아무것도 없다⁠. 앉을 데도 없고 불도 없다⁠.⁠”

“⁠…⁠”

“⁠그래서 나는 사십 해 동안 초입에 물을 내다 놨다⁠.⁠”

나는 이 자리에 섰다⁠.

할머니가 말했다⁠.

“⁠물그릇을 놓고 오면 다음 날 비어 있다⁠.⁠”

“⁠…⁠”

“⁠누가 마셨는지는 모른다⁠. 얼굴은 다 안다⁠.⁠”

나는 물었다⁠.

“⁠…얼굴을요⁠?⁠”

할머니가 말했다⁠.

“⁠사십 해 동안 봤다⁠.⁠”

나는 이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할머니⁠.⁠”

“⁠…왜⁠?⁠”

나는 말했다⁠.

“⁠저희 어머니 얼굴을 말씀해 주십시오⁠.⁠”

할머니가 나를 봤다⁠.

“⁠…모르느냐⁠?⁠”

나는 말했다⁠.

“⁠여섯 해 동안 안 떠오릅니다⁠.⁠”

할머니가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말했다⁠.

“⁠…눈이 작았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할머니가 말했다⁠.

“⁠웃으면 안 보였다⁠.⁠”

“⁠…⁠”

“⁠왼쪽 눈썹 위에 흉이 있었다⁠. 어릴 때 데인 자리라고 했다⁠.⁠”

“⁠…⁠”

“⁠코가 낮고 턱이 좁았다⁠. 너하고 턱이 같다⁠.⁠”

나는 이 자리에 앉았다⁠.

할머니가 말했다⁠.

“⁠손이 거칠었다⁠. 물을 받을 때 그릇을 두 손으로 받았다⁠.⁠”

“⁠…⁠”

“⁠두 손으로 받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기억한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할머니가 말했다⁠.

“⁠마지막에 온 날은 눈이 왔다⁠.⁠”

“⁠…⁠”

“⁠그날은 물을 안 마셨다⁠. 급하다고 했다⁠.⁠”

“⁠…⁠”

“⁠아들이 오늘 무엇을 놓는다고⁠, 놓고 나면 힘들 테니 얼굴을 보고 가겠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할머니가 말했다⁠.

“⁠한나절 서 있다가 갔다⁠.⁠”

“⁠…⁠”

“⁠가면서 나한테 그러더라⁠. 못 봤다고 전하지 말아 달라고⁠.⁠”

나는 이날 밤에 방에 앉아서 떠올려 보려고 했다⁠.

눈이 작다⁠.

웃으면 안 보인다⁠.

왼쪽 눈썹 위에 흉이 있다⁠.

코가 낮고 턱이 좁다⁠.

하나씩은 다 안다⁠.

붙이면 얼굴이 안 된다⁠.

여섯 해 동안 안 떠오르던 것이 한 번에 떠오를 리 없다⁠.

나는 이것을 새벽까지 해 봤다⁠.

새벽에 그만뒀다⁠.

그만두고 종이를 꺼냈다⁠.

열셋에 적고 지운 이 종이다⁠.

나는 이 위에 아무것도 안 적었다⁠.

적으면 아무한테도 안 들린다⁠.

대신 이튿날 아침에 대전에 나갔다⁠.

여든셋이 섰다⁠. 문주가 맨 뒤에 서시고 열한 살짜리가 맨 앞에 섰다⁠.

나는 가운데로 나갔다⁠.

“⁠…한 가지 내겠습니다⁠.⁠”

대사형이 물었다⁠.

“⁠…초식이냐⁠?⁠”

나는 말했다⁠.

“⁠아닙니다⁠.⁠”

대전이 조용해졌다⁠.

백십 해 동안 대전에서 낸 것은 초식뿐이다⁠.

나는 말했다⁠.

“⁠얼굴입니다⁠.⁠”

아무도 아무 말도 안 했다⁠.

나는 소리로 냈다⁠.

“⁠눈이 작다⁠. 웃으면 안 보인다⁠. 왼쪽 눈썹 위에 흉이 있다⁠. 코가 낮고 턱이 좁다⁠. 손이 거칠다⁠. 그릇을 두 손으로 받는다⁠.⁠”

한 번 냈다⁠.

여든둘이 아무 말도 안 했다⁠.

나는 한 번 더 냈다⁠.

두 번째에 열한 살짜리가 따라 했다⁠.

세 번째에 여든둘이 따라 했다⁠.

세 번 했다⁠.

소리가 벽에 부딪쳐 돌아왔다⁠.

돌아온 것을 나는 들었다⁠.

내 어머니 얼굴이 여든둘의 입에서 돌아왔다⁠.

나는 이 자리에 서서 이것을 들었다⁠.

얼굴은 여전히 안 떠올랐다⁠.

그런데 이제 나 혼자 안 가지고 있다⁠.

내가 잊어도 여든둘이 가지고 있다⁠.

내가 죽어도 여든둘 가운데 누가 가지고 있다⁠.

그러면 안 없어진다⁠.

문주가 맨 뒤에서 물으셨다⁠.

“⁠…서하야⁠.⁠”

“⁠예⁠.⁠”

“⁠그것을 우리가 지고 있어도 되겠느냐⁠?⁠”

나는 말했다⁠.

“⁠지고 계셔 주십시오⁠.⁠”

문주가 말씀하셨다⁠.

“⁠무겁다⁠.⁠”

나는 말했다⁠.

“⁠압니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그래도 지겠다⁠.⁠”

이날부터 아침에 외우는 것에 이것이 들어갔다⁠.

초식 예순에 얼굴 하나다⁠.

무슨 소린지 모르고 따라 하는 아이들이 많다⁠.

열한 살짜리가 이것을 나한테 물었다⁠.

“⁠형⁠, 이건 초식이 아닌데 왜 외웁니까⁠?⁠”

나는 말했다⁠.

“⁠…초식만 외우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

아이가 말했다⁠.

“⁠없습니다⁠.⁠”

“⁠…⁠”

“⁠그럼 저도 하나 내도 됩니까⁠?⁠”

나는 물었다⁠.

“⁠무엇을 내려느냐⁠?⁠”

아이가 말했다⁠.

“⁠저희 아버지 목소리요⁠.⁠”

나는 이 자리에 섰다⁠.

아이가 말했다⁠.

“⁠저는 얼굴은 아는데 목소리를 잊었습니다⁠.⁠”

“⁠…⁠”

“⁠잊은 것은 못 내지 않습니까⁠?⁠”

나는 말했다⁠.

“⁠못 낸다⁠.⁠”

아이가 말했다⁠.

“⁠그럼 잊기 전에 내겠습니다⁠.⁠”

아이가 이튿날 아침에 냈다⁠.

낸 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말이었다⁠.

아버지가 늘 하던 말 한마디다⁠.

“⁠밥 먹고 해라⁠.⁠”

여든둘이 이것을 따라 했다⁠.

대전에서 여든둘이 “⁠밥 먹고 해라⁠”를 세 번 외쳤다⁠.

부엌에서 은금 할머니가 이 소리를 듣고 나왔다⁠.

나와서 물었다⁠.

“⁠…밥 달라는 소리냐⁠?⁠”

아무도 대답을 못 했다⁠.

할머니가 주걱을 들고 도로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말했다⁠.

“⁠…아직 안 됐다⁠.⁠”

여든셋이 웃었다⁠.

백십 해 동안 대전에서 웃음소리가 난 것은 이날이 처음이라고 노인이 말했다⁠.

나는 이것도 외울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작가를 구독하면 다음 화가 올라올 때 알려 드립니다.

10화는 어땠나요?

댓글 0

로그인하면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 보세요.

한 초식을 더 외운다 · 망각검 · 나오늘 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