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213자) · 아흔다섯

한 초식을 더 외운다

망각검 · 한도윤

— 열한 살

연의 이름으로 나무를 세운 것은 정월 보름이다.

위패는 위패 벽에 있고 나무는 맞은편 벽에 세웠다.

같은 이름이 양쪽에 하나씩 있게 됐다.

사흘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

나흘째 새벽에 소리가 났다.

나무 갈라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위패 쪽에서 났다.

가서 보니 「연」 위패가 또 갈라져 있었다.

열한 번째다.

노인이 그것을 보고 말했다.

“…이번에는 가로로 갈라졌소.”

위패는 세로로 갈라진다.

이번에는 가로였다.

서하 형이 맞은편 나무를 봤다.

나무는 안 갈라져 있었다.

형이 물었다.

“…어르신, 이게 무슨 뜻입니까?”

노인이 말했다.

“모르오.”

줍는 어르신이 그 위패를 받아 무릎에 놨다.

받으면서 몸이 떨렸다.

“…들어왔소.”

형이 물었다.

“…무엇이요?”

어르신이 제 몸을 짚었다.

“…하나 들어왔소.”

“…무엇인지 아십니까?”

어르신이 박자를 냈다.

하나 · 셋 · 하나 · 하나.

칠 초식이다.

형이 그 자리에 섰다.

“…어르신, 그건 백서른둘에 있던 것입니다.”

어르신이 말했다.

“있었소.”

“…아흐레 동안 다 내셨습니다.”

어르신이 말했다.

“냈소.”

“…그런데 또 들어왔습니까?”

어르신이 고개를 들었다.

“…이번 것은 다르오.”

형이 물었다.

“어떻게 다릅니까?”

어르신이 말했다.

“…아오.”

“…무엇을 아십니까?”

어르신이 말했다.

“형 것이오.”

대전이 조용해졌다.

형이 물었다.

“…어떻게 아십니까?”

어르신이 말했다.

“백서른둘은 다 모르고 주운 것이오.”

“…”

“이것은 이름을 세우고 받았소.”

“…”

“이름으로 온 것은 누구 것인지 아오.”

어르신이 그 자리에 앉아서 한참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오십 해요.”

형이 말했다.

“찾으셨습니다.”

어르신이 말했다.

“찾은 것이 아니라 알게 된 것이오.”

“…”

“백서른둘 가운데 형 것이 있었는지 지금도 모르오.”

“…”

“다만 이것 하나는 아오.”

그해 봄에 위패 벽이 달라졌다.

이백스물넷 위패 맞은편에 나무 이백스물넷이 섰다.

죽은 사람 이름을 나무에도 세운 것이다.

세우는 데 두 달이 걸렸다.

내가 여든을 새겼다.

새기면서 이름을 하나씩 소리 내어 읽었다.

읽으라고 시킨 사람은 없다.

그냥 읽혔다.

두 달 동안 나무가 열아홉 갈라졌다.

갈라질 때마다 누가 하나씩 받았다.

받은 사람이 그것을 소리로 냈다.

여든셋이 따라 했다.

가을에 우리가 외우는 것이 서른둘에서 쉰하나가 됐다.

스물넷도 아니고 서른둘도 아니다.

없던 것이 나왔다.

문주가 그것을 듣고 말씀하셨다.

“…이건 우리 것이 아니다.”

형이 물었다.

“누구 것입니까?”

문주가 말씀하셨다.

“모른다.”

“…”

“이백 해 전 것일 수도 있다.”

형이 물었다.

“…망각검이 이백 해 전에도 있었습니까?”

문주가 말씀하셨다.

“구룡문이 삼백 해다.”

대전이 조용해졌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그 앞도 있었겠지.”

그해 겨울에 줍는 어르신이 갔다.

가기 전에 나를 불렀다.

“…얘야.”

“예.”

“너 몇을 외우느냐?”

나는 셈을 했다.

“…쉰하나 다 외웁니다.”

어르신이 웃었다.

“…맨 앞에 서는데 어떻게 다 외우느냐?”

나는 말했다.

“맨 앞은 안 들려서 크게 합니다.”

“…”

“크게 하면 제가 낸 것이 벽에 부딪쳐 돌아옵니다.”

“…”

“돌아온 것을 또 듣습니다.”

어르신이 그 말에 한참 있었다.

“…그럼 너는 네 소리를 두 번 듣는구나.”

나는 말했다.

“예.”

어르신이 말했다.

“…그게 외우는 것이다.”

어르신이 그날 밤에 갔다.

앉은 채로 갔다.

우리가 위패를 새로 세웠다.

세우면서 초식 번호를 안 적었다.

적을 수가 없었다. 백쉰넷을 다 적을 자리가 없다.

대신 이름만 적었다.

이름 아래에 한 줄을 적었다.

「여든셋이 나눠 졌다.」

봄에 구룡문 열둘이 올라왔다.

아흔다섯이 됐다.

첫날 아침에 아흔다섯이 대전에 섰다.

문주가 맨 뒤에 서시고 내가 맨 앞에 섰다.

외우기 시작했다.

쉰하나에 여덟이 더해져 쉰아홉이다.

소리가 벽에 부딪쳐 돌아왔다.

돌아온 것이 전보다 두꺼웠다.

나는 그것을 듣고 한 줄을 더 외웠다.

쉰아홉이 예순이 됐다.

무엇인지는 모른다.

모르는 채로 외운다.

— 서하

나는 그해 봄에 어머니 이름으로 나무를 하나 세웠다.

어머니는 문하가 아니다. 초식이 없다.

초식이 없으면 받을 것이 없다. 나무가 안 갈라진다.

나도 그것을 안다.

그래도 세웠다.

세우는 데 하루가 걸렸다. 이름 두 글자를 새기는 데 하루가 걸린 것이 아니라, 새기기 전에 앉아 있는 데 하루가 걸렸다.

이름은 안다.

얼굴만 없다.

나무를 세우고 나서 나는 사흘을 봤다.

안 갈라졌다.

이레를 봤다.

안 갈라졌다.

한 달을 봤다.

안 갈라졌다.

나는 그것을 알고 세웠는데, 알고 세운 것과 한 달 보고 아는 것은 달랐다.

한 달째 저녁에 은금 할머니가 대전에 들어왔다.

밥때가 아닌데 들어왔다.

할머니가 맞은편 벽 앞에 섰다.

이름들을 봤다.

“…이게 무엇이냐?”

나는 말했다.

“산 이름을 세운 것입니다.”

할머니가 물었다.

“…이건 죽은 이름 아니냐?”

할머니가 어머니 이름을 짚었다.

나는 말했다.

“…제 어머니입니다.”

할머니가 그 자리에 섰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아는 이름이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할머니가 말했다.

“초입까지 올라오던 사람이다.”

“…”

“겨울에도 올라왔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할머니가 말했다.

“문하 어미는 안으로 못 들어온다. 초입에서 만난다.”

“…압니다.”

“그런데 초입에 아무것도 없다. 앉을 데도 없고 불도 없다.”

“…”

“그래서 나는 사십 해 동안 초입에 물을 내다 놨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할머니가 말했다.

“물그릇을 놓고 오면 다음 날 비어 있다.”

“…”

“누가 마셨는지는 모른다. 얼굴은 다 안다.”

나는 물었다.

“…얼굴을요?”

할머니가 말했다.

“사십 해 동안 봤다.”

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할머니.”

“…왜?”

나는 말했다.

“저희 어머니 얼굴을 말씀해 주십시오.”

할머니가 나를 봤다.

“…모르느냐?”

나는 말했다.

“여섯 해 동안 안 떠오릅니다.”

할머니가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말했다.

“…눈이 작았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할머니가 말했다.

“웃으면 안 보였다.”

“…”

“왼쪽 눈썹 위에 흉이 있었다. 어릴 때 데인 자리라고 했다.”

“…”

“코가 낮고 턱이 좁았다. 너하고 턱이 같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할머니가 말했다.

“손이 거칠었다. 물을 받을 때 그릇을 두 손으로 받았다.”

“…”

“두 손으로 받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기억한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할머니가 말했다.

“마지막에 온 날은 눈이 왔다.”

“…”

“그날은 물을 안 마셨다. 급하다고 했다.”

“…”

“아들이 오늘 무엇을 놓는다고, 놓고 나면 힘들 테니 얼굴을 보고 가겠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할머니가 말했다.

“한나절 서 있다가 갔다.”

“…”

“가면서 나한테 그러더라. 못 봤다고 전하지 말아 달라고.”

나는 그날 밤에 방에 앉아서 떠올려 보려고 했다.

눈이 작다.

웃으면 안 보인다.

왼쪽 눈썹 위에 흉이 있다.

코가 낮고 턱이 좁다.

하나씩은 다 안다.

붙이면 얼굴이 안 된다.

여섯 해 동안 안 떠오르던 것이 한 번에 떠오를 리 없다.

나는 그것을 새벽까지 해 봤다.

새벽에 그만뒀다.

그만두고 종이를 꺼냈다.

열셋에 적고 지운 그 종이다.

나는 그 위에 아무것도 안 적었다.

적으면 아무한테도 안 들린다.

대신 이튿날 아침에 대전에 나갔다.

여든셋이 섰다. 문주가 맨 뒤에 서시고 열한 살짜리가 맨 앞에 섰다.

나는 가운데로 나갔다.

“…한 가지 내겠습니다.”

대사형이 물었다.

“…초식이냐?”

나는 말했다.

“아닙니다.”

대전이 조용해졌다.

백십 해 동안 대전에서 낸 것은 초식뿐이다.

나는 말했다.

“얼굴입니다.”

아무도 아무 말도 안 했다.

나는 소리로 냈다.

“눈이 작다. 웃으면 안 보인다. 왼쪽 눈썹 위에 흉이 있다. 코가 낮고 턱이 좁다. 손이 거칠다. 그릇을 두 손으로 받는다.”

한 번 냈다.

여든둘이 아무 말도 안 했다.

나는 한 번 더 냈다.

두 번째에 열한 살짜리가 따라 했다.

세 번째에 여든둘이 따라 했다.

세 번 했다.

소리가 벽에 부딪쳐 돌아왔다.

돌아온 것을 나는 들었다.

내 어머니 얼굴이 여든둘의 입에서 돌아왔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그것을 들었다.

얼굴은 여전히 안 떠올랐다.

그런데 이제 나 혼자 안 가지고 있다.

내가 잊어도 여든둘이 가지고 있다.

내가 죽어도 여든둘 가운데 누가 가지고 있다.

그러면 안 없어진다.

문주가 맨 뒤에서 물으셨다.

“…서하야.”

“예.”

“그것을 우리가 지고 있어도 되겠느냐?”

나는 말했다.

“지고 계셔 주십시오.”

문주가 말씀하셨다.

“무겁다.”

나는 말했다.

“압니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그래도 지겠다.”

그날부터 아침에 외우는 것에 그것이 들어갔다.

초식 예순에 얼굴 하나다.

무슨 소린지 모르고 따라 하는 아이들이 많다.

열한 살짜리가 그것을 나한테 물었다.

“형, 이건 초식이 아닌데 왜 외웁니까?”

나는 말했다.

“…초식만 외우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

아이가 말했다.

“없습니다.”

“…”

“그럼 저도 하나 내도 됩니까?”

나는 물었다.

“무엇을 내려느냐?”

아이가 말했다.

“저희 아버지 목소리요.”

나는 그 자리에 섰다.

아이가 말했다.

“저는 얼굴은 아는데 목소리를 잊었습니다.”

“…”

“잊은 것은 못 내지 않습니까?”

나는 말했다.

“못 낸다.”

아이가 말했다.

“그럼 잊기 전에 내겠습니다.”

아이가 이튿날 아침에 냈다.

낸 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말이었다.

아버지가 늘 하던 말 한마디다.

“밥 먹고 해라.”

여든둘이 그것을 따라 했다.

대전에서 여든둘이 “밥 먹고 해라”를 세 번 외쳤다.

부엌에서 은금 할머니가 그 소리를 듣고 나왔다.

나와서 물었다.

“…밥 달라는 소리냐?”

아무도 대답을 못 했다.

할머니가 주걱을 들고 도로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말했다.

“…아직 안 됐다.”

여든셋이 웃었다.

백십 해 동안 대전에서 웃음소리가 난 것은 그날이 처음이라고 노인이 말했다.

나는 그것도 외울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작가를 구독하면 다음 화가 올라올 때 알려 드립니다.

10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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