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193자) · 열한 살

자리를 바꾼다

망각검 · 구슬안

— 열한 살

형들이 나를 한 달 동안 봤다⁠.

보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나는 맨 뒤가 아니라 가운데에 서 봤다⁠.

가운데에 서니 앞소리가 덜 들렸다⁠.

덜 들으니 같은 달에 외운 것이 둘이었다⁠.

맨 뒤에 서면 한 달에 여섯쯤 는다⁠.

나는 이것을 서하 형한테 말했다⁠.

“⁠형⁠, 자리에 따라 다릅니다⁠.⁠”

형이 물었다⁠.

“⁠어떻게 다르냐⁠?⁠”

“⁠맨 뒤가 제일 많이 들립니다⁠.⁠”

형이 물었다⁠.

“⁠그럼 맨 뒤에 여럿이 서면 되겠구나⁠.⁠”

나는 말했다⁠.

“⁠맨 뒤는 한 사람만 섭니다⁠.⁠”

“⁠…왜⁠?⁠”

“⁠대전 뒤가 좁습니다⁠.⁠”

형이 대전을 봤다⁠.

대전은 앞이 넓고 뒤가 좁다⁠. 문이 뒤에 있어서 그렇다⁠.

형이 말했다⁠.

“⁠…앞뒤를 바꾸면 되지 않겠느냐⁠?⁠”

나는 이 말을 못 알아들었다⁠.

형이 말했다⁠.

“⁠문주께서 앞에 서시고 우리가 뒤를 보고 선다⁠. 그걸 반대로 하면 된다⁠.⁠”

“⁠…그러면 문주님이 뒤에 서십니다⁠.⁠”

형이 말했다⁠.

“⁠그러면 문주께서 제일 많이 들으시겠구나⁠.⁠”

나는 물었다⁠.

“⁠그게 좋습니까⁠?⁠”

형이 한참 있다가 말했다⁠.

“⁠…모르겠다⁠.⁠”

이튿날 형이 문주께 이것을 여쭸다⁠.

문주가 대전을 한참 보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백십 해 동안 나는 앞에 섰다⁠.⁠”

“⁠…⁠”

“⁠앞에 서면 제 소리만 들린다⁠.⁠”

형이 물었다⁠.

“⁠문주님은 몇을 외우십니까⁠?⁠”

문주가 말씀하셨다⁠.

“⁠셋이다⁠.⁠”

대전이 조용해졌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내 것 셋이다⁠. 남의 것은 없다⁠.⁠”

형이 물었다⁠.

“⁠…백십 해 동안요⁠.⁠”

문주가 말씀하셨다⁠.

“⁠사십 해다⁠. 내가 문주가 된 것이 사십 해 전이다⁠.⁠”

“⁠…⁠”

“⁠사십 해 동안 앞에 서서 내 것만 외웠다⁠.⁠”

형이 이 자리에 앉았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아무도 못 지켰다⁠.⁠”

“⁠…⁠”

“⁠나간 마흔둘 것은 뒤에 선 사람들 입에 있다⁠.⁠”

문주가 일어서셨다⁠.

“⁠자리를 바꾸겠다⁠.⁠”

같은 달부터 대전이 뒤집혔다⁠.

문주가 문 앞에 서시고 여든둘이 안쪽을 보고 섰다⁠.

나는 맨 앞이 됐다⁠.

맨 앞이 되니 안 들린다⁠.

한 달에 하나도 안 늘었다⁠.

문주는 한 달에 열둘이 느셨다⁠.

문주가 뒤에 서신 첫 달에 나는 한 가지를 봤다⁠.

문주가 외우실 때 입이 크다⁠.

여든둘 가운데 제일 크다⁠.

나는 이것이 이상했다⁠.

맨 뒤에 서면 앞소리가 다 들어오니 제 소리를 작게 내도 된다⁠.

크게 내면 제 소리에 남의 소리가 묻힌다⁠.

나는 이것을 서하 형한테 말했다⁠.

형이 문주께 여쭀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사십 해 동안 앞에 서서 크게 냈다⁠.⁠”

“⁠…⁠”

“⁠크게 내는 것이 몸에 붙었다⁠.⁠”

형이 여쭀다⁠.

“⁠작게 내시면 더 들으십니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알고 있다⁠.⁠”

“⁠…⁠”

“⁠그런데 작게 내면 안 내는 것 같다⁠.⁠”

형이 아무 말도 못 했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사십 해 동안 나는 크게 내는 것으로 문주 노릇을 했다⁠.⁠”

“⁠…⁠”

“⁠작게 내면 내가 여기 있는 줄 아무도 모를 것 같다⁠.⁠”

형이 말했다⁠.

“⁠압니다⁠.⁠”

문주가 물으셨다⁠.

“⁠…어떻게 아느냐⁠?⁠”

형이 말했다⁠.

“⁠맨 앞에 선 아이가 맨 뒤를 봅니다⁠.⁠”

이 말이 맞다⁠.

나는 맨 앞에 서서 날마다 맨 뒤를 본다⁠.

문주가 계신지 안 계신지는 입 모양으로 안다⁠.

나는 이것이 서운했다⁠.

자리를 바꾸고 나서 달라진 것이 하나 더 있다⁠.

앞에 선 사람이 뒤를 안 본다⁠.

전에는 다들 앞사람 등을 보고 외웠다⁠.

지금은 맨 앞이 문 쪽을 보고⁠, 나머지가 안쪽을 본다⁠.

그러니 서로 얼굴을 본다⁠.

얼굴을 보고 외우면 입 모양이 보인다⁠.

입 모양이 보이면 소리가 안 들려도 안다⁠.

나는 이것을 두 달 만에 알았다⁠.

귀로 못 들은 것을 눈으로 받은 것이다⁠.

이것을 서하 형한테 말했다⁠.

형이 물었다⁠.

“⁠…눈으로도 되느냐⁠?⁠”

나는 말했다⁠.

“⁠됩니다⁠.⁠”

형이 물었다⁠.

“⁠그럼 귀가 안 들리는 사람도 되겠구나⁠.⁠”

나는 이 자리에 섰다⁠.

본산에 귀가 어두운 사람이 하나 있다⁠.

일흔이 넘었다⁠. 사십 해 전에 들어왔다⁠.

이 사람은 대전에 안 나온다⁠. 안 들리니까 소용이 없다고 했다⁠.

형이 이 사람을 데려왔다⁠.

앞에 세웠다⁠.

이 사람이 여든둘의 입을 봤다⁠.

보고 나서 따라 했다⁠.

한 달 만에 셋을 외웠다⁠.

사십 해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이 사람이 형한테 물었다⁠.

“⁠…내가 이걸 왜 사십 해 동안 못 했소⁠?⁠”

형이 말했다⁠.

“⁠아무도 앞을 안 봤습니다⁠.⁠”

서운한 것을 형한테 말했다⁠.

형이 웃었다⁠.

“⁠너 그거 서운하냐⁠?⁠”

“⁠…예⁠.⁠”

형이 물었다⁠.

“⁠왜 서운하냐⁠?⁠”

나는 말했다⁠.

“⁠제가 제일 많이 외웠는데 이제 아닙니다⁠.⁠”

형이 말했다⁠.

“⁠외우는 것은 네 것이 아니다⁠.⁠”

“⁠…⁠”

“⁠남의 것을 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물었다⁠.

“⁠…그럼 많이 지면 손해입니까⁠?⁠”

형이 말했다⁠.

“⁠손해다⁠.⁠”

“⁠…⁠”

“⁠그런데 지는 사람이 없으면 다 잃는다⁠.⁠”

나는 이 말을 오래 생각했다⁠.

이 봄에 은금 할머니가 넘어졌다⁠.

부엌 문턱에서 넘어졌다⁠.

사십 해 넘나든 문턱이다⁠.

일어서는 데 사람 둘이 붙었다⁠.

일어서고 나서 할머니가 주걱을 찾았다⁠.

“⁠…주걱 어디 갔냐⁠?⁠”

문하 하나가 주걱을 집어 줬다⁠.

할머니가 이것을 받아 들고 솥으로 갔다⁠.

밥을 폈다⁠.

이날 밥이 조금 설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여든셋이 다 먹었다⁠.

이날 저녁에 서하 형이 부엌에 갔다⁠.

나도 따라갔다⁠.

형이 물었다⁠.

“⁠할머니⁠, 어디 다치셨습니까⁠?⁠”

할머니가 말했다⁠.

“⁠안 다쳤다⁠.⁠”

“⁠…⁠”

“⁠다리가 문턱을 잊었다⁠.⁠”

형이 이 자리에 섰다⁠.

할머니가 말했다⁠.

“⁠사십 해 넘던 문턱인데 오늘 높이를 틀렸다⁠.⁠”

형이 물었다⁠.

“⁠…처음이십니까⁠?⁠”

할머니가 말했다⁠.

“⁠처음이다⁠.⁠”

할머니가 솥을 닦았다⁠.

“⁠이런 건 한 번 틀리면 계속 틀린다⁠.⁠”

형이 물었다⁠.

“⁠…어떻게 아십니까⁠?⁠”

할머니가 말했다⁠.

“⁠사십 해 동안 넘어지는 사람을 봤다⁠.⁠”

“⁠…⁠”

“⁠처음 넘어진 다음에 한 해쯤 있다가 다시 넘어지고⁠, 그다음은 빠르다⁠.⁠”

형이 아무 말도 안 했다⁠.

할머니가 말했다⁠.

“⁠나는 그걸 세었다⁠.⁠”

“⁠…⁠”

“⁠여든넷을 세었다⁠.⁠”

형이 물었다⁠.

“⁠…여든넷이요⁠.⁠”

할머니가 말했다⁠.

“⁠사십 해 동안 여기서 늙어 죽은 사람이 여든넷이다⁠.⁠”

“⁠…⁠”

“⁠여든넷이 다 문턱에서 시작했다⁠.⁠”

봄에 나간 사람이 하나 돌아왔다⁠.

여섯 해 만이라고 했다⁠.

돌아와서 대전에 섰다⁠.

“⁠…제 것을 찾겠습니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이름을 대라⁠.⁠”

이 사람이 이름을 댔다⁠.

문주가 소리를 냈다⁠.

셋을 냈다⁠.

이 사람이 제 몸을 짚었다⁠.

“⁠…들어왔습니다⁠.⁠”

셋을 다 찾았다⁠.

여섯 해 만에 셋을 다 찾은 것은 오랜만이라고 했다⁠.

찾고 나서 이 사람이 물었다⁠.

“⁠…누가 지고 계셨습니까⁠?⁠”

문주가 말씀하셨다⁠.

“⁠내가 졌다⁠.⁠”

이 사람이 절했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절할 것 없다⁠.⁠”

“⁠…⁠”

“⁠한 달 전까지 나는 아무것도 안 지고 있었다⁠.⁠”

— 사형

나는 이 봄에 하나를 찾았다⁠.

열두 해 전에 잃은 것이다⁠.

찾은 것이 아니라 들어온 것이다⁠.

산 이름 나무가 갈라졌고 몸의 박자가 맞았다⁠.

맞고 나서 나는 이것이 무엇인지 해 봤다⁠.

하나 · 넷 · 둘 · 하나⁠.

해 보니 손이 기억했다⁠.

기억하는 것이 이상했다⁠. 나는 이것을 잊었다⁠.

잊었는데 손이 안 잊었다⁠.

나는 이것을 노인한테 말했다⁠.

노인이 말했다⁠.

“⁠몸에 있던 것은 자국이 남소⁠.⁠”

“⁠…⁠”

“⁠입에 있던 것은 안 남소⁠.⁠”

나는 물었다⁠.

“⁠그럼 제가 열두 해 전에 잃은 것이 이것입니까⁠?⁠”

노인이 말했다⁠.

“⁠모르오⁠.⁠”

“⁠…⁠”

“⁠손이 기억한다면 그럴 것이오⁠.⁠”

나는 이날 대전에서 이것을 소리로 냈다⁠.

여든둘이 따라 했다⁠.

세 번 했다⁠.

내고 나서 나는 이것을 몸에서 놓지 않았다⁠.

놓을 까닭이 없다⁠.

다만 여든둘 입에 이것이 남았다⁠.

이제 내가 잃어도 여든둘이 가지고 있다⁠.

서하가 이것을 보고 말했다⁠.

“⁠사형⁠, 그거 좋은 법입니다⁠.⁠”

나는 물었다⁠.

“⁠무엇이 좋으냐⁠?⁠”

서하가 말했다⁠.

“⁠나가지 않는 사람도 맡기면 됩니다⁠.⁠”

나는 이 말에 붓을 놓았다⁠.

백십 해 동안 맡기는 것은 나가는 사람만 했다⁠.

안 나가는 사람이 맡길 까닭이 없었다⁠.

서하가 말했다⁠.

“⁠맡겨 두면 잃어도 찾습니다⁠.⁠”

나는 물었다⁠.

“⁠잃을 일이 없지 않느냐⁠?⁠”

서하가 말했다⁠.

“⁠버릴 때 잃습니다⁠.⁠”

나는 이 자리에 앉았다⁠.

버리는 것은 새것을 얻으려고 하는 일이다⁠.

버리기 전에 맡겨 두면 버린 것을 나중에 찾을 수 있다⁠.

그러면 버리는 것이 잃는 것이 아니다⁠.

잠깐 놓는 것이 된다⁠.

서하가 말했다⁠.

“⁠사형⁠, 이게 되면 스물넷을 다 가질 수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한 번에 셋이다⁠.⁠”

서하가 말했다⁠.

“⁠한 번에 셋이지만 스물하나를 맡겨 두면 됩니다⁠.⁠”

“⁠…⁠”

“⁠필요할 때 찾고 다시 맡기면 됩니다⁠.⁠”

나는 물었다⁠.

“⁠그러면 어긋나지 않느냐⁠?⁠”

서하가 말했다⁠.

“⁠찾을 때마다 어긋나고 맡길 때마다 어긋납니다⁠.⁠”

“⁠…⁠”

“⁠그러니 자주 하면 안 됩니다⁠.⁠”

나는 물었다⁠.

“⁠얼마나 할 수 있느냐⁠?⁠”

서하가 말했다⁠.

“⁠해 봐야 압니다⁠.⁠”

나는 같은 해 여름에 해 봤다⁠.

한 달에 한 번씩 바꿔 봤다⁠.

넉 달 하고 그만뒀다⁠.

넉 달째에 걷는 것이 힘들었다⁠.

한 달에 한 번은 너무 잦다⁠.

계절에 한 번이면 되겠다고 나는 적어 두지 않고 외웠다⁠.

형이 이날 밤에 할머니한테 물었다⁠.

“⁠할머니⁠,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물어라⁠.⁠”

“⁠입에 있는 것을 내놓으실 수 있습니까⁠?⁠”

할머니가 주걱을 놓았다⁠.

“⁠…무슨 말이냐⁠?⁠”

형이 말했다⁠.

“⁠사십 해 들으신 것이 입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있다⁠.⁠”

“⁠…그것을 소리로 내시면 저희가 받습니다⁠.⁠”

할머니가 한참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물었다⁠.

“⁠…내가 죽으면 그게 같이 가느냐⁠?⁠”

형이 말했다⁠.

“⁠갑니다⁠.⁠”

할머니가 솥뚜껑을 덮었다⁠.

“⁠…그럼 내야지⁠.⁠”

형이 물었다⁠.

“⁠…내시겠습니까⁠?⁠”

할머니가 말했다⁠.

“⁠밥을 사십 해 폈는데 그건 다 먹었지 않느냐⁠?⁠”

“⁠…⁠”

“⁠이것도 먹어라⁠.⁠”

형이 이 자리에 앉았다⁠.

할머니가 말했다⁠.

“⁠다만 하나 있다⁠.⁠”

“⁠…말씀하십시오⁠.⁠”

할머니가 말했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

“⁠…⁠”

“⁠무슨 소린지 모르고 사십 해 들었다⁠.⁠”

형이 말했다⁠.

“⁠모르셔도 됩니다⁠.⁠”

“⁠…⁠”

“⁠내시면 저희가 압니다⁠.⁠”

할머니가 웃었다⁠.

“⁠…사십 해 만에 내가 뭘 가지고 있었는지 알겠구나⁠.⁠”

7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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