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187자) · 열한 살

자리를 바꾼다

망각검 · 한도윤

— 열한 살

형들이 나를 한 달 동안 봤다.

보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나는 맨 뒤가 아니라 가운데에 서 봤다.

가운데에 서니 앞소리가 덜 들렸다.

덜 들으니 그달에 외운 것이 둘이었다.

맨 뒤에 서면 한 달에 여섯쯤 는다.

나는 그것을 서하 형한테 말했다.

“형, 자리에 따라 다릅니다.”

형이 물었다.

“어떻게 다르냐?”

“맨 뒤가 제일 많이 들립니다.”

형이 물었다.

“그럼 맨 뒤에 여럿이 서면 되겠구나.”

나는 말했다.

“맨 뒤는 한 사람만 섭니다.”

“…왜?”

“대전 뒤가 좁습니다.”

형이 대전을 봤다.

대전은 앞이 넓고 뒤가 좁다. 문이 뒤에 있어서 그렇다.

형이 말했다.

“…앞뒤를 바꾸면 되지 않겠느냐?”

나는 그 말을 못 알아들었다.

형이 말했다.

“문주께서 앞에 서시고 우리가 뒤를 보고 선다. 그걸 반대로 하면 된다.”

“…그러면 문주님이 뒤에 서십니다.”

형이 말했다.

“그러면 문주께서 제일 많이 들으시겠구나.”

나는 물었다.

“그게 좋습니까?”

형이 한참 있다가 말했다.

“…모르겠다.”

이튿날 형이 문주께 그것을 여쭸다.

문주가 대전을 한참 보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백십 해 동안 나는 앞에 섰다.”

“…”

“앞에 서면 제 소리만 들린다.”

형이 물었다.

“문주님은 몇을 외우십니까?”

문주가 말씀하셨다.

“셋이다.”

대전이 조용해졌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내 것 셋이다. 남의 것은 없다.”

형이 물었다.

“…백십 해 동안요.”

문주가 말씀하셨다.

“사십 해다. 내가 문주가 된 것이 사십 해 전이다.”

“…”

“사십 해 동안 앞에 서서 내 것만 외웠다.”

형이 그 자리에 앉았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아무도 못 지켰다.”

“…”

“나간 마흔둘 것은 뒤에 선 사람들 입에 있다.”

문주가 일어서셨다.

“자리를 바꾸겠다.”

그달부터 대전이 뒤집혔다.

문주가 문 앞에 서시고 여든둘이 안쪽을 보고 섰다.

나는 맨 앞이 됐다.

맨 앞이 되니 안 들린다.

한 달에 하나도 안 늘었다.

문주는 한 달에 열둘이 느셨다.

문주가 뒤에 서신 첫 달에 나는 한 가지를 봤다.

문주가 외우실 때 입이 크다.

여든둘 가운데 제일 크다.

나는 그것이 이상했다.

맨 뒤에 서면 앞소리가 다 들어오니 제 소리를 작게 내도 된다.

크게 내면 제 소리에 남의 소리가 묻힌다.

나는 그것을 서하 형한테 말했다.

형이 문주께 여쭀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사십 해 동안 앞에 서서 크게 냈다.”

“…”

“크게 내는 것이 몸에 붙었다.”

형이 여쭀다.

“작게 내시면 더 들으십니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알고 있다.”

“…”

“그런데 작게 내면 안 내는 것 같다.”

형이 아무 말도 못 했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사십 해 동안 나는 크게 내는 것으로 문주 노릇을 했다.”

“…”

“작게 내면 내가 여기 있는 줄 아무도 모를 것 같다.”

형이 말했다.

“압니다.”

문주가 물으셨다.

“…어떻게 아느냐?”

형이 말했다.

“맨 앞에 선 아이가 맨 뒤를 봅니다.”

그 말이 맞다.

나는 맨 앞에 서서 날마다 맨 뒤를 본다.

문주가 계신지 안 계신지는 입 모양으로 안다.

나는 그것이 서운했다.

자리를 바꾸고 나서 달라진 것이 하나 더 있다.

앞에 선 사람이 뒤를 안 본다.

전에는 다들 앞사람 등을 보고 외웠다.

지금은 맨 앞이 문 쪽을 보고, 나머지가 안쪽을 본다.

그러니 서로 얼굴을 본다.

얼굴을 보고 외우면 입 모양이 보인다.

입 모양이 보이면 소리가 안 들려도 안다.

나는 그것을 두 달 만에 알았다.

귀로 못 들은 것을 눈으로 받은 것이다.

그것을 서하 형한테 말했다.

형이 물었다.

“…눈으로도 되느냐?”

나는 말했다.

“됩니다.”

형이 물었다.

“그럼 귀가 안 들리는 사람도 되겠구나.”

나는 그 자리에 섰다.

본산에 귀가 어두운 사람이 하나 있다.

일흔이 넘었다. 사십 해 전에 들어왔다.

그 사람은 대전에 안 나온다. 안 들리니까 소용이 없다고 했다.

형이 그 사람을 데려왔다.

앞에 세웠다.

그 사람이 여든둘의 입을 봤다.

보고 나서 따라 했다.

한 달 만에 셋을 외웠다.

사십 해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그 사람이 형한테 물었다.

“…내가 이걸 왜 사십 해 동안 못 했소?”

형이 말했다.

“아무도 앞을 안 봤습니다.”

서운한 것을 형한테 말했다.

형이 웃었다.

“너 그거 서운하냐.”

“…예.”

형이 물었다.

“왜 서운하냐?”

나는 말했다.

“제가 제일 많이 외웠는데 이제 아닙니다.”

형이 말했다.

“외우는 것은 네 것이 아니다.”

“…”

“남의 것을 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물었다.

“…그럼 많이 지면 손해입니까?”

형이 말했다.

“손해다.”

“…”

“그런데 지는 사람이 없으면 다 잃는다.”

나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그 봄에 은금 할머니가 넘어졌다.

부엌 문턱에서 넘어졌다.

사십 해 넘나든 문턱이다.

일어서는 데 사람 둘이 붙었다.

일어서고 나서 할머니가 주걱을 찾았다.

“…주걱 어디 갔냐.”

문하 하나가 주걱을 집어 줬다.

할머니가 그것을 받아 들고 솥으로 갔다.

밥을 폈다.

그날 밥이 조금 설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여든셋이 다 먹었다.

그날 저녁에 서하 형이 부엌에 갔다.

나도 따라갔다.

형이 물었다.

“할머니, 어디 다치셨습니까?”

할머니가 말했다.

“안 다쳤다.”

“…”

“다리가 문턱을 잊었다.”

형이 그 자리에 섰다.

할머니가 말했다.

“사십 해 넘던 문턱인데 오늘 높이를 틀렸다.”

형이 물었다.

“…처음이십니까?”

할머니가 말했다.

“처음이다.”

할머니가 솥을 닦았다.

“이런 건 한 번 틀리면 계속 틀린다.”

형이 물었다.

“…어떻게 아십니까?”

할머니가 말했다.

“사십 해 동안 넘어지는 사람을 봤다.”

“…”

“처음 넘어진 다음에 한 해쯤 있다가 다시 넘어지고, 그다음은 빠르다.”

형이 아무 말도 안 했다.

할머니가 말했다.

“나는 그걸 세었다.”

“…”

“여든넷을 세었다.”

형이 물었다.

“…여든넷이요.”

할머니가 말했다.

“사십 해 동안 여기서 늙어 죽은 사람이 여든넷이다.”

“…”

“여든넷이 다 문턱에서 시작했다.”

봄에 나간 사람이 하나 돌아왔다.

여섯 해 만이라고 했다.

돌아와서 대전에 섰다.

“…제 것을 찾겠습니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이름을 대라.”

그 사람이 이름을 댔다.

문주가 소리를 냈다.

셋을 냈다.

그 사람이 제 몸을 짚었다.

“…들어왔습니다.”

셋을 다 찾았다.

여섯 해 만에 셋을 다 찾은 것은 오랜만이라고 했다.

찾고 나서 그 사람이 물었다.

“…누가 지고 계셨습니까?”

문주가 말씀하셨다.

“내가 졌다.”

그 사람이 절했다.

문주가 말씀하셨다.

“절할 것 없다.”

“…”

“한 달 전까지 나는 아무것도 안 지고 있었다.”

— 사형

나는 그 봄에 하나를 찾았다.

열두 해 전에 잃은 것이다.

찾은 것이 아니라 들어온 것이다.

산 이름 나무가 갈라졌고 몸의 박자가 맞았다.

맞고 나서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해 봤다.

하나 · 넷 · 둘 · 하나.

해 보니 손이 기억했다.

기억하는 것이 이상했다. 나는 그것을 잊었다.

잊었는데 손이 안 잊었다.

나는 그것을 노인한테 말했다.

노인이 말했다.

“몸에 있던 것은 자국이 남소.”

“…”

“입에 있던 것은 안 남소.”

나는 물었다.

“그럼 제가 열두 해 전에 잃은 것이 이것입니까?”

노인이 말했다.

“모르오.”

“…”

“손이 기억한다면 그럴 것이오.”

나는 그날 대전에서 그것을 소리로 냈다.

여든둘이 따라 했다.

세 번 했다.

내고 나서 나는 그것을 몸에서 놓지 않았다.

놓을 까닭이 없다.

다만 여든둘 입에 그것이 남았다.

이제 내가 잃어도 여든둘이 가지고 있다.

서하가 그것을 보고 말했다.

“사형, 그거 좋은 법입니다.”

나는 물었다.

“무엇이 좋으냐?”

서하가 말했다.

“나가지 않는 사람도 맡기면 됩니다.”

나는 그 말에 붓을 놓았다.

백십 해 동안 맡기는 것은 나가는 사람만 했다.

안 나가는 사람이 맡길 까닭이 없었다.

서하가 말했다.

“맡겨 두면 잃어도 찾습니다.”

나는 물었다.

“잃을 일이 없지 않느냐?”

서하가 말했다.

“버릴 때 잃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버리는 것은 새것을 얻으려고 하는 일이다.

버리기 전에 맡겨 두면 버린 것을 나중에 찾을 수 있다.

그러면 버리는 것이 잃는 것이 아니다.

잠깐 놓는 것이 된다.

서하가 말했다.

“사형, 이게 되면 스물넷을 다 가질 수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한 번에 셋이다.”

서하가 말했다.

“한 번에 셋이지만 스물하나를 맡겨 두면 됩니다.”

“…”

“필요할 때 찾고 다시 맡기면 됩니다.”

나는 물었다.

“그러면 어긋나지 않느냐?”

서하가 말했다.

“찾을 때마다 어긋나고 맡길 때마다 어긋납니다.”

“…”

“그러니 자주 하면 안 됩니다.”

나는 물었다.

“얼마나 할 수 있느냐?”

서하가 말했다.

“해 봐야 압니다.”

나는 그해 여름에 해 봤다.

한 달에 한 번씩 바꿔 봤다.

넉 달 하고 그만뒀다.

넉 달째에 걷는 것이 힘들었다.

한 달에 한 번은 너무 잦다.

계절에 한 번이면 되겠다고 나는 적어 두지 않고 외웠다.

형이 그날 밤에 할머니한테 물었다.

“할머니,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물어라.”

“입에 있는 것을 내놓으실 수 있습니까?”

할머니가 주걱을 놓았다.

“…무슨 말이냐.”

형이 말했다.

“사십 해 들으신 것이 입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있다.”

“…그것을 소리로 내시면 저희가 받습니다.”

할머니가 한참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물었다.

“…내가 죽으면 그게 같이 가느냐?”

형이 말했다.

“갑니다.”

할머니가 솥뚜껑을 덮었다.

“…그럼 내야지.”

형이 물었다.

“…내시겠습니까?”

할머니가 말했다.

“밥을 사십 해 폈는데 그건 다 먹었지 않느냐.”

“…”

“이것도 먹어라.”

형이 그 자리에 앉았다.

할머니가 말했다.

“다만 하나 있다.”

“…말씀하십시오.”

할머니가 말했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

“…”

“무슨 소린지 모르고 사십 해 들었다.”

형이 말했다.

“모르셔도 됩니다.”

“…”

“내시면 저희가 압니다.”

할머니가 웃었다.

“…사십 해 만에 내가 뭘 가지고 있었는지 알겠구나.”

7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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