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5,207자) · 밤에 숫자를 센다

줍는 자들

망각검 · 한도윤

— 줍는 자

나는 줍는다.

주우려면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

하나는 귀다. 박자를 들어야 한다.

하나는 입이다. 들은 것을 소리로 내야 한다.

둘 다 있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예순여덟이고 오십 해 줍고 다녔다.

내가 주운 것이 백서른둘이다.

한 번에 셋까지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문파 법도다. 밖에는 그런 법도가 없다.

밖에서는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

다만 가질수록 어긋난다.

나는 지금 걷지 못한다.

백서른둘을 가지고 있으면 몸이 박자를 못 고른다.

앉아 있으면 괜찮다. 일어서면 어느 박자로 걸어야 할지 몸이 모른다.

오십 해 전에는 걸었다.

줍는 값을 말하겠다.

밖에서는 버리지 않아도 된다.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

그 대신 다른 것이 나간다.

무엇이 나가는지는 나가고 나서야 안다.

나는 서른둘에 누이가 있었다.

지금은 없다.

죽은 것이 아니다. 어디 사는지 안다. 아랫녘에서 아들 셋을 낳고 산다.

없다는 말은 얼굴을 모른다는 말이다.

마흔쯤에 나는 그것을 알았다.

누이가 찾아왔는데 문간에 선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

목소리를 듣고 알았다.

누이가 그날 사흘 있다 갔다.

가면서 물었다.

“…오라버니, 나 알아보겠소?”

나는 안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사흘 동안 나는 누이를 목소리로 알아봤다. 돌아서 있으면 누구인지 몰랐다.

그 뒤로 안 왔다.

나는 그것을 값이라고 생각했다.

초식을 백 넘게 주웠으니 백 넘는 박자가 내 안에 있다. 몸이 그것을 다 재느라 다른 것을 놓는다.

무엇을 놓을지는 몸이 정한다.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문파 것들은 버릴 것을 제가 고른다. 우리는 못 고른다.

그것이 다르다.

고르는 쪽이 낫다고 나는 오십 해 동안 생각해 왔다.

요즘은 모르겠다.

고르면 고른 값을 지고 살아야 한다.

못 고르면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르고 산다.

모르고 사는 쪽이 편할 때가 있다.

다만 누이 얼굴 하나는 고르고 싶었다.

줍는 법을 말하겠다.

문파 사람이 초식을 버리면 그것이 어디론가 간다.

간 자리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바람 같은 것이다.

다만 소리를 내면 그쪽으로 온다.

그래서 나는 밤에 숫자를 센다.

하나 · 둘 · 둘.

하나 · 셋 · 하나 · 하나.

스물넷을 차례로 센다.

밤새 세면 그중 하나가 걸린다.

걸리면 내 입에 붙는다. 입에 붙은 것을 세 번 내면 몸으로 들어간다.

오십 해에 백서른둘이면 한 해에 두엇이다. 적다.

적은 까닭은 나 말고도 줍는 자가 있어서다.

몇인지는 모른다. 만난 적이 없다.

줍는 법을 더 말하겠소.

밤에 세는 것이 왜 되는지 나는 오십 해 동안 몰랐소.

이제 짐작은 하오.

낮에는 소리가 많소. 밤에는 적소.

떠 있는 것이 소리를 찾아오는데, 소리가 많으면 어디로 갈지 못 고르오.

밤에 혼자 세면 그 소리 하나뿐이오.

그래서 오는 것이오.

문파에서 여든셋이 같이 외우는 것도 같은 까닭이오.

여럿이 내면 못 고르오.

혼자 내면 고르오.

그러니 저쪽은 안 오게 하려고 같이 내고, 나는 오게 하려고 혼자 냈소.

같은 이치를 반대로 쓴 것이오.

오십 해 걸려서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저쪽은 백십 해 전부터 알고 있었소.

알고도 아무한테도 안 가르쳐 줬소.

가르쳐 주면 다들 혼자 낼 테니까.

그 젊은 것이 나를 찾아온 것은 봄이었다.

주막 마당에서 자고 있는데 흔들어 깨웠다.

“어르신.”

“…뭐요?”

“엿새 전에 여기서 숫자를 세셨소.”

나는 그 말에 눈을 떴다.

오십 해 동안 아무도 그것을 몰랐다.

“…댁 뭐요?”

젊은 것이 말했다.

“본산에서 왔소.”

나는 일어나 앉았다.

앉는 데 시간이 걸렸다.

“…본산에서 여기까지 뭐 하러 왔소?”

젊은 것이 말했다.

“제 것을 찾으러 왔소.”

나는 웃었다.

“못 찾소.”

“…왜 못 찾소?”

나는 말했다.

“주운 것은 안 돌아가오.”

젊은 것이 물었다.

“해 보셨소?”

나는 말했다.

“해 봤소.”

“…”

“오십 해 전에 나도 돌려주려고 했소.”

젊은 것이 앉았다.

“…어르신도 문파 사람이오?”

나는 말했다.

“아니오.”

“…”

“내 형이 문파 사람이었소.”

젊은 것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말했다.

“형이 나가면서 셋을 맡겼소. 그러고 안 돌아왔소.”

“…”

“나는 형을 기다리면서 밤에 숫자를 셌소. 형이 내던 박자를 셌소.”

“…”

“어느 날 그게 내 입에 붙었소?”

젊은 것이 물었다.

“…형님 것입니까?”

나는 말했다.

“모르오.”

“…”

“형 것이면 형이 잃은 것이고, 형 것이 아니면 남이 잃은 것이오.”

젊은 것이 물었다.

“어떻게 압니까?”

나는 말했다.

“모르오. 오십 해 동안 몰랐소.”

젊은 것이 오래 앉아 있었다.

그리고 물었다.

“어르신, 백서른둘이 다 남의 것입니까?”

나는 말했다.

“다 남의 것이오.”

“…”

“그리고 그 백서른둘 주인이 다 어딘가에서 하나씩 잃었소.”

젊은 것이 물었다.

“어르신은 그걸 아시면서 오십 해를 하셨습니까?”

나는 말했다.

“알고 했소.”

“…왜요?”

나는 말했다.

“형을 찾으려고 했소.”

젊은 것이 물었소.

“어르신, 오십 해 동안 한 번도 안 그만두셨습니까?”

나는 말했소.

“두 번 그만뒀소.”

“…”

“한 번은 서른에, 한 번은 쉰에.”

젊은 것이 물었소.

“왜 다시 하셨습니까?”

나는 말했소.

“그만두면 밤이 기오.”

“…”

“밤에 아무것도 안 세면 그 밤이 안 가오.”

젊은 것이 아무 말도 안 했소.

나는 말했소.

“형을 찾는다고 했지만, 반은 밤 때문에 셌소.”

젊은 것이 물었다.

“어르신, 누이가 계십니까?”

나는 말했다.

“있소.”

“…어디 계십니까?”

나는 말했다.

“아랫녘이오.”

젊은 것이 물었다.

“…가 보셨습니까?”

나는 말했다.

“못 가오.”

“…걸으실 수 없어서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얼굴을 모르오.”

젊은 것이 그 자리에 섰다.

나는 말했다.

“가서 문간에 섰는데 그 사람이 나오면, 나는 그게 누이인지 모르오.”

“…”

“모르는 얼굴한테 누이냐고 묻는 것은 못 하겠소.”

젊은 것이 한참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말했다.

“…어르신.”

“…왜 그러오?”

젊은 것이 말했다.

“저는 어머니 얼굴을 모릅니다.”

나는 그 말에 눈을 들었다.

“…죽었소?”

“여섯 해 전에요.”

“…”

“얼굴만 안 떠오릅니다. 목소리는 떠오릅니다.”

나는 물었다.

“…버렸소?”

젊은 것이 말했다.

“초식을 버린 날 아침에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오래 앉아 있었다.

“…젊은이.”

“예.”

“그건 버려서 그런 게 아니오.”

젊은 것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말했다.

“나는 안 버리고 줍기만 했소. 그런데도 누이 얼굴이 없소.”

“…”

“버리는 쪽도 줍는 쪽도 얼굴부터 나가오.”

젊은 것이 물었다.

“…왜 얼굴입니까?”

나는 말했다.

“모르오.”

“…”

“다만 오십 해 보니 그렇소. 박자가 아닌 것부터 나가오.”

“…”

“박자는 몸이 지키고 얼굴은 안 지키오.”

“…”

“백서른둘 중에 형 것이 있을 거요. 어느 것인지는 모르오.”

젊은 것이 물었다.

“…형님 이름이 무엇입니까?”

나는 말했다.

“연이오.”

젊은 것이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어서다가 앉았다.

“…어르신.”

“…왜 그러오?”

젊은 것이 말했다.

“위패 벽에 연이 있습니다.”

나는 그 말을 오십 해 만에 들었다.

— 서하

나는 그 노인을 업고 본산으로 갔다.

업고 가는 데 열이틀이 걸렸다.

젊은 것이 나를 업고 일어섰다.

나는 예순여덟이고 뼈가 가볍소.

그래도 열이틀은 무거웠을 거요.

닷샛날에 내가 말했소.

“…내려 주시오.”

젊은 것이 말했소.

“왜요?”

나는 말했소.

“무겁소.”

젊은 것이 말했소.

“무겁습니다.”

나는 그 대답이 좋았소.

가볍다고 했으면 나는 내려 달라고 했을 거요.

무겁다고 하니 업혀 있을 만했소.

젊은 것이 걸으면서 말했소.

“어르신, 제 사형이 그러셨습니다. 아는 게 더 무겁다고요.”

나는 물었소.

“…무엇을 아오?”

젊은 것이 말했소.

“아플 때는 제가 아픈 줄 알았는데, 지금은 제가 뭘 가진 줄 안다고요.”

나는 그 말을 오십 해 만에 들었소.

나도 그랬소.

백서른둘을 모르고 주울 때는 몰랐고, 세고 나서 무거워졌소.

돌계단 백스무 단을 오르는 데 하루가 더 걸렸다.

노인이 등에서 물었다.

“…왜 업소?”

나는 말했다.

“위패를 보여 드리려고요.”

노인이 말했다.

“보면 뭐가 되오?”

나는 대답을 못 했다.

대전에 들어가니 문하가 외우고 있었다.

여든셋이 동시에 외운다.

노인이 그 소리를 들었다.

들으면서 몸을 떨었다.

“…여기서는 안으로 돌아오는구려.”

나는 말했다.

“안개가 소리를 먹습니다.”

노인이 말했다.

“먹는 것이 아니라 가둔 것이오.”

나는 그 말에 걸음을 멈췄다.

노인이 말했다.

“밖에서는 소리가 나가오. 여기서는 안 나가오.”

“…”

“그래서 밖에서 소리를 내면 초식이 이쪽으로 안 오고, 여기서 내면 안 나가오.”

나는 물었다.

“…그럼 본산에서 버린 것은 어디로 갑니까?”

노인이 말했다.

“안에 있소.”

나는 그 자리에 섰다.

노인이 말했다.

“이 골짜기에 오십 해 치가 떠 있을 거요.”

나는 노인을 위패 벽 앞에 내려놓았다.

노인이 앉아서 벽을 봤다.

이백스물넷이다.

“…어느 것이오.”

나는 「연」을 들어 보였다.

노인이 그것을 받았다.

받아서 손으로 만졌다.

“…아홉 번 갈라졌소?”

“그렇습니다.”

노인이 물었다.

“무엇이 적혀 있소?”

나는 읽었다.

“일 초식, 삼 초식, 칠 초식입니다.”

노인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나한테 그 셋이 다 있소.”

나는 고개를 들었다.

노인이 말했다.

“오십 해 동안 주운 백서른둘 중에 그 셋이 있소.”

“…”

“언제 주웠는지는 모르오.”

나는 물었다.

“…그럼 형님 것을 찾으셨습니까?”

노인이 말했다.

“모르오.”

“…”

“이 셋은 제일 많이 쓰는 것이오. 누구 것이라도 이상하지 않소?”

노인이 위패를 내려놓았다.

“오십 해를 찾았는데 찾았는지도 모르오.”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노인이 말했다.

“젊은이.”

“예.”

“하나 물읍시다.”

“물으십시오.”

노인이 말했다.

“여기서 버린 것이 안 나간다면.”

“…”

“내가 오십 해 동안 주운 백서른둘은 어디서 왔소.”

나는 그 물음에 대답을 못 했다.

4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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