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5,204자) · 밤에 숫자를 센다

줍는 자들

망각검 · 구슬안

— 줍는 자

나는 줍는다⁠.

주우려면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

하나는 귀다⁠. 박자를 들어야 한다⁠.

하나는 입이다⁠. 들은 것을 소리로 내야 한다⁠.

둘 다 있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예순여덟이고 오십 해 줍고 다녔다⁠.

내가 주운 것이 백서른둘이다⁠.

한 번에 셋까지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문파 법도다⁠. 밖에는 그런 법도가 없다⁠.

밖에서는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

다만 가질수록 어긋난다⁠.

나는 지금 걷지 못한다⁠.

백서른둘을 가지고 있으면 몸이 박자를 못 고른다⁠.

앉아 있으면 괜찮다⁠. 일어서면 어느 박자로 걸어야 할지 몸이 모른다⁠.

오십 해 전에는 걸었다⁠.

줍는 값을 말하겠다⁠.

밖에서는 버리지 않아도 된다⁠.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

대신 다른 것이 나간다⁠.

무엇이 나가는지는 나가고 나서야 안다⁠.

나는 서른둘에 누이가 있었다⁠.

지금은 없다⁠.

죽은 것이 아니다⁠. 어디 사는지 안다⁠. 아랫녘에서 아들 셋을 낳고 산다⁠.

없다는 말은 얼굴을 모른다는 말이다⁠.

마흔쯤에 나는 이것을 알았다⁠.

누이가 찾아왔는데 문간에 선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

목소리를 듣고 알았다⁠.

누이가 이날 사흘 있다 갔다⁠.

가면서 물었다⁠.

“⁠…오라버니⁠, 나 알아보겠소⁠?⁠”

나는 안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사흘 동안 나는 누이를 목소리로 알아봤다⁠. 돌아서 있으면 누구인지 몰랐다⁠.

이후로 안 왔다⁠.

나는 이것을 값이라고 생각했다⁠.

초식을 백 넘게 주웠으니 백 넘는 박자가 내 안에 있다⁠. 몸이 이것을 다 재느라 다른 것을 놓는다⁠.

무엇을 놓을지는 몸이 정한다⁠.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문파 것들은 버릴 것을 제가 고른다⁠. 우리는 못 고른다⁠.

이것이 다르다⁠.

고르는 편이 낫다고 나는 오십 해 동안 생각해 왔다⁠.

요즘은 모르겠다⁠.

고르면 고른 값을 지고 살아야 한다⁠.

못 고르면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르고 산다⁠.

모르고 사는 것이 편할 때가 있다⁠.

다만 누이 얼굴 하나는 고르고 싶었다⁠.

줍는 법을 말하겠다⁠.

문파 사람이 초식을 버리면 이것이 어디론가 간다⁠.

간 자리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바람 같은 것이다⁠.

다만 소리를 내면 그쪽으로 온다⁠.

그래서 나는 밤에 숫자를 센다⁠.

하나 · 둘 · 둘⁠.

하나 · 셋 · 하나 · 하나⁠.

스물넷을 차례로 센다⁠.

밤새 세면 그중 하나가 걸린다⁠.

걸리면 내 입에 붙는다⁠. 입에 붙은 것을 세 번 내면 몸으로 들어간다⁠.

오십 해에 백서른둘이면 한 해에 두엇이다⁠. 적다⁠.

적은 까닭은 나 말고도 줍는 자가 있어서다⁠.

몇인지는 모른다⁠. 만난 적이 없다⁠.

줍는 법을 더 말하겠소⁠.

밤에 세는 것이 왜 되는지 나는 오십 해 동안 몰랐소⁠.

이제 짐작은 하오⁠.

낮에는 소리가 많소⁠. 밤에는 적소⁠.

떠 있는 것이 소리를 찾아오는데⁠, 소리가 많으면 어디로 갈지 못 고르오⁠.

밤에 혼자 세면 이 소리 하나뿐이오⁠.

그래서 오는 것이오⁠.

문파에서 여든셋이 같이 외우는 것도 같은 까닭이오⁠.

여럿이 내면 못 고르오⁠.

혼자 내면 고르오⁠.

그러니 저쪽은 안 오게 하려고 같이 내고⁠, 나는 오게 하려고 혼자 냈소⁠.

같은 이치를 반대로 쓴 것이오⁠.

오십 해 걸려서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저쪽은 백십 해 전부터 알고 있었소⁠.

알고도 아무한테도 안 가르쳐 줬소⁠.

가르쳐 주면 다들 혼자 낼 테니까⁠.

이 젊은 것이 나를 찾아온 것은 봄이었다⁠.

주막 마당에서 자고 있는데 흔들어 깨웠다⁠.

“⁠어르신⁠.⁠”

“⁠…뭐요⁠?⁠”

“⁠엿새 전에 여기서 숫자를 세셨소⁠.⁠”

나는 이 말에 눈을 떴다⁠.

오십 해 동안 아무도 이것을 몰랐다⁠.

“⁠…댁 뭐요⁠?⁠”

젊은 것이 말했다⁠.

“⁠본산에서 왔소⁠.⁠”

나는 일어나 앉았다⁠.

앉는 데 시간이 걸렸다⁠.

“⁠…본산에서 여기까지 뭐 하러 왔소⁠?⁠”

젊은 것이 말했다⁠.

“⁠제 것을 찾으러 왔소⁠.⁠”

나는 웃었다⁠.

“⁠못 찾소⁠.⁠”

“⁠…왜 못 찾소⁠?⁠”

나는 말했다⁠.

“⁠주운 것은 안 돌아가오⁠.⁠”

젊은 것이 물었다⁠.

“⁠해 보셨소⁠?⁠”

나는 말했다⁠.

“⁠해 봤소⁠.⁠”

“⁠…⁠”

“⁠오십 해 전에 나도 돌려주려고 했소⁠.⁠”

젊은 것이 앉았다⁠.

“⁠…어르신도 문파 사람이오⁠?⁠”

나는 말했다⁠.

“⁠아니오⁠.⁠”

“⁠…⁠”

“⁠내 형이 문파 사람이었소⁠.⁠”

젊은 것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말했다⁠.

“⁠형이 나가면서 셋을 맡겼소⁠. 그러고 안 돌아왔소⁠.⁠”

“⁠…⁠”

“⁠나는 형을 기다리면서 밤에 숫자를 셌소⁠. 형이 내던 박자를 셌소⁠.⁠”

“⁠…⁠”

“⁠어느 날 그게 내 입에 붙었소⁠?⁠”

젊은 것이 물었다⁠.

“⁠…형님 것입니까⁠?⁠”

나는 말했다⁠.

“⁠모르오⁠.⁠”

“⁠…⁠”

“⁠형 것이면 형이 잃은 것이고⁠, 형 것이 아니면 남이 잃은 것이오⁠.⁠”

젊은 것이 물었다⁠.

“⁠어떻게 압니까⁠?⁠”

나는 말했다⁠.

“⁠모르오⁠. 오십 해 동안 몰랐소⁠.⁠”

젊은 것이 오래 앉아 있었다⁠.

그리고 물었다⁠.

“⁠어르신⁠, 백서른둘이 다 남의 것입니까⁠?⁠”

나는 말했다⁠.

“⁠다 남의 것이오⁠.⁠”

“⁠…⁠”

“⁠그리고 그 백서른둘 주인이 다 어딘가에서 하나씩 잃었소⁠.⁠”

젊은 것이 물었다⁠.

“⁠어르신은 그걸 아시면서 오십 해를 하셨습니까⁠?⁠”

나는 말했다⁠.

“⁠알고 했소⁠.⁠”

“⁠…왜요⁠?⁠”

나는 말했다⁠.

“⁠형을 찾으려고 했소⁠.⁠”

젊은 것이 물었소⁠.

“⁠어르신⁠, 오십 해 동안 한 번도 안 그만두셨습니까⁠?⁠”

나는 말했소⁠.

“⁠두 번 그만뒀소⁠.⁠”

“⁠…⁠”

“⁠한 번은 서른에⁠, 한 번은 쉰에⁠.⁠”

젊은 것이 물었소⁠.

“⁠왜 다시 하셨습니까⁠?⁠”

나는 말했소⁠.

“⁠그만두면 밤이 기오⁠.⁠”

“⁠…⁠”

“⁠밤에 아무것도 안 세면 그 밤이 안 가오⁠.⁠”

젊은 것이 아무 말도 안 했소⁠.

나는 말했소⁠.

“⁠형을 찾는다고 했지만⁠, 반은 밤 때문에 셌소⁠.⁠”

젊은 것이 물었다⁠.

“⁠어르신⁠, 누이가 계십니까⁠?⁠”

나는 말했다⁠.

“⁠있소⁠.⁠”

“⁠…어디 계십니까⁠?⁠”

나는 말했다⁠.

“⁠아랫녘이오⁠.⁠”

젊은 것이 물었다⁠.

“⁠…가 보셨습니까⁠?⁠”

나는 말했다⁠.

“⁠못 가오⁠.⁠”

“⁠…걸으실 수 없어서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얼굴을 모르오⁠.⁠”

젊은 것이 이 자리에 섰다⁠.

나는 말했다⁠.

“⁠가서 문간에 섰는데 그 사람이 나오면⁠, 나는 그게 누이인지 모르오⁠.⁠”

“⁠…⁠”

“⁠모르는 얼굴한테 누이냐고 묻는 것은 못 하겠소⁠.⁠”

젊은 것이 한참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말했다⁠.

“⁠…어르신⁠.⁠”

“⁠…왜 그러오⁠?⁠”

젊은 것이 말했다⁠.

“⁠저는 어머니 얼굴을 모릅니다⁠.⁠”

나는 이 말에 눈을 들었다⁠.

“⁠…죽었소⁠?⁠”

“⁠여섯 해 전에요⁠.⁠”

“⁠…⁠”

“⁠얼굴만 안 떠오릅니다⁠. 목소리는 떠오릅니다⁠.⁠”

나는 물었다⁠.

“⁠…버렸소⁠?⁠”

젊은 것이 말했다⁠.

“⁠초식을 버린 날 아침에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오래 앉아 있었다⁠.

“⁠…젊은이⁠.⁠”

“⁠예⁠.⁠”

“⁠그건 버려서 그런 게 아니오⁠.⁠”

젊은 것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말했다⁠.

“⁠나는 안 버리고 줍기만 했소⁠. 그런데도 누이 얼굴이 없소⁠.⁠”

“⁠…⁠”

“⁠버리는 쪽도 줍는 쪽도 얼굴부터 나가오⁠.⁠”

젊은 것이 물었다⁠.

“⁠…왜 얼굴입니까⁠?⁠”

나는 말했다⁠.

“⁠모르오⁠.⁠”

“⁠…⁠”

“⁠다만 오십 해 보니 그렇소⁠. 박자가 아닌 것부터 나가오⁠.⁠”

“⁠…⁠”

“⁠박자는 몸이 지키고 얼굴은 안 지키오⁠.⁠”

“⁠…⁠”

“⁠백서른둘 중에 형 것이 있을 거요⁠. 어느 것인지는 모르오⁠.⁠”

젊은 것이 물었다⁠.

“⁠…형님 이름이 무엇입니까⁠?⁠”

나는 말했다⁠.

“⁠연이오⁠.⁠”

젊은 것이 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어서다가 앉았다⁠.

“⁠…어르신⁠.⁠”

“⁠…왜 그러오⁠?⁠”

젊은 것이 말했다⁠.

“⁠위패 벽에 연이 있습니다⁠.⁠”

나는 이 말을 오십 해 만에 들었다⁠.

— 서하

나는 이 노인을 업고 본산으로 갔다⁠.

업고 가는 데 열이틀이 걸렸다⁠.

젊은 것이 나를 업고 일어섰다⁠.

나는 예순여덟이고 뼈가 가볍소⁠.

그래도 열이틀은 무거웠을 거요⁠.

닷샛날에 내가 말했소⁠.

“⁠…내려 주시오⁠.⁠”

젊은 것이 말했소⁠.

“⁠왜요⁠?⁠”

나는 말했소⁠.

“⁠무겁소⁠.⁠”

젊은 것이 말했소⁠.

“⁠무겁습니다⁠.⁠”

나는 이 대답이 좋았소⁠.

가볍다고 했으면 나는 내려 달라고 했을 거요⁠.

무겁다고 하니 업혀 있을 만했소⁠.

젊은 것이 걸으면서 말했소⁠.

“⁠어르신⁠, 제 사형이 그러셨습니다⁠. 아는 게 더 무겁다고요⁠.⁠”

나는 물었소⁠.

“⁠…무엇을 아오⁠?⁠”

젊은 것이 말했소⁠.

“⁠아플 때는 제가 아픈 줄 알았는데⁠, 지금은 제가 뭘 가진 줄 안다고요⁠.⁠”

나는 이 말을 오십 해 만에 들었소⁠.

나도 그랬소⁠.

백서른둘을 모르고 주울 때는 몰랐고⁠, 세고 나서 무거워졌소⁠.

돌계단 백스무 단을 오르는 데 하루가 더 걸렸다⁠.

노인이 등에서 물었다⁠.

“⁠…왜 업소⁠?⁠”

나는 말했다⁠.

“⁠위패를 보여 드리려고요⁠.⁠”

노인이 말했다⁠.

“⁠보면 뭐가 되오⁠?⁠”

나는 대답을 못 했다⁠.

대전에 들어가니 문하가 외우고 있었다⁠.

여든셋이 동시에 외운다⁠.

노인이 이 소리를 들었다⁠.

들으면서 몸을 떨었다⁠.

“⁠…여기서는 안으로 돌아오는구려⁠.⁠”

나는 말했다⁠.

“⁠안개가 소리를 먹습니다⁠.⁠”

노인이 말했다⁠.

“⁠먹는 것이 아니라 가둔 것이오⁠.⁠”

나는 이 말에 걸음을 멈췄다⁠.

노인이 말했다⁠.

“⁠밖에서는 소리가 나가오⁠. 여기서는 안 나가오⁠.⁠”

“⁠…⁠”

“⁠그래서 밖에서 소리를 내면 초식이 이쪽으로 안 오고⁠, 여기서 내면 안 나가오⁠.⁠”

나는 물었다⁠.

“⁠…그럼 본산에서 버린 것은 어디로 갑니까⁠?⁠”

노인이 말했다⁠.

“⁠안에 있소⁠.⁠”

나는 이 자리에 섰다⁠.

노인이 말했다⁠.

“⁠이 골짜기에 오십 해 치가 떠 있을 거요⁠.⁠”

나는 노인을 위패 벽 앞에 내려놓았다⁠.

노인이 앉아서 벽을 봤다⁠.

이백스물넷이다⁠.

“⁠…어느 것이오⁠.⁠”

나는 「⁠연⁠」을 들어 보였다⁠.

노인이 이것을 받았다⁠.

받아서 손으로 만졌다⁠.

“⁠…아홉 번 갈라졌소⁠?⁠”

“⁠그렇습니다⁠.⁠”

노인이 물었다⁠.

“⁠무엇이 적혀 있소⁠?⁠”

나는 읽었다⁠.

“⁠일 초식⁠, 삼 초식⁠, 칠 초식입니다⁠.⁠”

노인이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나한테 그 셋이 다 있소⁠.⁠”

나는 고개를 들었다⁠.

노인이 말했다⁠.

“⁠오십 해 동안 주운 백서른둘 중에 그 셋이 있소⁠.⁠”

“⁠…⁠”

“⁠언제 주웠는지는 모르오⁠.⁠”

나는 물었다⁠.

“⁠…그럼 형님 것을 찾으셨습니까⁠?⁠”

노인이 말했다⁠.

“⁠모르오⁠.⁠”

“⁠…⁠”

“⁠이 셋은 제일 많이 쓰는 것이오⁠. 누구 것이라도 이상하지 않소⁠?⁠”

노인이 위패를 내려놓았다⁠.

“⁠오십 해를 찾았는데 찾았는지도 모르오⁠.⁠”

나는 이 자리에 앉았다⁠.

노인이 말했다⁠.

“⁠젊은이⁠.⁠”

“⁠예⁠.⁠”

“⁠하나 물읍시다⁠.⁠”

“⁠물으십시오⁠.⁠”

노인이 말했다⁠.

“⁠여기서 버린 것이 안 나간다면⁠.⁠”

“⁠…⁠”

“⁠내가 오십 해 동안 주운 백서른둘은 어디서 왔소⁠.⁠”

나는 이 물음에 대답을 못 했다⁠.

4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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