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만든 사람

두 번째 초식은 없다 · 한도윤

가는 데 스무 날이 걸렸다. 가는 동안 나는 검을 한 번도 뽑지 않았다. 뽑을 일이 두 번 있었는데 둘 다 걸어서 피했다. 하나 남은 자는 피하는 법을 빨리 배운다.

남쪽 끝 절은 작았다. 마당이 다섯 걸음이고 요사채가 두 칸이었다. 바다가 담장 너머로 보였다.

절 이름은 없었다. 편액이 걸려 있던 자리에 못 자국만 둘 남아 있었다. 마당에는 빗자루 하나와 물통 하나가 있었고, 그 둘이 이 절의 전부인 것 같았다.

노승은 눈이 멀어 있었다.

“먼 데서 오셨소?”

“단하라 합니다.”

“이십사식을 받으신 분이구려.”

나는 놀라지 않았다. 눈먼 사람이 무엇으로 아는지는 나도 안다. 걸음이다. 이 무공을 익힌 자는 발을 반 보씩 나눠 딛는 버릇이 든다.

“몇 남았소?”

“하나입니다.”

노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구려. 내 사형은 열아홉에서 멈췄소.”

나는 마루에 앉았다. 노승이 차를 따랐다. 눈이 멀었는데 물을 흘리지 않았다.

“여쭐 것이 있습니다. 초식이 사라집니다.”

“사라지지 않소.”

나는 잔을 들다가 놓았다.

“옮겨 가오.”

“어디로 옮겨 갑니까?”

“가장 가까이서 본 사람에게로.”

바다에서 바람이 올라왔다. 담장의 마른 풀이 한 번 누웠다.

“그것을 지으신 분이 그렇게 만들었소.” 노승이 말했다. “스물네 개를 한 사람이 다 가지면 그자가 세상에서 제일 강해지오. 제일 강한 자가 하나 있으면 그다음은 뻔하지. 그래서 쓸 때마다 나가게 만들었소.”

“누구에게 나갑니까?”

“그 초식을 가장 가까이서 본 사람.”

나는 스물세 번을 되짚었다. 열두 번은 혼자였다. 나머지 열한 번은 누군가가 있었다.

“…본 사람은 그것을 아는 줄도 모릅니다.”

“모르지.” 노승이 차를 마셨다. “받은 줄 모르고, 어느 날 몸이 그렇게 움직이오. 배운 적 없는데 되는 것을 사람은 재능이라 부르오.”

나는 잔을 두 손으로 잡았다. 뜨거웠는데 놓지 않았다.

“스님. 그럼 제가 마지막 하나를 쓰면.”

“그것도 옮겨 가오. 그리고 이십사식은 그대에게서 끝나오.”

“쓰지 않으면요.”

“쓰지 않으면 그대와 함께 없어지오.” 노승이 처음으로 웃었다. “그게 더 나쁘오. 쓰면 적어도 누가 받소.”

나는 오래 앉아 있었다. 파도 소리가 담장 너머에서 규칙적으로 났다.

“받은 자가 그것을 또 쓰면요.”

“또 옮겨 가오.”

“그러면 이 무공은 계속 사람을 옮겨 다니는 것입니까?”

“그렇소.” 노승이 잔을 놓았다. “한 사람 안에 오래 머물지 못하게 지으셨소. 머물면 커지니까.”

나는 스물세 개가 지금 세상 어딘가에서 스물세 사람 몸에 들어 있는 것을 생각했다. 그들은 자기가 무엇을 가졌는지 모른다. 어느 날 몸이 저절로 움직이고, 움직인 다음에는 잊는다.

“한 가지 더 있소.” 노승이 말했다. “옮겨 가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소.”

“두 가지요.”

“하나는 쓰는 것이오. 쓰면 본 사람에게 가오. 이건 고르지 못하오. 누가 볼지 모르니까.”

“다른 하나는요.”

“가르치는 것이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가르치면 나가지 않소. 나눠지오.” 노승이 잔을 놓았다. “가르친 자에게도 남고 배운 자에게도 생기오. 그래서 사형은 열아홉에서 멈춘 것이오. 나머지 다섯을 가르치고 죽었소.”

“…그럼 스님께 다섯이 있습니까?”

“있었소.” 노승이 자기 손을 폈다. 마른 손이었다. “다 가르쳤소. 지금은 없소.”

“왜 다 가르치셨습니까?”

“가지고 있으면 쓰고 싶어지오.” 그가 말했다. “나는 나를 믿지 못했소.”

나는 그 절에서 하룻밤 잤다.

새벽에 일어나 마당에서 검을 뽑았다가 도로 넣었다. 남은 하나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확인하는 방법은 쓰는 것뿐이다. 이 무공은 그렇게 생겼다.

떠나는 아침에 노승이 마당까지 나왔다. 눈이 멀었는데 문지방을 넘는 데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한 가지 일러 두겠소.”

“말씀하십시오.”

“가르치는 것도 쉽지 않소. 하루에 하나씩, 삼백 번씩 시키시오. 그 아래로는 굳지 않소.”

나는 절을 하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열한 번을 다시 셌다. 누가 보았는지를.

세 번째는 사부 앞이었다. 여섯 번째는 저잣거리였다. 아홉 번째는 강가였고, 열네 번째는 산길이었다.

그 열한 번 중 아홉 번, 옆에 무진이 있었다.

이 회차는 어땠나요?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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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차2026.06.11· 3

    같은 출발점에서 나온 다른 작품도 읽고 왔는데 완전히 달라서 신기했어요.

    • 한화만더2026.06.12

      완전 공감합니다. 특히 마지막 대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