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세지 않는 사람

두 번째 초식은 없다 · 한도윤

이틀 동안 나는 그 객잔에 머물렀다. 아이를 아이의 고모에게 넘기고, 장례를 치르는 것을 보고, 마당의 눈이 녹는 것을 봤다. 마당은 다시 그냥 마당이 되었다. 사람이 죽은 자리도 사흘이면 그냥 자리가 된다.

사형 무진은 사흘 뒤에 왔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는 늘 알고 온다.

그는 늘 그렇게 온다. 소식을 듣고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했는지 짐작하고 온다. 이십 년 동안 그랬다. 나는 그것이 사형의 재주라고 생각했다.

“한 잔 해라.”

“안 마신다.”

“그래서 네가 그 모양이지.” 그가 자기 잔을 채웠다. “스물셋 썼다며.”

“들었나?”

“객잔 마당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소문이 안 나겠냐.”

나는 창밖을 봤다. 눈이 그쳤고 마당의 붉은 자국은 누가 치웠다.

“하나 남았다.”

“그러니까 그만 세라.”

나는 그를 봤다. 무진은 잔을 비우고 다시 채웠다. 그는 손이 크고 손톱이 짧다. 검을 쥐어 본 적 없는 손은 아닌데, 검을 오래 쥔 손도 아니다.

“세니까 아끼는 거고, 아끼니까 못 쓰는 거야.” 무진이 말했다. “너 스물셋을 언제 썼냐. 이십 년 만에 썼지. 이십 년 동안 그거 하나 붙들고 살았어. 그거 붙들고 사는 동안 사람이 몇 죽었냐.”

“그날 하나 죽었다.”

“그날 말고.” 그가 잔을 놓았다. “네가 안 써서 죽은 사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것이 있었지만 세어 보지 않았다. 세면 아마 셋이나 넷일 것이다.

“세지 않고 사는 법을 나는 안다.” 무진이 말했다. “너보다 잘 안다.”

무진은 나보다 다섯 해 위다. 스승 밑에 나보다 삼 년 먼저 들어왔고, 나보다 훨씬 오래 마당을 쓸었다. 그가 나를 미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는 그것이 늘 이상했다. 사람은 자기보다 늦게 온 자가 더 받으면 미워하게 되어 있다.

“사형은 몇 개 남았나?”

그가 잔을 들다가 멈췄다.

나는 그 멈춤을 봤다. 아주 짧았다. 사람의 손이 자기 뜻보다 먼저 아는 것이 있다.

“…왜 묻냐?”

“이십 년 동안 안 물었으니까.”

무진은 잔을 내려놓았다. 술을 따르지 않았다.

나는 그 침묵을 기다렸다. 이십 년 동안 나는 사형에게 그 질문을 하지 않았다. 하지 않은 이유는 예의가 아니라 편함이었다. 묻지 않으면 답을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

“하나도 못 받았다.”

객잔 아래에서 누가 솥을 긁는 소리가 났다.

“스승이 나한테는 안 주셨어.” 그가 말했다.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 그게 더 나빴다. “너한테 스물넷 주고, 나한테는 서찰만 주셨다. 잘 도우라고.”

“왜 말 안 했나?”

“말할 게 있냐.” 무진이 웃었다. “나는 세지 않고 살았다고 했지. 셀 게 없으니까 안 센 거야.”

나는 오래 앉아 있었다. 무진은 그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다.

나는 그날 밤 처음으로 스승을 원망했다. 스물넷을 나에게 다 주고 사형에게는 서찰만 주신 이유를 나는 지금도 모른다. 물어볼 수 있었던 이십 년이 있었는데 나는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아끼는 것이 버릇이 되면 말도 아끼게 된다.

“그래도 세지 마라.” 그가 마지막에 말했다. “나는 진심으로 그 말을 한다. 하나 남았으면 하나를 써. 아끼면 그건 없는 거나 같아. 이십 년 동안 없는 거였잖아, 스물셋도.”

“쓰면 사라진다.”

“안 쓰면 애초에 있지도 않고.”

그가 일어섰다. 문 앞에서 돌아봤다.

“단하야. 사라진 초식은 어디로 가냐?”

“없어진다.”

“없어지는 게 어디 있냐?” 그가 문을 열었다. “불도 꺼지면 연기가 나. 물도 마르면 자국이 남고. 없어지는 건 없어.”

문이 닫혔다.

나는 그 말을 그날 밤 내내 생각했다.

스물셋을 쓴 순간이 자꾸 떠올랐다. 거리가 없어지던 그 감각. 그리고 그 뒤에 남은 것. 나는 그것을 '빈자리'라고 불러 왔는데, 정확히 말하면 빈자리가 아니었다. 무언가가 지나간 자리였다. 지나갔다는 것은 어디론가 갔다는 뜻이다.

무진의 말은 틀린 데가 없었다. 틀린 데가 없어서 밤새 걸렸다. 나는 이십 년 동안 아끼는 것을 미덕이라고 불렀다. 미덕이라고 부르면 게으름도 견딜 만해진다.

새벽에 나는 짐을 쌌다.

이 무공을 만든 사람에게 제자가 하나 남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남쪽 끝, 바다가 보이는 절이라고 했다.

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이 회차는 어땠나요?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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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한책상2026.06.10· 2

    여기서 끊는 건 반칙 아닌가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