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등록번호 3-114
밤의 해안선에서 다시 만나요 · 서지오
이튿날 아침, 도현은 파출소에 갔다. 파출소는 수협 건물 옆에 붙어 있다. 문을 열자 난로 냄새가 났다. 구월인데 난로를 켜 두는 것도 이 동네다웠다.
“어떻게 오셨어요.”
경찰은 젊었다. 도현이 이 동네를 떠날 때는 초등학생이었을 나이였다.
“칠 년 전 사건 기록을 좀 보고 싶어서요.”
“어떤 사건.”
“실종.”
경찰의 손이 자판 위에서 멈췄다.
“이름이.”
“강도현입니다.”
“아니, 실종자 이름이요.”
도현은 잠깐 말을 골랐다.
“윤재우.”
경찰은 그 이름을 듣고 도현을 다시 봤다. 이번에는 얼굴을 봤다. 어제 부두에서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않았는데, 이 사람은 이름 하나로 알아본 모양이었다.
“그때 같이 있던 분.”
“네.”
“기록은 열람 안 됩니다.”
“종결됐잖아요.”
“종결이 아니라 중지입니다. 시신이 안 나왔으니까.”
경찰은 자판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선생님은 참고인이셨고요.”
수퍼 앞 평상에 지연이 앉아 있었다.
“파출소 갔다며.”
도현은 앉지 않고 서 있었다.
“소문 빠르네.”
“여기 사람 백스물세 명이야. 안 빠른 게 이상하지.”
지연은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두 번 쳤다. 앉으라는 뜻이었다. 도현은 앉았다.
“뭘 알아보려고.”
“편지를 받았어.”
“무슨 편지.”
도현은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지연은 받아서 읽었다. 두 번 읽었다. 읽는 동안 표정이 변하지 않아서, 도현은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거 언제 왔어.”
“두 주 전.”
“우체국 도장이 없네.”
“직접 넣은 거지.”
지연은 편지를 접어서 돌려줬다.
“도현아.”
“어.”
“그날 밤에 너 어디 있었어.”
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답하지 않는 것 자체가 대답이 된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방파제.”
“끝까지?”
“삼백 걸음쯤.”
“거기서 뭐 봤어.”
“사람.”
지연은 고개를 돌려 바다를 봤다.
“윤재우?”
“아니야.”
“어떻게 알아.”
“체격이 달랐어.”
“칠 년 동안 그 말을 안 했네.”
“물어본 사람이 없었어.”
거짓말이었다. 물어본 사람은 있었다. 그때 그 젊은 경찰의 선배쯤 되는 사람이, 파출소 난로 앞에서 세 번 물었다. 도현은 세 번 다 못 봤다고 했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설명할 수 없다. 열아홉이었고, 무서웠고, 무엇보다 그날 밤 그 자리에 자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어제 방파제에 갔었어.”
도현이 말했다.
“거기 사람이 있었어. 자기가 그날 밤에 있던 사람이래.”
지연이 그를 봤다.
“누군데.”
“모르겠어. 얼굴을 못 봤어.”
“그래서.”
“오늘 밤에 다시 오라고 했어.”
지연은 평상에서 일어났다. 앞치마를 털었다. 아직 저녁 장사 전이었다.
“같이 가.”
“아니야.”
“같이 가자고.”
지연이 말했다.
“칠 년 전에 너 혼자 보내서 이렇게 됐잖아.”
그날 밤, 두 사람은 방파제로 걸었다. 바람은 어제보다 셌다. 지연이 앞서 걷고 도현이 뒤를 따랐다. 가로등이 끝나는 지점에서 지연이 멈췄다.
“저기.”
방파제 끝에 사람이 서 있었다. 어제와 같은 자리, 같은 자세였다. 지연이 손전등을 켰다. 빛이 그 사람의 등에 닿았고, 사람이 천천히 돌아섰다. 지연의 손전등이 흔들렸다.
“...언니?”
도현은 지연의 옆얼굴을 봤다. 지연은 웃지도 놀라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그 표정을 도현은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칠 년 전, 실종 신고를 하러 파출소에 들어가던 날.
방파제 끝의 사람이 말했다.
“그날 밤에 배는 한 척 더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