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기다리지 않은 사람들
밤의 해안선에서 다시 만나요 · 서지오
등대 관리소는 방파제 중간에서 계단을 열두 개 내려가면 나온다. 문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지만 고리가 삭아서 힘을 주면 빠졌다. 지연이 먼저 들어갔다. 도현이 뒤따랐다.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벽 한 면이 전부 서랍이었고, 서랍마다 연도가 붙어 있었다.
“여기 뭐야.”
“입출항 기록.”
지연이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여기 관리하셨어. 십오 년.”
서랍은 열두 개였다. 지연은 망설이지 않고 왼쪽에서 네 번째를 열었다. 장부는 손으로 쓴 것이었다. 날짜, 선박명, 입항 시각, 출항 시각, 인원. 지연은 손가락으로 날짜를 짚어 내려갔다. 도현은 옆에서 그 손가락을 봤다. 손가락이 한 줄에서 멈췄다.
“여기.”
9월 4일. 새벽 두 시 사십 분 출항. 선박명 칸은 비어 있었다.
“비었네.”
“비어 있는 게 아니라 지운 거야.”
지연이 말했다. 종이를 기울여 불빛에 비췄다. 눌린 자국이 있었다. 글씨를 쓰고 지우개로 지운 자국.
“지우개로 지웠으면 연필로 썼다는 건데.”
“장부는 전부 볼펜으로 쓰게 돼 있어.”
밖에서 발소리가 났다. 도현은 손전등을 껐다. 지연이 장부를 덮었다. 문이 열렸다.
“불 켜도 돼요.”
어제 방파제 끝에 서 있던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빛 아래였다. 사십대 초반, 지연과 닮은 눈매.
“언니.”
지연이 말했다.
“오랜만이야.”
여자는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서랍 쪽으로 갔다. 지연이 연 것과 같은 서랍이었다.
“그거 내가 지웠어.”
“왜.”
“아버지가 시켰으니까.”
여자는 장부를 꺼내 도현에게 내밀었다.
“그날 새벽에 배 한 척이 더 나갔어. 등록되지 않은 배였고, 사람이 셋 탔어. 나는 그걸 여기서 봤어. 그리고 아버지한테 말했고, 아버지는 나한테 지우라고 했어.”
“왜요.”
“그 배에 탄 사람 중에 하나가 아버지였으니까.”
도현은 서랍 앞에 서 있었다. 손에 든 장부가 무겁게 느껴졌다.
“윤재우는.”
“그 배에 있었어.”
“살아서요?”
“몰라.”
여자가 말했다.
“나는 사람이 셋 탔다는 것만 봤어. 셋 중에 하나가 아버지고, 하나가 재우인 건 나중에 알았어. 나머지 하나는 지금도 몰라.”
지연이 벽에 기댔다.
“그래서 편지를 왜 이제 보냈어.”
“아버지가 작년에 돌아가셨으니까.”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도현을 봤다.
“그리고 이 사람이 그날 방파제에 있었다는 걸, 나는 칠 년 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도현은 이 순간을 여러 번 상상했었다.
칠 년 동안 배에서, 항구에서, 낯선 도시의 좁은 방에서. 누군가 그날 밤 이야기를 꺼내면 무슨 말을 할지 여러 번 준비했다. 준비한 문장은 스무 개쯤 있었고, 지금 그중 어느 것도 쓸 수 없었다.
“제가 뭘 봤는지 말할게요.”
그는 그렇게 말했다.
“근데 그 전에 물어볼 게 있어요.”
“뭔데.”
“그 배, 어디로 갔어요.”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서랍 맨 아래 칸을 열었다. 거기엔 장부가 아니라 해도가 한 장 접혀 있었다. 펼치자 붉은 연필로 그린 항로가 나왔다. 항로는 이 항구에서 시작해서, 바다 한가운데의 한 점에서 끝나 있었다.
그 점 옆에 글씨가 있었다. 도현은 그 글씨를 읽고 손전등을 떨어뜨렸다. 거기에는 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도현은 해도를 다시 봤다. 이름 옆에 작은 글씨가 하나 더 있었다. 연필이라 거의 지워져 있었다.
강도현 — 1인분 준비
“이게 무슨 뜻입니까.”
여자는 해도를 도현의 손에서 가져갔다.
“그날 배에는 자리가 넷이었어.”
“셋이 탔다면서요.”
“응. 한 자리가 비었어.”
지연이 벽에서 몸을 뗐다.
“누구 자리였는데.”
여자는 대답 대신 서랍을 하나 더 열었다. 이번에는 종이가 아니라 물건이 있었다. 노란 방수 봉투. 배에서 서류를 넣어 다니는 것이었다.
봉투 안에는 신분증 사본이 넉 장 들어 있었다. 윤재우. 여자와 지연의 아버지. 모르는 남자. 그리고 강도현. 도현은 자기 사본을 봤다. 열아홉 살 때 만든 것이었다. 사진 속 얼굴이 자기 것이라는 사실이 이상하게 멀었다.
“제 걸 왜 아버님이 갖고 계셨습니까.”
“준비했으니까.”
“뭘요.”
“너를 태우려고.”
관리소 안이 조용했다. 밖에서 파도 소리만 들어왔다.
“그날 밤에 재우가 너한테 방파제로 오라고 했지.”
“...했습니다.”
“몇 시에.”
“열한 시요.”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배는 두 시 사십 분에 떴어. 세 시간 사십 분을 기다린 거야.”
도현은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제가 안 왔다고 생각하셨겠네요.”
“왔잖아.”
“삼백 걸음까지만 갔습니다.”
“그래서 안 온 게 된 거고.”
지연이 도현을 봤다. 칠 년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은 눈이었다.
“도현아.”
“응.”
“그때 왜 돌아섰어.”
도현은 대답을 준비하려 했다. 스무 개의 문장 중에 아무것도 맞지 않았다.
“...무서웠어.”
“뭐가.”
“거기 서 있는 사람이 재우가 아니라서.”
여자가 봉투를 닫았다.
“맞아. 재우가 아니었어.”
“누구였습니까.”
“나였어.”
도현은 손전등을 주우려다 말았다.
“내가 너 기다리고 있었어. 세 시간 사십 분 동안.